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따가웠던 지난 6월, 화우(畵友)들과 동해안으로 가는 길에 무장한 군인들을 태운 트럭들이 황급히 지나가는 광경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공비를 토벌하러 가는 모양새지만, GOP에서 총기를 난사하여 십수명을 사상시키고 도주한 탈주병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여러 대의 헬기까지 굉음을 내며 나르고 있어 그쪽으로 가고 있던 우리 일행들은 은근히 불안해 하며, 시국을 걱정하였다. 요즈음, 나라 안팎이 시끄럽고 어수선하다. 북한 핵은 물론 일본의 거침없는 우경화도 우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로 수백명의 꽃다운 목숨을 수장시킨 지 얼마지 않아, 화재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동료가 쏜 총탄에 병사들이 죽거나 다치는 사건까지 뒤따랐다. 아직도 실종자 수색은 끝나지 않았고, 참사의 원흉인 유병언은 사상 초유의 현상금에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며 공권력을 비웃고 있다. 하루 빨리 검거돼야 그나마 유족들이나 국민들의 분노가 조금이라도 풀릴 터인데 답답하기만 하다. 세월호 사건 이후 총체적인 국가 개조를 하겠다며, 내세우는 총리후보마다 처절하게 할퀴어서 낙마 당하니, 갓 태어난 아기 외에는 누가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입장이 다르다지만, 똥…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 86일째를 맞았다. 9일 현재 사망자는 293명이고 지난달 24일 단원고 여학생의 시신이 수습된 뒤 수색 작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여전히 11명이 실종 상태다. 태풍의 영향으로 지난 5일부터 선체 수색을 재개하지 못해 실종자 가족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과거 대형 재난사고-대부분 인재(人災)-가 발생했을 때마다 늘 그랬듯 일정 시간만 지나면 잊히는 우리 사회의 안전·재난불감증과 도덕 불감증이 되풀이되고 있다. 분명 인재인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대충 일선 관련자 몇몇 인사조치하거나 구속하는 것으로 끝이다. 말로는 생활언어처럼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떠들면서도 막상 책임은 남에게 전가하는 식이다. 감사원이 이번 세월호 참사의 감사 결과를 밝히면서 신조어가 나왔다. 참사 원인이 인재에서 나아가 정재(政災·정부의 잘못으로 인해 발생한 재난)라는 것이다. 배 도입에서 운항, 사고 후 대응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총체적 업무 태만과 비리 등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청해진해운이 변조한 정원·재화 중량 계약서를 그대로 받아들여 세월호 증선을 인가한 인천항만청의 부당인가, 한국선급의 복원성 검
보통 ‘고구마’ 하면 한겨울 추위를 녹여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계절과 상관없이 사랑받는 채소다. 그리고 특유의 달콤·담백함이 공존하는 맛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 세계 어디서나 각광받고 있다. 삶든 튀기든 굽든 어떻게 요리해도 맛을 잃지 않아서다. 게다가 당질과 비타민C가 풍부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높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고구마가 심장보호, 혈당 제어, 스트레스 감소, 면역력 증강, 피부와 머릿결 보호, 항암 예방효과가 뛰어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고구마의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로 알려져 있다. 15세기 후반 유럽에 전해졌고, 동남아시아와 중국 남부, 타이완, 오키나와를 거쳐 일본까지 건너왔다. 우리나라에는 영조 39년인 1763년 7월 통신사로 일본에 간 조엄(趙 )이 고구마 종자를 얻어 온 것이 재배의 시초다. 당시 조엄은 통신사로 건너간 다음해까지 고구마의 보관 및 저장 재배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인 1764년 7월에 돌아올 때 고구마 종자를 갖고 와서 동래와 제주도 지방에 시험 삼아 심게 했다. 동래부사 강필리(姜必履)는 조엄이 가져온 고구마 종자를 직접 재배, 성공했으며 이를 자신의 저서 감저보(甘藷譜)에 상세히…
