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 들고 창밖을 내다본다. 바람의 속도로 제 몸을 벗는 은행나무의 샛노란 잎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지난 겨울 가지치기로 몽당 나무가 되었을 땐 나무에 미안한 생각이었는데 여름내 제법 가지도 늘였고 은행잎도 실하게 매달았다. 슬그머니 은행나무를 안아본다. 한 아름이 되고도 남는다. 십여 년 넘게 나를 지켜온 나무이기도 하다. 우울할 때나 무료할 때 그리고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은행나무에 심통을 부리곤 했다. 발로 걷어차기도 하고 등을 기대기도 하고 타박하면서 투덜대곤 했다. 현이란 친구였다. 은행나무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친구다. 순수하고 착했다. 스산한 가을에 마시는 유자차처럼 싱그럽고 새콤한 향기를 지닌 그는 은행잎이 떨어지면 책갈피마다 은행잎을 끼웠다. 대학진학에 실패해서 두 번씩이나 재수를 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던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그 친구와 보낸 가을이 오늘은 한편의 영상처럼 스친다. 긴 만남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보살피면서 서로에게 희망과 이상을 심어주었고 소중한 기억을 남겼다. 자그마한 키에 검은 뿔테 안경을 썼고 조금은 마른 편이었다. 검은색 가죽 재킷을 늘 입었고 가죽장갑을 끼고 다녔다. 공원 벤치에 앉아 하모니카를 불거나 찻집
요즘 아파트 단지 내, 공원, 길거리 등 어딜가도 자전거타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잘 먹자는 웰빙에서 이제는 적게 먹고 운동하자는 웰빙으로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최근 자전거 인구가 크게 는 탓이기도 하다. 그에 따라 새롭게 대두되는 심각한 사회문제, 바로 자전거절도다. 심각하다는 표현을 붙인 데에는 그 주범들이 청소년들이라는 점이다. 관내 검거된 자전거 피의자의 경우 총 39명 중 중학생(46.2%), 고등학생(25.6%), 성인(26%), 초등학생(2.6%) 순으로 초·중·고등학생 등 청소년이 대부분(74.4%)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 절도의 특성상 신고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발생 건수는 몇 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어떻게 하면 자전거절도를 효율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까? 우선적으로 자전거 등록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는 자동차·오토바이 등과 달리 자전거는 그러한 등록 수단이 없어 범죄자들이 표적으로 삼기 쉽고 도난된 자전거를 발견한다 하더라도 소유자를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둘째로 대부분의 자전거절도를 중대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극빈자 지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절실하다. 이들은 자아에 대한 관념이 약하고 충동자제력이 부족하며 미래에 대비하는 자세가 결여되어 있다. 이 중 일부는 소득과 재산을 숨기면서 기초생활보장 지원금을 받고 있어 문제이다. 경기도내에서 소득과 재산을 숨기는 부정한 방법으로 기초생활보장 지원금을 수급한 금액이 2012년 644가구 13억 원이며 2013년 576가구 12억9천455건7천만 원에 이르고 있다. 또한 65세 이상 저소득 계층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2012년에는 9천455건에 10억2천만 원을, 2013년에는 7천170건에 6억9천400만원이 부정지급 되었다. 올해(1~9월)에도 4억4천900만원이 부당하게 지급됐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도 경기도내에서 4~8천만 원 규모가 매년 부정한 방법으로 지급되고 있다. 잘못된 지급에 대한 환수책임이 있는 지자체의 책임인식이 확립되어야 한다. 부정수급자 가운데 환수율이 60~70%에 그쳐 앞으로 철저한 환수대책이 요구된다. 기초생활보장 부정수급은 올해(1~9월)에도 351가구에 8억5천만 원을 적발하였다. 당장 생계를 잇기 어려울 정도로 긴박한 상황에 처한 극빈자들을 돕기 위한 긴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11일 승무원 선고 공판에서 유기치사·상, 선원법 위반 혐의 등이 유죄로 인정돼 징역 36년을 선고받았다. 이 선장의 나이가 현재 68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감 중 감형을 기대한다고 해도 평생 감옥에서 나오지 못할 무거운 형량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안산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의 핵심 책임자인 이 선장에 대한 이번 판결에 유족을 비롯한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배가 침몰하고 있는 그 순간에도 ‘가만히 있으라’고 한 뒤 자신은 탈출한 이 선장의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살인죄가 되려면 고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해경 경비정이 도착할 무렵 2등 항해사에게 ‘승객들을 퇴선시키라’는 지시를 했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선장의 행위로 승객들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인식을 넘어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선장의 살인죄 등 혐의는 무죄가 됐고 최종적으로 적용된 죄명은 유기치사·상, 업무상과실 선박매몰, 해양환경관리법, 선원법 위반, 수난구호법 위반이었다. 이에 검찰이 즉각 항소의사를 밝혔고 유족들은 “차라리 풀어주라”며 분노
요즈음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중화장실에 들르면 세상이 많이 변했음을 느낀다. 과거에는 공중화장실이 남녀공용인 곳도 많았고, 여성화장실이 별도로 있어도 줄이 길어서 ‘여자들은 굼뜨다’는 핀잔을 받는 경우도 많았는데 말이다. 요즈음에는 자녀의 기저귀를 가는 아빠들을 위해 남자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곳도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공중화장실이 넓고 쾌적해진 것은 단순히 우리의 생활여건이 나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양성평등한 시각에서 다양하게 분석한 결과, 즉 성별영향분석평가결과를 반영하여 관련 법률이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장실법’)이 새로 제정된 것은 2004년 1월이다. 이에 따르면 ‘공중화장실 등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하여야 하며, 여성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변기의 수를 양성평등하게 갖추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법률 제정에도 불구하고 여성화장실의 기다리는 줄은 별로 줄지 않았다고 한다. 여성정책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찾아 나섰다. 화장실에서 생리현
