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의 일이다. 10여년 전 서울 관훈동 학고재 화랑에서 개최된 전시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명성을 떨쳤던 유홍준 교수가 꾸몄다는 호기심도 있었으나 유 교수 광팬인 후배의 성화에 떠밀려 함께 시간을 냈던 기억이다. 지금 많은 것이 생각나진 않는다. 하지만 화랑에 도착한 나는 일단 전시회 내용이 마음에 들었던 기억은 새롭다. 조선시대 만남과 헤어짐을 주제로 한 ‘서화’와 ‘시’를 전시한 것이었는데 인상도 깊었다. 그리고 그것이 만남의 기쁨을 그림으로, 또 헤어짐의 아쉬움을 글씨로 표현한 조선시대 문인들의 계회도(契會圖)와 전별시(餞別詩)라는 것을 알고 엉뚱한 상상도 했었다. ‘비록 전문 글쟁이는 아니지만 글로써 밥을 먹으니’라는 어쭙잖은 생각으로 ‘나도 해봐야겠다’라며. 지금까지 실천 못하고 있는 숙제 중 하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엔 더욱 생각난다. 이런 기억이 떠오른 것은 엊그제 지인들과의 모임에서였다. 점심을 겸한 자리에서 선거에 떨어진 후보에 대한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이렇게 토로했다.
‘돈돈돈 돈에 돈돈 악마의 금전/갑순이 하고 갑돌이 하고 서로 사랑하다가/둘이 둘이 사랑하다 못살겠거든/맑고 푸른 한강물에 풍덩 빠져서/ 나는 죽어서 화초가 되고/너는 죽어 훨훨 나는 벌나비 되어/내년 삼월 춘삼월에 꽃 피고 새가 울 제/당신 품에 안기거든 난 줄 아소서.’(구전가요 ‘돈타령’) 대한민국에 태어나 돈 때문에 생기는 일상 가운데 가장 서러워서 슬픈 이야기다. 그러나 반전의 돈타령도 있다.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 ‘흥부가’ 후반에 등장한다. 당연히 박에서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장면이다. 장단은 ‘중중모리’다. ‘얼씨고나 좋을씨고/얼씨고 절씨고 지화자 좋구나/…/돈 봐라 돈 봐라/얼씨고나 돈 봐라/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못난 사람도 잘난 돈/생살지권을 가진 돈/부귀 공명이 붙은 돈/이놈의 돈아/어디를 갔다가 이제 오느냐/얼씨고나 돈 봐라/야, 이 자식들아 춤 춰라/…/얼시고나 좋을시고/둘째놈아 말 듣거라/건넌말 건너가서 너그 백부님을 오시래라/…/여보시오 부자들/부자라고 좌세 말고 가난타고 한을 마소/엊그저께까지
화암사 도롱뇽 /함순례 산중 계곡 낙엽 젖히니 알 주머니들이 둥둥 떠 있다 늙은 도롱뇽은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았다는데 그래서 사는 게 지루했다는데 천개 알을 방사한 저것은 혈기왕성한 수컷이겠다 막 빚어 올린 꽃술을 이기지 못한, 또 한번 사천왕 같은 눈을 굴리며 발아래 봄 산을 눕히고 있는 -시집 <혹시나>(삶창, 2013)에서 차례를 무시하고 꽃들이 다투어 피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개나리가 피고 나면 진달래가 다음은 벚꽃이 피었다는 얘기는 이제 옛날에나 들었던 순리가 되었습니다. 지구가 앓고 있는 병이 얼마나 위중하기에 이렇게 많은 생명들이 일제히 일어서 기웃대나요. 화암사 절터 산 깊은 계곡에 도롱뇽 알들도 낙엽 같은 어둠을 걷어내고 목도하였다니 생명은 죽음과 한 이불을 덮고 있나 봅니다. 어찌 새 생명을 잉태하는 일이 쓸데없는 일이겠습니까. 짝을 만나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얻는 일이 요즘엔 우리 삶의 가장 나중으로 내쳐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사는 게 지루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우리는 죽음의 계절을 혹독히 치르고 있습니다. 그래도 하늘의 뜻은 우리를 더욱 담금질하려는지 사천왕 같은 눈을 굴리며 몰아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짓누르는 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저성장, 고실업에 처하고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강도 높은 재정건전성 회복정책의 실시로 다수 국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힘겨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미국과 유럽 굴지의 다국적기업들이 조세피난처 등을 활용하여 외국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한 세부담을 현저히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미국 법정 최고세율이 35%인 데 반해 실제 구글, 애플, 아마존 등 다국적 기업들의 실효세율은 절반 수준인 17~18%이며, 특히 이들 기업의 해외사업에서 발생된 소득의 실효세율은 3% 수준 미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적인 tax planning을 통해 과세되는 소득을 현저히 줄였기 때문인 것이다. 다국적기업들의 조세회피 기법은 광범하고 교묘하며 현재의 국제 세법과 조세조약으로는 규제하기 어렵다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국적기업이나 외국펀드들은 디지털방식으로 원격지에서 관리·통제를 하면서도 소득발생지국에 과세대상이 되는 고정사업장을 만들지 않고, 중요 기능과 자산, 위험들을 저세율이 부과되는 국가에 설립한 계열회사에 집중시킴으로써 세금 부담을 줄인다. 또 핵심적 가치를 창출하는…
