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장유정 처음에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쿵쾅쿵쾅 가슴이 뛰기도 했다. 입이 마르고 몸에선 가문 날들의 흔적처럼 허연 각질이 끼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였는지도 훅! 하고 불같은 바람이 휙 지나가버렸어, 뜨거움과 차가움의 차이를 알게 되었지. 가지의 혈맥들이 갈라져 내 살은 터져버린 것 같았다. 뼛속에 길을 막고 있는 그 무엇이 있다는 것을 가려움 같은 통증이 일기 시작했다. 까칠해진 얼굴은 푸석푸석 말랐다. 심호흡을 했다. 지독한 폐경을 앓는 중 - 장유정 시집 ‘그늘이 말을 걸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봄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변하듯 우리의 몸도 그 나이에 맞게 변한다. 화자는 폐경을 앓는 중이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뛰고 입이 마른다. 몸에선 가문 날들의 흔적처럼 허연 각질이 끼기 시작한다. 훅! 하고 불같은 바람이 지나간다. 그때마다 혈맥들이 갈라져 살이 터져버리는 것만 같고 까칠해진 얼굴은 푸석푸석 마른다. 이러한 것들은 폐경과 함께 찾아오는 갱년기 증상이다. 사람에 따라 강약의 차이가 있지만 이러한 변화를 겪으며 우리는 삶의 뜨거움과 차가움의 차이를 좀 더 냉철하게 알아간다. 시인은 이러한 몸과 마음의 변화를 낙
정조는 창덕궁 후원에서 아름다운 전경을 10곳을 뽑아 시를 남겼는데 9경은 영화당(暎花堂)으로 영화 시사(暎花試士)를 지었다. 상서로운 날 춘당대에 법가(국왕이 탄 수레)가 들어서자(瑞日春臺法駕臨)/ 국왕의 휘장 아래 푸른 옷을 입은 수많은 유생 모였네(仙人仗下簇靑衿)/ 시험장의 글을 누가 판단할지 몰라도(誰知試院諸公筆)/ 올리고 낮춤에 사사로움 없이 한마음 같아야 한다.(升降無私一乃心) 과거시험은 정기적으로 3년에 한 번씩 치르는 식년시가 있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실시하는 특별시험과 현직에서 보는 중시가 있는데 이 시에서 나오는 시험은 일반적인 과거시험의 마지막 단계인 전시(殿試)다. 이 전시는 복시 합격자 33명이 시험을 치르는데 여기서는 당락이 아닌 등급을 결정하는 것이다. 공무원 뽑는 과거시험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중요한 일로서 정조는 시의 결론을 공정성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영화당은 과거시험을 관장하는 임금이 머무는 것이 주된 용도로 춘당대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춘당대가 없어져 마치 영화당이 부용지와 연관된 휴게 건물로 인지되고 있다. 영화당 창건 시기- ‘실록’에서는 광해 2년(1610) 2월 2일, &lsq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본래의 의미는 질문에 맞지 않게 엉뚱한 답을 한다는 것. 하지만 근래에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의 줄임말로 회자되고 있다. 요즘 농업계에서는 지난 1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새로이 선출되면서 농협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전한다. 취임 첫날에 농협이념교육원을 설립하고 잘사는 농업인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농협직원들에게 농심(農心)을 심어주기 위한 행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나도 최근 바쁜 시간을 쪼개어 농협이념 교육과정의 하나인 1박 2일간의 일정으로 농촌현장체험을 다녀왔다. 찾은 곳은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소재한 ‘동막마을’이었다. 강화도 입구를 지키고 있는 문수산성(文殊山城 )부근의 전형적인 촌락이었다. 팜스테이 마을로 지정되어 농촌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마을이기도 했다. 농촌현장체험은 농업인들과 고된 농작업을 함께 수행하면서 그들과 하나가 되기 위한 지혜를 찾는 기회의 시간으로 채색됐다. 이념교육 과정은 국민의 농협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김 회장의 의지가 이론과 현장 교육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그의 취임 일성은 절박한 농심(農心)이었다. 농심 찾
