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적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도백 자리에서 내려서는 순간, 사람들의 관심은 이른바 ‘이광재의 사람들’에게로 몰렸다. 그리고 직후 엄재철 복지특보가 한치의 주저함없이 스스로 용퇴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갔다. 이 전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낸 심규호 강원도 서울사무소장도 조만간 물러날 것이란 소식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통한 권력 교체와 함께 정치적으로 임명된 사람들이 주군의 퇴장과 함께 용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정치적 의리를 지키는 것이고, 국민과의 의리와 상식을 존중하는 것이다. 지난 17대 대선 직후 참여정부에서 정치적으로 낙점된 인사들이 이명박정부 출범 당시 자리에 연연해 하면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만들다가 국민들의 쏟아지는 비난에 서둘러 짐을 싸기도 했던 일들은 아직도 씁쓸하다. 한나라당은 “지난 10년간 국정파탄 세력이 각계 요직에 남아 발목을 잡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런데 채 3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지난해 국민의 선택으로 촉발된 지방권력의 대교체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산하 기관·단체장, 공기업 등 정무직 인사들의 버티기가 바로 그 이유다. 공세와 방어하는 입장만 바뀌었을뿐 완전 판박이다. 이건 구
김도산(金陶山·1891~1921)이 연출한 ‘의리적 구투(義理的仇鬪)’는 1919년 10월 27일 단성사에서 개봉된 우리나라 최초의 영화다. 이 영화는 원래 극단 ‘신극좌(新劇座)’를 이끌던 김도산이 쓴 신파극이었다. 단성사 전속 변사였던 김덕경은 이를 일본 연쇄극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에서 영감을 얻어 연쇄극으로 바꾸어 보도록 권유한다. 연쇄극이란 영화와 연극을 결합한 형태로 ‘키노 드라마(Kino Drama)’라고도 부르며 영화와 연극이 서로 바뀔 때마다 호루라기로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김도산은 단성사 사주인 박승필(朴承弼·1875~1932)을 만나 거금 5천 원을 투자받고, 이 영화를 만든다. 단성사에서 개봉된 ‘의리적 구투’의 입장료는 특등 1원 50전, 1등 1원, 2등 60전, 3등 40전으로 연극 관람표 40전에 비해 매우 비쌌지만 흥행에는 크게 성공했다. 이 영화가 만들어져 개봉된 10월 27일을 기념해 1966년 ‘영화의 날’이 제정됐다. 그러나 ‘의리적구투’는 연쇄극으로 온전한 형태의 영화는 아니었다. 극영화로서 최초의 무성영화는 1923년에 윤백남(尹白南·1988~1954)이 연출한 ‘월하의 맹세’를 꼽는다. 윤백남이 1924년
북유럽 교육탐방을 다녀오니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핀란드 학생들이 세계에서 공부를 가장 잘 하는 이유였다. 기분 좋은 질문은 아니지만 설명을 하다보면 우리가 핀란드 교육으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이 저절로 생기게 된다. OECD 국가 중 공부를 가장 적게 하고도, 세계 공부 1등을 하는 핀란드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첫째, 모든 학생을 평등하게 대하는 형평성 가치를 우선시 하면서 ‘평등이 최고의 효율이다’라는 교육철학이다. 핀란드의 경우 1985년 우열반을 폐지했는데 핀란드 교육 관점에서 보면 한국의 외고와 특목고는 경쟁을 부추기고 학교간 서열화를 조장하는 촉매역할을 하므로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학교와 학급간 경쟁으로 치닫게 하는 일제고사 역시 핀란드 교육자들의 눈에서 보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교육이 아니라 인간성을 말살하고 교육을 망치는 살육행위로 보아 질 것이다. 둘째, 학교와 교과운영 자율권을 교사들에게 부여했다. 핀란드는 학교마다 특색이 다양한데, 두 학년을 묶어서 통합교실을 운영하기도 하고 어떤 고등학교의 경우 아예 무학년을 실시하기도 한다. 한국 교육도 하루빨리 학교에 재량권을 부여하고, 교장승진 시스템 개선을 통해
