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가 지났다. 태양은 조금 더 가까워졌고 바람은 많이 폭신해졌다. 물가에 버드나무는 봄물을 끌어 올리느라 분주하고 마디마디 겨울을 견딘 꽃눈들이 몽실몽실 제 몫의 계절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나무는 가지 끝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한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난다. 깊어진 뿌리를 기둥삼아 가지 끝에서부터 계절을 시작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겨우내 몸 안에서 꽃을 만들고 잎을 저장하고 있다 봄이 되면 서둘러 잎을 꺼내고 꽃을 선보이는 나무. 그 나무를 위해 바람은 겨우내 구름을 모아들이고 태양을 끌어들이며 한 계절을 묵묵히 견뎌냈을 것이다. 시작이란 늘 새롭다. 요즘 학교 앞을 지나다 보면 졸업식으로 왁자하다. 부모형제 친구들은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꽃다발을 안기기도 하고 또 다른 시작을 축복하며 덕담과 그들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한 탄탄대로가 되길 기원해주기도 한다. 졸업 문화도 많이 바꿨다. 우리 졸업식 때만해도 졸업식 노래를 부를 때면 눈시울이 붉어졌고 끝내 졸업가 2절을 다 끝내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이별의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는데 요즘의 졸업식장 분위기는 자유와 해방 축제의 분위기 그 자체다. 가끔 졸업식 과정에서 발
새 학기부터 전국의 초·중·고교에서 주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된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실태조사에서도 전국의 1만1천493개 초·중·고 가운데 99.6%가 주5일 수업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토요일에 학교에 안 가는 ‘놀토’가 격주에서 매주로 확대되는 것이다. 주5일 수업의 전면 시행은 우리 사회 전반의 추세가 주5일제로 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로써 우리 사회는 2004년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이후 9년 만에 ‘주5일제 사회’로 진입하게 됐다. 주5일제 수업의 긍정적인 측면도 적지 않다. 우선 학생은 학습 부담이 적어지면서 자유롭고 창의적인 체험활동을 늘릴 수 있다. 교사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는 데 따른 자기계발 시간을 활용해 능률과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다. 학부모도 가정교육과 자녀와의 체험학습 기회를 늘릴 수 있어 가족 간 유대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가계소비가 늘어나고 내수가 살아나는 등 산업적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고 한다. 개학이 코앞인데도 토요프로그램 등을 제대로 갖춘 학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새 학기 시작이 임박해서야 지자체의 지원 예산이 내려오는 바
수원역은 수원의 관문이다. 지금이야 자가용 승용차와 시외·고속버스 노선이 많아져 역의 중요성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전철 개통 이후 수많은 시민들과 외지인들이 수원역을 이용하면서 밤낮없이 사람들로 들끓고 있다. 또 지난 2003년부터 AK플라자와 수원민자역사의 등장 이후 역주변의 상권도 조금씩 활기를 띠게 됐다. 수원역세권 주민과 상인들의 기대감을 더욱 자극시킨 것은 KCC와 롯데쇼핑이 합작한 초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온 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수원지역의 상권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일대 상권이 활성화되고 수원시의 세수가 증대되며 고용창출 효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그러나 먼저 해결돼야 할 일이 있었다. AK플라자가 생긴 이후 가뜩이나 혼합해진 역 주변 교통문제다. 이 상태에서 초대형 복합 쇼핑몰이 들어온다면 수원역 일대의 교통은 끔찍한 수준으로 악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교통대란을 우려한 수원시가 건축허가를 유보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시는 교통 개선대책을 먼저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당연히 ‘교통개선비용 분담문제’는 수원역세권 개발의 최대 걸림돌이 됐다. 그러나 수원시와 3개 업체의 협의를 통해
