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해질녘이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엊그제 퇴근 무렵, 숨을 몰아쉬며 6개월 된 아이를 포대에 안고 사무실에 들어온 30대 중반의 아주머니 때문이다. 이 아주머니는 말문을 열기도 전에 눈물부터 흘리기 시작하셨다. 나는 무척이나 긴장되고 사연이 궁금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흐르는 눈물을 가로막고 무슨 일 때문에 오셨느냐고 묻지를 못했다. 사연인즉, 자신의 일상생활 중에 모르는 사람이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까지 계속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병원에 가도 복도에 서성거리고, 길을 걸어갈 때도 뒤쫓아 온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자신은 ‘스토커에게 시달리고 있다’며 일면식도 없는 불특정 다수인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자신의 사정을 남편이나 가까운 친·인척들에게 얘기를 하고 도움을 요청하면 그냥 모른 척 하라며 지나치기 일쑤라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상담을 요청해도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거기까지 듣고 나니 그 아주머니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난 보통의 때보단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그 분의 이야기에 마음을 열고 2시간 이상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진실인데 남
수원시 팔달구 지동 주민자치위원장인 표영섭 씨는 ‘마을만들기’ 예찬론자다. 그는 지동에서 마을만들기 사업이 시작되면서 주민들 간의 단합이 잘 될 뿐 아니라 우선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참 좋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수원시 중심가인 팔달문에서 가까운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밤이나 낮이나 쓸쓸할 정도로 사람의 기척이 없는 동네였다. 기반시설도 없는데다가 주택들도 대부분 낡아 미국의 슬럼가 같은 인상을 줬었는데 마을만들기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자 매스컴의 관심이 높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침체된 마을 분위기가 활성화됐고 마을 일을 하는 사람들은 물론 주민들의 표정이 밝아졌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그렇다. 마을만들기는 사람이 우선이다. 수원시에서 한 아파트단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바에 따르면 ‘마을만들기 사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놀랍게도 ‘엘리베이터에서 인사하기’가 제일 많았다고 한다. 지금 수원시내 곳곳에서는 마을만들기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마을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이 사업은 마을 골목길 벽화그리기로부터 시작해 마을신문 만들기, 노인 합창단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이 사업들
밤길을 달려온 차 앞유리에 반투명 반점들이 다닥다닥 찍혀 있다. 풀벌레들에게 자동차는 총알이었던 것. 주광성의 풀벌레들이 전조등 불빛을 보고 사차선의 사격장 안으로 달려들었던 것. 총알에 맞는 순간 터져버린 체액은 유리창에 남고 거죽은 탄피처럼 튕겨져 나갔던 것. 빛만 보면 들끓던 피 빛을 향해 돌진하던 피는 삶에 대한 애착을 아교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새 육체인 유리창에 힘껏 들러붙어 있다. 닦아도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다. ‘밤’과 ‘낮’, ‘야광성’과 ‘주광성’의 대조 사이에는 ‘빛’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빛의 움직임과 동일하게 삶의 속도도 분주하다. ‘불빛’을 보고 달려든 ‘풀벌레’와 상관없이 달려가는 자동차가 오히려 ‘총알’이 되어 돌진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도 모르게 치유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히거나 회복할 수 없는 불구로 만드는 일들은 자주 있는 일들이다. ‘유리’의 눈들이 보는 빛의 흔적들을 전리품처럼 “다닥다닥” 붙이고라도 달려야 한다.
대통령 후보들은 공약 발표를 통해 경찰 수사권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국민 인권과 권익을 위한 공약인지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 조선일보 2012년 10월 26일자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대신’ 수사·행정을 분리하자”를 인용하면 안대희 위원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 경찰에 수사권을 상당 부분 주는 대신 경찰 조직을 ‘수사경찰’과 ‘행정경찰’로 이원화(二元化)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 조직을 수사를 담당하는 수사경찰과 치안·경비·교통 등을 담당하는 행정경찰로 쪼개고, 수사 경찰에 한해서는 검찰의 고유 권한인 기소권만 빼고 내사를 포함한 수사권을 거의 다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이론과 실무적인 배경을 잘 모르거나 경찰에 수사권을 주지 않기 위해 적절치 않은 대안을 내놓은 게 아닌가 싶다. 국민이 쉽게 알 수 있는 실무 사례로 살펴보자. 현장에서 조치는 행정경찰, 살인 혹은 불법 시위자 검거와 수사는 수사경찰을 전제로 한다? 국민 생사가 달려 있는 급박한 상황 혹은 시위현장에서 위급할 때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 빚을 내 시작한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장에서 퇴사하면 직업선택의 폭이 다양하지 못한 우리의 상황에서 자영업이 활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자영업자들이 현상유지는커녕 채무의 늪에서 헤어나지를 못하고 있다. 뚜렷한 사회적 안전망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상당수가 고금리 대출로 연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원회의 의뢰로 금융연구원이 30일 내놓은 가계부채 구조 분석 자료는 자영업이 우리사회의 뇌관으로 지적됐다. 잘 팔리기도 하지만 ‘한 건물에 통닭집만 5곳’이라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자영업자의 과다 집중배출 현상은 자연적인 시장 형성에 역행해 왔다. 