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6월 6일은 현충일(顯忠日)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현충일은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순국선열 및 전몰장병의 숭고한 호국정신을 추모하는 한편 그분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겨보는 뜻 깊은 날이다. 현충일을 앞두고 우리 역사의 몇 장면을 돌이켜보고자 한다. 1 천안함 피격 사건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초계함인 PC-772 천안함이 조선인민군 해군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되었다. 이 사건으로 대한민국 해군 46명이 전사하였다. 2 연평도 포격 사건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4분 북한은 서해 연평도의 우리 해병대 기지와 민간인 마을에 해안포와 곡사포로 추정되는 포탄 100여발을 발사했다. 이 도발로 해병대 대원 2명이 사명했으며,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민간인 2명이 사망하는 한편 10명이 부상당하는 등 1953년 7월 휴전협정 이후 민간인을 상대로 한 대규모 군사 공격이었다는 점이다. 3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정전협상 백지화 선언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1차 핵실험과 2009년 5월 25일 2차 핵실험 그리고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하였다. 그리고 2013
나무의 수사학 /손택수 꽃이 피었다, 도시가 나무에게 반어법을 가르친 것이다 이 도시의 이주민이 된 뒤부터 속마음을 곧이곧대로 드러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나도 곧 깨닫게 되었지만 살아있자, 악착같이 들뜬 뿌리라도 내리자 속마음을 감추는 대신 비트는 법을 익히게 된 서른 몇 이후부터 나무는 나의 스승 그가 견딜 수 없는 건 꽃향기 따라 나비와 벌이 붕붕거린다는 것, 내성이 생긴 이파리를 벌레들이 변함없이 아삭아삭 뜯어 먹는다는 것 도로가 시끄러운 가로등 곁에서 허구한 날 신경증과 불면증에 시달리며 피어나는 꽃, 참을 수 없다 나무는, 알고 보면 치욕으로 푸르다 - 손택수 시집, 『나무의 수사학』, 2010, 실천문학사 시인은 나무의 푸르름을 그저 계절의 순환으로만 보지 않는다. 도시의 나무들이 지닌 그들만의 수사(修辭)는 생기(生氣)로 돋는 4월의 새순들에게만 주는 메시지는 더욱 아니다. 도시가 가르쳐 준 반어법의 수사는 뿌리에서부터, 잎과 꽃에 이르기까지 나무의 생존법이 빚어낸 푸르름으로 말해 준다. 누구나 도시인이 되어버린 인생들에게 시인은 제 몸의 수사학을 보여준 나무의 메시지를 대신 전하고 있다. 나무가 뿌리를 곧게 내리지 않고 고통의 뒤틀림이
컴퓨터를 통해 특정 웹 페이지 접속과 동시에 나타나는 별도의 창을 팝업(pop-up)창이라 부른다. 이 팝업창에 요즘 이런 안내 문구가 뜬다. ‘옥션 해킹사고로 정보가 유출되어 인증서 및 개인정보 보안을 검증해야 합니다. 인터넷뱅킹 이용고객께서는 아래 내용을 참고해 금융사기 피해를 예방하시기 바랍니다. 공인인증서가 본 PC에 설치되었나요? 보안카드를 이용 중이신가요? 보안관련 인증절차를 받으면 더욱 안전하게 인터넷뱅킹을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원장 최수현.’ 얼핏 보면 정보 보호를 위한 정부 당국의 믿을 수 있는 안내문구 같다. 하지만 가짜다. 금융감독원 보안관련 인증절차 진행을 사칭해 피싱 사이트로 유도되는 팝업창이다. 새롭게 진화한 개인정보 및 금융거래정보 편취 수법이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기관 인터넷뱅킹용 홈페이지 접속 시 피싱 사이트로 연결되는 기존의 파밍 방식과 달리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통해 인터넷 실행과 동시에 피싱 사이트 유도용 팝업창을 게시한 신종수법이라고 밝히고 28일 주의보를 내렸다. 금융감독원을 도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도 있었다. 이때도 유도 문자가 아주 교묘했다. 「금융은 믿음가득, 국민은 희망가득 - 금융감
