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사티(Erik Satie)를 알게 된 것은 소설가 Y 씨를 통해서다. 20년 전의 이야기. 경기도 일산에 사는 문학인, 예술인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그날은 문화부 기자 한 명과 함께 Y 씨의 아파트에 초대받아 가서 맥주를 마셨다. Y 씨가 떨어진 안주 대신이라며 음악을 틀었다. 소설가와 기자, 방송작가 셋이 문학, 예술 시사를 오가며 벌이던 격론의 힘을 빼고 술잔마저 내려놓고 귀 기울이게 하던 피아노 소리. 담담하면서 쓸쓸하고 또 기이했던. ‘에릭 사티의 그노시엔느(Gnossienne)’라고 소개한 Y 씨가 한마디 덧붙인다. ‘김 작가가 이쪽 필(Feel)이었구만.’ 그 주 주말, CD를 구입해 종일 들으면서 에릭 사티를 탐색했다. 프랑스 대혁명과 파리 코뮌에 이르는 약 80년의 정치적 격변 이후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으로 문화, 예술이 만개했다)에 활동했던 아방가르드 작곡가. 파리 예술가들(예를 들면, 작가 알퐁스 도데, 기 드 모파상, 에밀 졸라, 작곡가 샤를 구노, 화가 클로드 드뷔시 같은!)의 아지트였던 카페 ‘검은 고양이’에서 연주자로 이름을 날렸던 사티는 기행으로도 유명했다. 똑같은 모양의 열두 벌 검은 벨벳 슈트만 돌려 입고 수백…
대한민국 헌법 제4조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헌법은 우리에게 평화통일을 명령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규범인 헌법에 따라 우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통일해야 한다. 국민의 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연일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이 우리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선제적으로 타격하여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안보의 위협, 즉 우리의 평화가 위협받는 상황에서는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그것을 지키겠다는 뜻일 테다. 그런데 문득 의문이 생긴다. 선제타격 그 후엔? 윤 후보는 구체적으로 “선제타격을 바로 한다는 것이 아니다”, “침략적 도발 행위를 할 것이 확실시될 때에, 우리가 적의 미사일 발사기지와 그 도발을 지시한 지휘부에 대한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능력이 있고, 그럴 의지가 있다고 천명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매우 중요한 우리의 애티튜드라고 저는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선제타격의 대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기지와 군 지휘부다. 미사일 기지와 군 지휘부에 대한 선제타격이 가능한지도 의문이지만 지휘부를 타격당한 북한은 어떠한 대응을 할까?
땅은 사유(私有)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디 출신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소크라테스는 ‘나는 세계시민’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을 세계의 주민이며 세계의 시민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땅이 지주들의 사유재산이고 그들이 지상권을 가지고 있다면, 땅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땅 주인의 승낙을 얻어야만 지상에서 살 수 있는 셈이다. 그들은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서 있을 권리까지 땅 주인의 승낙이 있어야만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만약 땅 주인들이 그들에게 사람이 서 있을 장소를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지구 밖으로 쫓겨나야 할 것이다. (허버트 스펜서) 땅의 소유는 노예의 사유와 마찬가지로 물건을 사유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어떤 사람이 한 사람으로부터, 또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돈이나 물건, 가축 같은 것을 약탈한 경우, 그 사람이 떠나면 동시에 그 약탈은 끝난다. 물론 시간의 흐름이 그 사람의 범죄행위를 좋은 행위로 만들지는 못하지만, 그러나 범죄의 결과를 소멸시킬 수는 있다. 곧 범죄행위는 거기에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즉시 과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사람들한테서 땅을 빼앗는다면 그 약탈행위는 영원히 지속된다.