빚내어 시작한 자영업이 새로운 가계부채 문제를 추가해 자칫 우리경제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폭탄으로 떠올랐다. 자영업자 대출은 자영업자 수가 늘어남에 따라 꾸준히 증가했다. 정확한 통계는 잡히지 않지만 지난 3월 현재 350조 원으로 추산된다. 1년 새 29조 원 늘었다. 개인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디트뷰로(KCB)가 분류한 자영업자 7만2천 명 가운데 4만8천 명은 부채를 갖고 있다. 1인당 평균 9천700만 원씩 빚을 진 셈이다. 자영업자 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는 10억2천만 명이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고, 하루에 2만5천여 명이 기아로 사망한다고 한다. 또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은 전 세계 포유류와 조류, 양서류의 30%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앞으로 50년 동안 100만 종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후변화와 화석연료 고갈, 농경지 감소, 사막화에 따른 국제곡물가격 폭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생존권을 더욱 위협받게 될 것이다. 2010년 7월 러시아, 카자흐스탄에 가뭄이 들었다. 러시아와 인근 나라들은 곡물 수출을 즉각 중단했다. 그러자 바로 국제 밀 가격은 70%나 폭등했다. 러시아로부터 3천km 떨어진 이집트에서 식량 폭동이 일어나고, 모잠비크에서는 빵값이 30% 인상되었으며, 시민들이 식량창고를 습격했다. 결국 튀니지에서는 대통령이 축출되고, “아이쉬(빵)!”를 외치는 시민들에 의해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은 퇴진하고 말았다. 쌀을 뺀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26%이다. 영국이 100%, 덴마크 115%, 핀란드 110%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위기에 아주 취약한 상태이다. 휴대전화나 자동차를 팔아서 식량을 사서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정치인들이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말하는 이들이 있기는 하지만 깔끔하게 ‘촌철살인’을 날리는 멋진 정치인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다. 막말 정치인을 보유하고 있는 정당은 국민적 심판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정치인의 막말이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데 그냥 바라만 보고 있는 국민들에게도 그 책임은 있다고 본다. 총선을 앞두고 ‘나꼼수’가 국민적 열망을 받았던 것은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던 정치권에 그들이 날린 강력한 펀치 때문이었다. 그러나 입에 담기조차 힘든 그들의 발언이 우리 자녀들에게 여과 없이 고스란히 전달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물론 선거일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미국 대선에서도 여야 간 막말발언이 파행을 낳고 있다. 하지만 깨끗하게 선거결과에 승복하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를 갖출 줄 아는 그들의 정치 토대와 우리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요즘 정치권의 막말이 선거판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선거판을 요동치게 했던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이 재연된 듯한 분위기다. 정치권 인사가 입에 올린 표현이라고 믿기 어려운 저잣거리 수준의 저열
아침부터 우울하고 눈물 나는 뉴스를 접했다. 서울에 사는 78세 노인이 치매를 앓는 74세 아내를 목 졸라 살해했다는 소식이다. 이모 노인은 치매상태에서 난동을 부리는 부인의 목을 양손으로 졸라 살해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씨는 경찰 관계자에게 “아내 목을 조르면서 ‘여보, 같이 가자. 사랑하니까 그러는 거야’라고 말했다”고 진술하면서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아들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어 “내가 너희 어머니를 죽였다”며 투신하려 했으나 급히 집으로 돌아온 아들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의하면 이씨는 명문대를 졸업하고 건설회사 임원까지 지낸 자수성가형 인물로, 치매아내를 2년 전부터 24시간 지극 정성으로 보살펴왔다는 것이 아들의 진술이다. 그러나 치매아내 돌보기에 지쳐 몇 차례 아파트에서 투신하려는 시도도 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치매라는 질환의 문제점이 있다. 가족으로서는 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가혹한 질환이 ‘노망’이라고도 불리는 치매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치매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다. 2011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 10명 가운데 1명이 치매라고 한다. 현재 도내 노인 치매 환자는 12만9
‘2012년 12월 11일, 갑판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선적한 밀가루를 싣고 케이프 혼을 돌아 서울로 가는 항해 일정은 한 달 남짓, 느릿느릿 움직이는 거대한 컨테이너선은 해가 뜨고 달이 지는 수평선을 가르며 점진적으로 나아간다. 어떤 날 해는 이물에서 떠서 고물로 지고, 어떤 날 달은 좌현에서 떠서 우현으로 진다. 항해를 한다는 것은 해와 달과 별을 향해 나아가는 것, 수평선의 막막함을 나침반 삼아 한없는 그리움 속을 헤매는 것, 끊어질듯 이어지는 희미한 고향 소식 한 자락 기다리는 것. 그런데, 지난주 위성 팩스로 날아온 소식은 전혀 새로웠다. 항해중인 선원들도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소식을 들은 우리들은 너무 놀랐다. 서울을 떠나온 지 6개월, 고향에 대한 기억은 그리움과 망각의 중간 어디쯤을 헤매고 있었는데 돌연 대통령 선거라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선장은 투표에 대해서 일찍이 간결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기도 했지만 선거의 공정성 때문인지 극도로 절제된 표현으로 투표 방법에 대해서 간략하고 명확하게 설명을 했다. 1등 항해사인 김모씨가 선장 보좌역으로 옆에 서 있었다. 그는 투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