공무원 가운데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직종은 소방공무원일 것이다. 보기만 해도 끔찍한 공포의 화염과 지옥 같은 유독가스를 뚫고 들어가 생명을 구하고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은 감동을 준다. 또 위급상황에 처한 국민들을 구조하는 119구조대는 감사와 존경의 대상이다. 그래서 소방관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들도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런 겉모습과 달리 소방관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인력 부족과 장비 노후화가 심각하다. 일부에서는 사비를 들여 방화장갑 등을 사서 현장에 출동해야 한단다. 따라서 소방공무원의 증원과 함께 소방직의 국가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에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소방공무원들이 1인 침묵시위를 하거나, 교육·연가·병가 중인 소방공무원 3천명을 제외한 4만명의 지방 소방공무원 모두가 국가직 전환에 동의하고 서명한 것은 절실함의 표현이다. 재정이 탄탄한 지자체는 양질의 장비나 제품을 쓰지만 재정여건이 안 좋은 지자체는 노후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즉 안전서비스도 부자 지역과 가난한 지역의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국민 안전을 위해선 이 차별이 사라지고 소방공무원 수도 증원돼야 한다. 이에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 선거에
민생의 고통을 극복하려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는커녕 무의미한 논쟁과 정파전략으로 정치력은 실종되고 국민들은 혐오감마저 느끼는 현실정치가 안타깝다. 국민이 요구한 산적해 있는 관련법안 심의와 개정에는 관심이 없으며 수백 가지의 특권 누리기에 여념이 없는 국회의원이다. 책임은 없고 권력만 존재하는 국회의원의 행태에 대한 법과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 법률 개정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에게는 안중에도 없다. 이제 유권자가 나서야할 때이다. 유권자는 후보자의 자질과 철학을 살아온 전력을 기준으로 평가해서 선출해야 한다. 선거 때 득표에만 혈안이 되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개되는 선거문화를 이제는 참여와 토론의 활성화로 전환해 정착시켜야 한다. 여러 곳에서 부정부패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법의 심판을 받아 재선거가 실시된다. 또한 당초의 약속을 저버리고 임기도 끝나지 않았는데 국회의원 자리를 버리고 자치단체장선거에 출마했다. 정치인의 잘못으로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엄청난 사회비용을 지불하는 패악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다가오는 7·30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입후보자는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자 등록이 10∼11일 진행돼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번 선거는 수원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KBS ‘드라마 정도전’이 막을 내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정도전이 이방원에게 목숨을 구걸하다가 죽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나, ‘드라마 정도전’에서는 정도전이 자신의 뜻을 버리지 않고 당당히 죽음을 맞이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정도전이 죽는 장면을 목격한 이들이 모두 이방원 당여(黨與)이니 기록을 왜곡했을 개연성이 있기에, 작가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정도전의 죽음을 혁명가답게 그린 것이 실제 역사적 사실과 일치할 가능성이 크다. 작가는 드라마에서 정도전을 고려 말, 조선 초라는 난세에 백성의 눈물을 닦아 주고자 했던 위대한 정치가로 그리고자 하였다. 정도전의 실제 모습도 작가가 그린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조선왕조를 건국한 역성혁명도 정도전이 기획하고 실행한 것이다. 정도전은 술에 취하면 “한 고조가 유방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유방이 한고조를 이용한 것이다”라고 하여, 자신이 이성계를 이용하여 조선왕조를 세웠다는 마음속의 자부심을 은근히 드러냈다. 조선왕조 건국 초기 정도전은 왕조의 제도와 운영의 기본이 되는
