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벽원미술관에서 이천미술인들이 전시회를 열고 있다. 이천은 20만의 작은 소도시이지만 서울 삼청동 인근에 시립으로 미술관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다른 지자체에서는 엄두도 못 낼 일이다. 금싸라기 땅에 미술관이라…. 많은 미술인들이 부러워하는 곳에서 이천미술협회는 “두런 두런(Do Run Do Run)展”이란 제목을 가지고 20년만에 처음으로 서울나들이 회원전을 열게 된 것이다. 우리들, 소시민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들,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두런 두런 이야기로 풀어내 보자는 작은 욕심으로 출발했다. 그리고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함께한 20년을 뒤돌아 보고, 앞으로의 20년을 준비하며 각자의 창작활동을 펼치며 달려가 보자는, 새로운 작품세계를 모색하며 창의적인 예술세계를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여 보자는 취지에서 전시회를 준비했다. 서울전시에 이어 이천에 있는 아트홀갤러리에서는 10일부터 엿새 동안 또 다른 전시회를 연다. ‘가가대소(加加大笑)展’은 회원들 각자가 창작활동을 하면서 장르에 상관없이 작품세계에 대한 교감과 친분을 나누고 있는 작가를 지역작가 개인별로 초대해 함께 전시하는 ‘동반작가전(1+1)’의 형
화성시 서신면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 정도 바닷물이 갈라지는 이른바 모세현상으로 잘 알려진 섬이다. 주말이나 행락철이 되면 수많은 관광객들로 진입도로가 정체현상을 빚는다. 이 섬은 썰물 때가 되면 섬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나타나기 때문에 마을 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해 섬으로 들어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모래사장과 갯벌이 있고 바다낚시를 할 수도 있어 수도권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특히 제부도는 싱싱한 해산물과 바지락 칼국수가 유명하다. 또 일몰 무렵 낙조는 일품이다. 제부도는 개발되기 이전이 훨씬 운치가 있었다. 서쪽 지역의 모래톱과 해송군락지, 남동쪽의 땅콩밭, 인심좋고 평화롭던 시골마을 풍경 등은 이제 사라지고 대형음식점과 펜션, 유흥시설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예전의 풍취를 잃어버렸다. 온갖 패류와 게, 물고기들이 살던 인근 해역도 이들이 뿜어내는 오폐수로 인해 많이 오염되기도 했다. 지금은 공공하수처리장 등의 시설을 갖추는 등 화성시와 지역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청정바다로 복원되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상인들의 하소연이다. 이에따라 지난해 12월엔 제부도 상인회, 상가번영회, 어촌계, 숙박협회 등 40여
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도심 시위가 심상치 않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과 시민들이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지난달 29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이후 계속되고 있다. 집회가 거듭하면서 학부모세대인 50대는 물론 30-40대 일반 시민까지 가세하기 시작했다. 한대련은 6.10 항쟁 24주년인 10일에는 동맹휴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러다간 3년 전 광우병 촛불사태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만하다. 이번 시위에 학부모 외에 30-40대 일반시민까지 가세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등록금은 서민들은 물론 중산층의 생활도 위협하고 있다. 1천만원 등록금 시대의 고통은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30-40대들을 촛불집회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등록금 문제는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공감대를 얼마든지 넓힐 수 있는 생활밀착형 의제다. 경찰은 현행법을 위반한 미신고 집회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강경 진압은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적 열화를 법적 수단만을 고집해 막을 수는 없는 분위기다. 정치권이 적극 나서 해법을…
