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은 동의보감(東醫寶鑑)의 서두를 한 장의 도판으로 시작한다. ‘신형장부도(身形臟腑圖)’가 그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 백 마디의 말보다 한번 보는 것이 더 확실하게 자신의 뜻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거기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머리와 땅을 나타내는 몸, 그리고 이 둘을 인체의 척추가 연결하는 심오한 뜻도 포함되어 있다. 다시 말해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우주론에 바탕을 둔 새로운 의철학(醫哲學)을 도출해 낸 것이나 다름없다. 동의보감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조선 의학의 전통을 정리한 우리나라 최고의 한의서며 세계 최초의 대중들을 위한 의학 서적이다. 이러한 가치는 유네스코도 인정했다. 2009년 ‘한국적인 요소를 강하게 지닌 동시에 일반 대중이 쉽게 사용 가능한 의학지식을 편집한 세계 최초의 공중보건 의서’라는 점을 높게 평가받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이 높게 평가 받는 이유는 몇 가지 더 있다. 처방에 필요한 약재 대부분을 우리 산천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들로 소개하고 있어서다. 이름 또한 의원들이 쓰는 전문 이름과 일반적으로 쓰는 한글 이름으로 함께 기재해 놓았다. 누구라도 쉽게 약재를…
개 같은 사랑 /최광임 대로를 가로지르던 수캐 덤프트럭 밑에 섰다 휘청 앞발 꺾였다 일어서서 맞은편 내 자동차 쪽 앞서 건넌 암캐를 향하고 있다, 급정거하며 경적 울리다 유리창 밖 개의 눈과 마주쳤다 그런 눈빛의 사내라면 나를 통째로 걸어도 좋으리라 거리의 차들 줄줄 밀리며 빵빵거리는데 죄라고는 사랑한 일밖에 없는 눈빛, 필사적이다 폭우의 들녘 묵묵히 견뎌 선 야생화거나 급물살 위 둥둥 떠내려가는 꽃잎 같은, 지금 네게 무서운 건 사랑인지 세상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간의 생을 더듬어보아도 보지 못한 것 같은 눈 단 한 번 어렴풋이 닮은 눈빛 하나 있었는데 그만 나쁜 여자가 되기로 했다 그 밤, 젖무덤 출렁출렁한 암캐의 젖을 물리며 개 같은 사내의 여자를 오래도록 꿈꾸었다 - 최광임 시집 『도요새 요리』중에서 언젠가 육교 아래에서 흘레를 하고 있는 개 한 쌍을 보았다. 개들은 쉽게 몸을 떼어놓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못 본 채 흘깃거리며 지났던 그 장면은 아직도 내게 선명하다. 왕좌를 버린 영국의 왕 에드워드8세. 윈저공이라 불렸던 남자와 심프슨 부인은 현실 불가능한 사랑을 선택했다. 명작이라는 작품에는 불륜이나 대부분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소재가 많다.…
가뭄 끝에 내린 단비로 씻긴 풍경은 산뜻하고 공기는 상큼하다. 새벽부터 텃밭을 가꾸시던 아주머니께서 금방 뜯은 쑥갓을 들고 오시며 인사 값이라며 함빡 웃으신다. 무슨 세상이 거꾸로 가는지 갈수록 시집살이가 되다고 하소연이시다. 역병보다 독한 메르스까지 들볶아서 살기가 어렵다며 예전에는 남자는 나가서 돈 벌어 오면 여자가 살림하고 아이들 기르고 살았는데 지금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뛰어다녀도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니 영문을 모르겠다고 하신다. 게다다 아이는 낳기도 전에 누가 키울지 그 걱정부터 하고 있으니 답이 있겠느냐고 하신다. 큰 딸이 결혼해서 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있어 첫 아이를 키워 주게 되었다. 그 때는 젊을 때라 쉽게 대답을 하셨고 첫 손자 돌보는 재미에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즐겁게 지내셨는데 그게 혹이 될 줄은 상상이나 하셨을까? 작은 아들내외가 다녀가면서 마음 편한 날이 없으시단다. 내색도 못 하고 여러 해 기다린 며느리 임신 소식에 기뻐하셨으나 아이를 맡아서 길러주셔야 한다는 부탁 반 다짐 반의 말을 듣고부터 음식마다 맛을 모르겠을 정도니 어쩌면 좋겠느냐고 물으시는데 별 답을 드리지 못했다. 6·25 전쟁 막바지에 아버지 안 계신 홀어
독일의 사회학자이며 세계적인 미래학자 ‘울리히 백’은, 그의 저서 「위험 사회론」에서 산업화·근대화가 기술발달과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그만큼 내재적 위험도 커졌다고 했다. 현대사회는 그저 재앙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재앙’이 구조적 요소로 내재하고 있는 사회라고 하면서, 위험이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만연하는 사회, 즉 재난과 관련된 파국성(破局性)을 일상생활 내에 안고 살아가는 사회라고 했다. 그는 현대의 위험을 예시하면, 테러, 생태학적인 재앙, 핵 위기, 실업과 금융대란,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신종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 등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처럼 위험이 반복 재생산되는 가운데, 위험에 대한 자각은 무뎌지며, 통제 역시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탈국가화하며 세계화된다고 한다. 이렇게 위험의 실체를 명확하게 파악하거나 예방할 수도 없으면서 막연한 불안감만 확산된다는 점에서 위험이 상존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2008년 3월에 내한했던 ‘울리히 백’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사회를 가리켜 “한국 사회는 근대화가 극단적으로 압축 성장됐기 때문에 특별히 위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이라는 계산법이 있다. 우리가 문화 생활을 누리기 위해 사용되는 물의 양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침에 오랜지 주스를 한잔 마셨다고 치자. 그 한잔을 만들기 까지 소요되는 물의 양은 무려 250리터나 된다는 식이다. 오랜지 씨앗을 심고 나무로 성장하기 까지 소비된 물과 제조과정에서 사용된 물의 양을 합산해서 내놓은 수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같은 계산법을 적용할 때 햄버거와 런닝셔츠 한 장의 물발자국은 2천5백리터나 된다고 하는데 자동차 사용등 문화 생활의 혜택이 늘어날수록 풍요로운 생활을 추구 하려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물발자국은 한없이 증가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물은 약2.5리터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정도면 2백억 명이 지구상에 살아도 물난리는 없다. 하지만 요리와 목욕물까지 계산한다면 하루 필요량은 거의 40 리터에 육박한다. 여기에 문화적 물발자국까지 더해져 물의 소비는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나면서 물부족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전세계의 가뭄사태가 지속 되고 있고 지하수 마저 고갈되는 바람에 지역과 국가간 갈등도
