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폼페이 유적에서 ‘개조심’이라고 적혀있는 모자이크 타일이 발견됐을 만큼 개는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위다(1839~1908)가 1872년 발표한 ‘플랜더스의 개’는 소년 네로와 늙은 충견 파트라슈와의 따스한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하다. 우정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북 임실군에는 교과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한 ‘오수 개’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고려 때 이곳에 살던 김개인이라는 사람이 잔치 집에 갔다가 술에 취해 풀밭에 잠들었는데 들불이 나 위기에 처한 것을 보고, 그가 기르던 개가 목숨을 구하고 죽었다는 이야기가 그것이다. 김개인은 잠에서 깨어나 개가 자신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음을 알고, 몹시 슬퍼하며 개를 묻어주고 자신의 지팡이를 꽂아뒀다고 한다. 나중에 지팡이가 자라나 나무가 됐는데 ‘개 오(獒)’자와 ‘나무 수(樹)’를 합쳐 이 고장의 이름을 ‘오수(獒樹)’라고 부르게 됐다. 뿐만 아니다. 경북 문경에 있는 김룡사에는 ‘목탁’이란 이름의 어미개가 살고 있는데 희한하게도 풀을 뜯어먹고 산다고 한다. 사람들이 흔히 당치않은 소리를 하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하고 있네”하고 면박을 주지만 절집에 살아선지 목탁이는 아들 ‘김
교사와 군인, 차량기사, 이웃주민 등의 잇따른 미성년 대상 성범죄가 전국을 강타한 뒤 우리 사회의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음에도 성범죄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정부는 G20정상회의, 4대강 개발사업 등 매우 성대한 사업들로 바쁜 시기 인 듯하다. 그러나 국가와 시민사회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일은 이런 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무엇이 이러한 사건들을 벌어지게 하는 원인일까? 이것은 사건의 심각성을 벗어난 우리사회의 자화상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속이고, 속고, 죄를 저질러도 뉘우칠 줄 모르고, 나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고…, 공동체의식이 결여된 사회…. 한 아이가 학교에서 낯선 사람에게 끌려가며 울먹이고 있어도 이상한 점을 전혀 알아채지 못하는 어른들의 무관심과 나만 아는 이기주의, 맞벌이 가정의 아동이 홀로 방치돼 부모를 기다리며 골목에서 놀고 있을 때 낯선이가 건넨 ‘함께 놀자’는 꾐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 시대 아동의 ‘지독한 외로움’ 등이 바로 우리의 모습일 수 있다. 아동관련 성폭력 사건들이 판을 치는듯한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으며 그 대안은 없는 것인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연신 강력한 아동성폭력 사건들과, 그때마다…
‘방만경영의 대명사’, ‘신의직장’, ‘공인 부동산투기기관’이라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막대한 부채 등을 이유로 전국에 벌려놓은 사업들을 일방적으로 포기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공공기관 행태의 표본이다. 그동안 이를 묵인해온 정부도 그 책임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같은 LH의 사업포기는 그동안 사업추진으로 인해 일체의 권리도 주장하지 못한채 토지보상 등에 한가닥 희망을 걸었던 도시서민들의 꿈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사업지구내 주민들의 반발은 물론이고 지자체의 반대 또한 만만치 않아 LH의 설립근거 마져도 위태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LH가 아직 보상단계에 들어가지 않은 전국의 신규사업 지구는 138곳에 이른다. 그러나 LH는 이들 사업지구에 대해 이달 말까지 사업 철회나 취소를 결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대부분의 사업장이 몰려 있는 도내 곳곳에서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LH는 지난달 27일 성남시 구시가지 2단계 재개발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밝히자 해당 지역 주민과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 300여명은 지난 4일 성남시 수정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재개발사업을 당초 일정대로 추진