지난 1월, 세계 3대 교향악단 중 하나인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는 외신이 있었다. 당시 뉴욕필의 연주홀인 링컨센터 에이버리 피셔홀에서는 앨런 길버트의 지휘로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이 연주되고 있었고, 이곡의 가장 엄숙한 부분이 막 지날 무렵 객석에서 느닷없이 ‘아이폰’ 마림바의 벨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이에 앨런 길버트는 객석을 바라보며 소리를 중지시키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이후에도 얼마 간 벨소리는 계속됐고 마침내 그는 지휘봉을 내려놓고 연주를 멈추었다는 것. 사실 170년 만에 처음 있었다는 뉴욕필의 연주 중단사태가 문화선진지라 불리는 뉴욕에서 있었다는 사실에 적지 않은 사람이 놀랐을 것이다. 적어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의 문화예절은 우리가 본보기로 삼지 않았던가 말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언론들은 공연장, 전시장에서의 문화예절을 비롯한 공공장소에서의 에티켓에 관한 몇몇 기사를 내기도 했다. 이 사건이 남의 나라 얘기라 하기엔 우리의 에티켓 문화가 아직은 일상 속에서 뿌리 내렸다고 보기엔 미흡하기 때문일 것이다. 에티켓(Etiquette), 인터넷 백과사전에 찾아보니 ‘예의범절을 익힌 사람이 왕실에…
누구나 한 번은 죽음을 맞는다.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이별이라는 장벽을 세워놓는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을 때 그 아픔은 어떤 것에도 비길 수 없다. 선배의 병문안을 위해 병원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선배는 문병 온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쾌활하게 웃고 있었다. 워낙 간단한 수술이기도 했거니와 원래 건강한 체질의 선배였기에 입원실은 흡사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인 동창회 분위기와도 같았다. 그러나 선배와 이웃한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와 가족들은 참담한 얼굴로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다. 40대 초반의 환자는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잠시 후 잠에서 깬 그 환자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간간히 뱉어냈다. 새카맣게 타들어간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그의 부인은 그가 비명을 지를 때마다 그의 손을 꼭 잡아주는 것 외에는 달리 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었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녀 옆에 그녀의 어머니로 보이는 한 노인이 체념어린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죽을 사람은 그렇다 치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 그러나 노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녀는 말을 쏟아
스티브 잡스(Steve Jobs)라는 거인은 세상에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났다. 그를 통해 애플사의 무한한 가치를 깨닫은 사람도 있고, 아이폰, 아이팟, 맥킨토시 등 그의 작품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다. 또 하나 스티브 잡스가 강인한 인상을 남긴 것은 죽음을 맞이하는 그의 태도였다. 병마에 맞서는 그의 결연한 태도도 인상적이었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의연한 모습은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가 무엇인지 모범을 보여줬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100세 시대’가 열렸다는 환희에 못지않게 아름답게 인생을 마무리하는 ‘웰다잉(Well Dy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웰빙(Well Being)’이 잘먹고 잘사는 것이라면 ‘웰다잉’은 잘 죽는 것임에는 당연하다. 지난 세월, 우리는 웰빙에 투자하며 인류의 탄생이래 공통적 목표인 ‘장수(長壽)와 건강(健康)’에 집착해 왔다. 청정식품과 친환경 음식이 대세로 자리 잡았고, 등산, 자전거, 걷기 등을 통한 건강지키기는 생활의 일부가 된지 오래다. TV홈쇼핑의 절반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기구이거나 건강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인 것을 보면 세태를 알 수 있다. 여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건강에 대한 염려를 배경으로 각…
作舍道傍三年不成 지나가는 사람의 의견을 듣다가는 삼년가도 집을 짓지 못한다 집을 길가에 지으려고 하는데 왕래하는 사람들에게 상의한 결과, 사람마다 의견이 달라서 삼년이 지나도록 짓지 못했다는 뜻이다. 어떤 일에 이견(異見)이 분분해 결론을 내리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의견을 못 이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작사도방(作舍道傍)이라 하는데 중국 후한서에 나온다. 결국 뚜렷한 자기 생각 없이 남의 의견만 따르다 보면 이루어 지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成大功者不謀衆(성대공자불모중)’이라는 말이 있다. 크게 성공한 자는 중론에 동요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大事不糊塗(대사불호도)’라는 말이 있다. 큰일에는 우유부단하거나 흐지부지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큰일일수록 결단성과 투명성을 갖고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와 반대로 ‘需事之賊(수사지적)’이란 말이 있는데, 의심하고 머뭇거리다가 일을 망쳐버린다는 것이다. ‘多岐亡羊(다기망양)’이란 사자 성어는 우리에게 흔하게 쓰인 편이다. 갈림길이 많아서 방향을 잃고 해맨다는 말인데, 한 마리의 토끼를 몰면 잡을 수가 있다. ‘逐鹿者不顧兎(축록자불고토)’란 말도 있지 않은가. 사슴을 잡으려고 쫒