코스모스 /원구식 너처럼 흔한 여자도 없다 너는 이쁘지도 밉지도 않다 아무리 씻어도 네게선 장부의 냄새가 난다 내 젊은 영혼이 머나먼 전장으로 끌려나갈 때 길 옆에 늘어서서 살아서 돌아오라고 죽지 말라고 손수건을 흔들어 주던 너 어젯밤에도 그젯밤에도 나는 목이 터져라 군가를 불러댔고 너는 내 지갑을 훔쳤다 다시는 기억하지 않으리라 너의 역겨운 화장품 냄새 싸구려 한복과 유행가 소리 다짐에 다짐을 했었지 그러나 내가 세상에서 패배하여 말할 수 없이 비참한 몰골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신작로 옆에서 너를 만났을 때 나도 몰랐다 네가 이리도 큰 위안이 될 줄은 코스모스, 너는 세상을 공평하게 하는 힘! 수구초심 고사성어가 일어난다. 고향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다. 숨기려해도 고향에 가면 자신의 모습이 기억난다. 일상에서 상처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으면서 숨겨버리고 싶은 과거의 소중함을 성찰한다. 코스모스는 처량한 꽃이다. 지울 수 없는 상처 어쩌면 우리들의 가장 정직한 모습이 아닌가 한다. 반면 우리를 소생케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박병두 시인·문학평론가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던 공익제보자 우선 채용 방안이 무산됐다. 도교육청은 제299회 도의회 정례회에 제출한 ‘공익제보보호와지원에관한 조례(안)’이 지난 19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교육위원회에서 수정 통과됐다고 21일 밝혔다. 조례안은 공익제보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목적으로 공익 침해 행위의 예방과 확산 방지, 공익제보자 보호 등에 대한 교육감과 각급기관의 책무를 담고 있다. 그러나 지난 2월 입법예고안에 있던 ‘교직원 등을 채용할 때 공익제보자에게 유리한 우선적 조치를 고려할 수 있다’거나 ‘피해구제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공익제보자 가족에게 우선 채용 기회를 제공한다’는 등 채용 우대 조항은 통과안에서 모두 빠졌다. 통과된 조례안에는 공익제보자의 인적사항을 비공개하는 것은 물론 공익제보 때문에 불이익 조치를 받거나 공익제보를 방해하고 취소를 강요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사용자나 인사권자는 공익제보자가 자신의 전보, 전·출입, 파견 등 인사조치를 요구하면 우선 고려해야 한다. 교육감은 심의기구로 공익제보 보호지원위원회를 두며, 공익제보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자 감사관실에 공익제보센터를 설치, 운영한다. 이 외에 교육위 심의에서는 지미연 의원이
경기도교육청이 다음 주말 예정된 공무원 임용시험을 앞두고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MERS) 방역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2015년도 제1회 지방공무원(9급) 임용시험 필기시험을 오는 27일 오전 10시에 치르기로 하고 시험 장소로 수원과 의정부지역 8개 중·고등학교를 지정·공고했다. 394명을 선발하는 이번 시험에는 경기도에 거주하는 6천162명이 응시원서를 제출했다. 다른 시도에서도 시험을 시행하지만 경기도 응시자가 전국에서 가장 많다. 시험장이 학교인데다 특히 수원의 경우 메르스 여파로 지난 8∼12일 모든 학교가 일제 휴업을 실시했던 지역이어서 감염 차단에 도교육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은 시험 당일 오전 7시 30분부터 비접촉 체온계로 발열 여부를 측정하고 고열이 있는 응시자는 시험장 내 예비시험실에서 따로 시험을 치르도록 할 방침이다. 각 시험실에 예비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비치하고 예비시험실 응시자가 사용할 N95마스크도 별도 준비할 예정이다. 응시자들에게는 감독관이 본인 여부를 확인할 때를 제외하고는 시험 중 개인 마스크 착용을 허용한다. 수험생 중 자가격리 대상자는 방역복을 착용한 경찰관 1명, 간호사 1명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지난 15일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회장 최신원)에 ‘서랍 속 나눔캠페인’을 통해 모금된 소액동전과 외국동전을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서랍 속 나눔캠페인’은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으로, 은행에서 환전되지 않아 가지고 있는 외국동전과 오랫동안 서랍 속에 방치된 소액 동전을 모아 경기도 복지사각지대 이웃을 돕기 위한 나눔 캠페인이다. 교육청 및 도내 학교를 통해 모금된 성금은 교육취약계층 학생들의 교육복지 증진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0일 교육청 남부청사와 북부청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십시일반 캠페인에 동참했다. 경기도내 학생들은 오는 7월 10일까지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교육감은 “어려운 환경으로 꿈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없도록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사는 ‘나눔’에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 캠페인에 많은 학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동참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김효진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적은 소액동전이라도 그것이 모이면 어려운 이웃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