첨예한 찬반 공방으로 국력을 소모시켜온 4대강 논란이 이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같다. 4대강 사업에 반대 견해를 보여온 충남도·충북도 도지사가 4대강 사업 금강 구간 공사를 계속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 영산강 구간을 담당하는 전남도 도지사는 처음부터 ‘영산강 살리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이제 공사 규모가 가장 큰 낙동강 구간을 담당하는 경남도의 향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어쨌든 야당인 민주당 소속의 충남·북 지사가 4대강 사업을 큰 틀에서 반대하지 않겠다는 대국적 견해를 밝힌 것은 그간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갈등과 대립이 빚어져 온 점에 비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도 준설 최소화와 불필요한 조경사업 중단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 ‘4대강 살리기’ 대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4대강 사업 구간 중 우선 금강 구간에 대한 대안을 내놓았는데 한강과 낙동강, 영산강 사업에 대한 대안도 차례로 발표하겠다고 한다.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해온 민주당이 이 시점에서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자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은 무척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이를 계기로 4대강 사업 논란이 해소될 수 있는 돌
지난주 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당선돼 활동하고 있는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역에 있는 송전선로 이전과 관련, 주민 간 갈등이 지속돼 온 사안이 있는데 다음날 간담회가 열리게 돼 있으며 갈등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달동네에서 공부방과 탁아방, 주민교육을 위한 활동 등 주민운동을 십 수 년 해왔으며 기초의회의원, 시의원, 국회의원을 두루 거치며 이번에 처음 자치단체장에 입성하게 된 선배와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었다. 내용을 들어보니 자치단체장이 이런 간담회를 주최하면서 얻을 이익은 별로 없어 보였다. 간담회에 참석하는 이해당사자인 주민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든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우선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기 때문이다. 선배의 이력을 알고 있으며 주민들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왔던 그의 경력으로 미뤄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미 알고 있으나 좀 더 분명하게 주민들의 언어로 듣고 싶어 했다. 취임한지 한 달이 돼가는 시점에서 주민과 함께 하려는 의지를 충분히 읽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이 잘해야 본전이 될까 말까한 간담회에 심혈을 기울이며 애쓰는 모습은 참신하게 느껴졌으며, 이전 달동네에서의 모습을…
지난달 28일 경찰청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국의 원스톱지원센터 18곳에서 성폭력 피해자 1만129명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 유아 피해자의 54.7%가 맞벌이 부부가 집을 비우는 정오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자택에서 혼자 집을 지키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을 충격에 빠지게했던 부산 김길태 사건의 피해자 중학생 이모양 역시 방학 중 혼자 집에 있다가 낯선 남성의 출입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초·중·고교가 방학을 맞은 가운데 맞벌이 부부의 시름은 깊어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부의 걱정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달 30일 취재를 위해 맞벌이 부부를 찾던 중 인터뷰에 응해준 30대 주부 이모씨 역시 맞벌이로 인한 9살난 딸의 안전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이 씨는 “맞벌이가 딸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으로 인해 빚어지는 불안감을 해소키 위해 경찰과 여성가족부 등 관련 부처에서는 학교 및 주택가 순찰과 지역 성범죄 피의자 신상공개 등을 하고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보건복지부가 ‘아이돌보미’라는 사업을 통해 12세
북한 쪽에서 떠 내려온 지뢰가 사상자를 내는 등 새위협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군은 특히 목함지뢰가 사흘만에 추가 발견됨에 따라 이번주에 마무리 지으려던 당초 계획을 바꿔 다음주까지 전문부대 투입을 늘려 하천변 풀밭에 대한 수색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뢰(地雷, land mine)는 땅 속에 매설해 적군의 근접·통과시에 폭발하도록 만든 무기를 말한다. 화약 발명에 이어 화약을 이용한 무기로 제작됐다. 철조망·호(壕) 등 과는 달리 지뢰는 자체가 지닌 살상·파괴력으로 적의 전진을 지체·저지 또는 방해한다. 지뢰는 그것이 폭발해 피해를 입게 된 후에야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지뢰탐지기나 기타의 정보에 의해 사전에 지뢰가 있는 것을 알게 된 경우에도, 그것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 절차가 복잡하고 위험하며, 상당한 시간이 소모되고, 다른 장애물보다 전투원에게 큰 심리적 영향을 주는 효과가 있다. 1996년 제네바에서 열린 ‘비인도적 무기금지 및 제한조약’ 회의에서 23개국이 지뢰의 생산과 사용, 판매를 일체 금지할 것을 선언했다. 이번에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제 ‘목함지뢰’가 남한지역으로 떠내려 온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으며, 사상자를 낸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군