한국의 사교육은 괴기만화와 영화에서 쇠붙이든 뭐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무시무시한 ‘용가리’를 생각나게 한다. 어떻게든 사교육을 좀 줄여보려고 도입한 EBS 수능강의에 대한 과외까지 생기고, 논술을 강조하면 논술과외, 면접이 이슈가 되면 면접과외, 수행평가를 하겠다면 수행평가과외 등…. 교육에 관한 한 내놓기만 하면 그게 뭐든 사교육으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 거의 없었다. 입학사정관이 전형 서류를 보고 “이런 책도 읽었느냐?”며 관심을 보이자 정작 학생은 “읽은 적이 없다”고 완강하게 부인하더라는 어처구니없는 사례를 농담처럼 들었는데, 급기야 독서이력제에 대한 과외도 생겨났다. 강사가 매주 한 번씩 열 권의 책 내용을 강의한 다음 사이트에 학생 대신 실적을 입력해주는 고액 과외나 한 달에 한두 권의 권장도서를 선정해 강의한 뒤 독서이력 사이트의 입력을 도와주는 과외가 대표적 사례다. 인터넷에서 권장도서의 이름, 줄거리, 느낀 점을 찾아 아이에게 이야기해주고 기록하게 하는 ‘부지런한 학부모’도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가 “그냥 읽고 싶은 대로 읽겠다”고 떼를 쓰면 부모는 “나중에 좋은 대학교에 가려면 귀찮아도 독후활동을 잘 해야 한다”고 설득한다는 사례도…
내겐 100세가 넘으신 외할머니께서 살아 계시다. 얼마 전에 친정부모님과 함께 할머니를 뵈러 다녀왔다. 증손주까지 합하면 4대를 살아낸 인생이니 작은 몸은 세월을 견딘 흔적으로 고랑이 파이고 휘어져버렸다. 이젠 당신이 아끼던 외아들도 못 알아 본다기에 생전 마지막 뵙는 것이려니 하는 맘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날씨가 좋아서인가 반색을 하며 우리를 알아보고 기뻐하셨다. 외려 “그럼 딸도 몰라봐?” 하시고, 아버지의 거친 손에 입맞추시며 “고마워, 고맙다” 하신다. 할머니의 자존심과 고결한 품성이 여전하신데 나는 감사하고 반가워 속 눈물을 흘렸다. 어린 시절 철들기 전까지 할머니 품속에서 자랐다. 내 신앙생활의 요람이 되시고 이담에 닮고 싶은 할머니의 역할모델이신 외할머니와의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동화처럼 시처럼 마음에서 살아 움직인다. “할머니! 어디 가는데…” 별하나 없이 깜깜한 밤길을 나서는 중이었다. 툇마루에 켜진 작은 전구 빛이 흐려지는 뒤를 돌아보며 할머니 손에 이끌려 나오며 몇 번이나 물어보았지만 어디 간다는 말씀은 없었다. 할머니 손에 들려진 손전등에서 뿜어진 작은 불빛만이 우릴 인도할 뿐, 세상에 그리도 어두웠을까? 얼마나 깜깜하던지 칠흙같다는…
지난 주 개봉한 영화 ‘굿바이 보이’는 1980년대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세상에 눈을 떠가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성장영화다. 영화는 이문세의 히트곡 ‘소녀’와 ‘죠다쉬’ 청바지가 유행하고, 5공청문회와 최루탄이 등장하는 80년대를 거치며 30~40대들이 어떻게 어른이 돼왔는지를 보여준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개 같은 인생’이란 제목으로 상영돼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이 영화는 1980년대 말 열여섯 중학생 진우의 이야기다. 술주정뱅이에 만년 백수인 아버지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 그리고 가족에 대한 증오와 세상에 대한 분노를 품고 살아가는 고등학생 누나와 함께 진우는 청소년기라는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다. 이 영화가 남학생들의 거친 성장기를 다뤘다면 개봉 한 달 만에 관객 4백만 명을 돌파한 ‘써니’는 7080세대 여성들의 학창시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꿈과 우정을 그렸다. 지금은 올드팝이 되어버린 외국 팝송과 가요 등 추억의 노래들이 영화 전반에 흐른다. 이 음악들은 영화의 재미와 감동을 배가시키면서 흥행의 숨은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방송의 인기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도 추억의 노래들을 미션곡으로 선정하고 있다. 10~ 2
허리가 ‘ㄱ’자로 꺾인 채 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팔순의 김 할머니. 시장 보는 용도로 쓰이는 작은 리어카에는 종이 박스와 신문, 책, 포장지들이 위태롭게 실려 있었다. 할머니는 여러 차례 숨을 몰아쉬며 더 어두워지기 전에 고물상에 도착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그냥 지나치려다 선심 쓰듯 같이 당기며 잠시 거들었다. 김 할머니가 이날 발품을 판 폐지 값은 2천200원. 할머니는 폐지 값이 올라 노인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신문지와 책이 kg당 150원 나가고, 박스 종류는 그보다 20~30원씩 덜 받는다. 박스와 신문지 책을 합쳐 50kg은 모아야 6천500원 정도. 하루 1만 원 벌기가 버겁다. 그들 대부분은 70~80대 고령자들이고 할머니들이 대다수다. 그나마 비가 오면 공치기 일쑤다. 직접 찾아가 본 한 고물수집 업체는 폐지 줍는 노인은 10여명에 이르고, 한 달 평균 20여만 원을 힘겹게 벌고 있다고 했다. 물론 일부는 천성적으로 부지런해 소일 삼아 폐지를 줍는 노인들도 있다지만, 김 할머니와 같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노인복지 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겨울 맹추위가 가장 힘들었다는 김 할머니는 새벽 큰길