야당 주도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 통과로 정국이 경색되고 있다. 여당은 국정감사를 보이콧하며 정치가 올스톱의 위기에 놓였다. 당연히 민생은 제쳐놓게 됐다.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 북핵에 대한 우려는 커진다. 게다가 경주지방을 비롯한 영남권의 지진으로 나라는 더욱 어수선하다. 대통령이 비상시국이라고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말 비상시국에 가깝다. 이러한 때 여야가 힘을 합쳐도 이 난국을 극복하기 어려운 마당에 여야가 힘겨루기나 하고 있어 답답하다. 누가 이기는 싸움이 됐든 국민들만 피해를 볼 것이 뻔하다. 거대 야당의 오만이든, 대통령의 고집이든 둘 바 똑같다. 한쪽에서는 또 파업 타령이다. 현대차 노조는 26일 하루 1조와 2조 근무자 모두 전면파업을 벌였다. 노조의 전면파업은 2004년 이후 12년 만으로 전 조합원이 출근하지 않고 부서별로 단합대회를 열었고 이에 따라 울산공장과 전주·아산공장 생산라인의 가동이 이날 하루 모두 중단됐다. 이에 따른 생산 차질 규모가 10만1천400여 대, 2조2천300여 억원에 이른다고 회사 측은 추산했다. 게다가 금융노조와 함께 총파업을 선언한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7일부터, 곧바로 보건의료노조가 28일부
지난 24일 여주시민들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성남 판교에서 여주를 잇는 복선전철 경강선이 개통됐기 때문이다. 12만 여주시민들의 기쁨은 개통식에 참석한 원경희 여주시장의 말에서도 잘 나타난다. “오늘은 여주목 547주년과 시 승격 4주년을 기념하고 여주의 전철시대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자 12만 여주시민의 축제의 날”이란 원 시장의 말대로 그동안 철도시설이 전무했던 여주 지역에 새로운 교통망이 확충되는 순간이었다. 여주에 철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일제 강점기인 1930년 12월에 조선경동철도주식회사가 여주 지역의 쌀을 수탈하려는 목적으로 부설, 수원-여주간을 운행하던 수여선 철도가 있었다. 그러나 1971년에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여주와 수원 사이의 철도 교통 수요가 급감하자 1972년 4월 1일에 폐선됐다. 경강선 복선전철 사업이 착수된 것은 2002년이었으니 무려 14년 넘게 걸린 사업이었다. 예산도 1조9천485억이나 투입됐다. 그러나 예산이 그리 중요한 문제랴. 45년여 세월동안 철도가 없이 살았던 지역 주민들을 생각하면 너무 늦었다. 이제라도 다행인 것은 이번 전철이 개통됨으로써 교통망이 확충돼 수도권 진출입이 보다 원활해지고
동두천 ‘한국문화영상고교 교육경제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을 찾아서 지난 2008년 기준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은 49.2%로 집계됐다. 식탁에 차려진 절반의 식품이 수입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최근 우리의 식생활은 어느 새 외국산이 없이 밥상을 차리기 어려운 수준까지 오게 됐다. 또한 유통시장의 대부분이 대형 식품기업들로 채워져 있는 만큼 농약이나 방부제 등에 대한 우려도 갈수록 커져가는 추세다. 이같은 불안감은 소비자들에게 안전식품의 중요성을 각인시켰고,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로컬푸드’ 붐이 조성되는 계기가 됐다. ‘한문영고 교육경제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한문영고 협동조합)은 친환경 먹거리 농산물 사업을 통해 안전식품 공급에 힘쓰는 한편, 소규모 농가와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건강한 먹거리로 학생과 주민이 하나되는 지역공동체를 꿈꾸고 있는 한문영고 협동조합을 찾아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동두천의 한국문화영상고등학교는 영상디자인·창업콘텐츠·문화서비스 등 IT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특성화학교다. 최근에는 IT
