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과 같은 일반적인 금융기관이 지금까지 별로 거래를 하지 않았던, 즉 이들이 매우 소극적으로 대응한 기업과 개인 등이 있는데, 이들의 충족되지 못한 금융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금융체제 또는 금융방식을 흔히들 ‘사회적금융’이라고 부른다. 이는 금융소외자들을 구제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착한 금융’으로도 불리는데, 지금 전 세계적인 대세로 자리 잡으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즉 기존의 금융기관이 달성하지 못한 이른바 돈과 부의 착한 배분의 실현을 촉진하기 위한 금융이리라. 이 같은 ‘착한 금융’에는 기존의 주류 상업금융기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를 지양하는 모델, 이른바 소극적 모델과 특히 사회적인 것으로 간주할 수 있는 사업을 금융지원 대상으로 설정하여 자금의 각출 및 각종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 이른바 적극적인 모델이 있다. 최근 ‘착한 금융’을 위한 다양한 형태의 실천이 전 세계 각지에서 급속히 나타나고 있다. 구체적인 예로서,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그 활용이 증대되고 있
서시(序詩) /박형준 학생 식당 창가에 앉아 늦은 점심을 먹습니다 손대지 않은 광채가 남아 있습니다 꽃 속에 부리를 파묻고 있는 새처럼 눈을 감고 아직 이 세상에 오지 않은 말 속에 손을 집어넣어봅니다 사물은 어느새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어머니 나를 감싸고 있는 애인 오래 신어 윤기 나는 신발 느지막이 혼자서 먹는 밥상이 됩니다 죽은 자와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자와도 만나는 시간 이마에 언어의 꽃가루가 묻은 채 나무 꼭대기 저편으로 해가 지고 있습니다 - 박형준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문학과 지성사 2011. 7. 햇살이 잠시 시인을 기다린 것인지, 학생들 맑은 목소리가 곁에 머물렀던 것인지 한 순간, 아직 이 세상에 오지 않은 말이 시가 됩니다. 빛의 광채가 닿은 사물은 어머니의 이미지가 되기도 하고, 애인이거나, 오래 신어 윤기 나는 낡은 신발이 되기도 하고 혼자서 먹는 밥상이 되기도 합니다. 세상 속, 일상의 찰나, 길지 않은 시간, 한 끼 식사를 하는 시간이 시인의 서시(序詩)가 됩니다. 한 순간이 죽은 것과 미처 태어나지도 않은 것과의 만남의 시간이 됩니다. 늦은 점심, 빛나는 광채가 어머니, 애인, 윤기 나는 신발에 닿는 언어의 꽃가루로 생생하
“주인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얼마 전 이러한 편지를 남긴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월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단독주택 지하 1층, 어머니 박씨(60)와 큰 딸 김씨(35), 작은 딸(32)이 목숨을 끊으며 70만 원과 함께 편지를 남긴 것이다. 박씨의 남편은 12년 전 암으로 숨지며 많은 빚을 남겼고 두 딸은 당뇨와 고혈압 등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데다 신용불량상태였다. 60대 박 씨가 식당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다 한 달 전 박 씨마저 다쳐 식당일을 그만두게 되면서 이러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단 한 번도 집세와 공과금이 밀리지 않았고 죽는 순간까지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 했던 박 씨와 두 딸의 모습은 많은 이의 가슴을 아리게 만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비극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극은 과연 막을 수 없는 것인가? 영화 <겨울왕국>은 우리에게 잔잔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 <겨울왕국>은 서로가 최고의 친구였던 자매 ‘엘사’와 ‘안나’의 사랑을 다룬 애
외국계 카지노 자본인 리포&시저스(LOCZ)의 국내 진출이 18일 허가되면서 사업 예정지인 영종도를 중심으로 인천 지역사회가 환영하는 분위기다. 우선 송영길 인천시장이 영종도 주민들과 함께 크게 기뻐하고 있다. 송 시장은 LOCZ 카지노업에 대한 사전심사 결과, 적합 판정이 나오자 시청에서 기자회견까지 열고 “만시지탄이지만 카지노 진출로 영종도 변화의 기점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송 시장이 만시지탄이라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은 증가하지만 한국에는 볼거리, 놀거리가 ‘심각하게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싱가포르와 일본도 카지노를 추진하고 있어 머뭇거리다가는 중국인 관광객을 다 뺏긴다는 것이 그의 우려다. 아울러 600만 인천공항 환승객이 하루 이틀 머물면서 카지노를 비롯한 레저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영종도와 송도이므로 외국인들만 출입해도 LOCZ는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영종도를 카지노 중심의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 만들 것이란 게 송 시장의 포부다.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MICE 산업 발전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같은 큰 대회를 위해 지은…
성장기에 있는 초·중등학생들의 건강증진과 올바른 먹거리 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친환경 식자재 사용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유해식품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에 친환경 자연식품을 학생들에게 공급하여야 한다. 이에 수반되는 예산과 관리를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친환경 무상급식 시행에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데, 보수진영은 긍정인 시행을 주장하고 있으나 진보진영은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다른 분야의 예산을 절감하여 학생들에게 친환경무상급식을 제공하는 일은 반드시 시행되어야 마땅하다. 경기도교육청은 3월부터 희망하는 학교에 대하여 급식용 식재료 공동구매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청결하고 건강에 좋은 식재료를 학생들에게 공급하기 위해서다. 도교육청은 올해 초등학교 1천65개교, 중학교 72개교 등 모두 1천137개교로 식자재 공동구매를 확대하여 공급하고 있다. 친환경무상급식 확대 실시의 성과를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현지 농수산물 생산자와 학교당국은 식재료 안전망 구축을 위해 업무협약을 맺어서 상호협력체계를 구축해 가야한다. 생산자와 직거래를 통한 신뢰의 친환경재료 공급으로 상당액의 예산을 절감해갈 수 있다. 도교육청은 20
