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이상한 버릇이 생겼다. 빈약한 서가를 채우느라 가끔 서점에 들러 새로 나온 책도 몇 권 사곤 하는데, 사놓으면 언젠가는 보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머리 아픈 책보단 가벼운 것이 좋고 더구나 두꺼운 책은 절대 사절이다. 하여간 새로 산 책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먼지 더덕 붙어있는 옛날 한번 보았던 책을 꺼내들고 처음 본냥 감격하는 일이 많다. 오래된 옷이 주는 편함 때문일까? 얼마 전 ‘허삼관매혈기(許三觀賣血記)’란 책을 읽고 정말 새로웠다. 위화(余華)란 중국 젊은 작가가 쓴 장편소설인데 한 때는 흠뻑 빠져 이 작가의 책이 나오면 서점에 연락을 달라고 해서 바로 달려갔을 정도이다. 요즘식 표현을 하자면 광팬이었다. 1960년생이니 올해 겨우 오십을 넘었으나 십 년 전쯤 그의 책을 만났다. 나이로 보아서는 애송이었지만 이야기꾼으로서는 내 생각으로는 당대의 최고이다. 이 사람 작가가 되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갓 스물 넘긴 나이에 엉덩이와 의자 사이에 우정을 쌓는 일이라고 답했다. 참 솔직하고 재미난 표현이다. 작가의 기본소양은 오래 앉아서 베기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모양이다. ‘허삼관매혈기(許三觀賣血記)’, 어느 해인가 추석
푸르름과 싱그러움이 눈부시도록 내리쬐는 초여름, 우리 남구의회 의원들은 해외 비교시찰을 다녀왔다. 방문지는 동서양의 문화 요충지인 터키와 그리스. 유럽의 민주의회와 지방 재정정책 운용실태 등을 보고 배워 양질의 행정서비스를 남구 주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인천남구는 재래시장의 활성화 방안등 여러 가지로 벤치마킹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하지만 이번 해외연수는 기존에 계획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터키와 그리스는 고대 유적지와 유물들이 보전돼 있는 나라이어서 벤치마킹을 해서 남구에 접목시키기에는 맞지 않았다. 터키는 축구의 나라이기도 하지만 고대 문화가 잘 보존돼 관광 수입이 많은 나라였다. 반면 그리스는 자유가 느껴지는 곳이였다. 터키에서 일주일을 머무르다 그리스로 넘어오면서 웬지모를 해방감 같은 것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는 여러나라에서 모여든 난민들로 거리가 지저분했으며 구걸하는 사람들로 험악한 분위기였다. 그리스는 복지 정책의 실패로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보다는 혜택을 받으려는 사람들로 인해서 나라가 점점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정부의 녹을 먹고 행정을 다루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꼈다. 이번 연수를 통해서…
최근 인터넷 포털에서 초등학생들에게 현충일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한 결과,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이 돌아가신 날” “돌아가신 조상님을 기리는 날”이라고 응답한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현충일이 뭐 하는 날인지도 모르고 그냥 노는 날이라고 기뻐하기만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경우도 있었다. 현충일 연휴를 맞아 나들이 나간 차량들로 전국의 고속도로가 정체현상을 빚었다. ‘그냥 노는 기쁜 날’이라고 답한 어린이를 한심한 눈길로 바라볼 수 만은 없는 노릇이다. 모처럼 맞은 공휴일을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라를 위해 귀한 생명을 바친 선열들에 대한 추모와 안보의식의 확인만큼은 분명히 해보는 현충일이 돼야 할 것이다. 해마다 6월 6일이면 어김없이 다가오는 현충일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도발에 이어 최근에는 남북 비밀접촉을 폭로하고 일부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의 초상화를 표적지로 사용한 것에 반발하며 전면적인 군사적 보복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등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김정일…
