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은 축구스타였다. 1984년생으로 축구명문 고교와 대학을 거쳐 2004년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명문 프로팀인 ‘수원 삼성 블루윙즈’에 입단했다. 앞서 2003년에는 20세미만 청소년대표로 선발돼 188㎝의 대형 스트라이커의 출현을 알렸다. 외국 프로팀에 스카우트돼 선진축구를 익혔고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를 거쳐 2006년에는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 사이 2002년에는 아시아청소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해 자질을 입증했다. 감독들은 높이와 파워를 겸비한 그를 몹시 탐을 냈다. 그의 축구인생은 탄탄대로였고 아무도 그의 성공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군복무를 위해 상무팀에 입단한 그는 해서는 안될 일에 가담했다. 2011년 스포츠계에서는 마약만큼 금기시하는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이다. 사법당국은 그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축구스타는 축구계에서 영구제명됐다. 어쩌면 그에게는 징역이나 추징금보다 더욱 뼈아픈 일이었을 것이다. 평생 축구밖에 모르고 살아온 그에게서 축구를 빼앗는 것은 인생을 무의미하게 했으리라 짐작된다.…
세인(世人)을 가르치는 학문을 배우고 세인의 본보기가 될 행동을 하라는 말로, 간단하게 줄인 용어인 사범(師範)의 유래다. 교육자는 학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행실에 있어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도덕규범을 중요시한 내용이다. 북경사범대학의 교훈이기도 한 이 글은 선생님이 되자면 학문이 다른 사람을 가르칠 수준이 돼야 하고 그것만으로는 지식 전달자에 불과할 뿐이니, 보다 진정한 의미의 선생님이 되려면 학문은 물론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송대(宋代)의 고종(高宗)이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의 삶에 대해 극찬한 내용으로, 안회는 그와 같은 삶을 실천했기 때문이다. 북경사범대학이 1902년 처음 사범이란 명칭을 걸고 중국 최고 교육기관의 하나로 청일 전쟁에서 패한 뒤 서양열강(西洋列强)의 침략에 맞서 나라를 부흥시킬 인재를 육성하고자 세운 학교인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유명한 사상가 양계초(梁啓超)가 총장을 지냈으며, 노벨수상자 노신(魯迅)이 교수로 있었다. 모택동(毛澤東)은 이 학교를 중국의 보물이라 했으며 인재양성으로 구국의 전통으로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교육이란 그 목적이 사람답게 사는 이치를 가르치는 학문적 가치인 것으로
오디의 계절이 돌아왔다. 요즘 세대에겐 오디라는 열매가 조금 생소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디는 뽕나무 열매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는 소화기능을 촉진하고 대변배설을 순조롭게 하는데 효과가 있다. 그래서 오디를 많이 먹으면 방귀가 잘 나와서 ‘뽕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뽕나무라는 이름이 듣기에 우스꽝스러울 순 있지만 이래봬도 하늘이 내려준 나무라 해 신목(神木)으로 불렸던 귀한 나무다. 그러나 ‘뽕’이라는 제목의 영화 배경으로 쓰이고, 마약류의 은어로 사용되면서 민망하고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어감이 변해왔다. 그러나 최근 뽕나무는 건강 기능성식품 및 식의약 소재로 거듭나며 눈부신 조명을 한 몸에 받는 비싼(?) 열매로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뽕나무 열매인 오디의 재발견은 새로울 수 밖에 없다. 먹을 것이 지금처럼 풍부하지 않아 배고팠던 시절, 오디는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먹거리였다. 논둑, 밭둑, 뒷산에 심겨진 뽕나무의 오디를 주전자 한가득 따서 허기진 배를 달래고 나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손과 입 주위가 온통 검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검은 물을 지우려고 애썼던 기억은 이제는…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에게 정부가 평생동안 연금을 지급된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재임당시 온갖 특혜와 특권을 향유하고도 모자라 의원직을 그만두고서도 그 특혜의 줄을 이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국회의원들이 우리 주변사람들과 같이 살아가는 사람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지경이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여파로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대표적 특권인 평생연금 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부정경선 파문으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던 통진당 비례대표 1번 윤금순 당선자가 한 달짜리 국회의원이 될 가능성이 예고되면서다. 통진당 혁신비대위는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등 구 당권파 쪽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사퇴를 거부함에 따라 이들의 출당 절차가 끝날 때까지 윤 당선자의 사퇴를 보류했다. 윤 당선자가 출당 전에 사퇴할 경우 구 당권파의 다른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하기 때문이다. 통진당 사퇴의 와중에 한 달짜리 임시 의원이 탄생하는 웃지 못할 일마저 발생한 것이다. 윤 당선자는 29일 “당 결정에 따라 사퇴를 보류했다”며 “한시적으로 의원직을 유지해도 세비, 연금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2월 국회를 통과한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
