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대표적인 거리극 행사인 오리악 축제에서 필자가 경험한 문화적 충격을 다시 되새겨 본다. 오리악 축제는 인구 3만명에 불과한 프랑스 외곽 중부지역에서 펼쳐지는 행사로 축제기간 4일 동안 약 15만명이 다녀가는 행사로 400개 극단이 참여하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거리극 축제이다. 실내·외에서 다양하게 진행되는 축제 중에는 주변 나라에서 오는 많은 방문객들로 지역경제에도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천막극장을 비롯해 그 지역의 정원, 학교, 공장, 거리 등이 온통 공연장으로 변해 관객들을 맞이하는데, 필자가 눈여겨 본 아트 서커스가 중심지역 학교의 체육관에서 개최됐다. 가장 인기가 있는 공연으로 표는 이미 매진, 프랑스와 일본인 친구와 기대감을 갖고 기다리는데, 연기자의 공연 준비 미흡으로 약 1시간 정도 공연이 지체됐다. 그런데 이 1시간 동안 전혀 관객들이 동요가 없었다. 다만 기다리는 동안 주최 측에서 문을 열다가 바로 닫자, 관객들이 휘파람으로 재치 있는 항의를 하고 기다리는 관객들은 서로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필자는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체육관에서 진행되는 공연이고, 축제 속에 포함된 공연이기 때문에 관객들의 관용을 해준 것이겠지만, 극장과 축
새해 들면서 우리는 새로운 삶을 다짐하며 여러 가지 결심을 한다. 가장 인기 있는 새해 결심은 금연, 금주, 운동, 살빼기, 독서, 영어공부, 등산, 여행, 가족들과 시간보내기 등등이다. 이 가운데서도 3대 인기결심은 아마도 금연, 운동, 살빼기일 것이다. 특이한 것은 이 3가지 모두가 우리 건강과 밀접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것이다. ‘100세 시대’를 앞둔 시점에서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으로 치매, 심혈관질환, 뇌질환 등 각종 질병에서 벗어나 여생을 보내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결심 앞에서 만큼 인간의 나약함이 적나라하게 증명되는 순간도 없다. 우선 모든 이들이 한번쯤은 결심한 살빼기의 경우 각종 다이어트 상품과 병원의 의술을 빌린 수술방법 및 임상, 또 한의원의 살빼주는 약 등 다양한 보조기능들이 있지만 성공이 쉽지 않다. 오죽하면 2012년을 맞아 잡코리아가 조사한 ‘지난해 가장 버리고 싶은 것’ 1위가 ‘나의 묵은 살들’이었고 ‘작심삼일의 의지력’이었을까. 금연 역시 일부 기업들이 승진이나 취직 혹은 인센티브까지 내걸어 2마리의 토끼를 좇는 심정으로 결심을 하지만 이 역시 얼마못가 식구들 몰래 아파트 베란다에서 뻐끔
임진년 새해가 밝았다. 이제 그 동안 또아리치고 있던 이무기와 용들이 제각기 나라를 위한다는 출사표를 던지고 일제히 뛰쳐나올 것이다. 봄의 총선, 겨울의 대선이 예정돼 있는 것이다. 권력을 향해 달음박질치는 사람들이 제시하는 청사진은 언제나 달콤하다. 정말로 신중하게 지난 4년 간의 우리네 삶을 꼼꼼히 되돌아보면서 모처럼 행사할 주권이 나의 소망과는 상관없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경계하며 1표를 행사해야 한다. 우리네 정치현실상 국민들이 그나마 제 목소리를 내고 정치인들이 국민을 얕잡아 보지 못하는 때가 바로 선거시즌이다. 정치권과 국민간의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도 다면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역시 이때다. 뽑아놨으니 닥치고 따라오라는 오만도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속으로는 지역적 기반에 의지해 알량한 의원 배지 하나 챙기려는 생각뿐이더라도 겉으로는 국민적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다. 표를 얻어야 하는 입장과 그간의 공과를 따져 선택을 하는 입장과의 건강한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잦은 실정으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비대위를 꾸린 한나라당은 이제 살기 위한 처절한 싸움을 벌여야 할 것이며, 모처럼 맞이한 호기를 놓칠 수 없는 민주통합당은 통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늦어도 내달 중 발효될 전망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무한 경쟁은 현실화된다. 온실 속에서 버티던 국내 취약산업이 경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대기업과 특정 산업이 FTA의 과실을 독식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취약업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가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미 FTA로 가장 큰 타격이 우려되는 업종은 농어업과 소상공인이다. 