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자리는 남은 자리 끈 떨어진 슬리퍼 한 짝 머리카락 몇 올 걷히고 나도 씻어지지 않는다 칼에 베인다 쥐똥나무는 가지 끝에 움트는데 노을은 홀로 오래 탄다 빈 몸이다 - 시집 『여기 있어요』/2011년 시안 빈센트 반 고흐의 <구두>가 생각난다. 구두의 주인은 가고 구두라는 사물만 남았으나 우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고단한 노동의 시간을 미루어 짐작하고 구두 주인의 성실성까지도 읽을 수가 있다. 그렇게 떠난 자리는 곧바로 남은 자리가 된다. 떠난 자리에 “끈 떨어진 슬리퍼 한 짝 / 머리카락 몇 올 남아” 떠난 사람의 모습을 증명이라도 하듯, 무슨 일이 있었을까? 분명 거센 폭풍의 시간이 지난 뒤 텅 빈 고요가 남아 출렁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비어서 꽉 찬 풍경과 수많은 상념들이 걸어 들어온 것이다. /박홍점 시인
유네스코 등재유산은 세계적인 가치를 지닌 각 나라의 유산을 말한다. 먼저 세계유산은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가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 협약에 따라 지정한 유산을 의미하며, 이를 동시에 충족시키고 있는 복합적 유산도 포함한다. 이 세계유산의 탄생배경은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가 나일강 상류에 아스완 하이댐 건설에 착수하자 그 주변에 있는 아부심벨신전, 펠레신전 등 누비아 유적지를 포함한 귀중한 문화유산이 수몰 위기를 맞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이집트 정부와 전 세계의 문화인들은 이러한 문화재들을 국제적인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에 유네스코에 대비책을 강구토록 요청하였다. 이에 따라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문화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을 채택하게 되었다. 일명 세계유산협약이라고 부르는 이 조약은 1975년 발효되어 전 세계의 대부분 국가가 가입하였고, 우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 1988년 102번째로 등록하였다. 2001년부터는 인류공동으로 보호해야 할 구전 및 무형유산을 선정하여 유네스코에 등재시키고 있다. 1997년 고문서 등 전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호하고 이를 후세에 전승해 주고자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하여 관리하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서울 광화문 같은 장소에서 8일 시차를 두고 격돌했다. 선거전 반환점에 해당하는 이날 두 후보의 광화문 유세는 양측의 세 대결로 치열하게 전개됐다. 그래서인지 많은 유권자들은 누구 유세에 얼마나 많은 관중이 몰렸느냐는 것이 최대 관심사였다. 경찰 추산으로 박 후보 지지자는 1만5천여 명, 문 후보 지지자는 1만1천여 명이 몰렸다고 한다. 이제 대선 분위기가 양자 대결구도로 본 궤도에 들어선 느낌이다. 두 후보는 이날 유세를 통해 상대 후보를 향해 거친 비판을 쏟아내는 동시에 차별화를 시도했다. 박 후보의 ‘민생정부론’과 문 후보의 ‘정권교체를 통한 새정치론’이 맞섰다. 박·문 두 후보는 ‘광화문 대전’을 시작으로 수도권 부동층 확보에 시동을 걸었다. 전통적으로 야세가 강한 수도권에서 한 표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양당의 치열한 선거전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대선일이 10일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상 이번 주 초 실시될 각계의 여론조사 결과에 각 당은 물론 유권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느냐 마느냐 말도 많았던 무소속 안철수 전 대선 예비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하고 나
우리나라 국회의원은 300명이다. 이 숫자를 놓고 국민들은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국민들은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은 세비를 받고 있고, 국회의원이 받는 대우가 너무 많다는 데 공감한다. 받는 대우나 보수에 비해 하는 일이 적은 국회의원, 특히 당연히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과 국회 개혁 법안에는 게으르지만 국회의원 머릿수를 늘리기 위한 ‘누더기 법안’과 위헌 소지가 있는 포퓰리즘 법안, 그리고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기 위한 세비 인상안들은 일사천리로 처리했음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시급한 민생법안은 뒤로 미루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으로 늘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정치개혁특위에서 올라오자마자 먼저 심사해 본회의로 넘겼다. 이에 따라 민생을 외면하고 여야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국회의원 수는 팍 줄여야 한다는 성토가 국민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 국면을 맞아 여야 모두 국회의원 머리수 줄이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게 실제로 이루어질지, 줄였다가 언제 다시 슬그머니 숫자를 증원시킬지 모르지만 아무튼 환영할만한 일이다. 국회의원 정수의 감축 논의는 새누리당…
며칠 전 TV에서 ‘젖소 짜는 이등병’이란 방송을 본 적이 있다. 축사에서 30개월간 일하면서 군복무를 대신하는 대체복무제(代替服務制)의 현장이다. 대체복무제란, 국가에서 군복무 대신 농어촌 노력봉사 등 사회복지관련 시설에서 일하는 것으로 군복무를 인정하는 제도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 젊은 농촌후계자가 있다는 게 가슴 뿌듯하면서도 이런 후계자가 극소수라는 게 마음이 아프다. 실제로 우리 농촌은 청년후계인력은 유입되지 않고 고령화는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과거 7080세대의 대학생시절, ‘농활’은 한국 대학생의 필수 코스였다. 주로 여름방학이 되면 학생들은 농촌으로 가서 부족한 일손을 보태며 실천하는 지성인의 면모를 배웠다. 농활은 배움과 실천이 만나는 생활 속 현장이었다. 대학생들은 농활에 대한 각양각색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글로만 공부하던 학생들이 처음 해보는 농사일에 밭을 매다 기절하거나 생각 외로 농사를 잘 지어 마을 어르신이 땅을 줄 테니 와서 살라고 하는 등 자신만의 농활 체험담을 갖고 있다. 최근 들어 자본주의 4.0, 마케팅 4.0 등 4라는 숫자가 대세다. 이것들이 강