김 추기경은 생전에 쓴 회고록에서 “내 삶을 돌아볼 때마다 가장 후회스러운 것은 더 가난하게 살지 못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부분”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는 또 “정직이 사라진 사회, 인간 생명을 지키지 못하는 사회에서 경제 성장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이웃 형제를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사랑은 물질 만능주의와 이기주의에 병들어가는 우리를 치유해주는 약이 된다”고 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2주기를 맞은 16일 용인의 천주교 성직자 묘역과 명동대성당에서 미사가 봉헌되고 장기기증 캠페인, 추모 연극이 벌어지는 등 다채로운 추모 행사가 열렸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을 아쉬워하면서 그가 남긴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되새기기 위한 것이었다. 김 추기경은 선종 훨씬 전인 1990년 1월 천주교 서울교구의 장기기증 운동을 이끌며 각막 기증서에 서명했었다. 그 약속에 따라 선종 후 각막 기증을 통해 환자 2명의 눈을 뜨게 했다. 남을 위해 자기 몸까지 아낌없이 내줌으로써 ‘생명나눔’의 고귀한 뜻을 일깨웠다. 그로 인해 전국적인 장기기증 열풍이 불어 당시 기증 희망자가 18만5천여명에 달했다. 이러한 변화가 단발로 그
우리나라 KT&G가 만드는 담배 포장지에는 암을 일으키는 각종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는 경고문이 삽입돼 있다. 그러니까 이 담배를 피우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내용이다. 외국의 경우엔 아예 폐암에 걸려 죽은 사람의 시신 사진이나 암에 걸린 폐 등 끔찍한 사진을 넣은 경우도 있다. 폐암으로 세상을 떠난 코메디언 이주일씨와 가수 이남이씨도 사망하기 전까지 담배의 해악을 경고하며 금연전도사를 자처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아르만도 페루가(Armando Peruga) 금연운동 본부장은 전세계적으로 매년 직접흡연으로 510만명, 간접흡연으로 60만3천명이 사망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2004년부터 세계 192개국으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종합 분석한 결과다. 그럼에도 우리 법원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는 학계에서 오랜 연구를 통해 정설로 굳어졌음에도 지금까지 “암이 담배를 피워 생겼다는 것을 인정할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해 왔다. 지난 15일에도 KT&G와 국가에 대해 배상을 요구하는 12년 동안 이어진 소송에서 법원이 1심과 마찬가지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KT&G와 국가의 위법행위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부족하고, 흡연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보다는 덜 하겠지만 성실하거나 착한 사람도 가끔 거짓말을 한다. 평생 거짓말 한번 안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며대어 하는 말을 거짓말이라고 풀이한다. 그러나 거짓말은 상황에 따라 그 미치는 영향이 일파만파 하는 경우가 많다. 거짓말은 항상 터무니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해댄다”는 부정적 의미의 거짓말이 그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수술을 한후 거짓말처럼 건강해 지셨다” 처럼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거짓말에 얽힌 얘기는 많다. 미국의 유력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적인 거짓말을 소개한 적이 있다. ‘거짓말에 대한 진실’이라는 기사에서 “우리의 인생은 진실되지 않은 것으로 가득 차 있다”면서 “서로 잘 아는 두 사람이 10분간 대화를 하면서 보통 2~3개의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톰소여의 모험’을 쓴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모든 사람들이 매일, 매시간, 잠을 자거나 깨어 있을 때나 꿈속에서도, 기뻐서 혹은 슬퍼서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미래에 대한 빗나간 거짓말도 있다. 1981년 빌 게이츠는 이런 말을 했다. “메모리 640
국가이든 가문이든 찬란한 결과의 뒤안길에는 반드시 몇 명의 영웅들이 있기 마련이다. 오늘이 있기까지 흔히들 이병철, 정주영을 빼놓지 않고 으뜸으로 치는데, 또 한 분의 주인공은 학원이란 잡지를 창간한 故 김익달(金益達) 선생이다. ‘학원’하면 70, 80세대는 아! 하고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김익달 선생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는 분이 많으리라. 빈약한 서가에 ‘학원세대와 김익달’이란 제목의 책이 구석진 곳에 오래전부터 자리 잡고 있었다. ‘김익달(金益達) 전기간행위원회 편’ 이렇게 주최 측을 밝혔는데, 사실 이런 종류의 위원회란 것이 참으로 묘하다. 년전(年前)에 좀 바람직하지 못한 일로 지탄 받던 사학재단의 이사장 겸 총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 유수의 신문 하단에 큼지막하게 장례위원회 명의의 부고가 실려서 망자를 꼭 이렇게 범시민적으로 포장해야 하는지, 자기네들끼리의 잔치에 진정으로 슬픔을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마저 동원해야 하는지…. 심사가 이상하게 뒤틀린 적이 있다. 하여간 이런 위원회란 대중이란 그럴듯한 포장으로 위장될 수 있지만…. 김 선생의 전기간행위원회는 달랐다. 슬픔을 애도하는 색깔이 모두 동색(同色)이었다. 故 김익달 선생은 해방 이후 출판사를 차