지하철이 없는 중소도시에 사는 한 구순 할머니는 자식에게 신세 지기 싫다며 텃밭에서 수확해 창고에 보관해둔 농산물을 손수레에 끌고 저잣거리에 내다 판다. 하루 3만 원 남짓 번다. 교통비는 왕복 버스요금 2900원(편도 1450원)이 든다. 짚 옆에 지하철이 있는 수도권의 팔순 할아버지 한 분은 아침 식사가 끝나면 집을 나선다. 거미줄처럼 펼쳐진 지하철을 이용해 춘천, 인천, 동두천, 여주, 아산까지 주요 지역을 찾아 다닌다. 물론 교통비 무료다. 1만 원 들고나가면 하루를 알차게 보낸다고 귀띔했다. 복지 차별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지하철이 적자에 시달려도 무임승차 연령 조정 등 해결책을 말하는 후보는 없다. 오로지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 개발 청사진만 난무한다. 충청의 후예고, 경상도의 자식이며, 호남이 사위를 들먹이지만 지역에 대한 진정성 있는 접근은 없어 보인다. 정의의 화신처럼 처신하지만 지지율이 4위에도 못들자 후보사퇴라도 할 것처럼 칩거에 들어갔던 후보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공정과 균형은 다 구두선이다. 유권자가 가식을 폭로하고 공약을 제대로 검증하는 언론에 환호하는 이유다. ‘“GTX 속지마세요”···B·C노선 삽도 못 떴는데 E·F까지 남발’
자기의 자아 속이 아니라 모든이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하느님의 영혼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인정하는 것을, 예수는 사람의 아들/딸을 높이 들어 올린 것(요한 8:26)이라고 말했다. 예수 그리스도는 진정한 예언자였다. 그는 영혼의 신비를 보았다. 그리고 인간의 위대함을 보았다. 그는 인간의 육체에 살고 있는 신을 보았다. 그래서 그는 환희와 기쁨 가운데서 이렇게 외쳤다. “나는 신의 아들이다. 신이 나를 통해 행하시고 나를 통해 말씀하신다. 그것을 네가 보고 싶으면, 내가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을 네가 생각하고 느낄 때 너 자신을 들여다 보아라.” 사람들의 마음에 살고 있는 신의 법칙을 인식한 예수는 다른 어떠한 법칙에도 이 법칙을 종속시키지 않았다. 그는 이 법칙이 바로 신 자체라고 인정했다. (에머슨) “나와 하느님은 하나이다!”라고 예수는 말했다. “그러나 만약 너희가 내 육체를 하느님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또, 다른 모든 존재에서 독립한 나의 비육체적인 존재를 하느님으로 생각한다면 그것 또한 잘못이다. 너희가 너희 자신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참으로 하느님과 하나이며 모든 사람 속에서도 동일한 자아를 발견했을 때, 비로소 너희는…
이재명 후보 측과 민주당은 현재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이재명 후보는 눈물로 읍소하고, 민주당은 대선과 같은 시기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역 중, 종로와 안성 그리고 청주 상당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과거 민주당은 자신의 말을 뒤집는 행위를 드물지 않게 했다. 지난 총선에서는 자기부정을 하며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자신들 스스로가 만든 룰을 뒤집어가며 후보를 냈다. 그런데 이번에는 갑자기 규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권 전체를 이토록 초조하게 만드는 원인은, 아마도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정체일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볼 때, 좋게 말하면 매우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말하면 “요지부동”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반면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은 춤을 춘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불안정”하다. 이렇듯 지지율 유형이 다른 이유 중의 하나로, 각 후보들의 중도층 흡수 정도가 상이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중도층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스윙보터라는 점이다. 스윙보터는 특정 정당 혹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낮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에
1. 이달 21일 정부가 코로나19로 매출손실 입은 자영업 및 소상공인들에게 (추경예산으로) 9조 5000억원의 방역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언뜻 보면 대단한 액수 같다. 문제는 그 대상자가 320만 명이라는 게다. 9조 5000억원 ÷ 320만명 = 1인당 300만원이다. 한마디로 언 발에 오줌누기다. 그런데 말이다, 지난해 정부가 국민에게서 거둬들인 초과 세수가 60조원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것이 2019년 늦가을부터다. 정부의 엄격한 K방역에 적극 협조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극단적 피해의 표적이 된 자영업 및 소상공인들. 그들의 눈에 이 천문학적 초과 세수가 어떻게 보일까. 알바 자리가 사라진 20대 청년들, 고용불안과 부동산 폭등으로 절망에 빠진 젊은이들. 