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시절의 봄은 개나리와 진달래로 시작되었다. 가지가 휘도록 흐드러지게 핀 노란색 개나리와 점점이 흩뿌려진 연분홍빛 진달래.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 달라는 김동환의 시처럼 진달래는 겨울빛 수묵화를 선명한 빛깔로 채색한 봄의 전령사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봄꽃의 대명사가 벚꽃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개나리, 진달래보다 벚꽃이 규모면에서 압도적이다. 남쪽으로부터 꽃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벚꽃이 온 세상을 뒤덮는다. 약간씩 시차는 있지만 지역마다 개화시기에 맞추어 벚꽃축제를 벌이느라 벚꽃이 피는 계절이면 온 나라가 들썩인다. 올해는 이상 고온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개화시기가 조금 빨랐는데 축제를 준비하는 주최 측은 급하게 행사를 앞당기느라 곤혹을 치렀고, 일정을 맞추지 못한 축제는 낭패를 보기도 했다. 만개한 벚꽃의 장관을 놓치지 않으려 길을 나서는 사람들로 주말마다 전국의 도로는 몸살을 앓았다. 학교에서도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얌전히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하기에는 잔인한 아름다운 꽃 세
망초 /한소운 방문 양 옆으로 나일론 줄을 치고 꽃무늬가 있는 천으로 듬성듬성 주름을 잡아 매달고서 커튼이라고 좋아라 했던 아늑한 방, 자취방 창호지 문짝의 고리 하나를 굳게 믿었던 그 밤 누가 방문 앞 신발만 가만히 확인하고 돌아간 사람 있었지 철들기 전에 지는 꽃도 있지 -<시문학 2013 11> 첫사랑 이야기를 들어 본 지 오래다. 희미한 안개를 뚫고 아카시아 향기처럼 먼 옛날이 우리를 부른다. 소꿉장난 같은 자취방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아직도 머리맡에 놓인 자리끼 곁에서 은하 별들이 눈을 성글거리고 있다. 시인의 창호문짝 고리를 밀고 들어가면 그 아늑한 방이 얼굴 붉히며 우리를 반기겠다. 누굴까 방문 앞에서 신발만 가만히 확인하고 돌아선 사람은./조길성 시인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관련하여 재판부에 제출된 3건의 증거서류가 위조된 것이라 한다. 가짜 문서 3건은 중국 지방 공안국에서 발급한 출입국 기록, 이 기록을 공안국에서 발급하였다는 사실 확인서, 변호인이 제출한 설명서를 반박한 출입국관리소의 답변서 등이다. 법원은 서류의 진위여부를 중국대사관에 물었고, 대사관 측은 3건 모두 가짜라 하였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직인 문제 등, 왜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었느냐는 것이다. 좀 더 정교하였다면 위조한 사실이 발각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국의 위조 전문가 실력이면 공안국 담당자조차도 구별이 힘들 정도로 진짜와 똑같이 만들 수 있었을 터이다. 중국에서 만들 수 없는 서류는 없다고 보면 틀리지 않는다. 대도시는 물론 지방의 중소도시에도 길바닥, 건물 벽, 담벼락 등에 검정이나 붉은 스프레이로 ‘판증(?證) 00000000000’이라고 낙서처럼 숫자가 쓰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조 서류를 주문하라는 휴대폰 번호이며, 거래는 전화로만 이루어진다. 원하는 서류는 무엇이든 다 만들어 주며, 주민증, 여권, 졸업장, 운전면허증, 영업허가서, 토플 성적표 등등 못 만드는 것이 없다. 워낙 정교하여 전
2014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세계 4강의 신화를 재현한 뒤 집단 사표를 제출해 경기도 체육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경기도청 여자컬링팀이 아무 조건 없이 소속 팀에 복귀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선수나 지도자들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경기도체육회 관리팀으로 있다가 2012년 정식 팀으로 창단되면서 가족같이 지내던 선수와 지도자들 사이에 생긴 깊은 골은 쉽게 치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수들로부터 폭언과 성희롱, 포상금 기부 강요를 한 것으로 지목받은 코치는 가장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해당 코치가 입은 상처는 믿고 지도했던 선수들에게 당한 배신감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태를 서둘러 덮기 위해 확실한 조사가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브리핑을 감행해 한 가정의 가장을 성추행범으로 만든 도 대변인실의 보이지 않는 실수도 코치에게는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았다. 세계선수권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도청 컬링팀 선수들이 집단사표를 제출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도와 도체육회는 도 체육과 관계자 3명, 도체육회 관계자 3명 등 6명으로 구성된 긴급 합동조사단을 꾸려 지난 3월28일 오전 11시부터 진상 조
중국 후한(後漢)의 장제(章帝)가 죽자 화제(和帝)가 열 살의 어린 나이로 왕의 자리에 오른다. 역사적으로 나이어린 왕이 자리에 오르게 되면 외척이나 환관들이 득세하는 경우가 많았다. 후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장제의 황후였던 두태후(竇太后)와 그의 오빠 두현(竇玄)이 정권을 잡았고 화제는 명목상의 왕으로 전락했다. 권력의 맛을 알게 된 두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예 화제를 제거하고 자신이 직접 왕위에 오르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그러나 이 사실은 화제에 의해 발각되었고, 화제는 당시 실력을 갖고 있던 환관 정중(鄭衆)을 시켜 두씨 일족을 제거토록 했다. 뜻을 이루지 못한 두현은 체포 직전에 자살을 한다. 두씨 일족의 횡포가 사라졌지만 황제의 지위가 공고해진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는 두씨 일족을 대신하여 정중이 권력을 쥐고 정사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얼마가지 않아 후한은 결국 자멸하고 만다. 명(明)나라 때 재상 조설항(趙雪航)은 이런 상황을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前門据虎後門進狼’(전문거호후문진랑: 앞문의 호랑이를 막으니 뒷문의 이리가 나온다). 한 가지 어려움을 해결하고 나자 다른 어려움이 연이어 발생하는 모습을 빗대
