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인 지난 4월 5일은 너무나 청명한 날씨였다.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들이 화사한 기쁨을 안겨주던 그날, 우리는 산에 가 땀흘리며 나무를 심었고 북한은 미리 예정한대로 로켓을 쏘아 올렸다. 우리가 우리의 터전인 대지를 단장하고 있었다면 그들은 우주를 향해 또 한번의 모험을 시도하였다. 북한은 무슨 속셈에서인지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로켓을 발사하여 예전의 행보대로 일단 뚝심을 보여 주었다. 우리를 포함한 주변 소위 강대국들은 명분과 실리 등을 챙기며 차분히 북한의 거사를 지켜보았다. 과연 쏘아 올릴까? 그 정체는 무엇일까? 그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무엇을 노리고 저러는 걸까? 이번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해서는 이러저러한 평이 많다. 미국의 군과 민간전문가들은 바다에 떨어진 로켓과 탑재물의 궤적 자료를 면밀히 검토한 뒤 분명한 실패작이라고 하였다고 뉴욕타임즈(NYT)에 보도되었다. 북한은 로켓발사체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은 인공위성이 아니라 사실상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보고 있다. 이번 로켓 발사로 북한은 미사일 사정거리 증대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나, 연료연소시스템 기술력 등에서 한계를 드러
예년에 없던 봄 가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의 식수 대란이 심화되면서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가뜩이나 심란한 경제위기 상황과 맞물려 물부족 현상의 불안감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늘만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보니 지하수 관리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대책이 올 봄 가뭄을 이겨낼 최소한의 대책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같은 봄 가뭄을 예상치 못했던 것인지 우리의 지하수 관리를 애초부터 별다른 대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뒤늦게나마 지하수 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70년대 ‘관정’이라 해서 농업용수 부족 해결을 위한 동네 우물을 논 한가운데에 파놓은 적이 있었다. 관정으로서의 기능을 다한 폐우물에 대한 사후관리 부족으로 식수가 오염되고 오히려 물 부족현상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못쓰게 된 우물은 폐공이라 해서 오염방지를 위한 봉인조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 폐공에 대한 사후관리는 각 지자체의 행정력으로 조치했어야 했다. 속수무책으로 손 놓고 있는 사이 지하수는 점점 오염상태가 가중되고 급기야 식수부족 현상에 큰 주범으로 나타나게 된
오늘은 직접 경기도교육감을 뽑는 날이다. 주민등록증을 지참하고 지정된 투표소에 가서 한표를 당당하게 행사해야 한다. 경기도교육감 선거는 일반 공직선거와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시ㆍ도지사, 구청장, 시·도의원 등을 뽑는 선거는 정당 공천이 이뤄지지만 교육감 선거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해 정당 공천을 배제하고 있다. 이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 제31조 제4항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런 이유로 후보들의 기호도 정당 의석 수에 따르지 않고 후보 성명의 가나다 순으로 정해진다. 따라서 투표소에 가서는 후보 개개인의 인물을 파악한 후 이름과 기호를 연계해 투표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일이 임시 공휴일이 아니라 투표 시간이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일반 선거보다 2시간 길다. 이점 충분히 감안해 투표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교육을 아이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 그래서 큰 그림을 그리는 정부가 있는 것이고 그 아래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경기도교육청이 존재한다. 도내에는 자그마치 200만명이 초·중·고등학교에 다닌다. 이들에게 들어가는 총 8조원의 교육예산을 헛되이 쓸 수는 없다. 제대로 된 경기도 교육수장이 있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의 한 가운데에 자동차산업이 있다는 것은 일반 시민들도 알만큼은 알고 있는 경제상식이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의 부침이 우리들의 생활경제의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터이다. 