칼날 위를 걷는 일용직, 플랫폼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들의 눈에 정부가 징수한 이 엄청난 돈이 어떻게 보일까. 혹시 자기들의 고혈을 빨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까? 이렇게 하고도 이 사람들 보고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바라는 건 정말 양심불량의 뻔뻔한 짓이라 나는 생각한다. 상상하기도 싫고 벌어져서도 안 될 일이다. 하지만 만에 하나 천에 하나 이번 대선을 극우정당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언론에 대한 생각, 소위 언론관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국내 주류 미디어는 윤후보를 지지를 넘어 지원하고 있다. ‘윤핵관’이 사실 ‘조중동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선후보의 언론관은 대다수 국민의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출마선언 당시 이야기과 메이저언론 운운 사례, 인터넷 언론에 대한 소송이나 최근 부인의 발언 등을 통해 윤석열 후보의 ‘언론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윤후보는 대선 출마선언 이틀 후인 작년 7월 1일 국회 기자실에 들러 “그때 그 조사 아니었으면 내가 여기까지도 안 왔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윤 후보가 말하는 그 조사란 윤후보가 검찰총장이었던 2020년 1월 '세계일보' 의뢰로 리서치앤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다. 이 조사는 이례적으로 현직 검찰총장을 야권 대선후보로 등판시켰고, 당시 윤후보는 단숨에 10.8%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야권 선두주자가 된다.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통해 윤씨를 대선판으로 끌어들였다는 이야기다. 지금도 윤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언론이 여론조사를 통해 교대로 ‘윤일병 구하기’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윤후보 캠프는 2021년 7
지역사회 혁신을 위한 핵심 키워드로 주민자치, 자치분권, 민관 협치 및 마을공동체 등을 꼽는다. 경기도는 민선 7기에서 마을공동체와 사회적경제 지원시스템을 분리하여 마을공동체에 대한 별도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기초지자체별로 마을만들기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2016년부터 추진해온 따복공동체 정책들의 성과와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마을공동체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세부 추진과제 도출을 통해 대내외적 환경 변환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경기도는 마을공동체 관련 기초조사와 지난 5년간의 마을공동체 정책을 평가하여 마을공동체 기본계획(‘21년~’25년)을 수립한 후, 계획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연도별 세부 추진과제를 수립함으로써 마을공동체 정책 방향을 설정해 가고 있다. 마을공동체 활동이 정부 정책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으나 마을공동체는 정책이기 이전에 지역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활동이며, 주민 참여에 기반하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최근 20여 년간 마을공동체 운동은 민주화와 지방자치 강화에 힘입어 다양한 활동들이 활성화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어왔으며 이를 기반으로 정부와 민간단체, 전문가들이 주체가 되어 고용과 복지 분야를 중심으
부자는 아무래도 무자비해지지 않을 수 없다. 만약 그가 인간다운 자비심을 발휘하기 시작한다면 그는 이내 가난해질 것이다. 우리가 식탁에 둘러 않아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배불리 먹고 있을 때, 길가는 사람이 울고 있는 것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고 더 나아가 그들에게 화를 내고 사기꾼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정말 부당한 일이 아니겠는가? 빵 한 조각 때문에 남에게 사기를 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설령 그 사람이 정말 그랬다 하더라도, 너는 그를 가엾게 여기고 더욱더 그 사람을 가난에서 구해주어야 한다. 만일 네가 끝까지 자선을 베풀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적어도 그들에게 모욕만은 주지 말아야 한다. (요한) 먼저 약탈을 중지하고, 그 뒤에 자선을 베풀어라. 부정한 돈에서 손을 뗀 뒤, 그 손을 이웃을 위해 내밀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제 손으로 어떤 사람의 옷을 벗겨, 같은 손으로 다른 사람에게 입힌다면, 우리의 자선 행위가 곧 범죄행위에 대한 방아쇠가 되는 셈이다. 그 같은 자선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요한) 부자가 자선 행위를 할 때만큼 그의 잔인함이 잘 드러날 때는 없다. 부잣집에서는 세 사람 앞에 열다섯 칸의 방이 있지만, 가난한 사람이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