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국정의 제1과제를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으로 잡았다. 헌법에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돼 있건만 이 땅의 권력은 대통령을 비롯한 ‘선출 권력’보다는 세습 재벌과 세습언론, 기소와 수사권을 모두 거머쥔 검찰과, 구태 관료 그리고 뿌리깊은 수구 정치세력들의 손아귀에 그대로 남아 있다. ‘더 센 살아 있는 권력’인 기득권 세력은 민주정부로의 정권교체에도 아랑곳없이 민중의 삶을 쥐락펴락하고 있다. 1945년 나라가 오랜 식민지 상태에서 벗어났음에도, 일제에 빌붙어 민족을 배반한 부역 관료, 일제 군인과 경찰은 해방된 조국에서도 똑같이 권력을 쥐고 흔들었다. 뿐만 아니라 일제에 대한 충성의 대가로 얻은 재력과 권력을 동원해 자녀들을 다시 지배층으로 키우는 데도 성공했다. 빈익빈 부익부는 해방 후 한국사회 작동의 메커니즘이었다. 비정상 가운데 가장 비극적인 것은 분단의 고착화이다. 같은 문화와 언어, 생활양식을 지닌 민족은 하나가 되는 것이 인류역사의 순리이다. 그러나 외세가 개입된 동포살육의 집단적 트라우마는 한반도를 지구상에서 마지막 ’냉전의 섬’으로 굳어지게 했다. 민족 내부가 극심한 분열로 갈라지고 찢겨져 최악의…
지난 6월 29일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는 대선 열기가 뿜어 나오는 와중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중대사건’ ‘간부혁명’ ‘책임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 등 과 같은 무거운 용어들은 북한의 권력층 내부에 심상찮은 변화가 있음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그 시그널은 공개된 확대회의 장면이다. 최상건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의 자리는 비워있었으며 리병철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은 거수 장면에서 손을 들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7월 8일 김일성 27주기 참배식에도 최상건은 보이지 않았고, 리병철 부위원장은 군복이 아닌 인민복을 입고 3열로 밀려났으며, 박정천 총참모장은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된 것이 확인되었다. 김 씨 일가의 전통적 엘리트 통제 수법인 ‘강등과 복권’ 전술을 적용한 셈이다. 철직 당하면 할 것도 없고 대체재도 없는 북한에서 엘리트들의 ‘강등과 복권’ 전술은 매우 유요한 통제 수법이다. 리병철은 일단 코로나 방역과 관련한 내용을 자기 선에서 뭉갠 것이 원인이라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리병철의 생각은 김정은의 근심을 들어주고자 보고하지 않았는데, 코로나 방역 문제를 국가비상방역전으로 인식하는 김정은의 진노를 샀다는 것이
김성기 가평군수는 본보의 '가평군수를 둘러싼 은밀한 거래' 연속 보도와 관련해 지금까지 어떠한 해명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가평군이 각 사회단체에 청원서명부를 배포해 회원들의 서명을 받아 달라는 것이었다. 본지가 사실여부 확인 등의 노력 없이 의혹만 가지고 가평군수 등을 폄하하고 가평군과 결탁을 통해 범죄행위가 이루어진 것처럼 기사화 해 많은 군민들이 분노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다. 또 관련 보도를 통해 가평군과 군수, 군민 등의 명예를 실추시켜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기 위해 청원서를 제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 군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연락을 시도했는데 연락을 끊은 것이 누구인가. 언론윤리강령 준수를 위해 반론권을 차고 넘치게 제공했는데도 거부한 것이 누구인가. 주민에게는 떳떳하게 행동하면서도 왜 언론에는 떳떳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지 그 속내가 사뭇 궁금하다. 상천 테마파크 위탁사업 부정청탁 의혹 제보 내용은 전형적인 토착비리의 내용이었고, 오랜 검토를 거쳐 취재 진행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자칫 이해당사자간의 주도권 싸움에 언론을 이용하는 것은 아