우리정부 역시 자동차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새로 자동차를 살 경우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설익은 정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소비자들은 세제혜택 기간을 기다리며 새 차 구입시기를 조정하기에 이르렀고 그만큼 판매량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당장 급하게 된 것은 자동차 업계였다. 확정되지도 않은 정책을 미리 발표해버린 까닭에 판매수입에 막대한 지장을 불러왔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노후차량을 새 차로 교체하면 세제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0만원을 웃도는 혜택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은 새 차 구입시기를 늦추는데 충분한 매력이 있는 제도였다. 새 차 구입을 미루게 되는 것은 소비자로서는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2000년 1월 이전에 등록된 차량을 새 차로 바꿀 때는 취득·등록세와 개별 소비세를 70%나 깎아준다고 했다. 이 같은 세제조치를 통한 자동차 판매수요를 늘림으로써 자동차 업계를 돕겠다는 아주 근사한 제도로 소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북한이 쏘아 올린 ‘은하-2호’ 로켓과 통신위성 ‘광명성 2호’의 2, 3단 추진체와 로켓 탑재물이 모두 태평양에 추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구궤도 진입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광명성 2호’는 북한이 성공이라고 우겼지만 결국 실패로 판명난 1998년 ‘광명성 1호’의 복사판으로 북한으로서는 다시 한 번 체면을 구긴 꼴이 됐다. 인공위성을 자력으로 쏘아올리는 10번째 국가가 되려는 북한의 야심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시도를 단순히 ‘실패’로 볼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정치적으로 국제사회의 이목 집중과 김정일 체제 결속 다지기라는 애초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고 기술적으로도 만만치 않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능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절반의 실패이자 절반의 성공’인 셈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체제의 안정을 다지고 주민에게 군사대국이란 자존심을 심어주는 한편 미국과의 협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게 평양의 속셈이다. 북한 로켓 발사를 계기로 중무장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일본 등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예의 주시할 필요성이 있다. 북한 로켓 발사가 가져다줄 불필요한 국가간 경쟁이 글로벌 시대에 별
학교에서 밤 10시까지 학생들을 붙잡고 있으면 -우리 교육에 대한 앨빈 토플러의 계산대로 하루 15시간 동안 ‘사생결단’으로 가르치면- 우리 교육은 성공하는 걸까? 학생들은 빛나는 지식을 갖추게 되고, 우리나라 장래는 그만큼 굳건해질까? 열심히 가르치는 일은 칭찬받아 마땅하고 그런 학교, 그런 선생님들을 탓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온 나라가 그렇게 돼야 할 것처럼 얘기하거나 그런 사례에서 공교육의 답을 찾으려는 견해는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않다. 밤낮없이 많이 가르치는 학교에서 성공사례를 찾으려는 시각으로는 우리 교육의 기본방향을 정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간학습까지 챙기는 선생님은 ‘캡틴’”, “내 제자를 학원에 보낼 순 없었어요” 같은 기사가 그런 사례다. 국가학업성취도평가 결과공개 때도 이런 기사가 난무했다. “학교간 무한경쟁 불붙었다”, “놀라운 전북 임실... 오후 6시까지 방과후학교 운영, 방학 중에도 맞춤형 교육”.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그런 시각에 힘을 실었다. 그는 지난 3월 10일, 교육개혁의 필요성