기자(記者)라는 직업은 늘 특종에 시달린다. 직업의 생래적 특장이 ‘남들이 모르는, 경악할만한,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 근래 들어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전쟁이 심화되면서 특종을 향한 기자들의 혈투는 전쟁에 버금간다. 여기에 ‘프리랜서 기자’라고 하면 대부분이 그날그날의 성과에 따라 삶의 영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으니 정도는 더하다. 과거 우리 언론사에도 자신의 집이 불타는 장면을 객관적으로 기사화한 신화적 이야기가 전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장면에서도 인명피해는 없었고, 소방관들이 투입돼 진화작업 중인 현장에 늦게 도착한 기자의 보도였다. 또 사정(司正) 관계자들이 자신의 친인척을 정의의 이름으로 심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온갖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특종을 보도한 이야기는 기자들 술자리의 기본안주다. 하지만 최근 미국 뉴욕의 지하철에서의 특종사진은 기자이기에 앞서 인간의 자격에 의문을 갖게 한다. 현지시간 3일 뉴욕 맨해튼의 지하철역에서 한국인 남성 한기석(58)씨가 30대 흑인청년에게 떠밀려 선로로 추락, 전동차에 치여 사망하는 참사가 일어났다. 다음 날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는 ‘뉴욕포스트’ 1면에는 사망 직전인 한씨가 두 손을 뻗어 플랫폼을
비상구는 생명의 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피난처이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생명을 보호함은 물론 위험으로부터 피해갈 수 있는 탈출구 역할을 한다. 이러한 탈출구를 훼손하는 행위 등을 한다면 화재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사람들의 생명과 재산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비상구 훼손으로 인해 얼마전 부산의 한 노래주점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9명이 안타까운 생명을 잃었고, 25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는 영업주의 비상구 관리의식 부재가 낳은 인재라 아니할 수 없다.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피난 및 방화시설의 유지관리 의무를 강조해 오고 있으며, 소방관서에서는 비상구의 올바른 관리를 위해 비상구 폐쇄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특정소방대상물 및 다중이용업소의 피난 방화시설의 유지관리 미흡 부분에 대해 신고하면 신고자에게는 포상금을 지급하고, 영업주 또는 건축물 관계자에게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가 운영된 지도 벌써 3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도 비상구 관리 실태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영업주는 영업장 내 안전을 위해 피난&mid
정부의 장애인복지정책 일환으로 시작된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사업이 시작된 지 4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잇따른 중증장애인의 죽음으로 턱없이 부족한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문제점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근육장애인 H씨의 경우 인공호흡기 호스가 빠져 죽음에 이르렀고, 뇌병변장애인활동가 K씨는 지난달 새벽 자택인 서울 행당동 상가건물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119에 신고했지만 소방차가 도착하는 동안 질식사로 숨졌다. 이들의 죽음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후 홀로 집에 있다가 당한 참변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만약 누군가와 함께 있었더라면, 이 같은 참변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현재 이들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는 장애인들이 있어 또 다른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은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이 인권이며, 활동보조인은 노동자로 존중받는 것이 인권이다. 활동보조서비스는 장애인복지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기회의 보장, 선택권 증진을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적 지원체계가 전제될 때 가능하며, 활동보조서비스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체계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활동보조서비스는 가사도
함경북도 우리고향 아득한 마을 행준네 넓은 콩밭머리에 이 아침 장끼가 내렸는가 보아라 칙칙거리기만 하고 아직 못가는 기차 해는 노루골 너머에서 몇 자쯤 떴는가 보아다오 -시집 『느릅나무에게』, 2005년, 창 작년 구월 하순 김규동 시인의 부고를 접했다. 함북 중산에서 월남하여 일평생 민족통일을 애타게 노래하다 육신이 아니라, 영혼으로 고향에 드신 김규동 시인은 말년의 시집 ‘느릅나무에게’에서 모든 힘을 다 빼고 오직 자신의 고향을 애틋하게 노래하셨다. 1923년 태어나 청년기에 서울로 오신 선생님은 60여 년 단 하루도 당신의 고향과 어머니를 놓친 적이 없으시다. 그가 민족시인으로 불린 것은 그가 우리의 모국어로 우리가 하나임을 끊임없이 노래했기 때문이리라. 구순을 앞두고 당신의 눈앞에 아른거렸던 고향마을, 그 콩밭, 노루골. 아, 이 얼마나 비탄하고 답답한 그리움인가? 도대체 한 혈육이 하나로 만나야 되는 일 말고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통일, 통일, 칙칙거리기만 하고 아직도 못가는 기차, 누가 이 노시인의 그리움에 철조망을 치고 한 서린 죽음을 방치했는가, 이제 산자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