최근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기초생활보장의 확대 등으로 2014년에 8천억원, 2015년부터 2조원 정도의 지방비가 추가로 소요될 정도로 지방의 부담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지방재원 확보에 대해서는 별다른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2008년 이후 중앙정부의 복지예산은 68조8천억원에서 2013년에 97조4천억원(25%)으로 늘어났고, 지방예산에서 차지하는 사회복지예산도 2008년 21조7천억원에서 2013년에 35조원(22.3%)으로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대된 보편적 복지수요는 필연적으로 재원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복지제도가 잘돼 있다고 하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 역설적으로 국민들의 조세부담률이 아주 높다. 2011년도 OECD 평균 조세부담률은 34.1%이며 덴마크 47.7%, 스웨덴 44.2%, 핀란드 43.7%, 벨기에 44.1%인데 우리나라는 25.9% 수준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조세부담은 낮게 하면서 복지수준은 높이겠다는 상당히 어려운 과제를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이런 약속이 지켜지려면 세출구조를 조정하여 국방, 치안, 사회 인프라…
북한이탈주민이란 북한에 주소, 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현재까지 한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약 2만6천명을 넘어섰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먼저 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자가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과 형제를 한국에 데려오는 가족 단위의 탈북이 증가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일상생활의 경제적 어려움이다. 정부는 이탈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 이탈주민에게 정부의 지원정책은 정착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다. 이들은 정부의 일정교육을 수료 후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정부는 이들에게 정착기본금 1인 가구는 700만원, 7인 이상 가족은 3천200만원을 지원하고 있지만 사회 정착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인천 연수구의회는 지난달 28일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에 관한 조례(안)를 처리했다. 내용에는 이들에 대한 협의회 구성, 직업교육, 자녀에 대한 보육과 교육지원, 생활지원 등이 있다. 앞으로 연수구에 거주하는 북한이탈
요즘 같은 봄철이면 들로 산으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뛰어놀던 때가 있었다. 서울에서도 신촌 변두리 노고산 밑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덕분이다. 지금은 서강대학교가 노고산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당시 그곳은 제법 모습을 갖춘 산, 내, 들이 있어서 나에겐 꽤나 훌륭한 놀이터 구실을 했다. 두세 살 많은 동네 형들을 비롯 어울리던 몇몇 또래들은 학교 파하기 무섭게 동네어귀에 모여 노고산으로 출정(?)하는 일이 거의 매일 이어질 때도 있었다. 무엇에 이끌렸는지 모르지만 무리에서 빠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기를 쓰고 따라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도 막 피어나는 청춘의 발산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어스름저녁 귀가 시간이 되면 내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한다. 그 자리에서 형들은 결석자(?)를 막기 위해 으레 이런 말을 했다. ‘만약 내일 안 나오는 사람은 알아서 해. 한번이라도 빠지는 사람은 다음에 또 끼어달라고 해도 국물도 없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오면 반기는 건 눈꼬리 올라간 엄마의 톤 높은 목소리다. ‘이놈에 자식 어디 갔다….’ ‘일찍 와서 숙제하고 예·복습하라고 몇 번을 말해야
자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봄을 맞아 생명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그런데 자연에는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이 아닌, 단지 신성한 선물인 생명을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의무만이 부여됐다.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은 어떠한 선택을 하고 있는가? 우리나라는 하루 평균 43명이 자살하는 나라라고 한다. 이것은 인구 10만명당 31.7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다. OECD 평균은 12.6명으로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9년 연속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 같은 통계를 반영하듯 112지령실에서는 “가족이 자살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사라졌다”라는 신고전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을 찾기 위한 잦은 경찰인력 투입 및 사회적 비용 또한 급증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의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살 기도자들의 대부분은 화목하지 못한 가정에서 폭력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는 통계가 눈에 띈다. 부모가 가정폭력을 휘두를 때 아이들이 목격을 하거나 장기간 학대 및 방치, 상습적인 신체·언어폭력 등이 폭력 전체의 65%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가정폭력이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