요즘 들어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빈약한 서가를 채우느라 가끔 서점에 들러 새로 나온 책도 몇 권 사곤 하는데, 사놓으면 언젠가는 보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머리 아픈 책보단 가벼운 것이 좋고 더구나 두꺼운 책은 절대 사절이다. 하여간 새로 산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먼지 더덕 붙어있는 옛날 한번 보았던 책을 꺼내들고 처음 본냥 감격하는 일이 많다. 오래된 옷이 주는 편함 때문일까? 얼마 전 ‘허삼관매혈기(許三觀賣血記)’란 책을 읽고 정말 새로웠다. 위화(余華)란 중국 젊은 작가가 쓴 장편소설인데 한 때는 흠뻑 빠져 이 작가의 책이 나오면 서점에 연락을 달라고 해서 바로 달려갔을 정도이다. 요즘식 표현을 하자면 광팬이었다. 1960년생이니 올해 겨우 오십을 넘었으나 십 년 전쯤 그의 책을 만났다. 나이로 보아서는 애송이었지만 이야기꾼으로서는 내 생각으로는 당대의 최고이다. 이 사람 작가가 되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갓 스물 넘긴 나이에 엉덩이와 의자 사이에 우정을 쌓는 일이라고 답했다. 참 솔직하고 재미난 표현이다. 작가의 기본소양은 오래 앉아서 베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모양이다. ‘허삼관매혈기(許三觀賣血記)’, 어느 해인가 추석
푸르름과 싱그러움이 눈부시도록 내리쬐는 초여름, 우리 남구의회 의원들은 해외 비교시찰을 다녀왔다. 방문지는 동서양의 문화 요충지인 터키와 그리스. 유럽의 민주의회와 지방 재정정책 운용실태 등을 보고 배워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남구 주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인천남구는 재래시장의 활성화 방안등 여러 가지로 벤치마킹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하지만 이번 해외연수는 기존에 계획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터키와 그리스는 고대 유적지와 유물들이 보전돼 있는 나라이어서 벤치마킹을 해서 남구에 접목시키기에는 맞지 않았다. 터키는 축구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고대 문화가 잘 보존돼 관광 수입이 많은 나라였다. 반면 그리스는 자유가 느껴지는 곳이였다. 터키에서 일주일을 머무르다 그리스로 넘어오면서 웬지모를 해방감 같은 것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는 여러나라에서 모여든 난민들로 거리가 지저분했으며 구걸하는 사람들로 험악한 분위기였다. 그리스는 복지 정책의 실패로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보다는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인해서 나라가 점점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정부의 녹을 먹고 행정을 다루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꼈다. 이번 연수를 통해서…
욕설은 그 행위자의 품위를 손상시킬 뿐 아니라 심지어는 인격적 하자 투성이 인간으로 전락시킨다.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은 대화 중 욕설을 섞지 않으면 대화를 이어가지 못한다. 술을 마시면 으레히 욕설이 튀어나오는 사람도 있다. 욕설을 들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역겁고 더럽고 심지어는 상종조차 하기 싫어진다. 학생들은 욕설을 입에 달고 살기도 한다. 욕설을 하지 않으면 또래의 무리에서 뒤쳐지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고 한다. 수원시내 모 고교 교사인 K씨는 최근 학교 복도를 걷다가 매우 불쾌한 경험을 했다. 멀리서 모여 있던 학생들이 자신을 보자마자 ‘애바’라는 단어를 수군거리며 자리를 피했던 것. K씨는 “‘애바’라는게 ‘애벌레, 바퀴벌레’의 준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떻게 선생님한테 그런 말을 쓸 수 있는지 너무 마음이 상했었다”고 한다. 한 초교에서 근무하는 교사 L씨는 성적의 좋고 나쁨과 상관없이 학생들 사이에 비속어와 은어가 일상적 언어로 자리잡았다고 했다. 어느 날 아이들이 서로 ‘ㅆ’자 말을 쓰고 있기에 서로 싸우는 줄 알고 달려가 살펴봤더니 서로 친근감을 표시한 거라고 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10∼11월 전국 초중고생 1천260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