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정치와 정책에서 싱크탱크를 필요로 하지 않는 나라다. 그래서 어물 쩡 바람타기는 무식한 정치인들에게는 아주 행복한 나라다. ‘바람’ 하나면 족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공약(空約)의 남발도 이래서 즐겁기만 하다. 특히 기초단체장들의 선거 후 공약 지키기에 필요이상의 공을 들이는 것도 이 같은 바람의 후유증 때문이다. 수원시의 사랑장학회 기금 조성을 위한 모금운동을 실례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선거 때 쉽게 실천할 수 있으리라 믿고 간단히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의외로 만만치가 않았던 것이다. 부랴부랴 모금운동을 밀어붙이니 여기저기서 잡음이 튀어나오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의 선거는 독특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선거와 정책의 주요메뉴는 상대에 대한 혐오, 비방, 분노 등의 원색적인 감정이다. 무조건 나는 옳고 너는 나쁘다는 감정싸움으로 유권자들을 끌고 간다. 정책개발을 위한 싱크탱크는 어디를 봐도 없다. 오직 당선되고 난 후의 당선자만 있을 뿐이다. 북한동포돕기운동 성금모금을 강제로 했다 해서 사법처리까지 받고 있는 기초단체장이나 끊임없이 이 모금의 순수성을 의심받으면서도 꼭 달성해야겠다는 단체장의 굳건한 의지들이 달갑게 보이지 않는 것
이천시 마장면 장암리 소재 아세다스코리아 냉동창고에 큰 불이나 6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한 참사가 발생했다. 5일 낮 12시 20분경에 난 불은 7일 낮까지 완전 진화되지 않았다. 화재는 지하 1층에서 용접작업을 하던 중 샌드위치 패널(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어 만든 건축 자재)에 불티가 튀면서 발생했고, 내부 마감재로 쓴 우레탄폼(분사형 단열제)이 연소하면서 피해가 커졌다. 소방당국은 사흘에 걸쳐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강풍과 화재 현장 환경 탓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당시 창고 안에는 70여명이 작업하고 있었으나 창고 안 구조가 칸막이 형태로 되어 있어서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날 화재는 지난 1월 40명이 숨졌던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냉동 창고 화재와 원인, 유형이 닮았다. 지역과 업종이 동일하기 때문에 교훈으로 삼을만 했는데 아센다스코리아는 걱정도 팔자로 여겼던 것 같다. 용접의 경우 불티가 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따라서 작업 전에 주변에 인화물질이 있는지를 점검하고, 인화요인을 가진 구조물이 있으면 방화대책을 마련한 뒤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를 무시했다. 희생자들이 20대 청년인데다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들을 안고 있
올해로 가정폭력방지법이 시행된 지 10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가정폭력방지법은 오랜 세월 ‘내 가족 문제는 아버지가 해결한다’라고 생각했던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의식에 경종을 울리는 인식 새기게 했다. 그러나 법이 시행 10년이 지난 오늘, 가정 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졌는가. 경찰청 ‘가정폭력 신고(검거) 현황’ 결과로는 지난 200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가정폭력 피해건수는 총 4만212건, 피해자는 4만1천576명으로 집계됐다. 해마다 평균 1만1천489건의 가정폭력과 1만1천879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것이다. 이중 아내에 대한 학대는 3만1천696건으로 78.8%를 차지할 정도로 가정폭력은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성 가족 전문가들은 가정폭력방지법의 성과가 크지만 여전히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이 내제돼 있다고 지적한다. 가정폭력범죄처벌 등 특례법이 검사의 재량으로 형벌 이나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는 양원적 구조라 ‘가정보호’라는 입법 목적에 따라 적극적인 형사처벌을 회피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또 가정폭력처리 불만신고센터에 따르면 경찰이 남편에 대한 신고를 미루게 하거