전통시장이 살아나야 할 이유는 많다. 우선 전통시장은 지역 서민경제를 지탱해주는 주춧돌과 같은 존재라는 것이다. 영세상인들은 이곳에서 장사를 하면서 아이들 학비와 생활비를 번다. 따라서 영세상인 보호와 지역경제의 균형 발전, 중소기업 진흥 효과 측면에서 전통시장은 국책으로 보호되는 것이 마땅하다. 경기도와 각 지자체가 실시하고 있는 ‘1시장-1대학’ 정책이나 ‘전통시장 큰 장날’ 같은 정책은 그래서 박수를 받고 있다. 현재 전국의 전통시장에 입주한 점포는 약 20여만개로 여기에 종사하는 인원만 36만여명 정도라고 한다. 물론 대형마트나 인터넷쇼핑몰, 대기업의 SSM 등의 확장으로 대폭 감소한 숫자다.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은 계속될 것이므로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현실에서 경기도가 현재 매월 넷째 주에 실시중인 ‘전통시장 큰 장날’은 실낱같은 희망을 걸게 한다. 전통시장 큰 장날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일제 도입에 따라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경기도의 시책이다. 전통시장 큰 장날에 참여하는 시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은 평소보다 할인된 가격에 물건을 구입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 시책에 대해 우려하는…
1950년 오늘, 제2대 국회의원선거가 실시됐다. 소선거구,직접선거 방식을 채택했다. 의원 정수는 제헌국회 때보다 10명이 늘어난 210명. 총유권자 843만여 명 가운데 775만여 명이 투표에 참여해 91.1%의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개표 결과 무소속이 총정원의 60%인 126석을 차지하고 민주국민당과 대한국민당이 각각 24명 당선됐다.
1995년 오늘, 서해 북방한계선 북쪽 28km해상에서 저인망어선 ‘86우성호’가 북한 경비정으로부터 총격을 받은 뒤 북한으로 피랍됐다. 선원 8명 가운데 2명이 나포 과정에서 총에 맞아 사망했다. 또 한 명은 납북 뒤 지병이 악화돼 숨진다. 86우성호는 납치되기 사흘 전 중국 산둥반도 인근 해상에서 꽃게잡이를 하다 중국 어로통제선에 의해 나포됐다가 인천항으로 복귀하던 중 서해 북방한계선을 넘는 바람에 피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1974년 오늘, 이란에서 최연소 단독 비행 조종 기록이 세워진다. 그 주인공은 팔레비 이란 왕자. 13살의 어린 나이로 경비행기 단독 조종에 도전한다. 공군에서 조종교육을 받은 왕자는 능란한 솜씨로 단독 비행을 무사히 마치고 착륙했다.
마당가 분꽃들은 노랑 다홍 빨강 색색의 전기가 들어온다고 좋아하였다 울타리 오이 넝쿨은 5촉짜리 노란 오이꽃이나 많이 피웠으면 좋겠다고 했다 닭장 밑 두꺼비는 찌르르르 푸른 전류가 흐르는 여치나 넙죽넙죽 받아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가난한 우리 식구들, 늦은 저녁 날벌레 달려드는 전구 아래 둘러앉아 양푼 가득 삶은 감자라도 배불리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해 여름 드디어 장독대 옆 백일홍에도 전기가 들어왔다 이제 꽃이 바람에 꺾이거나 시들거나 하는 걱정은 겨우 덜게 되었다 궂은 날에도 꽃대궁에 스위치를 달아 백일홍을 껐다 켰다 할 수 있게 되었다 -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아침’ / 2009년 / 문학과지성사 아주 오랜 옛날 전기가 들어오기 전에는 하늘의 별과 달이 너무 밝아, 마주한 얼굴들이 모두 환하게 보였을 것이다. 서로의 얼굴이 거울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도시의 불빛 때문에 맑은 얼굴빛이 흐려져 자주 궂은비 내린다. 이 시를 읽다보면, 분꽃들이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와, 까르르 까르르 색색의 불을 켜며 웃을 것만 같다. 오이꽃, 분꽃, 백일홍에도 전기가 들어오게 하는 시인처럼, 언제나 흔들리는 우리…
1972년 오늘,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책의 역사’전에서 ‘직지심경’이 발견됐다.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것을 전시회에 출품했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금속활자본의 존재가 처음 공식으로 확인됐다. 독일 구텐베르크의 활자보다 70년 이상 앞선 것이다. 고려 공민왕 때인 1372년 백운화상이 저술한 ‘백운화상 초록 불조 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 抄錄 佛祖 直指心體要節)’을 줄여 칭하는 ‘직지심경’은 중국 송나라의 전등록에서 역대 불조들의 법화를 뽑아 엮은 것이다. 1972년 공개된 직지심경 하권은 백운화상이 입적한 지 3년이 지난 1377년 7월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찍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원래 상·하 두권이 한 질인데 상권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 직지심경은 1900년을 전후에 서울 주재 초대 프랑스 공사로 근무한 플랑시가 수집한 것으로 그가 죽자 경매에서 베베르라는 수집가에게 팔렸다가 프랑스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