수원시는 우리나라 최대의 기초자치단체로서 재정 규모는 1조7천억여원으로 ‘광역단체급’을 넘어서고, 114만 인구로 지방자치법 규정에도 없는 인구규모를 갖췄다. 그러나 이상한 기준을 적용받아 똑같은 세금 내고도 온갖 역차별을 당하며 살고 있다. 시민들의 분노는 폭발직전이다. 본보는 지난 8월 27일부터 5차례에 걸쳐 ‘수원 역차별’로 대표되는 위기의 지방자치를 긴급 점검하고 그 대안을 찾아보는 시리즈를 게재한 바 있다. 이 기사를 본 시민들은 통치식 행정을 해온 중앙정부와 현실인식이 결여된 정치권에 질타를 퍼붓고 있다. 원칙과 기준도 없이 도시들에 대한 획일적인 ‘다스리기’와 ‘간섭’이 오히려 도시를 죽이고, 지방자치의 존폐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원 역차별’이다. 수원시민들이 수원 역차별이란 말을 하며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남권에 있는 다른 도시와의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수원, 울산, 창원은 100만을 넘는 대도시이다. 지난 8월 31일 현재 수원시 인구수는 113만9천916명. 84명 모자라는 114만명이다. 울산은 114만명을 약간 상회한다. 창원은 109만명을 조금 넘는다. 영남권인 울산과 창원은 각각 광역시, 통
“제가 많이 아파요. 서둘러 나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은행의 자동화기기에 붙어있는 문구이다. 월요일 오전 혼잡한 시간이라 줄을 서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 문구를 보고 화를 내는 사람보다는 피식 웃으며 ‘아, 기계가 고장 났구나’하면서 불편을 미소로 대신한다. 요즘은 입출금이나 공과금 등 대부분의 업무를 창구보다는 자동화 기기에서 많이 처리하다 보니 은행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고 직원들의 서비스도 예전보다는 좋아진 반면 서민들에게 은행의 문턱은 여전히 높고 어렵다. 많은 돈을 움직이고 예치하는 사람은 VIP고객으로 특별대우를 받지만 대출을 받기 위해 상담을 하다보면 대출자가 요구하거나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신용조회 등 준비된 서류에 체크하고 서명하라면 서명해야 한다. 확인하고 서명하는 부분이 선택이냐, 필수냐 물으면 의무적으로 동의해야만 다음사항이 진행된다고 한다. 필수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을 고객의 선택에 따라 하는 것처럼 정해놓고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고 따져볼 겨를도 없이 직원의 안내에 따라 이름 쓰고 서명하기를 되풀이하고서야 그들이 정해주는…
경제적인 불균형과 불평등에 대한 갈등의 요소는 사회전반적인 영역과 만나면서 새로운 형태의 갈등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한 사안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넘어야 할‘산’일 것이다. 사회갈등은 대체적으로 광범위하고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다. 공공의 영역에서 이뤄질 수도 있으며,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들이 집약되면서 집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사회학적으로 접근하지 않더라도 주기적인 언론매체의 노출빈도만 조사해도 그 사회가 갖고 있는 갈등의 형태와 흐름의 속살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각 영역과 부문에 있어 갈등의 내용과 대중의 생각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드러난다.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현실이 됐다. 오히려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기관보다 갈등해결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욕구가 매우 구체화돼 있고, 자료도 많이 확보하고 있어 행정기관을 무색하게 하는 경우도 흔하게 일어난다. 이전의 갈등은 부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는 갈등이 주류였다면, 최근의 사회갈등은 사실관계 이외에 투명성과 관련한 사안들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경제위기와 관련한 지표들이 위험 수위 넘어가며
