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구단의 반대로 지지부진하던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승인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이는 프로야구선수협회를 비롯한 야구인들과 10구단 유치를 희망하는 수원시민과 경기도민들의 열망이 이루어낸 결과다. 선수협은 골든글러브 보이콧을 시작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스프링캠프와 WBC 참가도 거부하겠다고 선언한바 있다. 여기에다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후보까지 10구단 창단 지지의사를 밝혔다. 박 후보는 “기득권 유지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창단 계획이 철회되어서는 안 된다”고 답했으며, 문 후보도 “일부 구단의 이익 때문에 선수들이 기회를 잃고 야구팬들이 실망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결국 일부 구단이 고집을 꺾음으로써 10구단은 이제 수원이냐 전북이냐의 선택만 남았다. 수원시는 11일 KBO 이사회에서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승인을 결정하자 재빠르게 ‘115만 수원시민과 1천200만 경기도민이 함께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KBO 이사회의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승인은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국민의 열정과 야구인들의 염원이 반영된 결과며, 연 700만 관중시대를 넘어 1천만 관중시대가 열릴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긴 물배암 설악동에서 가평골로 퍼런 등 꿈틀이며 흐른다. 억새 쏴악쏴악 소리 지르는 산그늘 밑을 지나 감국甘菊들이 배시시 웃어 주는 산이 물러난 낮은 자리에 또아리를 틀고서 구부정한 나무에게 길을 묻는다. “낮은 곳으로 가시게.” - 시집 <불량한 시각> 중에서 - /김춘 사는 일이 각박해졌다. 더 나빠지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몸을 낮추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래로 아래로만 흐르다가는 아예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공포가 세상을 채우고 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의 전조는 보이지 않고, 밀려난 자는 다시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막판 드라마가 한창이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 다급한 마음을 부채질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그럴수록 물에게 묻자. 더 낮은 곳으로, 모두를 껴안으며, 끝없이 기다리는 희망으로 오늘을 견디자. 퍼런 등을 꿈틀대며 억새가 속삭이는 들판을 지나 감국의 아름다운 미소를 읽는다. /장종권 시인
1908년 6월 30일 오전 7시 17분, 옛 소련(러시아)의 시베리아에서 큰 폭발사건이 발생했다. 통칭 ‘퉁구스카 폭발사건’으로 불리며, 사람이 살지 않는 밀림지역에서 일어났지만 450km 떨어진 곳에서도 관찰되고 느껴질 정도였다. 서쪽에서 동쪽으로 진행한 불덩이의 공중폭발로 나무 6천만 그루 2천㎢의 숲이 황폐화됐고, 현장에서 15km 떨어진 곳에서 방목되던 1천500마리의 순록이 타죽었다. 사건발생 20년 후 현장을 찾은 소련 과학아카데미 과학자들과 모스크바대학교 관계자들은 그 피해규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에는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지만, 만약 이러한 사건이 인간거주지역에서 일어났다면 그야말로 생지옥이 됐을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시베리아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서부 유럽의 지진계가 움직였고, 폭발 잔해물은 800km 밖으로 날아갔다. 현재 과학계의 다수설은 크기 60m 정도의 소규모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 후 지상 8km지점에서 폭발했다는 것이다. 엊그제인 11일 저녁 6시쯤에도 소행성이 지구를 스치듯 지나갔다. 과학 전문잡지인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2012 XE54’로 명칭된 지름 36m의 소행성이 지구통과 이틀 전에야 불쑥 나타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특별한 것을 좋아하면 아랫사람은 그것을 모방해 따르는 정도가 더욱 심하다는 말이다. 안평대군이 글을 잘 써서 명필이라 불릴 정도였다. 그는 오로지 중국 원나라 조맹부의 글씨체를 모방하여 익혀 대성했는데 당시 조정의 대신들이나 명사들이 앞 다퉈 안평의 글을 익혔다. 안평의 위치를 보고 따랐을 것이며 그 영향은 실로 대단했다. 마치 바람이 부는 대로 갈대가 쓰러지는 것처럼. 맹자(孟子)에는 위에서 좋아하면 아래에서 반드시 더 심해지는 것이니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라 풀에 바람이 불면 반드시 쓰러진다 하였으니 이것이 세자에게 달린 것이라(上有好者 下必有甚焉者矣 君子之德風也 小人之德草也 草尙之風必偃是在世子) 했다. 그만큼 세자의 위치의 영향을 비유한 것이며 윗사람의 모범을 간절히 호소한 것이라고 하겠다. 재물이 있고 없음만 따지는 것을 버리고(論其財之有無) 검소하다가 사치하기는 쉬워도 사치하다가 검소하기는 어렵다(由儉入奢易 而由奢入儉難). 모두가 사치를 바꿔 검소해져야 한다(變奢爲儉)는 윗사람이 헌신적 실천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사치의 피해는 천재보다 심하다(奢侈之害 甚於天災). 이 말은 권력의 피해는 천재보다…