날씨가 무덥다. 무더운 날씨보다 더 짜증스럽게 만드는 대선 주자들 간의 검증과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왠만한 공공기관에서는 2000만 원이 넘는 사업은 공개경쟁에 붙이고, 수주하려는 업체들은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검증을 받는다. 발주처는 입찰에 응한 업체의 제안서 내용과 함께 그 업체가 그동안 수행한 사업의 실적을 검증하여 사업수행 업체를 정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주권자들은 연간 600조에 달하는 국가 예산을 운영하고 주권자들의 생명과 이익을 지키는 소임을 5년간 맡길 업체를 공모 중이다. 4000만 명이 넘는 만 18세 이상의 국민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사업 공모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업체가 수십을 헤아린다. 8개월 뒤에 있을 최종 심사를 앞두고 예비심사가 시작되었다. 당연히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문제는 이 업체들이 심사위원들 앞에 자신의 사업제안서는 내놓지 않고 다른 업체를 험담하는 데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피심사자란 사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마치 심사위원이라도 된 것인 양 착각하고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업체들을 바라보는 주권자들은 짜증이 치밀 수밖에 없다. 우선 여당이라고 하는 동네에서 이번 국민 공모사업에
낳을 자유는 있어도 태어날 자유는 없다. 아이는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다. 태어나게 해달라고 조른 적도 없다. 아이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아이가 된다. 그렇다고 아이가 우연의 산물이라는 건 아니다. 아이는 부모의 의지가 빚은 사랑의 결정체다. 임신(姙娠)이라는 단어를 뒤집으면 신임(信任)이 되는 것도 그래서일지 모른다.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확고한 믿음, 그것이 부모와 자식을 연결하는 생명의 끈일 것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일까.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고 마는 아이들의 비극은 왜 끊임없이 반복되는 걸까. 며칠 전 대전에 사는 아버지가 딸을 죽였다. 태어난 지 20개월 된 아이였다. 아장아장 걷기도 바쁜 어린 딸을 아버지는 잠을 자지 않고 운다는 이유로 죽였다. 우는 아이를 이불로 덮고 주먹과 발로 때리고 밟아서 죽였다. 엉덩이뼈가 바스러지고 온몸에 피멍이 든 아이는 끽소리도 못하고 죽었다. 딸의 시체는 아이스박스에 넣어 화장실에 방치했다. 딸의 시체를 유기하고도 어머니는 보름이 지나도록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죽은 딸의 시체가 썩어가는 연립주택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잠을 자고 숨을 쉬고 밥을 먹었다. 보건복지부는 2019년 한 해 동안 아동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노선을 두고 갈라졌던 항일단체들은 이념 면에 있어서만은 삼균주의라는 정치이데올로기로 통합되어 있었다.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사회주의 그리고 교육의 균등을 주장하는 삼균주의는 좌우의 독립운동단체들 대부분이 해방된 조국에 적용될 민족주의 정치이념으로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삼균주의를 만든 이는 임시정부의 외무부장으로 활동했던 우국지사 조소앙이었다. 그는 이미 임정의 헌법을 만들고 해방된 조국의 미래상으로 건국강령을 작성한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해방 후 백범과 함께 귀국한 조소앙은 분단정권이 아닌 통일민주정부수립에 나셨다, 반탁운동과 죄우합작운동 등 그는 시종일관 임정을 대표한 민족주의자였다. 특히 1948년 4월의 남북협상은 분단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민족운동의 몸부림이었다. 평양에서 개최된 남북협상에는 임정세력과 함께 당시 가장 나이 어린 조만제(서울 상대 3년)가 삼균주의학생동맹 위원장으로 참석했다. 조만제는 조소앙에게 감명해 그의 삼균주의 노선을 따른 열혈 청년이었다. 남북협상팀은 나름의 성과를 가지고 귀환했지만 이미 냉전적 세계질서가 형성된 뒤라 허망한 결과를 주고 말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남북협상이 강조되는 것은 아무리 엄혹한…
여기서 벌어지는 비참한 일들은 결코 말로 설명할 수 없어. 사람들은 큰 막사들 안에서 하수구 안의 수많은 쥐들처럼 살고 있어. ... 지난주 어느 날 밤 포로들을 이송하는 열차가 이곳을 지나갔어. 그들의 마르고 창백한 얼굴. 그토록 피로한 모습은 본 적이 없어.... 이른 아침에 그들은 빈 화물차에 쑤셔 넣어졌고, 그다음에는 열차를 판자로 막는 동안 오래 기다려야 했어, 이제 그들은 동쪽으로 3일 동안 실려 가야 한다. 병자들에게는 바닥에 종이 매트레스를 깔아 주었어. 나머지 사람들은 밀폐된 차량 한 대당 70명가량이 가운데 양동이가 있는 맨 판자 위에서 지내야 해.. 살아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염려했다. 그리고 내 부모도 그렇게 이송될 채비를 하고 있어. 그런데 말이 옆으로 샜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이런 거야. 여기서 벌어지는 비참한 일들은 몹시 끔찍하지만, 등 뒤의 심연으로 해가 슬그머니 물러난 늦은 밤에 나는 철조망을 따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을 때가 많아. 그러면 자꾸만 어떤 인식이 가슴으로부터 솟구쳐 올라오지. (있는 그대로의 어떤 근원적인 힘 같은 것이어서 나도 어쩔 수 없어.) 그것은 삶은 장엄하고 숭고하다는 것