한적한 오전이다. 이제 막 배회를 시작한 햇살을 거느리고 나만의 여유를 만나러간 공간. 나는 친숙한 메뉴판을 검색하고 오늘의 데이트 상대를 고른다. 깔끔하고 진중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주한 나. 나는 오늘 또 다른 소박한 행복을 찾고 싶어 하는 것이다. 행복은 간혹 의외의 공간에서 보너스로 얻어질 때도 있고, 전혀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잔잔한 감동으로 또는 폭죽처럼 쏟아지는 희열로 찾아오기도 하는 것. 지난여름 터키 여행 중의 일이다. 우리가족은 밤새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이스탄불에서 전철을 타고 이동하여 아침 아홉시, 문을 열자마자 아야 소피아 성당과 블루모스크를 관람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건너 밤 열두시부터 시작될 열두시간의 버스여행을 위한 차표를 구하고 나니 몇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그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다시 이스탄불로 들어와 터키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갔을 땐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은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지만 우리가 두렵지 않게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은 아무 데도 없었다. 섭씨 40도를 향하고 있는 터키의 여름 날씨를 야외에서 견뎌내기란 너무나 힘들었다. 정말 간절히 쉴 공간이 필요했던 그 순간, 우리 눈에
길잡이 늑대(Guiding wolf), 북미 대륙의 원(原) 주인인 인디언들이 믿는 숲의 정령(精靈)이다. 인디언들은 숲에서 사냥하다 길을 잃으면 그 자리에 앉아 명상을 한다. 그러다 눈을 뜨면 앞에 늑대가 앉아 있는데 그 늑대를 따라가면 길을 찾게 된다. 누구나 인생에 ‘길잡이 늑대’ 한 사람쯤은 품고 산다. 길잡이 늑대는 때론 부드러움으로, 때론 죽비(竹扉)로, 때론 할(喝)로, 때론 묵언(默言)으로 삶을 인도한다. 시인 윤동주에게 길잡이 늑대는 청년 문사(文士) 송몽규다. 중국 연변 용정시 명동촌에 있는 윤동주 생가도 사실은 송몽규 생가이기도 하다. 송몽규가 1917년 9월 28일, 윤동주가 같은 해 12월 30일에 태어났으니 송몽규가 3개월 빠른 고종사촌 형이다. 송몽규의 모친인 윤신영이 동주의 부친 윤석영의 누이동생이니. 당시 명동학교 조선어교원이던 몽규의 부친 송창희가 처가에서 살았던 까닭에 둘은 같은 집에서 태어나는 운명을 함께한다. 두 소년이 문학에 뜻을 둔 건 명동소학교 시절부터다. 4학년 때 몽규는 월간잡지 ‘어린이’를, 동주는 ‘아이생활’을 구독한다. 당시 몽규의 학급은 문학소년반으로 유명했다. 담임교사의 지도로 월간잡지 ‘새명동’을 자체
바야흐로 21세기는 이벤트의 사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각 지역에서는 각종 축제를 비롯한 전시회, 박람회, 공연, 각종 회의 및 스포츠경기가 지속적으로 개최되고 있으며, 협의적인 측면에서도 의미 부여된 사적인 이벤트로 즐거움을 추구하며 감동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이벤트 산업은 무형의 수출산업으로서 국내관광산업의 발전을 주도하며 명실상부한 이벤트 강국으로 그 위상을 다져가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우리는 대규모 국제적 행사들의 유치 및 개최운영에 따른 노하우의 축적으로 전방위적 분야에서 우리의 경제적 문화적 역량을 한껏 상승시켜 왔다. 이것은 회의 이벤트와 메가급 이벤트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제기구의 세계 3대 정상회의를 비롯해 올림픽, 월드컵 및 박람회를 모두 개최함으로써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듯 성장가능성이 있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아직 이벤트 산업은 정확한 산업분류군으로 자리매김 못하는 것도 작금의 현상이다. 특히 이벤트 산업에 대한 전문 인력 부족으로 하나의 독립된 지식산업임에도 통합적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연관 산업과의 연계성 부족으로 인한 부분 간의 협력이…