‘아줌마, 전화 좀 빌려주실 수 있어요?’ 초등학교 저학년 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가 말을 걸어온다. 왜냐고 묻자 엄마랑 만나기로 했는데 못 만났단다. 전화기를 빌려주며 어린 아이가 기특하다 생각하다 문득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부터 길에서 공중전화가 없어지기 시작했다.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는 어른들에게 공중전화는 아무 의미도 없는 물건이 되었다. 하나 둘 사라져가는 것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그것은 그 아이처럼 미처 휴대폰을 소지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전화 한 통 맘대로 걸 수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차 싶었던 것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구나하는 깨달음이었다. 얼마 전 서울 도봉구의 한 여성단체에서는 이색적인 모니터 결과 보고회를 마련했다. 올 5월부터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과 함께 '우리마을 공공모니터단'을 꾸리고 보건소, 복지관, 지하철역 등 주민들이 주로 많이 이용하는 공공시설 10여 곳을 이용자의 입장, 특히 노인여성, 장애여성, 아이 키우는 여성의 입장에서 모니터하고 이 과정에서 경험하고 느꼈던 생각을 나누는 자리였다. 이들은 이 자리를 통해 그 동안 우리 사회의 공공시설에 대한 인
조선 말기의 학자 화서(華西) 이항로(1792~1868)가 후학을 가르쳤던 ‘벽계강당’을 ‘벽계서원’으로 승격시키려는 운동이 양평군에서 태동하고 있다. 화서의 초명(初名)은 광로(光老), 자는 이술(而述), 시호는 문경(文敬)이었다. 그는 세살 때 천자문을 떼고 여섯살 때 십구약사(十九略史)를 배웠다. 1840년 휘경원 참봉에 임명되었으나 출사하지 않고 벽계에서 후학 양성에 힘썼다. 훗날 전라도사를 거쳐 공조참판에 이르렀으나 정사(政事)보다는 학문에 열중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직후 우리나라는 실학파의 현실론과 척사파의 북벌론으로 국론이 양분되었다. 이때 화서는 후자의 선두에 서서 적과의 일전을 주장했다. 화서는 서양문명을 배격하고 서학(西學)을 사학(邪學)으로 규정했다. “중화(우리나라 고유 문명)를 높이고 이적(야만)을 물리치는 것은 인류 역사가 끝낼 때까지의 대원칙이다.”라며 “중화의 임금이 세계를 다스리는 것이 정상이지 오랑케 같은 임금이 세계를 다스리는 것은 변칙이다.”라고 강변했다. 화서는 그 이유로 서양문명은 인명을 결시하고 의리가 없으며 기술이 앞섰다 하나 변태이고, 본질이 없는 까닭에 내실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고 설파했다. 1866년 (고
이명박 대통령이 1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청년실업 문제를 지적하면서 청년들도 편안하고 좋은 직장만 기다리지 말고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눈높이가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고용한파가 겨울바람보다 더 차게 불어 닥치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150만명 이상이 직장을 떠나야 했던 끔찍한 고통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업대란은 은행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서 건설 자동차 철강 유화 유통 등 실물경제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고용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업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쌍용자동차는 수백 명에 대한 유급 휴직 및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신규 일자리도 환란 후 최악이다. 10월 중 신규 취업자수는 9만7,000 명에 그쳤다. 정부 목표치인 20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불황과 경영난으로 신규채용을 줄이거나, 중단하면서 수많은 취업 희망자들의 꿈도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경기침체는 내년, 특히 상반기까지는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도 일자리 한파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청년층과 저소득층의 고용사정이 더욱 악화됐고 일할 의지가 꺾인 청년 실업자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으로…
새삼스런 얘기가 돼 버렸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반환과 관련된 수많은 논란을 말한다. 이미 반환 받은 미군기지가 23곳이다. 그러나 공여구역을 반환 받은 지자체들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있다. 반환은 해 놓고 미군 측의 실행 작업이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사업설명회를 통해 농업기반 공사와 환경관리 공단을 반환공여구역 정화사업 수탁기관으로 선정한 바 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실시설계를 시작했고 이달부터는 정화사업을 착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계획은 계획일 뿐 이렇다 할 진행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해를 넘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지자체들의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미 반환공여구역에 대한 개발 구상이 완료된 지역이 대부분이다. 