‘재단의 보증지원은 단순한 자금이 아니라 희망이다.’ 대통령이 경기신용보증재단 박해진 이사장에게 보낸 글이다. 도내 영세한 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재단은 마중물이다. 언제나 살얼음판 위를 걷는 어려운 기업들에게 따뜻한 보증으로 힘을 내어 뛰게 한다. 일은 그의 열정인 듯하다. 그가 7년간 재임하면서 이제껏 이룬 수치가 말해주기 때문이다. 지원해준 보증공급실적이 9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전국 최초다. 재단이 태어난 13년간의 지원실적보다 기업체는 2.3배, 금액은 1.7배가 많은 수치다.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던 ‘등록되지 않거나 점포가 없는 사업자’에게도 파격적으로 지원한 그다. 영세한 기업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최고의 묘약은 꿈을 심어주는 일이다. 그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 혼을 심는 일에 지고의 가치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었기에 그렇다. 그가 ‘최고의 금융CEO’라는 말은 결코 허명(虛名)이 아니다. 범인의 생각을 뛰어넘는 혜안, 빈틈을 찾을 수 없는 명쾌한 논리, 듣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열정을 접할 때 그랬다. 늘 생각의 폭과 깊이가 확장되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는 기업인
오랜동안 학교내 폭력은 교사들이 차지하는 부분이 학생들간 이뤄지는 폭력에 못지 않게 학교 내에서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돼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학생들간 폭력이 학교내 폭력을 주도하게 됐고 또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학교내 폭력에 대한 변화가 찾아오면서 교사들은 슬그머니 학교 폭력의 뒷편으로 물러앉은 형국이다. 학생인권조례 탓인지는 몰라도 날로 흉포화돼 가는 학생들간 폭력에서도 슬그머니 발을 빼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학교내 폭력이나 왕따현상에 대한 학생들의 신고가 번번히 묵살되는 것은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의지를 보였더라면 해결될 수 있는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폭력이 날로 흉포화 되고 집요화 되면서 교사들이 위협을 느껴 사건해결의 의지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서울에서 발생한 한 여중생의 투신자살은 우리 어른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했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한다. 여중생이 투신자살하는 상황에 이르도록 교사로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직무유기)로 입건된 중학교 교사 A(40) 씨를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에 따르면
수원·화성·오산의 통합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수원시 염태영 시장을 비롯한 수원시, 수원시의회 등은 수원화성문화제 공동개최, 3.1절 행사 공동개최 요구 등 통합을 위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이미 수원시립예술단 순회연주회, 예술단체들의 합동 미술전시회, 합동 시화전 등 정서적 통합이 진행 중이다. 수원시 측은 수원권이 통합되면 ‘메가시티’로 성장할 수 있다는 용역결과를 내세우며 ‘수원권 복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화성시와 오산시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 세 도시의 시장들은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수원권 통합’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그러나 오산시의 경우 통합 반대의견이 확연히 드러나는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화성시는 시장이 직접 나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수원·화성·오산 통합추진위원회의 서명부를 각하하기도 했다. 이런 현실로 미뤄 수원·화성·오산 통합문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통합문제는 같은 지역 내 주민들의 갈등까지 일으키고 있다. 화성시의 경우 통합 찬성 주민이 많은 동부지역과 반대주민이 많은 서부주민들 사이에서 미묘한 갈등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헌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