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발생한 일부 방송사와 금융기관 해킹 사태의 충격이 여전하다. 견고하리라 믿었던 전산망이 허망하게 뚫린 반면 뭐 하나 시원하게 밝혀지는 게 없다. 해커는 누구인지, 의도가 뭔지, 피해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이것으로 끝인지 궁금한 게 한둘이 아니다. 일부 민간업체가 나서서 몇 가지 기술적인 공격방식을 밝혀낸 게 고작이다. 범행수법이야 머지않아 드러나겠으나 누가 왜 어떻게 저지른 일인지 정확히 밝혀내는 데는 최소 3개월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과거 경험했듯이 진범을 끝내 못 밝힐 가능성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북한 소행이라는 추정이 제시됐다. 당일 저녁에는 아예 북한의 사이버 테러로 단정하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후즈후’라는 해커 단체가 자기들 짓이라는 증거를 남겼지만 가볍게 무시됐다. 정황으로 미루어 북한이 이 같은 대규모 해킹을 감행할 동기와 수단을 가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북이 체계적으로 해커를 양성하고 있고, 대규모 사이버전 부대를 운용하는 게 사실이다.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일부 언론에 대해 위협적 언사를 쏟아낸 적도 있다. 그러나 북의 소행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아직까지 포착되
1995년 부활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정당바람을 뚫고 무소속으로 수원시장에 당선된 고 심재덕씨. 그는 다음 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그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은 정당공천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국회에서도 이 주장을 계속했다. 물론 정치권의 반응은 마이동풍이었다. 소수의 양식 있는 정치인들만 그의 주장에 동조했다. 그런데 지난 대선 때 여야 대통령후보 공약엔 심 전 시장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됐다. 정치권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정당 공천제의 폐해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다. 알고도 모른 척 했던 이유는 뭐 굳이 여기에 쓰지 않아도 독자들이 잘 알 터이다. 그리고 드디어 새누리당이 오는 4월 24일 재보선 때부터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공식발표했다. 새누리당 공심위원장인 서병수 사무총장이 19일 대선공약으로 채택했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한 것이다. 오랜만에 정치가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다. 이와 관련해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이하 의장협의회)도 새누리당의 공식 발표 내용에 적극 환영을 표시했다. 사실 지방선거는 그동안 정당의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졌다. 의장협의회의 성명서에
遠水不救近火(원수불구근화)는 먼 곳에 있는 물로는 가까운 곳의 불을 끌 수가 없다는 뜻으로, 한비자에 있는 말이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려고 먼 월나라에서 사람을 청한다면 월나라 사람이 아무리 헤엄을 잘 친다 해도 이미 늦고, 또한 집에 불이 난 경우 발해와 같이 먼 바다에서 물을 가져와 끄려 한다면 바닷물이 아무리 많다 해도 역시 늦다 하였다. 먼 나라의 유래가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 느끼고 일어나는 일 가운데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웃에 살다보면 자주 만나게 되며 그런 과정에서 정분이 깊어지고 친분이 생겨 서로를 찾게 돼 도움을 주고받기가 쉽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있는 법이다. 遠交近攻(원교근공)이란 말이 있는데, 가까이 있는 나라는 공격하고 멀리 있는 나라와는 손을 잡는다는 의미다. 물론 외교적인 고도의 술책을 말하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주거공간인 아파트 생활 모습을 볼 때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주민 모두가 이웃이라 말할 수는 없는데길흉사엔 더욱 그렇다. 우리 주거생활의 현주소다. 그러니 이웃사촌이란 말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미국의 슬럼가에서 태어나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사나이의 이야기다. 아들을 낳고, 예쁜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몄다. 거기에 어린 시절 꿈꾸었던 고급 ‘스포츠카’까지 손에 넣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하루는 멋진 스포츠카가 자리 잡은 주차장으로 들어오면서 보니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스포츠카 옆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다가가니 자신의 드림카를 못으로 긁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욱 하는 성질’에 이성이 마비된 사나이는 주차장에 비치된 정비용 렌치를 집어 들고 어린 아들의 손을 내리쳤다. 정신을 차리자 아들의 손은 유혈이 낭자했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으나 아들의 고사리 같은 손은 장애를 입었다. 한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자신을 한없이 저주하며 집으로 돌아온 사나이 앞에 스포츠카가 눈에 띄었다. 아들의 낙서를 읽은 사나이는 집으로 뛰어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스포츠카에는 거친 못 자국으로 ‘I love daddy(아빠 사랑해요)’라고 쓰여 있었다. 이상은 네티즌 사이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이야기의 요약이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분노조절 실패가 가져온, 되돌릴 수 없는 결과의 참담함을 표현한다. 분노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장애인으로…