참으로 정신 나간 작자들이다. 소위 환경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이 음식물 쓰레기를 몰래 파묻어 버리는 상식 없는 짓을 했다니, 개탄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4대 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며 여주군 남한강 이포보에서 농성 중인 환경단체가 강변 인근 공원에 음식물 쓰레기를 불법 매립한 사실이 드러났다. 여주군은 3일 이포보 인근 장승공원에 설치한 현장상황실 주변의 쓰레기 처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수박 껍질과 옥수수 등 3~5㎏의 음식물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불법으로 매립한 것을 적발했다. 군은 이에 따라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최모씨로부터 “7월 23일부터 농성장을 찾아오는 분들과 먹고 남은 수박과 옥수수, 빵 등 음식물 쓰레기 3~5㎏를 종량제 봉투에 담지 않고 묻었다”는 자인서를 받았다. 최씨는 “썩는 음식물 쓰레기여서 한데 모아 공원 구석에 묻었다. 그러나 불법 매립한 구덩이에서 수박껍질 등과 함께 발견된 통닭과 뼈, 비닐봉투 등은 매립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지역 주민들은 “환경 생태를 감시하고 관리한다고 떠드는 환경단체 사람들이 몰상식한 행동을 했다니 어이가 없다”며 “여주가 발전할 기회를 막지 말고 여주를 떠나라”고 격한 반응을 보이
안양시가 인사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자치시대의 암적 요소들이 점철돼 있는 듯 하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최대호 시장이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인사를 단행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인사 과정에 전국공무원노조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태가 확산되자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부터 감사를 벌이고 있으나 파행인사의 핵심인 최대호 안양시장은 휴가를 즐기고 있다. 최 시장은 지난달 1일 취임 이후 기자간담회와 의회업무보고 등을 통해 오는 9월께 조직개편을 하면서 인사도 실시하겠다고 밝혀왔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달 27일 5급 12명과 6급 11명에 대한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인사 내용 중 특히 주목을 끌었던 것은 전공노 징계업무를 담당했던 감사실장과 조사팀장이 좌천되고 오모 과장은 대기발령을 받았다. 이번 인사는 지방공무원인사관리규정을 무시한채 전보 6개월밖에 안된 사무관이 타부서로 발령났다. 인사위원회도 열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인사위원장인 이재동 부시장은 시청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노조의 불법 행위를 관리하고 조직의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한 간부들을 모두 좌천시킨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지난달 12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성남시의회 대회의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판교 신도시 조성을 위해 특별회계에서 빌려 쓴 5천200억여원에 대해 모라토리움(채무지급유예)을 선언했다. 문제는 지난 4월 행안부가 발표한 247개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 조사에서 성남시는 재정자립도 71%로 전국 8위, 경기도 내에서는 재정자립도 1위로 재정상태가 건전한 곳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시 재정상태로 미뤄 볼 때 일시적인 자금경색이 있을지 몰라도 부도까지 낼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성남시의 이같은 선언은 매우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성남시의 지급유예선언을 계기로 향후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연쇄적인 지급유예선언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지급유예선언 시 채무변제일정의 조정, 재정건전화계획 수립 등의 후속절차 이행을 위한 제도가 미비한 점 역시 새로운 문제 발생의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남시 사건 이후로 우리 도민들 뇌릿속에는 ‘지방채=빚’이라는 등식이 자리 잡게 됐다. 지방채는 과연 빚이기만 한 것인가? 지방채의 개념, 특성, 제도적인 맥락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 지방채란 지자체가 과세권을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