한파 속 며칠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로 전국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공약과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말들로 북적인다. 선거철이 아닌 평소에도 이만큼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위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살기 좋은 나라가 되었을 것 같다. 어느 후보를 막론하고 민생의 구석진 곳을 찾아 동분서주하고 그들의 고통을 해결하겠다고 나선다. 무료급식소에 들러 밥을 푸고,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주겠다고 하는가 하면,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고, 실업자를 줄이겠다고 공약한다. 이런 공약들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이라면 진작 정책에 반영하여 어려운 살림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할 일이지 왜 본인들이 대통령이 되면 실현 가능하다고 외치고 또 외치나 하는 볼멘 투정이 생기기도 한다. 얼마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조카가 반장선거에 나간다며 열심히 원고를 만들고 있다. 반장을 하던 친구가 집안 사정으로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반장을 다시 뽑는다고 했다. 5학년인 조카는 본인을 반장으로 뽑아준다면 축구부를 활성화 시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방과 후 축구를 좋아하거나 축구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을 모아 축구부를 결성하여 반 친
18대 대통령선거가 코앞이다. 여론조사기관마다 분석의 차이는 있지만 유력 후보들의 박빙승부를 점치고 있다. 그만큼 이번 대선이 여느 선거에 비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정치개혁, 경제민주화, 검·경개혁, 복지국가 실현 등 그동안 대한민국이 안고 있던 개혁과제가 후보들의 입을 통해 총출동했다. 소위 부동층의 환심을 차지하기 위한 방편이며 상대후보와의 차별성을 보여 부동표를 얻기 위한 전략일 게다. 문제는 경쟁이 치열할수록 내뱉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전락했던 전례가 없지 않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충분하게 갖지 못했던 선거였으니 오죽하겠는가. 더 큰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은 없고 중앙만이 존재하는 선거다. 수도권이라 불리는 서울·경기·인천을 아우르고 담아낼 정책이 전혀 표출되지 않고 있다. 그저 중앙적인 이슈가 수도권에 걸맞은 옷으로 치부되고 있다. 다만 후보들의 출신지역인 영남권에 해당되는 굵직한 공약만이 난무한다. 해양수산부를 부활해서 부산에 두는 한편 동남권 신공항을 건설하겠다는 유력후보들의 다짐 속에서 이
이젠 몇 년이었는가 아이론 밑 와이샤쓰 같이 당한 그날은…… 이젠 몇 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날은…… 내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내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천상병 -천상병 전집-1996년 평민사 바보 시인이라 불리던 시인이 있었다. 시 「귀천」으로 친숙한 천상병 시인. 이 세상을 “소풍”으로 비유했던, 그의 삶은 너무나 기구하여 자주 회자되곤 한다. 오래전 동백림 사건에 연루되어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고문을 받으며 6개월간 감옥생활을 했던 시인. 고문 후유증과 영양실조로 쓰러져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는데, 가까운 문인들은 그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여 유고시집 『새』(1971년)를 펴내기도 했다. 이 일화는 부끄러운 유신의 역사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가 억울하게 “아이론 밑 와이샤쓰 같이/ 당한 그날”, 비로소 그의 살과 뼈는 깨닫는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helli
얼마 전까지 다른 것 다해도 내 생전 해보지 못할 것 중 하나가 스마트폰이었다. 사용하던 휴대폰이 통화도중 자주 끊기는 사고가 빈번하여 교체하려는데 그동안 여러 번 등 돌리던 스마트폰을 결국 받아들여야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인들이 하나둘 사용하는 걸 보았지만 도저히 자신이 없고 일단 내가 사용할 폰이 만만해야 하건만 흡사 시댁어르신 같았다. 운전을 배울 때도 그랬다. 난 결코 못하리라 고개를 저었지만 집과 거리가 먼 초등학생 딸아이의 통학을 자처한 터라 뻑뻑한 핸들을 움켜잡을 수밖에 없었다. 내 손길에 자동차가 움직이자 신기하기도 하고 겁도 났지만 하루빨리 면허증을 받는 것이 우선이었다. 애도 낳았는데 무언들 못하겠냐고 마음을 돌려먹으니 용기가 생겼다. 하지만 그때는 젊은 시절이 아니던가. 내 손바닥보다 작은 폰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에 휴대폰 상점 직원은 크게 웃다가 금세 익숙해진다고 미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내키진 않았지만 서류를 작성하게 되었다. 곧 택배로 받은 폰 세트는 불편한 손님처럼 느껴졌고 뜯어보기도 갑갑했다. 단순한 두뇌로는 배터리를 장착하는 것과 USB라는 걸 어디다 넣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설명서조차 과학교과서 이상으로…
“평생에 부모님은 이웃에게 정도 많이 주시고 사랑도 주시고 많은 것을 나눠 주셨습니다. 그러나 호강 한 번 못하시고 쓸쓸히 생을 마감하시고 고인이 되셨습니다.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작은 씨앗 하나를 구세군님들의 거룩하고 숭고한 숲속에 띄워 보냅니다. 2012년 12월 신월동 주민이” 편안한 글씨체의 쪽지와 함께 들어 있던 것은 1억570만 원권 수표였다.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함에서다. 한국 구세군은 지난 9일 오후 6시25분께 명동 입구에 설치된 자선냄비 모금함에 익명의 후원자가 1억570만 원권 수표를 후원했다고 밝혔다. 구세군에 따르면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중년의 후원자는 이날 “어려운 노인분들에게 꼭 써 달라”며 자선냄비에 봉투를 넣은 뒤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고 한다. “설마 모금함에 수표가 있을 리가”라고 생각했지만 자선냄비본부는 10일 오전 은행에서 계수하는 과정에서 고액 수표와 편지가 담긴 봉투를 발견했다. 지난 11월 30일 자선냄비 모금활동이 시작된 이후 전국적인 나눔과 기부가 활발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계좌이체로 1억 원의 성금이 전달되기도 했다. 이는 개인이 자선냄비 계좌로 이체한 금액 중 최고액에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