석양 /김충규 거대한 군불을 쬐려고 젖은 새들이 날아간다 아랫도리가 축축한 나무들은 이미 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매운 연기 한 줌 피어오르지 않는 맑은 군불, 새들은 세상을 떠돌다 날개에 묻혀온 그을음을 탁탁 털어내고 날아간다 깨끗한 몸으로 쬐어야 하는 맑은 군불, 어떤 거대한 흰 혀가 몰래 천국의 밑바닥을 쓱 핥아와 그것을 연료로 지피는 듯한 맑은 군불,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어둠을 간신히 밀쳐내고 있는 맑은 군불, 그곳으로 가서 새들은 제 탁한 눈알을 소독하고 눈 밝아져 아득한 허공을 질주하면서도 세상 훤히 내려다보는 힘을 얻는다 출처- 『아무 망설임 없이』 / 문학의 전당 2010년 붉게 물든 석양을 군불로 본 시인의 상상력이 재미있다. 지친 것들을 잠시 불러들이는 군불, 젖은 것들을 말려 주는 군불, 어머니 같은 군불, 강물 같은 군불, 사랑방 같은 군불, 탁한 눈알을 소독하고 다시 힘을 충전하는 생성의 시간이다. 공원을 돌던 여자도 강아지도 군불을 바라보고 정면으로 서서 서쪽 하늘을 오래 응시한다. 그러면서도 몇 발짝 자리를 내어주며 손짓하는 열려 있는 시간이다. /박홍점 시인
얼마 전, 뉴스에 아들보다는 딸을 낳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보도 되었다. 사실 다정다감한 딸이 키울 때에도, 다 키운 후에도 아들보다는 낫다. 나는 아들 둘을 두었는데, 예쁜 여자아이를 보면 ‘딸이 있었으면’ 하고 부러워한다. 근래, 사회각계에서 여성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교사 등, 특정 직업은 오히려 여성 비율이 높다. 남성들의 성역이었던 사관학교, ROTC까지도 여학생들이 진출하여 수석졸업을 하기도 하였다. 우리 가정과 사회가 차츰 여성 중심으로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즈음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우리사회에 뿌리 깊었던 남아선호사상의 결과, 성비가 맞지 않아 초등학생들 10∼20%는 남학생끼리 짝을 지어 앉힌다 한다. 성비불균형은 부도덕한 의학이 태아의 성별을 감별, 여아를 낙태시킴으로써 초래되었다. 80년대 남자아이만 골라 낳은 결과 30대 10명 중 4명이 짝이 없어, 신부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어도 역부족이다. 며칠 전 뉴스에서는 15∼25세 연령대는, 연령별로 남자가 여자보다 20만 명 정도 더 많아 결혼 적령기가 되는 2020년부터는 20%가 독신
보육부터 노인서비스까지 사회복지서비스 확장에 따라 현장에서 지역주민들과 직접 대면하는 일선 사회복지 담당공무원들의 업무 과다로 인한 소진현상이 심각하다. 그 동안 기초생활급여 현금 중심 서비스로부터 다양한 현물 서비스가 늘어남에 따라 일선 현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공공부조를 중심으로 한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는 새로운 서비스제도들의 도입과 함께 기초노령연금제도의 시행, 보육료지원 대상의 전면 확대 등 부처별로 시행되는 ‘복지’제도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복합적인 욕구를 지닌 대상자는 늘고 있는 데 반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수행 환경, 특히 복지수요자인 지역주민과 대면하는 읍·면·동 주민센터의 환경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일선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을 증원하고 있으나 여전히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 증가에 따른 읍·면·동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 과중 현상을 뜻하는 일명 ‘깔때기 현상’의 해결에 대해서는 10여년 전 복지전달체계 개편 초기부터 꾸준히 지적되었으나 여전히 미완인 상태로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개편
경기도가 보수 편향 지적을 받는 <경기도 현대사> 교육을 강행해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15일 공직에 막 입문한 공무원 등 207명을 대상으로 <경기도 현대사> 집필자를 불러 강의를 진행한 것이다. 도는 앞으로 연내 다섯 차례 더 특강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기도의회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책 집필 단계에서부터 이의를 제기했고, 이번 특강 직전 중지를 요청했지만 무시됐다. 이들은 도가 향후 일정대로 추진할 경우 예산삭감과 철저한 검증으로 맞서겠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논란을 지켜보면서 드는 궁금증은 안팎으로 난제가 첩첩한 시기에 경기도가 이런 논쟁적인 역사 교육에 집착해서 무슨 실익이 있는가이다. 경기도가 그동안 내놓은 답변을 보면 “공무원에게는 뜨거운 애국심과 투철한 국가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 한다. 문제는 어떤 역사를 가르쳐야 “뜨거운 애국심과 투철한 국가관”이 생기느냐다. <경기도 현대사>의 저자 이영훈 교수처럼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 소속 학자들만이 제대로 역사를 가르칠 수 있다는 건 유치한 얘기다. 그들이 객관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들의 역사관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내에 존재할 수 있는 여러 역사관 중 하나일 뿐이다
청소년 시기엔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운동을 권장하는 이유는 몸과 마음의 성장통을 앓는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분출하는 에너지를 운동에 쏟아 부음으로써 체력을 증강시키고 건강한 마음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운동은 또 방황과 탈선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학교체육과 사회체육을 장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엘리트 체육선수들이다. 지금 우리나라 운동부 학생선수들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거의 수업을 받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부에 몸담아 온 선수라면 대부분 기초학력은 심각하게 저하돼 있다. 오직 운동밖에 모르고 학업수행능력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학생들… 이게 학교 운동부의 현실이다. 운동부 학생들의 학업수행능력 미비 문제는 이미 그 도를 넘어섰다. 운동선수들에게도 공부를 시키고 체육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지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상급 교육관청에서도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학원 체육의 현주소는 그렇지 않다. 경기실적에 의하여 상급학교 진학이 결정되고 지도자의 역량을 평가받는다. 이런 풍토에서는 운동만 할 줄 아는 기형적인 선수들이 육성된다. 문제는 이처럼 어려서부터 죽어라 운동만 하다가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거나 프로스포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