정치권이 독일에 대해 열공(熱功)중이다. 여·야 모두 경쟁이라도 하듯 연구모임도 만들었다. 활동도 활발하다. 이름 하여 ‘대한민국 국가모델 연구모임’ ‘혁신과 정의의나라포럼’. 여권은 남경필(수원팔달) 의원이, 야권에서는 원혜영(부천 오정) 의원이 모임의 투톱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4월 11일 비주류의원 20여명 규모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60여명이 매주 목요일 모여 전문가를 초청, 독일의 권력 구조, 통일 과정, 중소기업의 경쟁력 등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야권은 참여폭이 조금 넓다. 여권보다 늦은 오늘(29일) 출범예정이지만 민주당을 비롯 진보정의당·통합진보당 의원까지 아우른다. 민주당 74명과 통합진보당 3명, 진보정의당 3명 등 무려 81명의 현역 의원이 참여한다. 야당 의원의 절반 이상이 독일 학습에 매진할 예정인 셈이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모여 독일의 경제 민주화, 지방자치, 환경·노동정책 등을 공부할 계획이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정치권의 많은 의원들이 스웨덴을 우리나라 미래의 모델로 삼고 연구 했었다. 2010년, 당시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쓸데없이 /바스코 포파 당신은 쓸데없이 잠을 잤다 그리고 무언가가 된 꿈을 꾸었다 무언가에 불이 붙었다 불꽃들은 그 눈먼 고통 때문에 몸부림쳤다 당신은 쓸데없이 잠에서 깼다 꿈의 불꽃 위에서 당신의 등을 덥혔다 당신은 불꽃의 고통 고통의 그 모든 세계를 보지 못했다 당신의 등은 근시였으므로 불꽃이 꺼졌다 불꽃의 고통은 눈을 되찾았다 그리곤 마찬가지로 기쁨에 겨워 꺼졌다 출처-바스코 포파 시집 <절름발이 늑대에게 경의를> 2006년 문학동네 큰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도 소중한 나이고 특별한 내 삶인데 허투루 살 수 있겠는가? 그런데 살아보니 어디 그렇던가? 혼자 사는 것이 아닌 공동체의 삶이기에 의미는 상대적일 수도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삶이 내 삶에, 아니 내 삶이 다른 사람의 삶에 연동되어 흘러가는 것이다. 그러니 쓸데없이 잠을 자고, 쓸데없이 노래하고, 쓸데없이 사랑하고, 쓸데없이 잠을 깨고, 쓸데없이 꿈도 꾸고, 쓸데없이 지나가는 남자도 흘끔거리는 것이다. 그러면서 ‘눈먼 고통’이 사랑처럼 찾아오고, 기쁨이 되기도 하고, 지독한 슬픔도 된다. 그러므로 삶에 있어 쓸데없는 일이
오늘날 공직자에게 가장 중요시되는 덕목은 청렴(淸廉)이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이는 없을 것이다. 사기업과는 달리, 공직이기에 더욱더 강조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청렴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만 본다면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청렴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에 드는 느낌은 막연함과 동시에, 물질적인 부분만 한정적으로 연상되는 것이 현실이다. ‘참으로 청렴함에는 청렴하다는 이름조차 없으니 그런 이름을 얻으려는 것부터가 바로 그 이름만을 탐욕함이라. 참으로 큰 재주가 있는 사람은 별스러운 재주를 쓰지 않으니 교묘한 재주를 부리는 사람은 곧 졸렬함이라.’ 고대 중국 명나라 말기의 문인인 홍자성의 채근담에서 발췌한 글귀다. 말 그대로 청렴이라는 것에는 그 정의만이 있을 뿐, 그 이름은 존재하지도, 얻을 수도 없는 것이다. 인간은 그 자체로서 완전하지 못한 존재이기에 언제나 눈앞의 이득 앞에 항상 유혹을 당한다. 이는 당연한 것이며, 섭리이다. 그렇다면 공직자는 왜 청렴해야 하는 것인가. 그 답은 바로 우리가 앉아있는 그 ‘자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