‘황혼이혼’이란 말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이다. 말 그대로 노년기에 들어서 부부가 헤어지는 것이다. 처음 황혼이혼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될 때만해도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지금은 황혼이혼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있다. 노년기 이혼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을 정도로 오래 살아온 이들이 이혼을 하는 것일까? 황혼이혼은 빈부에 상관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혼은 물론 성격이 안 맞거나 가족간의 불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도 크다. 부유층의 이혼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재산분할 때문이며, 빈곤층은 이혼해서 1인 가족이 되면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에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예전에는 여성들이 자녀가 결혼할 때까지는 이혼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고 이혼을 단행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발간한 가족여성정책 동향분석 제37호, ‘경기도 고령자의 이혼동향’에 따르면 경기도 60세 이상 인구의 이혼 건수는 1999년 763건에서 2009년에는 2천877건으로 10년 사이에 3.8배 급증했다고 한다. 2009년 경기도 60세 이상 인구의 사유별 이혼 현황은 남
봄이 되면 논밭 갈고 씨를 뿌리고 물주고 거름 주고, 피사리 하고, 열매 맺으면 거두어들이고…. 이 모든 과정이 농사이다. 언뜻 보기에는 밭고랑과 논이랑을 오가며 뙤약 볕에, 비바람에 모진 고생하는 농부가 곡식을 재배하는 것 같아도, 사실 농부가 하는 일은 영양분이 될 만한 것을 열심히 공급하고 보살펴 주는 것일뿐 실제로 자라는 것은 씨가 맺힐 때부터 각인돼 있는 정보대로 식물이 절로 자라는 것이다. 결실의 때가 돼 우리 앞에 쌓여 있는 단들은 이 정보를 입력한 조물주의 작품이다. 성경에는 신이 천지만물을 창조한 후 마지막으로 창조한 인간에게 그가 창조한 모든 것을 ‘다스리도록’ 했다. 이렇게 보면 농부는 신의 일을 돕는 신관과도 같은 중요한 위치에 있게 된다. 신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종족에게 신의 뜻을 전파하는 거룩한 사람, 특별한 존재이다. 이 생명을 다스리는 특별한 존재는 기계에다 재료를 넣고 물건을 만들어내는 제조업과 유통업의 인간들과는 근본적으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 한국사회에서 농부들은 상당히 마뜩찮은 존재가 돼가고 있다. 현대사회는 일상사를 ‘업’의 범주에 굳이 우겨 넣어야만 기본적으로 소통과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고…
6남매가 옹기종기 앉아 눈이 몰리는 순간이다. 아버지 양복 주머니에서 두둑한 봉투가 나오고 “자, 많이 도와준 니들도 용돈 받아야지” 천 원짜리 한 두 장씩이 나눠지는 순간! 참, 화기애애하다. 나눠줄 수 있는 아버지의 어깨에는 힘이 들어가고 인정 받았다는 푸근한 존재감에 행복해 하는 아이들, 그 모습 바라보는 어머니의 만족감이 더해 온 가족을 흡족하게 했다. 내게 월급봉투란 그렇게 무언가 희망적이고 푸근한 온정으로 남아 있다. 온라인 매체가 판을 치는 요즘, 한 달 동안 일한 대가로 현금이 담긴 월급봉투를 받아 보는 일은 드물다. 계좌이체, 무통장 입금, 홈뱅킹 등의 경로를 통해 내역조회 또는 명세서란 이름으로 월급이 건네질 뿐이다. 삶이 팍팍해질수록 한 달에 한 번씩 월급으로 받아오던 풋풋하고 넉넉한, 배가 불룩한 그 월급봉투가 자꾸 그리워진다. 월급을 받는 날은 그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가슴 뿌듯한 하루가 된다. 불룩한 월급봉투 가슴 안주머니에 든든하게 품고 동료들과 소주 한 잔으로 흥을 돋운 후 집으로 들어가면 가족들의 얼굴이 상기돼 눈빛조차 빛나 보인다. 삼겹살 몇 쪽에 김치찌개 밥상도 그날만큼은 당당하게 받으며 가장의 자존감을 한 것 누려보는…
정부가 계속 헛발을 날리고 있다. 기름값에 이어 휴대전화 요금 인하조치가 실망스럽기만 하다. 서민 경제 살리기 정책이 실속은 없이 변죽만 울리고 있는 셈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 떨어지는 소리가 훅훅 들릴 정도다.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통신요금 인하 방안을 지난 2일 내놓았지만 국민들은 시큰둥하다. 이통업계의 선두 주자인 SK텔레콤이 가장 먼저 인하 방안을 발표했다. 관건인 기본요금은 고작 1천원 내리는데 그쳤다. 거기에다 무료문자 50건을 준다고 하니 안하니만 못하게 됐다. 문자 안쓰는 이용자나 카카오톡 등 무료메신저를 사용하는 경우는 도대체 뭐냐는 반응이다. 이같은 휴대전화 요금 변죽 울리기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3월 초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으로 ‘통신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뒤 5월 초 요금절감안을 선보였다가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불만과 통신사업자들의 요금인하 불가 입장 고수에 부딪혀 발표가 한차례 연기됐었다. 결국 방통위가 이통사들의 강압에 무릎 꿇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다. 올초 정부가 통신비와 유류비를 인하하겠다고 발표했을 때 국민들의 기대는 하늘을 찌를듯 했다. 그러나 유
