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에 있는 크림반도엔 ‘흑해(黑海)의 보석’으로 불리는 휴양도시 얄타가 있다. 1945년 이곳에서 연합국 정상들은 한반도의 미·소 신탁통치 안을 논의해 우리에게는 아픈 기억을 남긴 곳이기도 하다. 크림반도에는 이런 관광명소 말고도 역사적 흔적들이 많다. 특히 지정학적 가치가 커 예부터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면서 전쟁도 자주 치렀다. 대표적인 게 1854년부터 2년여동안 러시아제국과 영국, 프랑스, 오스만제국 등이 연합하여 싸운 크림전쟁이다. 이때 가장 격전지였던 곳이 현재 러시아 흑해 함대가 정박 중인 ‘세바스토폴’ 항구였는데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영국의 간호사 ‘나이팅게일’은 당시 이곳에서 초인적인 활약을 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768년부터 1774년까지는 러시아와 터키 간 전쟁도 이곳에서 벌어져 러시아가 흑해에서 함대건설권 및 상선의 자유통행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후 ‘포템킨 빌리지’라는 정치용어도 생겨났다. 전쟁에서 이긴 러시아 여제(女帝) 예카테리나 2세는 어느 날 배를 타고 드네프르 강을 따라 새로
빈 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 집에 갇혔네 삶 속에서 떠나거나 남는 일은 끊임없는 순환을 거듭한다. 인간에게 있어 만남과 이별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있다. 사람은 하나의 “집”과도 같은 존재다. 누군가에게 깃들 수 있다는 일만으로도 삶이 풍요로워지는 존재. 어느 순간 “집”에 홀로 남겨졌을 때 엄습해 오는 상실감은 “공포”로 남기도 한다. 사람과 “사랑”을 잃었을 때, “더듬거리”며 찾는 “밤”과 “눈물”과 “촛불”은 존재의 이유이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의 의미로 남고 있는 것일까?/권오영 시인
지난해 말 대법원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면서 통상임금의 의미와 이에 따른 추가임금의 청구 여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법과 이 영에서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연장·야간·휴일 근로가 상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근로기준법이 위와 같이 통상임금에 부여하는 기능 중 가장 주목되는 것은 그것이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등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으로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근로 대가로서의 임금이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통상임금에 해당하는데, 먼저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 ‘정기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그 임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정기상여금과 같이 일정한 주기로 지급되는 임금의 경우 단지 그 지급주기가 1개월을 넘는다
취임 1주년을 맞아 박근혜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지역경제활성화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은 크게 2부분으로 되어 있다. 첫째는 시·군 단위의 지역행복생활권 확충과 시·도별 특화발전프로젝트 추진이고, 둘째는 사업추진을 위한 규제 완화 및 세제 지원 방안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지역개발이 활성화되면 최소 13조9천억원 이상의 투자효과가 생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 이번 대책이 적잖은 기여를 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백화점식으로 짜 맞춘 것이어서 알맹이가 없고 부동산 경기침체의 지속으로 기대된 투자확대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후자의 측면이 더 두드러진 게 사실이다. 그것은 정책의 추진방식이, 정부의 설명과 달리 여전히 과거 개발주의시대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행복생활권은 박근혜 정부의 대표 지역정책으로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의 지시를 따른 지역발전위원회가 중앙집권적이고 하향적으로 관장하는 틀 내에서 지역행복생
강 /최화숙 강가에 서면 물결보다 먼저 일렁이는 그리움 있어, 가만히 나를 안아봅니다. 잡히지 않는 바람은 갈대밭을 돌아 내 빈 가슴에 부딪혀 노을빛보다 더 붉게 타오르는 사무친 날들의 추억을 달래는데. 휘파람 같은 기대를 안고 돌아서는 길엔 바람만 무심히 건너갑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도 강물은 하류로 흘러간다. 강물이나 냇물을 마주하면 심리치료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정신질환의 대부분은 집착에서 비롯되는데, 훌훌 흘러가버리는 강물을 마주하면 우리는 비로소 마음의 고삐를 놓을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 시의 시어처럼 ‘가만히 나를 안아’줄 수 있고, 마음의 평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 시에는 강과 흡사한 성질의 ‘바람’도 등장한다. 추억이 지나치면 병이 된다 했던가. 바람은 가슴속에 정체되어 있는 슬픈 추억을 훌훌 날려버린다. 