‘iPhone5’가 드디어 출시됐다. 현지시간 12일 공개된 iPhone5는 시장의 예상대로 4인치 화면에 롱텀에볼루션(LTE)을 지원한다. 화면은 0.5인치 커졌고, 한국 경쟁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LTE시장도 넘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iPhone5’에 대한 첫 반응은 부정과 긍정이 엇갈리는 가운데 부정적 측면을 강조한 쪽이 우세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얼마전 애플-삼성간 특허소송의 여파로 여론이 부정적인 것이 사실이고, 우리 언론은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모양새다. 미국 언론은 ‘iPhone5’가 공개되자 “새로운 아이폰은 특별한 것이 없다”며 혹평했는데, 이는 삼성이 갤럭시3를 출시했을때 호평과 대조를 이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iPhone5’에는 대약진(great leap forward)이 없었다”며 경쟁사를 제압할 새로운 것이 보이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우리 언론들이 한걸음 나아가 ‘스티브 잡스의 공백인가, 혁신의 한계인가’하며 ‘iPhone5’를 폄하했다. 여기서 ‘iPhone5’의 기계적 평가나 세계적 트랜드에 대한 예측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겠다. 그러나 필자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iPhone5’가 치열한 시장쟁탈전에 나설 강
산업재해는 자연재난과 마찬가지로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지만,경제적 피해정도는 15배 더 심각하다. 산업재해는 예방이 최선이며또한 예방이 가능하다. 일터를 안전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것은예방기술의 문제가 아니고 적정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일찌감치 시작된 무더위와 긴 가뭄이 두 달간 지속돼 온 국민을 갈증나게 하더니,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연달아 한반도를 지나가는 것으로 여름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고 있다. 농촌에서는 가뭄과 태풍피해로 가을걷이가 예년만 못해 농민의 한숨이 깊어지고, 바다를 생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적조와 태풍으로 몇 년간 공들인 양식장을 송두리째 잃고 슬픔에 빠져 있다. 도시에서는 오르는 시장물가로 걱정이 많다. 예년에 없던 올 여름 이상기온이 가져온 피해와 고통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뉴스의 초점이 날씨와 재난에 가 있는 동안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 큰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 산업재해가 이 시기에 집중된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올해도 무더위가 급발진을 시작하던 6월 18일 화성시 소재 접착제 공장 폭발사고로 13명의 사상자를 낸 후, 7월 18일 광주시 냉동창고 암모니아 누출로 6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8월 17일…
1974년 8월 8일 미국 37대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 사임했다. 이로써 닉슨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자 현재까지는 유일한 ‘재임중 사퇴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닉슨을 퇴임에까지 이르게 한 것은 베트남전쟁에 반대하는 민주당을 제압하기 위해 닉슨행정부가 저지른 권력남용사건인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인 현직 대통령이 꼼짝없이 물러난데는 내부고발자의 생생하고 살아있는 고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워터게이트사건을 취재한 워싱턴포스트의 칼 번스타인과 밥 우드워드는 ‘딥 스로트(Deep Throat)’로 명명된 닉슨행정부 내부의 고위인사로부터 ‘확실하고 객관적인’ 제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썼고,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현직 미국 대통령을 하야시켰다. 두 기자는 사건종결 이후에도 내부제보자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2005년 전 FBI 부국장이었던 ‘마크 펠트’가 사망직전 자신이 ‘딥 스로트’였음을 공개했다. 내부고발자(Whistle-blower)는 사법기관이나 검증기관이 알 수 없는 내부의 부정거래나 불법행위 등의 정보를 제보함으로써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순기능을 지녔다. 보통 공익성, 윤리성을 확보하고 외부행위에 대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대한민국은 성폭력에 고통받고 있다. 일련의 ‘묻지마 범죄’와 여성,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시민들은 충격과 분노, 불안감을 호소한다. 