1973년 심리학자 앤드류 바움(Andrew Baum)은 미국 뉴욕의 스토니부룩 대학교에서 두 가지 유형의 기숙사 학생들을 비교 분석해 보았다. 한 기숙사는 긴 복도 양쪽으로 방이 있고 공동 화장실과 휴게실이 양쪽 끝에 있는 소위 ‘복도식’ 아파트와 비슷한 유형이었다. 다른 기숙사는 방 2개에 화장실과 휴게실이 붙어 있는 구조로서 소위 ‘계단식’ 아파트와 비슷한 유형이었다. ‘복도식’ 기숙사 학생들은 여러 개의 방이 붙어 있어서 더 사교적일 거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 하고 입주자들끼리 서로 돕는 경우도 드물었다고 한다. 긴 복도에서 누굴 얼마나 자주 마주칠지 통제할 수 없었고,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사이에 완충지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대로 ‘계단식’ 기숙사 학생들은 서로 얼굴을 보고 얘기하며, 서로 돕고 서로 친해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즉, 외부의 자극에 노출되는 시기와 빈도를 통제할 수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더 사교적이었다는 것이다. 가수 겸 작곡가 송창식은 낮에는 자고 밤에 일어나서 작곡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생활한복이 잘 어울
우즈베키스탄을 관광하는 한국인의 방문 1순위 장소는 ‘김병화농장’이다. 타슈켄트주 중치르칙구역에 위치한 이곳은 1937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한국인 최초 정착지역 중 하나다. 당시 갈대밭이던 이곳을 김병화는 1940년부터 1974년까지 35년간 총 2천600ha의 경작지를 일궈냈다. 그리고 대표적인 고려인 집단농장을 조성, 한때 1만여명의 인구가 거주하기도 했는데, 이 같은 공로로 우즈베키스탄 고려인 중 유일하게 2차례나 ‘노동영웅훈장’을 받았다. 지금도 우즈베키스탄엔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고 동상과 기념관이 있다. 스탈린은 1937년에서 1939년 사이 소련 내에 거주하는 17만여 고려인을 지금의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지로 강제 이주시켰다. 김병화는 이들 중 한명으로, 1세대 카레이스키인 셈이다. 초기 고려인들의 고생은 삶과 죽음을 넘나들 정도로 심했다. 하지만 더 큰 고통은 차별이었다. 한국어를 소련의 소수민족 언어에서 제외시키고 배우지 못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거주와 여행도 제한했다. 또 적성민족으로 낙인 찍혀 군대에 복무할 수도 없었다. 고려인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성실과 근면을 바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며 거듭났다. 농사뿐만이 아니다.
신발 한 켤레 /김선희 “집에 가자 집에 가자, 이젠 도리 없다” 요양병원 지겹다고 사는 게 두렵다고 어머니 부러진 다리 슬그머니 매만진다 먼지 뽀얀 신발을 날마다 쳐다보며 중얼 중얼 혼잣말에 눈물도 글썽이며 맨발로 가야할 길도 있는가를 묻는다 - 열린시학 2013 봄 문화 가 - 00224<일간> 2002년 6월 15일 창간 싱그러운 오월 연휴 중 하루 남동생네랑 화창한 봄날을 점심으로 들고 또 다른 하루는 엄마의 큰 아들 동네로 갔다. 일요일 한낮 어두운 식당, 살림살이만큼의 점심을 먹고 돌아서 서울 한 구립노인요양센터에 들렀다. 엄마의 동갑네기 조카가 수년 전부터 치매로 누워 계시다는데 거기 한번 가보자는 청을 들어 드리지 못했다. 깨끗하고 적막한 건물, 엘리베이터는 다 잠겨있었다. 센터 벽에 걸린 오빠 생각이라는 그림은 꼭 그만한 나이가 되어 오빠를 그리워하는 어느 노인의 기억이었을 터였다. 침대에 누워있는 아득한 눈빛의 조카는 고모를 알아보지 못했다. 드문드문 웅얼거리는 소리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복도를 초점 없는 눈빛으로 천천히 걷거나 기어 다니는 노인들, 나이를 먹는 것이 그래서 겁나는 일일 게다. 사랑하는 가족
경기도민들이 민선 6기 남경필 당선인에게 가장 바라는 것은 소신과 추진력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신문 창간 12주년을 맞아 최근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티와 공동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3.4%가 소신과 추진력에 응답한 것은 남 당선인이 정치지도자다운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길 희망하고 있음을 반증해 주었다. 이어 혁신과 개혁(25.1%), 대화와 타협(19.4%), 통합의 리더십(13.6%) 등의 순으로 도정 운영방향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역시 일자리 창출이 29.8%로 으뜸을 차지했으며 복지 확대(19.4%), 개발사업 확대(16.2%) 순으로 나타났다. 남경필 당선인에게 소신과 추진력을 주문한 것은 그동안 그에게 심어져 있던 이미지 때문이다. 여당에 있으면서도 대통령이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한테 항상 소신 있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선거과정에서도 중도층이나 야권 지지자 중에서도 남경필에 대한 이 같은 기대감이 작용했다. 게다가 젊음과 소신을 강점으로 더 큰 인물로 키워내고 싶다는 유권자들의 생각이 있었기에 선거에서 어렵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번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경기도민들의 요구와 선거 공약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