오늘 마음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면, 바람 부는 강에 가보자. 근심과 걱정을 훌훌 날려버리자. 한잔의 술보다 효과 좋을 것이다. /박병두 시인·수원영화예술협회장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은 봄과 여름 두 차례에 걸쳐 성 안팎을 구경하는 풍습이 있었다. 짝을 지어 성 둘레를 한 바퀴 돌면서 구경도 하고 소원도 빌었다. 팍팍한 삶에서도 여유를 가지며 풍류를 즐긴 것이다. 특히 과거시험 보러 온 유생들은 장원급제를 기원하기도 했는데 이를 순성(巡城) 놀이라 불렀다. 조선 후기 실학자 유득공은 자신의 저서 경도잡지에 “도성을 한 바퀴 돌아서 도성 안팎의 화류 구경을 하는 것이 멋있는 놀이인데, 새벽에 출발하여 저녁 종칠 때에 다 볼 수 있다”고 순성 놀이를 적기도 했다. 수원에서도 이러한 성곽돌기가 10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본보가 매년 3월 수원의 자랑 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개최하는 ‘화성돌기’ 행사가 그것이다. 올해도 오는 29일 토요일 개최한다. 정조는 1789년 아버지 장헌세자(사도세자)의 능을 양주 배봉산에서 수원의 화산으로 옮긴 뒤 1794년 2월부터 화성(華城)을 쌓았다. 그리고 2년 7개월 만인 1796년 9월10일 완공했다. ‘화성성역의궤’에 의하면, 성곽의 총 길이는 5천744m(4천600보) 가운데 문루, 포루, 포대, 공심돈 등 성벽의 약 739.69m(635보 4척)를 제외하면, 성의 연장은 4
1935년 국내 첫 밀가루 공장 자장면·쫄면 탄생…면요리 발달 중·동구 지역 테마별 거리 연계 2018년까지 亞 누들타운 조성 한·중·일 문화 공통점 살려 관광·음식브랜드산업 육성 원도심 활성화 경제효과 기대 ■ 인천시 누들타운 조성 박차 인천은 1935년 우리나라 최초로 밀가루 공장이 들어서면서 고유한 면(麵) 요리가 발달해 왔다. 자장면과 쫄면의 탄생지이자 면요리 집합처로서 현재 자장면·쫄면·냉면·칼국수 4개의 ‘누들테마거리’는 물론 개별 입지 형태의 누들레스토랑이 폭넓게 분포돼 있다. 또 디자인, 문화콘텐츠, 여행프로그램 등 누들을 매개로 관광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연계가 가능한 청년층의 다양한 실험이 시도되고 있다. 인천시는 누들을 매개로 하는 지역관광의 차별성과 경쟁력 제고를 통해 복합공간 성격의 아시아 누들 플랫폼과 기반정비 차원의 누들 테마거리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도심지역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누들타운 조성사업을 짚어본다. 자장면과 쫄면의 고향 칼국수·냉면거리가
伯牙(백아)는 중국 춘추시대 거문고의 달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친구 鍾子期(종자기)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백아가 거문고를 켜면, 그의 음악을 정확히 이해하여, 백아가 거문고로 산천경계를 노래하려고 하면 옆에서 귀 기울이며 맞장구치고 탄성을 지르면서 ‘아 멋지군. 하늘 높이 우뚝 솟은 그 느낌이 태산 같고. 너무 좋아, 최고야 넘치듯 흐르는 그 느낌은 황화 갈아라’고 하였다. 이처럼 종자기는 백아가 무엇을 노래할는지를 잘 알고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고, 백아와는 거문고를 가지고 서로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였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 종자기가 병으로 죽자 백아는 너무 슬프고 절망한 나머지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거문고의 줄을 끊어 버리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다시는 거문고를 켜지 않았다. 자신의 음악을 알아주는 이가 세상에 없으니, 더 이상 계속할 의미를 잃었다는 것으로, 이럴 때 우리는 知己(지기)를 잃었다고 말하며 知音(지음)을 잃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이해타산만을 가리는 요즘 세태 속에서 진정 지기라고 말할 수 있는 친구를 찾을 수 있을까.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여주시는 세종대왕의 도시다. 시내 관문에는 세종대왕 동상이 위용을 뽐내고 있다. 매년 한글날만 되면 전국 한글휘호대회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여주시에 세종 초·중·고교가 있고,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에는 세종이란 간판이 눈에 띄게 많다. 전국 최고의 쌀 주산지답게 쌀 브랜드도 세종대왕의 캐릭터가 들어간 ‘대왕님표 여주쌀’이다. 여주시 능서면에 세종대왕능이 있기 때문에 펼쳐지는 풍경이다. 바로 인근에는 북벌의 칼을 갈았던 효종대왕릉과 왕비 인선왕후의 능도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이유로 관광시즌만 되면 여주시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세종·효종대왕릉이 여주시에 가져다주는 유·무형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본보는 최근 세종·효종대왕릉의 관리실태를 집중 파헤쳐 보도했다. 지난해 7월 내린 집중호우로 능을 지켜주던 좌청룡 우백호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것을 비롯해 일부 부속 시설물이 훼손됐는데도, 8개월째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유지관리 책임이 있는 문화재청은 까다로운 복구시스템, 예산문제로 복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취재를 하면서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