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술을 마셔야 서글퍼져…… 서글퍼서 술을 마시던 때가 있었나 싶어……” 진달래 능선 걸어 걸어 나앉은 너럭바위 같은 나이 훤한 이마가 한 잔 술로 붉다 아쉬운 것은 지나온 고개만이 아니다 불콰한 술기운을 치대는 붉고 붉은 마음으로 좀처럼 물들지 않는 것이 서럽다 그래, 그것이 제법 걸었다는 뜻이다 능선길이다 연초록물이 막 달아나는 고갯길이다 -시인축구단 글발 공동시집 ‘토요일이면 지구를 걷어차고 싶다’에서 ‘난 이슬만 마시고 산다’라는 말이 있다. 이슬 중에 참이슬, 이것은 술을 마신다는 비유이다. 나도 참이슬을 마시고 참이슬을 따뜻하게 데워 그 안에 몸을 담그고 싶은 가을 “요즘 나는 술을 마셔야 서글퍼져……서글퍼서 술을 마시던 때가 있었나 싶어……” 라는 구절이 충격으로 온다. 서글퍼서 술을 마시던 때는 시인의 인간적 감성이 살아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인간적인 모습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술을 마셔야 서글퍼진다는 것은 술로 무디어진 감성을 살린다는 것이
개개인이 자신의 인생활동을 결정함에 있어 장래 직업 및 이를 이루기 위한 준비로 적절한 교육기관을 선택하고, 그곳을 통해 사회적 자기실현을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원조·지도하는 일을 진로에 대한 사전적 의미로 이야기한다. 자녀를 키우다 보면 필자뿐 아니라 모든 부모들이 고민하는 공통 과제일 것이다. 학원이나 과외를 시키면서 사회적, 직업적으로 신분이 상승했으면 하는 기대치에서 학업과 공부에 매진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과열이 난무해져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기도 한다. 전국의 고3 수험생들이 수능시험을 마쳤다. 마치 인생의 종착점이 수능시험을 거쳐 대학에 진학하는 것인 양 혈안(?)이 되어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지는 몰라도 모두의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이번 수능시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 또한 자녀들의 인생진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던 일이 떠올랐다. 2남 1녀를 둔 필자는 자녀의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아내와 종종 나누곤 한다. 큰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생으로 여학생인데,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패션·의류학과와 관련된 공부를 하겠다고 일찍 결정을 해놓고 열심히 한 우물을 파고 있다. 논술이 필요하다고, 또는…
밋 롬니 미국 공화당 대통령후보는 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롬니 후보는 이날 새벽 자신의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이같이 전하면서 대통령선거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이 나라는 지금 중요한 시점에 있기 때문에 당파적인 논쟁과 정치적인 행보를 계속해선 안 된다”면서 “우리 지도자들은 국민을 위해 초당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당선 연설을 통해 “우리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으로 흥망성쇠를 함께 할 것”이라면서 “국민 여러분 덕분에 이 나라는 전진한다”며 “롬니와 국가전진 방안에 대한 논의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치열한 경쟁의 끝은 멋있었다. 롬니는 패배를 인정하고 초당적 협력을 약속했고, 오바마는 패배자에 대한 배려가 돋보였다. ‘미국에서나 봄직한 아주 멋진 연설’이라고 한다면 친미주의라고 비난받을지 모르나 이것이 미국의 힘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무대를 국내로 옮겨보자. 오늘로 대한민국 대선은 딱 40일 남았다. 째깍째깍 대선 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아직 후보조차도 확정되지 않았다. 한
KT가 수원시를 연고로 한 프로야구 10구단을 창단하겠다고 밝혀 수원지역의 야구팬들이 뛸 듯이 좋아하고 있다. 그런데 세상일은 그렇게 일방적이지만은 않은 것 같다. 프로야구 10구단 유치 경쟁 관계에 있는 전북은 그렇다 치고 지역의 축구팬들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프로축구 수원 블루윙즈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그것이다. 수원시는 수원야구장을 25년 간 무상으로 KT에 임대하는 방안과 광고 및 식음료 등 수익 사업권 100% 보장, 경기장 명칭 사용권 등 ‘획기적’인 편의를 제공키로 했다. 이것뿐만 아니다. 이른 시일 내에 신축경기장을 지어 수원야구장과 동일한 조건으로 제공키로 했으며, 경기도는 야구장의 연습구장과 숙소 건립부지 확보를 위해 적극 지원 및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수원시와 경기도의 혜택이 수원삼성블루윙즈와 축구팬들의 심기를 거슬리게 하고 있는 모양이다. 본보 보도(8일자 18면)에 따르면 수원월드컵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는 매년 경기도와 수원시가 60대40으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재)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에 입장 수입의 25%인 8억~9억여 원을 임대료로 내고 있다. 이에 블루윙즈와의…