갈현동 470-1 골목 /이승희 어둠을 이해하는 건 불빛이다. 그래서 밤새 빛으로 남을 수 있는 거다. 저녁 불빛을 보면 안다. 어떤 사랑도 저보다 아름다운 스밈일 수는 없다. 받아들이면서 비로소 밝아지는 이유를. 불빛이 말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걸 굳이 화해라고, 용서라고 표현할 일이 아니다. 빛 속에서 어둠이 만져지거나, 어둠 속에서 빛이 만져지는 건 다 그런 이유이다. 늙은 불빛 한 점 물처럼 오랜 물길을 흘러 집의 지붕을 적시고 사람의 집은 이제 물방울 같은 불빛 하나하나로 도랑을 이루며 흘러간다. 서둘러 불을 켜는 사람을 보면 눈물 나게 고맙다. - 이승희, 『거짓말처럼 맨드라미가』 문학동네 2012 늦은 귀가를 반겨주는 불빛이 한없이 아늑하다. 버스 정거장에서 내려 고단한 육교계단을 힘겹게 건너며 허기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면 가끔씩 환하게 꽉 찬 빛을 보내주는 달빛도 따뜻하다. 그렇다. 어둠을 이해하는 건 빛이다. 그러니 밤새 곁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 곁에서 스며드는 것이 사랑이리라. 그러면서 서로 더 밝아지는 지점에 이를 수 있는 것이겠지. 아파트 입구에서 반기는 풀벌레 노래 소리는 또 얼마나 눈물겹던지 집의 불빛보다 먼저 발 아래로 쪼르르 달
저녁을 먹고 학교 운동장으로 나갔다. 운동장을 두어 바퀴 돌다 보니 어디서 낯익은 소리가 들린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정겨운 소리다. 매엥 매엥~~. 한번 울기 시작하더니 쉴 새 없이 운다. 맹꽁이 소리가 나는 곳을 눈여겨 살펴보니 교문 옆에 있는 맨홀이다. 맨홀을 들여다봐도 맹꽁이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녀석의 울음은 힘차다. 저녁 운동을 나온 사람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맹꽁이 울음 쪽으로 향했고 맹꽁이에 대한 각자의 추억을 꺼내놓으며 즐거워한다. 내 어린 시절만 해도 맹꽁이는 흔히 볼 수 있었다. 장마철이 되면 펌프가 있던 마당 한켠 우물가나 지지랑물이 흐르던 뒤란 쪽에서 둥그런 배를 커다랗게 부풀리며 밤새 울곤 했다. 맹꽁이를 잡아 놀기도 하고 맹꽁이가 맹∼ 하고 울면 꽁∼ 하고 장단을 맞추기도 했다. 무심코 신발을 신다가 고무신 안에 들어있는 녀석을 밟았을 때 그 물컹하면서 납작해지는 느낌은 지금 생각해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맹꽁이가 한 차례 울고 얼마 후엔 장마로 생긴 물웅덩이에 알을 서려 놓았고, 그 알이 올챙이가 되면 검정 고무신으로 떠서 가지고 놀면서 올챙이에 꼬리가 달리고 뒷다리와 앞다리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여름 한 철을 보
얼마 전 112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딸의 남자친구 교제를 반대하자 집을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 찾아달라고 한다. 하지만 그 딸은 안전하게 있다 귀가했다는 것이다. 신고 받고 위치추적 등 동부서주하며 다 쏟아부은 경찰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일단 신고부터 하고 보자는 심사는 더 이상 없어져야 할진데 거꾸로 가고만 있으니 답답하다. 112종합 상황실에 걸려오는 신고전화는 납치, 강도 등 중대범죄건도 있고 미귀가자 관련신고 등 종류도 다양한데 미귀가자 신고는 중대범죄 못지않게 신경이 곤두선다. 납치, 성폭력, 강도, 자살 등 다양한 변수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때 가용 경찰력이 동원되는 실정으로 오인신고로 자진 귀가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경찰력 손실이 야기되는 셈이다. 1급지 경찰서를 기준으로 일일 평균 5~6건, 많게는 10건 정도 접수된다. 지난해 ‘위치정보법’ 개정으로 경찰도 직접 핸드폰 위치추적이 가능하게 됐고, 이에 관련 신고가 예년 대비 2~3배 증가했다. 여기에는 오인신고가 포함돼 경찰력 낭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신고만 하면 손쉽게 핸드폰 위치추적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