지난달 정부로부터 책정된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중소기업 지원정책자금이 자금난에 허덕이는 도내 중소기업들의 신청이 폭주하면서 배정된 예산보다 두배 가까이 초과했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은 1천455억원이 배정됐지만 81% 초과한 2천643억원이 신청됐고 신 성장기반자금은 2천341억원에서 59% 늘어난 3천735억원 등으로 총 배정금액 6천274억원 대비 67.6% 초과한 1조518억원이 신청, 도내에 배정된 대부분의 정책자금이 조기 마감됐다. 여기서 의아한 것은 거의 대부분의 배정자금들이 초과 신청돼 추가 예산편성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반면 같은 시점 사업전환지원 자금은 배정예산(1천475억원) 대비 75%만이 신청접수돼 기업들의 이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것. 내수와 수출부진 등 불안한 경영환경 속에서 기존 사업의 방향을 시도하는 위험이 내재된 사업전환을 기업들은 섣불리 시도하지 못하고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사업전환은 기존의 사업을 모두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기업들이 보유했던 기술과 장비에 대한 발상을 전환하는 것으로 불황을 이겨낼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실례로, 지난 27년간 섬유임가공을 전문적으로 해온
주차장을 보면 경제를 읽을 수 있다. 경제가 안좋은 요즘 할인마트 주차장은 분주하다. 여가를 이용한 시설물에 대한 주차장은 텅 비어 있는 상태다. 지난해 모 일간신문에 재미있는 사진이 실렸다. 인천공항 주차장에 택시 기사들의 빨래가 널려 있는 장면이었다. 택시기사들이 주차장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자 이 시간을 이용해 빨래를 널고 있었던 것이다. IMF때보다 더 극심한 경제난으로 택시를 타는 손님이 줄어든 현상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주차장은 또 시사를 반영한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한 5일 임진각과 오두산통일전망대 등 안보 관광지에는 로켓 발사 때문인지 외국인과 실향민들의 모습만 눈에 띌 뿐 비교적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임진각은 휴일이면 1천여대 규모의 주차장이 가득찼으나 이날은 북한의 로켓 발사로 300여대 수준으로 텅 비었다. 주차장은 또 시대상을 반영한다. 서울시는 4월부터 신설되는 모든 주차장에 여성전용 주차공간, 이른바 ‘여행(女幸.여성이 행복한 도시) 주차장’을 두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운전이 서툰 여성들이 쉽게 주차가 가능토록 배려한 조치다. 서울시가 추진하려는 ‘여행 주차장’의 설치는 2005년 8월 아서 브리프 툴레인대 교수가 지적한…
오랜만에 불필(不必) 스님의 이름을 신문에서 만났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내·외와 점심을 함께 먹었다는 고만고만한 소식인데, 제목은 ‘불심(佛心) 끌어 안는 이명박’. 우리는 지금 밥 한 끼 먹는 것조차 정치적인 해석을 할 만큼 각박한 언론에 포위돼 있다. 순수하게 고견(高見) 한 마디 듣고자 했다면, 대통령 내·외도 난감할 것이고, 또 밥 한 끼로 어떤 목적을 이루려 했다면 불도들의 자존심은 어디에서 찾을 것이며, 불필 스님의 입장에서 불심을 좌우하는 것도 아닌데 얼마나 민망스러울 것인가? 총체적으로 수준 이하의 제목이다. 어쨌든 ‘불필 스님’ 하면 당장 성철(性撤) 스님이 떠오른다. 방현희란 소설가가 쓴 성철 스님의 인물평전(人物評傳), 제목이 ‘우리 곁에 온 부처!’. 평생을 무염식(無鹽食)으로 생활한 분. 법당에서 삼천배를 하지 않으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도 만나주지 않는 옹고집. 암자에 철조망을 두르고 10년간 등을 방바닥에 대지 않고(長坐不臥) 수행하신 분. 알 듯 모를 듯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신 분
올해가 한국박물관 100주년이다. 최근 문화예술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별 건립계획들이 계속 발표되고 있다. 특히 미술관은 정부의 1도 1미술관 지원정책에 따라 기존의 공공박물관과 함께 개관러시를 이룰 전망이다. 수원만 해도 작년에 이어 올해 3월까지 4개의 박물관이 연이어 문을 열었다. 화성박물관, 서예 역사박물관, 수원 역사박물관 등 외형적으로는 대단히 풍성한 문화정책이 전개된 바 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다. 적정한 지적 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건물만 덜렁 들어선다는 것은 진정한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이 한참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박물관은 유물에만 유독 집착을 보여 왔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역할은 작품의 수장과 보존 작가의 발굴 또는 전시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박물관의 기능은 크게 변해가는 추세에 있다. 외국의 경우 전시와 보존의 운영중심에서 교육과 휴식의 기능, 즉 레져관광산업과 연계되는 좀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운영으로 그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박물관은 역사를 사실대로 투영하는 곳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문만 열어 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