올해에는 제6회를 맞는 지방자치를 실현하는 선거의 해이다. 선거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적격이라는 구호 아래 후보로 등장한다. 우리는 그들을 올바르게 평가하고 선택하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러면 선거란 무엇인가? 투표에 의해 공직자를 선출하는 것이며, 여기에는 정치적 제안을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공식적 의사결정을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 오늘날과 같은 다원화사회에서 국민 개개인의 의사에 의한 정치를 할 수 없으므로 국민이 자신의 의견과 같거나 비슷한 대표를 선출하여 의회를 구성하고 의회가 다수결로 유권자의 의사를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식 행사를 실행하는 행위의 하나가 투표이다. 이 투표 행위는 사회 내의 권력관계에 관한 일정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한 행위로써, 개인의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방법이며 기능이나 그 행위는 자유로운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선거결과는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대표로 뽑아야 하는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아 소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기도 하여 어떻게 하여야 많은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가가, 우리가 선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이며 우리의 고민이기도 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장장 800km에 이르는 길고 긴 고행길이다. 프랑스의 생 장 피드포르에서 출발해 스페인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피레네 산맥을 넘는 한 달여의 긴 여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순례객이 넘쳐난다. 힐링과 치유의 걷기 메카로도 자리하며 1천년 넘게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을 끌어들이는 산티아고 순례길의 매력은 무엇일까? 몇 년 전 더 웨이(THE WAY)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평온한 일상을 즐기던 중년의 한 사내가 산티아고 순례길을 찾아 나서면서 시작되는 영화다.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 포도원, 저녁노을 등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 속에 저마다 가슴에 품은 사연을 내려놓고 진정한 걷기의 의미를 깨달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게 줄거리다. 솔직히 좀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끝으로 갈수록 진한 여운을 남겨 지금도 가끔 기억난다. 특히 길을 걷는 여정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아니라 그 길을 걷는 목적에 의미를 둔 스토리 전개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매력은 아마 이 때문이 아닐까. 영화를 보고 또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다. 걷는다는 것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다. 당시만 해도…
추녀 끝이 소란하다 /오명선 저 놋쇠 물고기 작은 종 하나에 낚였다 풍경소리, 찌 흔들리듯 허공에 출렁거리고 누군가 산허리에 안개 그물을 던진다 추녀가 댕그랑댕그랑 이 날강도야! 어서 풍경 한 장을 내놓아라 -오명선 시집 『오후를 견디는 법』/한국문연 산사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놋쇠물고기, 놋쇠물고기라기 보단 미풍에도 흔들리는 얇은 양철물고기다. 어느 볕 좋은 오후 인적이 드문 암자에 갔다가 허공을 유영하는 양철물고기를 본 적 있다. 바람이 조금 세게 불자 뱅글뱅글 햇빛을 반사시키며 종을 건드려 고즈넉한 풍경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추녀 끝이 소란하다.’ 바람이 사그라들자 다시 고요하다. 돌계단에 앉아 오래 물고기 올려다보는 집중으로 덩달아 고즈넉한 풍경이 된다. 단풍 짙어가는 가울 속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앉아 있다가 돌아 나오는데 한차례 세찬 바람이 불어 풍경을 건드린다. 문득 오래된 미래를 거쳐 온 것 같아 혼자 숙연해진다. /성향숙 시인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길에 문득, 선배 한 분이 이런 말을 뱉았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툭, 던진 말이 가슴에 ‘꽂’혔다. 봄날 피어난 ‘꽃’처럼. 꽃은 흙을 딛고 피지만 말은 가슴에 꽂혀 돋아나는 구나, 싶었다.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라,는 이 체념섞인 말은 언제부터인가 식자(識者)들 사이에 주문(呪文)이 된 듯하다. 자신의 이상을 현실에 실천하려 했던 모든 선지자들에게 봄은 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상을 받아들여줄 제후를 찾아 천하를 주유했던 공자가 그랬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역사 드라마의 주인공 정도전이 그렇다. 합종연횡을 거듭하다 최고의 자리에서 뜻하지 않은 이방원 심복의 철퇴에 ‘불귀(不歸)의 객(客)’이 된 정몽주는 또 어떤가. 그래서 역사는 교훈이며 정치는 살아움직이는 생물이겠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고 살아 움직이는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결국은 실패의 나락에 빠져 저승행 직행열차를 타게 되는가 보다. 하여, 그들이 실패한 이유는 스스로가 칼 자루를 쥐지 못했거나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자문(自問)하는 계절이다. 이런 봄날이면 혼자 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