경찰청 ‘2011년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범죄 건수는 175만여 건으로 전년보다 3만2천여 건(1.8%)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음주와 무면허운전 등 교통범죄가 전년 대비 약 6만 건이 감소한 데 기인한 것으로, 강력범죄는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는 1만9천489건으로 전년 대비 1천233건(6.7%) 늘었다. 하루 평균 53건에 달한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이다. 2011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최근 4년 간 아동대상 성범죄 증가율’은 조사 대상 5개국 한국·미국·독일·영국·일본 중 한국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동 인구 10만 명당 아동 대상 성범죄 발생 건수는 최근 4년 간 69%나 증가했고, 신고되지 않은 범죄까지 포함하면 하루에도 수많은 성폭력 피해 아동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이 사교육비에 치여 살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학교폭력의 기승으로 혹시 내 자녀가 어떻게 되는거 아닌가 하는 부담까지 떠 안아야 하는 학부모들은 죽을 지경이다. 여기에 생각지도 못했던 공교육비 부담이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2년 교육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공교육비 비율은 8.0%로 OECD 평균 6.3%를 웃돌고 있다. 문제는 민간이 부담해야 하는 몫이다. 공교육비 비율 중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은 4.9%로 OECD 평균 5.4%보다 낮은 반면 민간 부담률은 3.1%로 OECD 평균 0.9% 보다 3배 이상 높았다. 3.1%라는 수치는 OECD 34개 회원국을 포함, 조사대상 42개국 중 가장 높은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1년 OECD 교육지표 개발 이후 12년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공교육비의 민간 부담률은 초·중·고교, 대학교 등 각급 학교의 교육비 가운데 등록금 등 민간이 지불해야하는 정도를 말한다. 민간 부담률이 높다는 것은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정도가 크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대학 등록금은 가
‘산성일기’라는 기록물이 있다. 조선 중기에 병자호란 당시의 일을 한글로 기록한 일기체 기록물로 작자와 저작연대는 밝혀져 있지 않다. 인조가 피신한 남한산성이 포위돼 청군(淸軍)에게 항복하기까지 약 50여 일간의 기록이다. 어떤 면에서는 김훈의 베스트셀러 소설 ‘남한산성’보다 더 감동적이다. 현장에서 국난을 지켜본 자의 피눈물 나는 기록이기 때문이다. 정묘호란 이후 병자년 겨울 청나라의 침략과 정축년 정월 ‘삼전도의 치욕’이라고 불리는 인조가 청나라 왕에게 무릎을 꿇고 항복하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하게 기술하고 있다. 역사에 가정(假定)은 없다고 했지만, 기울어져 가는 명나라 대신 청나라와의 관계를 중시한 광해임금을 친명파들이 주축이 된 인조반정으로 축출하지 않았더라면 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수많은 백성과 군사들이 죽지 않았어도 될 일이다. 외교, 국방, 특히 국가 지도자의 국제 정세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역사다. 병자호란으로 남한산성에서는 추위와 굶주림, 군사작전 실패로 전투 중에 많은 병사와 백성들이 죽었다. 그 원혼들은 지금도 산성 어딘가에서 위로를 받지 못한 채 떠돌고 있을지 모른다. 그 오욕의 현장이지만 지금 남한산
양귀비꽃 / 타까미 쥰 이미 나는 땅 속에 드러누워 있다 이마빼기 언저리에 개가 똥을 싼다 좋아 좋아 새가 조그만 주둥이로 땅벌레를 쪼아댄다 땅속의 나도 어쩐지 근질근질하다 이제 그뿐이랴 내 가슴에 나무 뿌리가 가차없이 침입해오련만 나는 내 송장 위의 즐거운 경치를 몽상하고 싶다 고흐의 묘지처럼 꽃을 심어주지 않겠나 내가 오베르에 참배했을 때 팬지꽃이 피어 있었지 묘지 옆 고흐가 그렸던 보리밭에는 어린 보리이삭 사이에 빨간 양귀비꽃이 피어 있었지 내 머리 위에 그 양귀비꽃을 심어주게 하얀 양귀비꽃 열매에서는 아편을 뽑을 수 있지 마약 헤로인을 뽑을 수 있지 - 일본현대 대표시선 / 1997년/ 창작과비평사 머리 위에 양귀비꽃을 심어주라니 얼마나 멋진 당부인가? 그것도 어린 보리이삭 사이 빨간 양귀비꽃이라니? 한 번 시인은 영원한 시인이다. 양귀비꽃으로 피어 아편이나 헤로인으로 누군가의 몸속에 흘러들어 뜨거운 시혼을 불태우고 싶은가 보다. 이쯤 되면 죽음이 두렵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이마 위에 개가 똥을 싸고 어쩐지 근질근질한 시인의 몸을 새가 부리로 쪼아대고 시인은 땅 속에서 땅위의 즐거운 경치를 몽상하게 될 것이다. 죽음이 삶을 물고 삶이 죽음을 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