천상병 시인의 산문집 가운데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가끔 마음이 크게 흔들릴 때마다 마치 주문(呪文)처럼 이 제목을 떠올리며 스스로 위안을 삼곤 한다. 이 얼마나 따뜻한 가슴인가. 도대체 가식과 위선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정제된, 언어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은 신앙과도 같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경지다. 익히 알려진 대로 시인은 기행(奇行)으로 굴곡진 인생을 살다 간 사람이다. ‘동백림(東柏林) 사건’에 연루돼 고문의 후유증으로 몸과 마음이 망가져 비록 기행으로 점철된 인생을 살았지만 시인을 지탱케 해준 힘은 바로 이러한 꾸밈없는 천연의 순수였다. 특유의 어눌한 반복적인 어투로 세상과의 소통을 꿈꿨던 시인이 습관처럼 즐겨 쓰던 말이 또 있다. ‘요놈, 요놈, 요 이쁜 놈.’ 세상 모든 것이 예뻐 죽겠다는 듯 즐겨 썼던 이 말은 그대로 시집의 제목이 됐다. 자신을 몰라본다는 이유로 주민센터를 찾아가 공공근로직원에게 폭언과 함께 모욕을 준 성남시의회 이숙정 의원이 결국 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됐다. 지방자치법에 의하면 의원 징계 절차는 공개회의에서의 경고, 사과,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교통이 불편해지고 마을이 고립되는 등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를 보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구제역이 창궐해 축산 농가가 무너지고 겨울축제들이 취소돼 지역경제가 어려워진데다가 폭설 피해까지 입었으니... 이번 폭설로 눈의 무게를 못이긴 배가 가라앉거나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고, 차를 포기한 채 눈길을 헤치며 걸어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자동차도 마을도 모두 눈에 덮여 버려 공무원과 군인, 경찰, 주민 등 모든 사람들이 제설작업에 매달려 있다. 그러나 군인들까지 동원돼 그야말로 ‘폭설과의 전쟁’을 펼치고 있어도 워낙 많은 눈이 내려 강원도 자체의 힘만으로는 제설작업이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전국 각지의 도움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강원도의 인접 지역인 경기도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형편에서 수원시와 성남시가 강원도 강릉과 삼척시에 제설지원단을 신속하게 파견해 찬사를 받고 있다. 수원시는 14일 아침 폭설로 피해를 입은 강원도 강릉시 고립지역 피해농가 긴급 복구 지원을 위해 시 도로과장 등 관계공무원 25명과 덤프트럭 20대, 유니목 2대, 염화칼슘 160t을 강릉시 일
검찰이 이진용 가평군수에게 기획부동산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15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 강남의 기획부동산업체들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고 이들 업체가 매입한 가평군 내 토지의 분할매매 허가를 내주는 등 각종 인·허가에 편의를 봐준 혐의다. 이들 기획부동산들은 일명 ‘쪼개기 수법’으로 분할매매가 금지된 임야 등 토지를 헐값에 사들인 뒤 이 군수에게 뇌물을 주고 분할매매 허가를 받아내 비싸게 되팔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 9일 가평군청 비서실과 군수 집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11일 이 군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이러한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참으로 실망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지자체장으로서는 드물게 무소속으로 출마, 군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재선에 성공한 이 군수다. 그런 만큼 기획부동산과의 결탁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군민들은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의 심한 배신감을 느낄 것이 분명하다. 이 군수는 5, 6대 경기도의원과 부의장을 거쳐 2007년 4.25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되는 등 지역의 신망을 받아온 젊은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