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연예계의 인기를 정리하는 행사가 방송에서 어지러웠다. 연기대상, 가요대상, 연예대상 어느 채널을 돌리더라도 아슬아슬한 의상을 걸친 늘씬한 여자 연예인과 턱시도를 걸친 잘생긴 남자가 연상 웃는 얼굴로…, 올해를 빛낸 누구누구! 대부분 수상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그런데 감사인사의 폭(幅)이 거기서 요기까지,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 된다. 과거 라디오 리퀘스트 프로그램이 인기 있었을 때 진행자가 신청한 노래를 누구와 듣고 싶으냐고 물으면 친구 누구누구, 하며 한참을 열거(列擧)하다가 담임선생님, 그리고 나를 낳아준 부모님들.. 끝내는 나를 알고 계시는 모든 분들에게…, 하여간 골고루 은덕을 베푼다. 지금도 크게 진화하지 않아, 듣고 보는 이 지루하다. “누구와 함께 이 기쁨을” 이렇게 물을 때 뻔한 대답 때문에 기회는 이때다 싶어 채널을 확 바꿔버린다. 과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공중파 방송에서 중계했던 시절로 돌아가 보면, 감사인사의 대부분이 “OO미장원 원장(院長)님에게…” 필수 답변이다. 부모님은 후(後) 순위(順位) 그리고 가끔 생략(省略) 할 때도 있다. 수영복심사를 할 때는 아버지가 며느리, 장모와 사위가 함께 보기에는 좀은 민망해서 쓸
연말연시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다. 이는 아마도 2010년 한 해가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까닭일 게다. 천안함 폭침과 북한의 연평도 무차별 포격,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전국적인 구제역 파동과 조류독감, 신종플루까지. 나라 전체가 뒤숭숭한 요즘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서로 저 잘났다고 여전히 날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지방의회도 집행부와의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로 여소야대 형국이 된 지방의회에서는 대화로 안 되니까, 쪽수로 밀어붙이는 형국이다. 이대로 가다간 앞으로 3년여 동안 이 꼴을 어떻게 지켜봐야 할지, 유권자들의 가슴은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가 신년 화두를 ‘일기가성(一氣呵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일을 단숨에 매끄럽게 해낸다는 의미로, 좋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미루지 않고 이뤄내야 한다는 뜻이다. 16세기 명나라 시인 호응린(胡應麟)이 두보(杜甫)의 시 ‘등고(登高)’에 대한 시평에 나오는 말로 청와대 측은 “단숨에 선진국으로 넘어가자는 염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에는 부위정경(扶危定傾 위기를 맞아 잘못됨을 바로잡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을, 2010년에는 일로영일(一勞永逸,지금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인천 찜질방으로 피난을 온 주민들의 곤궁한 생활 이야기는 한동안 언론의 주된 화제였다. 찜질방에서 많은 주민들이 생활하다보니 제대로 잠자지도 못하고 소음과 먼지 때문에 병이 날 지경이라는 보도는 국민들을 답답하게 했다. 무슨 나라가 포격을 피해 섬을 빠져 나온 사람들, 외국 난민들도 아닌 자국의 국민들을 저리 방치하고 있단 말인가? 거기에다 국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 일이 일어났다. 제일 먼저 연평도 주민들을 도왔던 인천의 찜질방 인스파월드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인스파월드는 연평도 포격 이후에 인천으로 탈출한 섬주민들을 돕기 위해 자진해서 숙소를 제공했던 곳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곤란에 빠진 섬주민들을 돕고자 한 일이었는데 이 때문에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보도에 따르면 인스파월드는 처음부터 무상으로 주민들에게 시설을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이 때문에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단다. 연평도 주민들이 꽉 들어찬 찜질방은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다보니 시설물들이 많이 부서지고 심지어는 여러 사건도 일어나게 돼 일반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어질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처음엔 돈 받으려고 숙소 제공