그 지역 실정에 맞게 택지지구, 공원 등으로 조성하려는 부푼 꿈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정화비용 등 추가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이다. 국방부가 추가 정화비용을 자치단체로 떠넘기게 된데도 그만한 사유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염자 부담원칙을 변경해서는 안 된다. 실제 정화비용이 보상 받은 비용의 2배나 되는데 그걸 그대로 수용하라는 것은 미군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수도권은 경기도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수도권에 몰려 사는 절반이 훨씬 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수도권 지역에서 올라온 경우다. 수도권 지역에 사람이 집중됨으로써 수도권 규제가 가해졌고 이는 어찌보면 수도권에 얽혀 사는 주민 모두가 수도권 규제로 인해 혜택을 입거나 아니면 피해를 입는 상대적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다. 이제까지 수도권 규제는 수도권 주민들과 기업들의 발목을 잡아 왔다. 폭발직전의 수도권이 규제완화라는 정책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숨통이 트이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곧 국가 미래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김문수 경기지사의 의지가 컸다. 오랜동안 수도권에 드리워진 규제의 그림자가 걷히는 가 싶더니 야당이 발목을 잡고 나섰다. 특히 수도권 규체철폐 반대에 나서고 있는 민주당이나 자유선진당은 ‘수도권이 아니면 중국으로 가겠다’ 는 기업들의 절규를 애써 외면한채 허허벌판에 공장을 세우고 기업을 일으켜 보라고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수도권에 규제가 가해지던 오랜 세월동안 기업과 대학들은 왜 지방으로 내려가지 않고 고사직전의 기업을 끌어 안고 버텨왔는지 야당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난 29일 충남 공주시 반포면 계룡산 동학사…
미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NOVA)월 말링 사무총장은 “범죄 피해자 보호는 보상 차원의 ‘원조(援助)’가 아니라 사회적 ‘투자’라고 지난 달 열린 ‘제1회 한국범죄피해자인권대회’에서 강조했다. 이는 한마디로 범죄피해자들에게 절대 회복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범죄피해 후유증과 겹겹 고통을 안겨온 형사사법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유괴·납치·성폭행·살인 등 악질 범죄가 빈발한다. 이제 집 앞이나 학교 앞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위험사회> 저자 울리히 벡 교수가 “한국은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다”라고 경고했을 지경이다. 당연히 이 같은 범죄는 근절해야 하고, 또 한편으로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수사기관은 사회질서를 유지한다는 명목 아래 범죄 피해를 당한 개인의 처지를 보살피지 못한 게 사실이다. 피해자는 더 이상 형사 절차의 변방에 있는 객체가 아니라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할 권리 주체이자 중요 당사자이다. 피해자를 전담해 신변보호·초기상담&mid
삼면이 바다인 우리 나라를 일컬어 반도 국가라 한다. 그러니까 지리적으로 대륙인 중국과 해양국 일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육지로 진출하려는 해양세력과 해양으로 진출하려는 대륙세력이 부딪치는 분쟁의 땅이 되기도 했다. 사실 우리 나라에 외침이 많았던 것도 이 지리적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반도는 스칸디나비아 반도나 발칸 반도처럼 큰 반도도 있지만 조그만 한반도 안에도 수많은 반도가 있다. 함경남도 영흥만 남쪽에 있는 명사십리와 송도원 등, 해수욕장이 있어서 휴양지로 유명한 갈마반도, 전라남도 남동쪽 끝의 보성만과 순천만 사이에 있는 고흥반도, 해변의 백사장과 푸른 송림이 아름다운 명승지 변산반도, 그 외 여수반도, 호도반도, 화원반도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반도는 3면이 바다인 탓에 해양성기후이며 수산업의 비중이 크다. 더불어 제주도에 ‘표착기념관’이 있을 정도로 전혀 다른 나라의 생물, 민족, 문화의 도래지가 되는 경우도 많았다. 네덜란드 선원 하멜 일행이 항해 중 표류하다 제주도에 닿아 ‘하멜표류기’를 써서 한반도를 세계에 알린 것 역시 바다를 낀 진정한 역사가 아닌가. 그러나 좋은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다. 예의 태안반도가 그렇다. 행정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