“철아! 세무서에서 남은 세금 돌려준다며 계좌번호를 물어보는데 맞니?” 수 년 전 어머니의 전화였다. “엄마! 그거 사기예요. 보이스피싱.” 설명하느라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검찰청·경찰청·세무서 등을 사칭하며 전화를 해서 명의가 도용되어 발급된 신용카드가 범죄에 사용되었는데 공범이 아니냐고 은근히 겁을 준 후, 피해자를 현금지급기로 유인하는 수법은 이젠 고전적이다. 최근에는 표준말을 사용하며 2~3시간이 넘게 거짓말을 하면서 소유 계좌번호, 비밀번호, 보안카드 번호 등 개인정보를 하나씩 알아내 텔레뱅킹을 통해 범죄 계좌로 피해자의 돈을 이체시켜 버린다.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거짓말 전화로 인해 3만3천80건에 3천531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거짓말 전화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거짓말 전화에 속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땐 주저 없이 112에 신고해야 한다. 112신고센터는 금융기관과 연결되는 핫라인이 구축되어 있어, 신고 접수와 동시에 해당 은행 콜센터 직원과 통화를 할 수 있고, 해당 은행에서는 곧바로…
시월 중순 초등학교 동창회에 다녀왔다. 졸업한 지도 어느새 40여 년이 되어가고 있다. 성질 급한 친구는 세상을 떠나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대부분의 친구는 제 몫의 세상을 살아내느라 희끗해진 머리와 질퍽해진 입담으로 모교 운동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할머니가 되어 손녀 자랑을 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쉰에 얻은 늦둥이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세월 가는 줄 모른다는 친구. 밖으로만 돌던 남편이 아이가 생기자 집과 회사밖에 몰라 이제야 세상사는 맛이 난다며 자랑이 늘어진 그녀를 우리는 부러움 반, 걱정 반으로 엇갈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만날 때마다 편안해지는 친구가 좋아서 힘닿는 만큼 모임에 참석하려 노력한다. 육학년 때 같은 반으로 편을 갈라 게임을 하는 친구들을 목청 높여 응원하고 박수치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초등학생들이다. 처음 개교하는 학교라서 일이 많았다.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깔고 운동장에서 돌을 골라냈다. 장마철이면 발이 쑥쑥 빠지는 운동장에서 풀을 뽑으며 하루가 멀다고 운동장에 집합하여 봉사활동 하며 손수 가꾼 학교다. 말이 봉사활동이지 수시로 불려나가 작업을 했다. 꽃씨와 잔디 씨앗을 받으러 다니고, 뒷산에 송충이를 잡았고,…
우연히 카카오톡을 열어볼 기회가 있어 휴대전화를 조작하고 있을 때 첫 머리에 올려진 이름이 보였다. 3년 전쯤이었던가. 법원에서 조정과 상담을 겸한 의뢰가 있어 조정했던 분이다. 아마도 이혼소송에 따른 재산분할과 양육비, 면접교섭과 관련한 조정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대략 2달 정도 이뤄졌던 짧지 않은 기간이어서 본의 아니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당사자들과 시간을 맞추는 등 개인정보가 오고갔던 터였다. 조정 이후 전화번호가 삭제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우연히 첫 번째 등록되어 있던 이름에는, 길게 문장으로 표현된 말풍선에 “오늘 ○○형을 다시는 볼 수 없는 곳으로 보내드리고 왔습니다. 형의 마지막을 함께…”라고 쓰여 있었다. 문장을 다시 읽어 보았다. 가슴이 내려앉는 말이었다. 당시 조정과 상담과정에서도 남편이 특히 불안했던 마음이 많았는데 결국 일이 벌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최선을 다해 두 사람이 건강하게 헤어지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마음이었고, 특별히 이 사건을 부탁했던 판사님도 그런 사안을 주의 깊게 주문했기 때문에 기억이 지금도 생생했다. 해서 여러 차례 이어지는 조정의 과정은 다른 분들에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할라치면 당국자들은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우리 교육을 부러워한다고 너스레를 떤다. 오바마 대통령이 여러 차례 한국의 교육을 부러워한다는 소식이 들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부러워한 한국 교육은 정확히 말하면 ‘교육열’이지 ‘교육시스템’은 아니다. 정권마다, 또 교육부처 장관이 바뀔 때마다 첨삭된 우리 교육시스템은 지나친 손질 탓에 거의 누더기 수준이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시험을 통한 수험생들의 서열화다. 어제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마찬가지다. 1994년부터 매년 11월 둘째 주 목요일 시행되는 수능시험은 수험생을 숫자로 등급화해 장래를 재단한다. 한 차례의 수능시험이 한 인간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시험이란 수험생들의 변별력이 있어야 하고, 제기된 결점을 계속 보완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소 12년에 걸쳐 배양된 학력을 단 한 번의 시험으로 평가하는 불공정성은 변명할 방법이 없다. 맨손으로 나이아가라폭포 위에 매달린 외줄을 타는 듯한 긴장감 속에 치르는 시험에서 답안을 밀려 쓰는 등의 실수가 있으면 인생의 질이 달라지는 게 우리사회다. 그러나 가장 근
올 가을엔 작업실을 하나 마련해야겠다 눈 내리는 밤길 달려갈 사나이처럼 따뜻하고 맞춤한 악수의 체온을 무슨 무슨 오피스텔 몇 호가 아니라 어디 어디 원룸 몇 층이 아니라 비 듣는 연립주택 지하 몇 호가 아니라 저 별빛 속에 조금 더 뒤 어둠 속에 허공의 햇살 속에 불멸의 외침 속에 당신의 속삭임 속에 다시 피는 꽃잎 속에 막차의 운전수 등 뒤에 임진강변 초병의 졸음 속에 참중나무 가지 끝에 광장의 입맞춤 속에 피뢰침의 뒷주머니에 등굣길 뽑기장수의 연탄불 속에 나의 작은 책상을 하나 놓아두어야겠다 - 시집 『불을 지펴야겠다』- 2009년 문학동네 지우개똥 수북이 주변은 너저분하고 나는 외롭게 긴 글을 한 편 써야겠다 세상의 그늘에 기름을 부어야겠다 불을 지펴야겠다 아름다운 가을날 나는 새로운 안식처에서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한번 해야겠다 가난한 이들을 위해 서설이 내리기 전 하나의 방을 마련해야겠다 버지니아 울프가 표명한 것처럼 작업실을 갖는다는 것, 나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대다수 문인들이 꿈꾸는 바다. 그런데 박 철 시인은 이 가을에 원룸이나 오피스텔이 아닌, “저 별빛 속에 조금 더 뒤 어둠 속에”, &ldq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