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안타깝고 답답하다. 수원연화장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비를 세우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식에 우울해진다. ‘노무현대통령 작은 비석 수원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22일 오전 수원시 연화장에서 노 전 대통령 추모비를 세우려고 했지만 보수단체 회원들이 항의농성을 벌여 공사가 중단됐고 한다. 이들의 주장은 수원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노 전 대통령의 추모비를 건립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양분하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첨예한 갈등이 수원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거행된 국민장의 일부행사로 노 전대통령의 유해는 지난 2009년 5월29일 수원연화장에서 화장됐다. 이에 추진위는 3주년을 맞아 그를 기념하기 위해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하고 모금을 해왔다. 지난 19일 수원시로부터 설치허가도 받았다. 그런데 일부 보수단체는 ‘수원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인사의 추모비를 왜 수원에 세우는가’라며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원시는 노 전 대통령이 수원에서 화장식을 해 추모비 건립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승인을 했다. 행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 전 대통령은 분명 수원사람이 아니다. 그의 유해는 국립
나비와 개구리 주룩주룩 장대비 내리는 날 산길 걷다가 나비를 만나면 슬프다 비 피할 집 없이 어디론가 날아갈 기척도 없이 흠씬 젖어 있는 제비나비를 보면 내 숨겨둔 날개가 젖은 듯 후줄근해진다 주룩주룩 장대비 내리는 날 산길 걷다가 개구리를 만나면 기쁘다 좋아라고 만세 부르듯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무당개구리 번들거리는 초록 피부를 보면 내 살갗도 촉촉이 젖어 생생해진다 -최두석 시집 ‘꽃에게 길을 묻다’ / 문학과 지성사 어디론가 날아가야 할 길은 아직 먼데, 비를 피할 집이 없는 나비를 보는 슬픈 마음과 같은 길 위에서 비를 만나 신이 난 개구리를 보는 기쁜 마음이 대조적이다. 살다보면 나비와 개구리를 보는 일처럼 슬픔과 기쁨이 함께하기 마련이다. 누구에게나 숨겨둔 '내일'이라는 꿈은 있다. 비 개인 날, 눈 부시게 날아갈 나비와 만세 부르듯 더 멀리 도약할 개구리를 눈 앞에 보는 듯 생생한 시처럼. /권오영 시인
1995년에 개봉된 영화 ‘파리넬리’는 18세기에 실존했던 ‘카스트라토(Castrato)’를 그리고 있다. 당시 관객들에게 충격에 가까운 아름다운 목소리를 선보였던 파리넬리는 ‘카스트라토’였다. ‘카스트라토’는 변성기 이후 음역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여성의 음역을 내기 위해 남성을 거세한 가수를 의미한다. 그러나 관객을 홀리던 미성(美聲)의 뒤에는 중세시대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던 광적 만행과 아름다운 목소리를 향한 인간의 왜곡된 열망이 숨어 있다. 여성을 비하하던 중세유럽의 성당에서는 합창단이 모두 남성으로 구성됐다. 따라서 여성의 소프라노 음역대를 소화할 필요에 따라 저질러진 만행이 어린 남자아이의 생식기를 거세하는 ‘카스트라토’였던 것이다. 파리넬리가 활약했던 18세기에는 이러한 필요에 따라 매년 6천명이 넘는 소년들이 거세를 당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들 중에 가수로 성공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실패한 나머지는 대부분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양의 ‘카스트라토’가 종교적 거세행위였다면 동양의 ‘내시(內侍)’들은 정치적 이유에서 남성을 거세당해야 했다. 내시 혹은 환관으로 불렸던 이들은 구중궁궐에서 ‘왕의 여자’들과 함께 살아야 했기에 아
K형. 4, 5월 경기도 혁신교육지구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자체나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고심을 하는 학교였기에 저도 많은 관심을 갖고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짧은 시간 교사들을 만나고, 스쳐 지나듯 아이들을 만났기에 제가 본 것이 전부일 수는 없겠지만 생각은 더욱 많아졌던 기회였습니다. 혁신교육지구는 경기도교육청이 혁신학교를 운영하면서 지역과의 연계 필요에 따라 6개 지자체와 MOU를 맺어 운영합니다. 각 혁신학교가 점이라면 혁신교육지구는 평면이지요. 한 지역에 초·중·고를 연계해 혁신학교의 성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벨트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분명 필요하고 경기도에서 추구하는 혁신학교 정신이 잘 녹아들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3차원, 4차원적인 교육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죠. 그런데, K형. 분명 꿈틀거리고는 있습니다. 변화의 바람이 아까시나무 꽃향기처럼 달콤하면서도 은은하게 감싸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들을 만난 가장 큰 이유는 ‘인문고에서 혁신학교를 하게 되면 대입지도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풀어주는
홀로 남아 육지에 갇힌 섬이 외로움에 고개를 떨구고 있다. 섬의 정체성은 바다 위에 떠 있어야 한다. 하루에 두 번씩 밀물과 썰물로 자신의 아랫도리를 씻었던 섬, 그리고 무수한 바다 생명들의 향연을 응시하며 바다와 하늘을 연결하며 자연스러운 소통의 사닥다리가 되었던 섬. 그 섬에서 바다생명들이 휴식을 취하고 때론 물새들도 둥지를 틀었다. 바다를 육지로 변용시킨 오랜 기간 간척사업이 벌어졌던 곳을 여러 번 탐방하며 지켜봤었다. 태안 안면도 가는 길, 천수만 간척사업으로 바다가 거대한 육지로 탈바꿈한 서산 방조제 A, B지구를 보았다. 그곳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내수면도 아니요, 드넓은 농토도 아닌 구릉처럼 돌출된 봉우리이다. 물론 얼핏 보면 그냥 솟아오른 산봉우리다. 주변은 온통 육지로 농사지을 수 있는 풀들로 무성하지만, 멀리서 보면 아랫부분에 검은색 바위가 드러나 있는 것으로 보아 과거엔 섬이었음이 분명하다. 한동안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섬은 외로움에 젖어 바다를 몹시도 애타게 그리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방조제로부터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쐬면서 그런 시름을 달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인간의 육지에 대한 욕망으로 간척사업을 탐욕적으로 하다 보