구랍 13일 밤 부천 서울외각순환도로 중동나들목 하부에 주차된 이동탱크저장소(탱크로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도내에 운행중인 위험물 차량의 주차문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비록 경찰 조사결과 이번 화재가 경유 주입과정의 실수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많게는 수만톤에 이르는 경질유를 실은 탱크로리가 도심 곳곳에 불법주차된 상황은 아찔함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와 소방당국은 화재발생 이후 탱크로리와 같은 위험물 차량의 교각 하부 주차를 제한하는 한편 도내 이동탱크 상치장소(주차공간) 위반행위에 대한 일제 단속을 벌이는 등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도내에는 이 같은 탱크로리들이 주차할 별도의 공간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현행법상 탱크로리를 운영하기 위해 해당 지역 소방서에 신고시 이들 차량의 주차공간을 명시토록 규정됐다. 따라서 대부분의 탱크로리 기사들은 영업중인 주유소 공간을 주차장소로 신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 석유취급소의 탱크로리의 경우 주유소가 없기 때문에 인근 공터나 공영 주차장을 신고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일선 지자체에서는 자체 주차장 조례를 통해 이들 위험물 차량의 주차를 제한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주유소
‘25시’의 작가 게오르규(1916~1992)는 젊은 시절에 잠수함에서 수병생활을 했다. 그 시절은 과학이 크게 발달하지 않아 잠수함 내부의 산소를 측정하기 위해 토끼를 태우고 다녔다. 산소함유량에 민감한 토끼의 상태를 보고 수면으로 떠올라 산소를 공급했다고 하니 토끼는 위기를 먼저 알아채고 사람을 구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게오르규가 탄 잠수함의 토끼가 죽자, 선장은 환경에 대한 감수성이 유난히 강한 게오르규를 토끼 대신 그 자리에 있게 했다. 훗날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게오르규는 정치적으로 억압적인 상황이나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 등에 가장 먼저 소리를 내는 사람이 바로 ‘예술가’라고 했다.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2007년부터 매년 그 해의 간지(干支)에 해당하는 동물을 주제로 트렌드 키워드의 첫 글자를 조합해 발표해왔다. 2011년, 신묘년(辛卯年)을 맞아 제시한 10대 트렌트 키워드는 ‘TWO RABBITS(두마리 토끼)’다. 그러나 현대의 시장에서 우리가 잡아야 할 것은 단순한 두 마리 토끼가 아니라 매우 ‘모순된 토끼’를 의미한다. 현대의 소비자는 양면적이다. 요즘 소비자들은 중저가 패션제품을 즐겨 입으면서도 때로는 엄청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49년 제헌헌법에 의거해 지방자치제법을 제정·공포하고 6·25 전란 중인 1952년 선거를 통해 지방의회를 구성함으로써 시작됐다. 이후 5·16 쿠데타로 인해 지방의회가 해산됨으로써 중단됐다가 1987년 헌법과 1990년 지방자치법이 개정되고(구로역사연구소 1990:107-135), 1991년 기초의회와 광역의회 구성을 통해 부활됐다. 1995년에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을 뽑는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실시함으로써 본격 지방자치시대를 열게 됐다. 다시 말해서, 1991년에 지방의회가 30년 만에 다시 개원된 이후 지금까지 의정 활성화는 지방자치 발전의 중요한 정책과제로써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지방의회의 주된 책무라 할 수 있는 주민대표 기능과 집행부의 견제·감시 기능이 보다 강화돼야 할 필요성은 특히 지방분권으로 지방정부의 권한이 늘어나면서 더욱 강조됐다. 그런데 지방의원들은 오히려 지역갈등을 확대·재생산하거나 지방토호세력과 함께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빚고 있으며, 무능과 부도덕으로 인해 지방자치의 걸림돌로 비판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지방의원 정당공천제로 인해 유능한 인재와 전문가
팔당지역은 수도권 최대의 유기농단지이다. 여기서 생산되는 친환경 채소들은 수도권 도시민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이 유기농 단지는 하천 부지를 개간한 농지로서 채소·과일 등을 재배해왔다. 농민들은 이곳에서 농약과 화학 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유기농법으로만 30년 동안 땅을 일궈 옥토를 만들었다. 팔당 유기농가들은 사실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다. 지난 1975년 팔당호 일대가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뒤부터, 하루아침에 생계 수단을 잃어버린 주민들이다. 이들이 하천 부지를 개간해 무공해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유기농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국민들의 관심도 증대됐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도 실시됐다. 