정부가 2일 추가 보완대책을 내놓은 것도 한·미 FTA로 인한 농어민과 중소 상공인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번 대책은 지난해 10월 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농어업 피해보전대책 13개안과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대책 4개안을 모두 받아들인 것이다. 정치권의 요구사항을 대폭 받아들임에 따라 재정지원 규모가 24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8월 추가대책 발표 때보다 2조원이 늘어났다. 세제지원 규모는 당시보다 8천억원가량 늘어난 29조8천억원이다. 농사용 전기료 확대에 따른 지원까지 포함하면 2017년까지의 재정과 세제 등 지원 규모는 54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번 추가 대책으로 어느 정도 피
결국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젖소 수컷인 육우(고기소)의 송아지 가격이 1만원까지 추락했다는 것이다. 한우 역시 마찬가지여서 2년 전과 비교해 절반이나 폭락했다. 한우 송아지값은 2010년 280만원까지 급등했으나 지난 3일 전북도의 경우 현재 129만원으로 절반 이상 급락했으며 한우(600㎏)도 2년 전 635만원에서 현재 444만원으로 30%가 폭락했다. 이 추락세의 끝이 어디가 될 지 예측조차 어렵다. 이 상황에서 2년간 송아지를 키워 시장에 내다 팔 때는 산술적으로 115만원을 손해 보는 셈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국제곡물가의 급작스런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사료 값은 2년 전과 비교해 16.2% 인상됐다고 한다. 여기에 인건비, 시설비 등을 생각하면 적자폭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쇠고기 대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2~3년 전부터 이 같은 쇠고기 파동을 경고한 바 있다. 한우·육우 과잉공급과 수입 쇠고기의 증가 등의 요인으로 한우·육우 값이 폭락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계나 양돈 농민들이 소 사육으로 전환한 사례가 많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소 사육 농가의 입지가 좁아질 수
곽노현 서울 교육감 구속, 충격의 ‘도가니’ 광주 인화학교, 확대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 교육계의 다사다난했던 2011년 한 해가 저물었다. 지난해 경기교육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무엇 때문에 행복했고, 무엇을 느끼며 깨달았는지 차분히 생각할 때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경기도 교육지원청의 ‘전국 시도교육청 청렴도 평가’에서 청렴도 상승이다. 지난해 전국 5위 보통 수준에서 올해 2위로 청렴도가 상승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청렴도 상승은 혁신과 변화를 추구해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만들려고 하는 도 교육지원청의 가장 기본적인 기반을 구축했다는 점이다. 추진하는 일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성취도가 높아지면 학연과 지연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댓가를 바라지 않아도 된다. 둘째, 주민 참여예산제 운영이다. 도 교육지원청은 주민참여예산제 홈페이지(e-budget.goe.go.kr)를 구축하고 도교육청의 예산 편성 및 운용과 관련해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2012년 주민 참여예산제로 운영할 주요사업과 예산이 58개 사업과 1조7천224억원이다. 대단히 많은 사업이고 큰 액수이다. 이 좋은 제도가 효과를 거두려면 무엇보다 적극적
정치적 색깔이나 이념적 좌우의 구분 없이 국민의 이름으로 존경받는 인물들이 있다. ‘철강왕’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으로 불리던 박태준 전 포항제철 회장이 ‘잘 사는 나라, 대한민국’을 이끈 일등공신이라는데 누구도 반론하지 않는다. 기업인으로서 뿐 아니라 국무총리를 지냈고 정당의 대표까지 한 터라 정적(政敵)과 비토세력이 없을 리 없지만 그의 청렴성과 애국심을 의심하는 사람을 없다. 어제 영면한 ‘김근태’ 역시 그와 같은 사람이다. 그가 생을 달리하자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모든 언론매체가 나서 김근태를 향한 안타까운 조시(弔詩)를 헌정했다. 또 그의 일관된 생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투쟁, 그리고 사람이 살만한 나라를 만들려던 열정 등이 온통 매스컴을 뒤덮고 있어 새삼 거론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일반 국민들은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 왜 지금껏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이 같은 단순한 질문 속에 ‘인간 김근태’의 불행과 우리 정치의 후진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모두가 ‘그에게 빚을 졌다’고 한다. 그런데 그에게 빚 진자들이 앉아서 민주주의라는 열매를 맛본 국민들뿐이고, 그를 탄압한 고문기술자