운전자들의 고질적인 병폐가 꼬리물기다. 교통신호가 진행할 수 없는 신호로 바뀌어도 교차로를 빠져나가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앞 차량 꽁무니를 바짝 뒤따르면서 꼬리물기가 이어진다. 교차로에서 속도를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속도를 올려 꼬리물기를 하려다가 앞차를 추돌하거나 도로 중간에 갖혀 애를 태우기도 한다. 무리하게 신호등을 무시하고 진행하는 차량들이 사거리에서 큰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거리를 전체적으로 비추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실제로 도심지 교통사고의 절반 가량이 사거리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거리 전체를 비추는 CCTV가 없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따름이다. 실제로 사거리에 방범용이나 교통위반 단속용 CCTV가 설치되어 있지만 이들 CCTV들은 일부 도로구간만 조망할 수 있어 사거리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를 감지하는데는 한계가 있는것이 현실이다. 수원시내에서 지난 한해동안 발생한 4천여건의 교통사고 발생건수 중 절반가량인 2천여건이 사거리 등 교통병합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사거리에는 교통사고 목격자를 찾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것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다. 교통사고가 수시로 발생하
‘피샤 림파(Ficha Limpa)’라는 브라질 법안이 있다. ‘깨끗한 경력’이라는 의미의 이 법안은 공공행정이나 금융시스템의 질서를 어지럽힌 행위, 권한남용, 돈세탁, 마약밀매, 고문, 인종차별, 범죄단체 구성 등에 연루된 정치인에 대해서는 8년간 각종 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법안에 해당하는 정치인은 앞으로 정치 활동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시민단체의 주도 아래 무려 160여만 명의 서명을 받은 법안은 2010년 5월 하원과 상원을 차례로 통과했으니 그 나라도 부적격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었던 듯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며칠 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거나, 부정으로 당선된 사람을 실질적인 제도로 배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회의원 제명규정 완화와 국민소환제 도입을 건의한 바 있다. 대권도전 의사를 비친 임 전실장의 이 건의의 타깃은 최근 부정의혹을 일으키면서 사퇴를 거부, 지탄을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당선자들이다. 그는 ‘문제의원‘ 배제규정을 완화하는 골자의 ‘통진당 사태 방지법’을 제안하고 있다. “국민 공분을 사는 의원에 대해서는 퇴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실제로…
옛날엔 통제사統制使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港口의 처녀들에겐 옛날이 가지 않은 천희千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굴 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 이 천희千姬의 하나를 나는 어늬 오랜 객주客主집의 생선가시가 있는 마루 방에서 만났다 저문 유월六月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불그레한 마당에 김냄새 나는 비가 나렸다 - 백석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2005년/다산초당 눈으로 천천히 몇 번을 되풀이해서 시를 읽었습니다. 그러고 난 후 꼭 그래야만 하는 순서처럼 ‘통― 영―’ 하고 나지막이 발음해 봅니다. 입술 안쪽에 부드럽지만 아련해서 슬픈 무언가가 바닷가에서 나는 것들의 짠내와 함께 슬몃 닿았다가 멀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통영에 가 본 적 없지만 어느 먼 옛날의 통영, 어둑한 객주집 마루방에 천희라는 말 없는 처녀와 한참을 마주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천희’라는 이름의 처녀를 만난 적 없지만 아름답고 슬픈 무수히 많은 천희를 이미 만났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천희 중 한 명은 저였는지도 모르겠군요. 천희와 마주했던 시인도, 제가
1996년 오늘, 북한 공군 소속 이철수 대위가 미그 19기를 몰고 귀순했다. 북한 공군기의 귀순은 1983년 2월 25일 이웅평 대위가 미그19기를 몰고 귀순한 이래 13년 만에 처음이다. 이철수 대위는 평남 온천비행장에서 이륙해 훈련비행을 하던 중 갑자기 황해도 웅진반도 북쪽 태탄지역 상공을 지나 남하했다. 이 대위는 착륙바퀴를 내리고 날개를 흔들어 귀순의사를 표시하고 우리 전투기 2대의 유도비행에 따라 수원 공군비행장에 안착했다. 이 대위는 귀순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체제에 염증을 느껴 귀순했다고 밝혔다.
1937년 오늘 ‘석유왕’으로 이름난 미국의 실업가 존 록펠러가 98살을 일기로 사망했다. 1839년 미국 뉴욕주 리치퍼드에서 출생한 록펠러는 31살에 오하이오스탠더드석유회사를 설립해 급속히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1882년에는 미국 내 정유소의 95%를 점유하는 스탠더드오일트러스트를 조직했다. 이 때 시카고대학을 설립하는 데 6천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장학사업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록펠러의 회사는 1911년 미국 연방최고재판소로부터 독점적기업결합을 금지한 반-트러스트법 위반으로 해산명령을 받고 해체됐다. 록펠러는 이후 재계에서 물러나 타계할 때까지 자선사업에 몰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