특히 경기도와 농협은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농민들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며 직거래 판로를 열어줬을 뿐 아니라 이곳을 ‘유기농업특구’로 지정했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쏟았다. 현 대통령도 후보 시절인 2007년 이곳을 찾아와 농민들을 격려했을 정도였으며 2011년 9월 26일에는 여기에서 제17차 IFOAM 세계유기농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한순간에 ‘한강 살리기 사업 제9공구’가 돼 버린 ‘대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았다. 다사다난 했던 한해를 보내고 ‘희망’이 가득 담긴 새해를 맞는 기분은 언제나 상쾌하고 기대에 차 있다. 지난 한해는 그 어느해 보다도 사건·사고가 많았다. 좀처럼 나아질 줄 모르는 경기침체, 북의 연평도 도발에 기상이변까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어깨를 짓눌러 왔다. 그러나 어려움이 있으면 좋은 일이 찾아오듯이 새해는 어김없이 우리곁에 와 있다. 붉은 태양이 박차오르듯 2011년은 한반도에 늘 ‘희망’의 기운이 감돌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그렇다고 ‘희망’이 저절로 찾아올리는 없다. 싸우며 증오하고 살기어린 말투로 상대를 흠집내고 이간질 할 수 밖에 없었다면 그것은 그대로 묻어두라. 이제 훌훌 털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을 추스려 봄직하다. 내년은 국회의원선거에 대통령선거까지 겹쳐있다. 올 한해는 그 전초전으로 각당의 당내갈등은 물론 여야간 대립이 첨예하게 맞서 시끄러운 한해가 될 것 같다. 좁혀 생각해 보면 경기도도 예외는 아니다. 여당 도지사에 다수의석을 점하고 있는 야당 도의회의 대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모든 대립과 갈등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유권자가 샅샅이 지켜보
필자는 얼마 전 필립 코트러(Kotler, Philip)의 ‘마켓 3.0’이라는 책을 접할 기회가 있었다. 40년 동안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면서 쓴 ‘마켓 3.0’은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기업이 지속가능성도 높고 매출도 늘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마켓 3.0에서 말하는 사회적 기업이란 ‘한 사회의 문제점을 간과하지 않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업의 가치 방향타를 사회적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그와 관련된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지칭하고 있다. 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일자리와 서비스 제공을 통해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발표에 의하면 20세 이상 남녀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업 호감지수를 조사한 결과, 국제경쟁력은 100점 만점에 80점, 생산성 향상은 68점으로 높았지만, 사회공헌활동과 윤리경영 실천은 각각 42점과 27점으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기업의 국제경쟁력은 높게 평가하지만, 사회적 기여는 부족하다는 반증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사
지난 21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8대 경기도의회가 2010년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6·2지방선거를 통해 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속에 여소야대로 출범한 8대 도의회를 바라보는 도민들의 마음은 기대반 불안반이었다. 이에 대해 도의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입을 모아 화합과 상생으로 업그레이드된 의정을 보여주겠다며 도민들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도의회는 파행을 거듭하면서 ‘2011년 예산심의’ 과정에서 도민들을 철저히 기만하고, 실망감만 안겨줬다. 민생·복지 예산 편성에 충실하겠다더니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한 가정보육교사 예산 전액을 삭감하고, 공립 유치원의 확대를 위한 단설유치원 예산도 삭감해버렸다. 이 과정에서 증축예산 17억원은 삭감하면서 내부부품비 2억원은 그대로 통과시키는 어이없는 촌극도 벌어졌다. 결국 도민복지를 위한 예산심의가 아닌 무상급식 전면실시 예산 확보를 위한 무자비한 가위질이었다는 사실을 단면적으로 보여준 예였다. 복지는 부자든 가난한 아이든 가리지 않아야 한다며 보편적 복지인 전면 무상무상급식 실시를 주장했던 민주당은 부자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가정보육교사 예산 전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