달 /신동호 달에게 빌었던 어머니의 소원 중 몇 번의 소원이 이뤄졌을까. 대부분은 이뤄지지 못했을 것 같다. 대부분은 자식들 잘되길 빌었을 터이니 말이다. 달에게 빌었던 나의 소원 중 몇 번의 소원이 이뤄졌을까. 대부분은 이뤄지지 못했을 거 같다. 대부분은 나부터 잘되길 빌었으니 말이다. 이제 자식들 잘 되라고 소원을 빌 나이가 되고 보니, 어머니의 둥근 등이 보름달이었음을 깨닫는다. 달에 업혀서 잠든 세월이 있어 달이 그리웠던 게다. 달에게 빌었던 소원들이 아직 이뤄지지 못한들 어떨까. 달그림자가 길어질 때 어머니와 나의 밤엔 또 하나의 그리움이 피어날 터이니 말이다. - 신동호 『장촌냉면집 아저씨는 어디 갔을까?』 실천문학사 2014. 6 굽은 등을 가진 어머니들은 세상 모든 이들의 어머니입니다. 길에서 둥그렇게 안으로 굽은 몸들이 걸어가시는 모습을 보면 혼자 어디를 저리 훠이훠이 가시는지 흠칫 놀라서 바라보게 됩니다. 전철 안에서 무거운 배낭을 멘 어머니를 보고 배낭속이 왜 그리 무겁냐고 여쭤보니까 이거저거 먹을 것을 아들집으로 딸집으로 나르시는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슬쩍 배낭 밑을 받쳐 들었습니다. 그 무게에 놀라서 내리실 때까지 두 손으로 받치고 있
겨울철에 접어들면서 화기사용의 증가 등 화재발생의 위험성이 높아짐에 따라 화재에 대한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화재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첫째, 설마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겠어 하는 안전 불감증을 하루빨리 던져버려야 한다. 최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화재발생 원인이 바로 부주의에 대한 화재이다. 그중 담배꽁초 화재가 항상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 뒤로 음식물 조리, 용접 등의 원인이 있다. 이와 같이 화재는 우리 생활주변, 근무지에서 사소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다. 둘째, 화재예방은 소화기 구입과 함께 시작될 것이다. 한 대의 소화기가 수십명의 소방대원과 수십대의 소방차를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요즘에는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서도 소화기를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각 가정 그리고 자가용에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은 곳이 많다. 이 역시 인식의 부족일 뿐이다. 셋째는 옥내 소화전 활용이다. 화재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초기 5분 안에 진압하면 50%이상의 재산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기 위해서 소화기와 더불어 초동진화에 쓰이는 옥내 소화전이 있다. 아파트 내 옥내소화전을 오다가
올해로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23년을 맞았다. 1952년 시·읍·면의원과 시·도의원을 선출함으로써 처음 구성되었던 지방의회는 1960년 선거를 끝으로 1961년 5월 폐지됐다가 1991년 재구성됐다. 현재는 4년마다 선거를 통해 광역의회의원과 기초의회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하지만 성년을 넘어 어른이 된 지방자치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제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치 못하다. 지방자치단체를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의 인사권을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지고 있고 의정활동을 보좌하는 전문 인력의 부족 등으로 인해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따라서 지방의회의 권한 강화와 더불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먼저 독립성 강화를 위해서는 의회사무국 직원들의 인사권을 지방의회의장에게 귀속시켜야 한다.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공무원들이 2∼3년 임기의 순환보직으로 사무국 업무를 수행하는 현재 상황에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충분히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는 방안으로 전문위원 등 정책보좌 인력의 인사권 독립이나 의회직 신설 등이 필요하다. 전
어느 후배가 자신의 결혼 소식을 휴대폰 문자로 알려 왔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무심코 본문 내용을 눌렀다. 모바일 청첩장이라 수신된 문자를 터치하여야 했기 때문이다. 문자를 터치하여 링크된 모바일 청첩장을 확인하는 순간 휴대폰에 저장된 지인들의 전화번호, 공인인증서 등 비밀스러운 개인 정보가 어디론가 빠져나갔고 동일한 내용의 문자가 나의 휴대폰에 저장된 지인들의 휴대폰으로 재전송 되었다. 어느 후배 변호사가 며칠 전 경험한 황당한 일이다. 전화를 받다 보면 좋은 투자처가 있는데 나중에 몇 배로 가격이 상승하게 되니 이번에 꼭 사두지 않으면 후회하게 된다는 유혹의 내용, 환급 받을 돈이 있으니 수령할 은행의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는 그럴듯한 설명, 이젠 심지어 사무실로 찾아가 신분증을 제시하며 이러한 사기극을 연출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동업자의 배신, 거래 상대방의 계약 위반이나 고의 부도, 이웃 주민과의 갈등, 각종 안전사고...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안심할 수 없는 위험요소가 많아 심지어 가족까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때가 있다. 이러한 위험사회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은 없을까? 정말 다양한 가지가지 분쟁을 다루어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스스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