풍요로운 계절이다. 집을 나서면 초목이 열매를 익히느라 분주하다. 누렇게 넘실대는 들판에 꼬투리를 만들고 알곡을 채우는 콩이며 들녘의 사연을 빼곡히 저장하는 해바라기까지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즐겁다. 이런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다. 낭창낭창 허리를 흔들며 바람을 불러들이는 갈대숲엔 제 몸을 반쯤 강물에 동동 띄운 오리가 물질이 싱거운지 낮게 날아올랐다간 이내 갈대숲으로 들어 분탕질을 한다. 순간순간을 카메라에 담으며 서해의 해넘이를 보았다. 붉은 하늘을 끌고 바다로 잠입하는 하루의 마지막 태양을 전송하며 뭔가 모를 새로운 다짐을 한다. 짝꿍은 바다낚시를 하고 나는 파도에 기대어 별을 세다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이내 등대 옆에 앉아 졸기도 했다. 자정이 넘도록 바다와 놀았다. 낚시가 잘 안된다며 자리를 옮긴다고 했다. 안면도에서 대산 쪽으로 이동하던 중 자동차가 쿨럭쿨럭 한다. 가슴이 덜컹한 나와는 다르게 ‘어 타이어 펑크인가’하며 짝꿍은 대수롭지 않게 차를 갓길에 정차한다. 뒤쪽 타이어가 펑크 난 정도가 아닌 아예 터져버렸다고 했다. 타이어 교체시기가 지난 것이다. 너무 늦은 시간이라 망설여지긴 했지만 예비타이어도 있고 긴급출동 서비스
가을이면 지역마다 다채로운 행사들이 풍성하게 열린다. 그 중 수원화성문화제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중심으로 정조대왕 능행차 등 다양한 퍼포먼스와 체험행사들이 펼쳐지는 대표적인 전통문화관광 축제이다. 이를 맞이하여 수원시 인권위원회에서는 화성행궁에 대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였는데,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필자도 참여하였다. 휠체어와 함께 직접 행궁을 둘러보면서 아무리 지식으로 알고 있어도 체감하는 것과의 차이는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입구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매표소 앞에 놓인 조형물로 인해 휠체어를 타고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각 출입구마다 문지방이 높아 보행약자가 이용하기 불편하였다. 경사로 마저 없는 출입구에는 아예 진입자체가 불가능해서 휠체어로는 행궁의 가장자리만 빙 둘러볼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가다 보면 50㎝ 이상의 높은 턱에 가로막혀 돌아 나와야만 한다.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 안내 또한 잘 갖추어져 있지 못했다. 이는 결코 화성행궁만은 문제는 아닐 것이다. 2013년 실시된 장애인편의시설 실태조사 결과 평균 설치율이 7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화성과 같은 문화재의 내외부에 편의시설을 설
‘영란세트’. 지난 추석 국내 유명 백화점에서 내놓은 선물세트 이름 이다. 오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에 맞춰 구성한 중저가 상품군, 즉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일컫는다. 이런 ‘영란세트’가 올해 최고 인기 추석 선물이었다고 한다. 지난주 국내 유명 백화점 업계가 내놓은 분석한 결과다. 분석에 따르면 5만원 이하 선물세트 구성비가 90% 이상인 가공식품과 생활필수품 선물 매출은 55.2%의 신장세를 보였다. 또 멸치와 건어물, 전통장, 올리브유, 비타민, 와인 등 5만원 이하 선물 세트 주문이 120% 가량 증가했다. 5만원대 이하 선물의 판매 증가세가 미미했던 지난해까지의 명절 선물 풍속도와 확연히 다른 것이어서 김영란법의 파워(?)를 실감하기에 충분 하다. 도내 일부 음식점에선 ‘영란 세트’라는 새로운 메뉴도 등장했다. 주로 일식집과 한정식집, 한우 전문점등에서 선보인 이메뉴는 가격이 김영란법에서 접대기준 상한 금액으로 정한 3만원미만 선이다. 한우 전문점의 경우 점심가격 기준으로 한우 120g과 된장찌개가 2만9500원이다. 또 4인 기준 11만9000원짜리 메뉴도 선보였다. 일식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