- 다니엘의 환상, 네 마리 짐승 다니엘은 어느 날 기이한 짐승이 등장하는 환상을 보게 된다. “내가 밤에 환상을 보았는데, 동서남북 사방에서, 하늘로부터 바람이 큰 바다에 불어 닥쳤다. 그러자 바다에서 모양이 서로 다르게 생긴 큰 짐승 네 마리가 올라왔다. 첫째 짐승은 사자와 같이 보였으나 독수리의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살펴보고 있는 동안에 그 날개가 뽑혔다.” 이렇게 해서 두 번째는 곰 세 번째는 표범 마지막에는 사납고 무서우며 힘이 아주 센 짐승으로 쇠로 된 큰 이빨을 가지고 있었으며 뿔이 열 개나 있는데 뿔 하나가 돋아나더니 그게 모든 것을 제압했다고 한다. 흔히들 구약 성서라고 부르는 히브리 성서의 “다니엘 서”에 나오는 장면이다. 그런데 이 막강한 힘을 가진 네 번째 짐승도 결국 멸망하고 만다. 짐승이 나타나는 환상은 신약의 “요한계시록”에도 나온다. 막대하기 짝이 없는 힘을 가지고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다를 바 없다. 도대체 이게 무얼 뜻하는 걸까? - 야만의 종식 기원전 587년 이스라엘은 바빌론 제국에 함락당하고 예루살렘은 폐허가 되어버린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난 기원전 540년, 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 페르시아 제국은 바빌론 제국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7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방향, 학제 · 교원정책 · 대입 · 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10년 단위의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주요 목표로 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가 백년지대계의 교육을 담당하기로 하고 잉태된 셈이다.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다음 정부에서 출범시키기로 했으니 내년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7월 중에는 그 모습이 드러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국가교육회의 이광호 기획단장은 2020년 11월 24일 개최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기존의 교육 전문가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학부모 등 일반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과정을 통해 국가교육 발전계획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에 대한 우려는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구성과 국민 참여에 의한 치열한 토론과 합의 도출의 과정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교육회의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설립되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교육 개혁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위한 주요 핵심 활동으로 마을의 모든 유·무형 자원의 가치를 발굴하는 활동이 있다. 마을 자원으로는 자연환경과 생태자원으로 이루어지는 자연자원, 마을 고유의 역사문화자원, 마을의 경제활동에 기여 하는 경제자원, 그리고 인적자원과 마을공동체 시설 등이 있으며, 특히 재활용이 가능한 순환자원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주민 스스로 버리는 자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여 재활용하는 것을 생활화함으로써 자원순환 마을로 가꾸어가야 한다. 금년 5월에 개최된 ‘2021 P4G 서울정상회의’에서 중점분야로 제시된 ‘순환경제모델’은 사용된 자원을 폐기하지 않고 경제에 재투입함으로써 탄소 중립과 기후시스템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 방안을 담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폐기물 발생량은 지속하여 증가하고 있으나 자원순환 관리는 ‘순환이용률’ 등 사후관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자원순환 정책의 최우선 순위는 폐기물 감량에 두어야 하며 국가 자원순환지표에 ‘폐기물 발생 감량률’ 추가가 필요하다. 폐기물의 근본적 감량을 위해서는 생산과정 전 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감량을 위한 사업자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이 모든 과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