심야나 휴일에 약을 구하기 힘든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일반약 약국 외 판매가 결국 무산됐다. 1년 이상 끌어온 일반약의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판매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지난 3일 약국의 야간 및 휴일영업을 늘리겠다는 약사회의 안을 받아들였기 떼문이다. 대신 복지부는 이달 중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현행 의약품 분류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약품 재분류를 통해 약국 이외 어디서나 팔 수 있는 ‘의약외품’ 항목을 늘리거나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한 약품군을 새로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약사회는 이날 모든 약국이 의무적으로 주 1회 밤 12시까지, 월 1회 일요일에 문을 열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또 전국 2만 개 약국 가운데 자정까지 운영하는 당번약국을 평일에는 4천 곳, 휴일에는 5천 곳씩 운영하고, 저소득층부터 순차적으로 가정상비약 보관함을 전 가정에 배포하고 보관함에는 약사의 연락처를 기재해 24시간 언제든지 복약 상담을 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약사회의 약속이 지켜질 지는 의문이다. 약사회가 작년 7월부터 50여개 약국이 새벽 2시까지 문을 여는 심야응급약국제를 실시했으나 지난 4월 경실련의 조사 결과 19%가 문
영화 ‘타이타닉’은 거대한 크루즈선박으로 여행 도중 거대한 유빙을 만나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의 최후와 그 여정에 펼쳐지는 인간들의 사랑과 죽음을 맞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비록 주인공 중 한명이 사망하는 비극적 결말로 끝나지만 ‘크루즈여행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크루즈 여행은 아직 낯설다. ‘빨리빨리’를 좋아하는 국민성 탓이기도 하지만 크루즈여행에 대한 인식이 낮은 것도 그 이유다. 그러나 선진국 국민들은 크루즈여행을 선호한다. 가족과 함께 시간을 내어 배위에서 휴가를 즐기고 느긋하게 경유지 관광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비록 호화 유람선은 아니지만, 며칠씩, 또는 한달씩 하는 장기여행은 아니지만, 배를 이용한 국내 크루즈여행을 할 수 있다. 평택에서, 또는 인천에서 출발하는 제주행 배편이 그렇다. 저녁에 배를 타고 다음날 제주에 내려 관광이나 등산을 하다가 다시 저녁에 배를 타고 돌아오는 상품이다. 그런데 이번엔 본격적인 국제 크루즈 여행 상품이 등장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가 일본인 관광객을 겨냥한 크루즈 상품을 개발, 상품화한 것이다.(본보 3일자 2면) 일본 크루즈 상품은 오는 일본 고베항을 출발해…
어느덧 올해도 절반이 넘어가는 6월이다. 이번 달에는 현충일과 6·10민주항쟁, 6·25전쟁 기념일이 있는 호국보훈의 달이기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현충일이 무엇이냐’ 물으면 올바르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저 달력에 빨간색 숫자로 인쇄되어 있는 국경일이니 ‘쉬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현충(顯忠)’ 이라는 글자의 풀이대로 ‘충절을 드러내어 기린다’ 라는 뜻으로 풀이하면 쉽다. 마을마다 ‘현충탑’이 있어 그곳이 바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을 추모하는 탑’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충일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넋을 위로하고 그 충절을 추모하는 날’ 이라고 알고 있다면 정답이 될 것이다. 현충일에는 각 가정과 기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TV에서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들이 국립묘지를 찾아가 참배하고 기념식을 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영하기도 한다. 그날 오전 10시부터 1분간 전국적으로 민방위 경보사이렌이 울린다. 그때 모든 국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묵념을 올리며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것이다. 그런데 현충일이 왜 생기게 되었을까? 물론 그 첫 번째 이유는 전쟁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