經師易遇人師難遇 책의 뜻을 풀어주는 스승은 만나기 쉬워도 사람을 이끌어주는 스승은 만나기 어렵다 바른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참된 스승의 가르침을 그려 보면서 지식이 강조되고 경쟁으로 각박해진 지금, 가슴에 와 닿는 글구다. 유명한 퇴계 선생의 좌우명이기도 하다. 경사이구 인사난봉(經師易求 人師難逢)이라 쓰기도 한다. 지식을 팔며 정신 교육에는 미흡한 스승은 만나기 쉬워도 인간의 바른 길을 인도해 주는 스승은 만나기 드물다는 뜻이기도 하다(經師易面 人師難尋, 경사이면 인사난심). 또 인사난조(人師難遭)라고 쓰기도 한다. 당나라 문인 한유(韓愈)는 ‘스승이란 인도(人道)를 전하고 학업을 주고 의혹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師者所以傳道 授業解惑也, 사자소이전도 수업해혹야). 바로 바른 인간으로 설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역할이 스승의 큰 가치이자, 사명일 것이다. 근래에 일부 흔들리는 사도의 위상을 생각할 때 바른 사회 구조 속에서 바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과 인도를 해줄 수 있는 참된 스승의 가르침을 기대해 본다. 퇴계 이황은 일생동안 70여 차례나 벼슬을 사양하고 학문 연구와 인격도야, 후진 양성에 힘썼다. 그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은 후
새해 설날 명절에는 부모님을 찾아뵙고 조부모와 손자녀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족들이 많았으리라 생각된다. 명절은 가족의 소중함이 확인되는 때이지만 그런 만큼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은 그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지는 때이다. 우리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1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혼자 사는 노인들이 있다. 이른바 독거노인들은 사회로부터 고립되기 쉽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핵가족화가 가져온 폐해이다. 우리 사회는 핵가족화로 가족간 결속은 약화되고 노인층의 소외와 고립은 심화되고 있다. 젊은 세대와 노인세대간에는 사고와 생활방식에 점점 더 큰 간극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의 80%가 우리 사회에 세대갈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중 80%는 갈등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층의 사회적 소외와 세대간 단절은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 아니라 OECD국가 중 최고를 나타내는 노인우울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그 해결점은 어디에 있을까? 산업화를 중단하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과거의 대가족사회가 가진 장점을 21세기의 현대사회에 되살려내는…
대기업과 경제단체는 올해 신년사 등을 통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이다. 이 회장은 2일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유난히 강조했다고 한다. 기업 경쟁력의 외부 원천은 사회의 믿음과 사랑이므로 이를 얻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그러면서 삼성이 국민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어떻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말의 성찬보다 작은 실천이 훨씬 미덥다는 점에서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개별 대기업은 물론 재계 전체가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공통된 행동 지침을 서둘러 제시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대기업들이 나서서 사회적 책임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실제로는 이율배반적이라고 여겨질 만한 행태가 여전하다는 것도 문제다. 무엇보다 문어발식 기업 확장이 그렇다. 3일 공개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의하면 상호출자와 지급보증이 제한되는 55개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수가 지난 8개월 간 계속 불어났다. 작년 4월 상호출자가 제한되는 기업집단으로 지정되고 나서 그해 5월 잠깐 계열사 수가 줄어든 것을 제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