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은 나물 캐는 아낙들의 재잘거림에서 비롯된다. 늦겨울과 초봄, 갈색 땅빛 보호색으로 몸을 감춘 냉이는 푸릇푸릇 싹이 돋을 즈음에야 초록 빛깔로 새 단장을 하기 시작한다. 이때쯤 동네 아낙들은 기지개를 켜고 나물캐기로 봄을 맞이한다. 철 늦은 겨울바람이 그리도 매서웠던지 땅에 바짝 붙어 있는 냉이를 아낙들은 어찌도 잘 찾아내는지…. 냉이는 뿌리째 먹어야 제 맛이 난다. 살짝 데친 냉이를 깨소금과 참기름을 조금 넣은 된장에 무쳐내면 봄 향기 그윽한 먹을거리였다. 또한 된장을 풀어 냉잇국을 끓여도 손색없는 우리의 전통 봄국이었다. 음식에도 궁합이 맞아야 한다는데 냉이와 된장은 대표적으로 음식궁합이 잘 맞는다. 우리 조상들은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는 없지만 높은 혜안으로 냉이와 된장을 애용해 온 것 같다. 겨우내 신선한 야채를 먹지 못한 사람들은 이른 봄 냉이로 비타민 A,B1,C, 칼슘, 철분, 인 등을 보충할 수 있었다. 냉이에 함유된 베타카로틴은 지용성이라 살짝 데쳐야 흡수율이 높아진다. 그렇지만 너무 오래 데치면 비타민 C가 파괴된다. 냉이국은 오래 끓인다 할지라도 철분과 칼슘을 섭취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된장은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항암작용을…
행복, 누구나 원하고 꿈꾸는 삶이다. 팔불출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한마디 해야겠다. 지난 일요일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가족생일은 으레 집안 식구 모두 모여 식사를 함께하고 선물을 주며 축하를 해왔다. 이날도 어김없이 저녁에 식당이 예약돼 있다. 그런데 올 아내의 생일은 달랐다. 이른 아침 세 며느리들이 각자 음식을 준비해 부모 집을 찾아와 아침식탁을 차려주었기에 그렇다. 큰며느리는 미역국과 부침이, 둘째며느리는 잡채와 불고기, 전, 막내며느리는 팔보채를 만들어 왔다. 내 생일은 아내가 미역국을 끊여주니 며느리들이 그럴 필요가 없다. 아내 생일은 본인이 직접 끊여 먹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아 며느리들이 아침식탁을 마련한 듯하다. 물론 내 아들과 손주들은 저녁 자리에 합류할 것이기에 오지 않고 며느리들만 왔다. 마음씀씀이가 갸륵하다. 정성의 극치다. 음식을 장만하면서 아내의 마음을 그렸을 것을 생각하면 괜스레 눈시울이 따가워진다. 마음이 담긴 생일 아침식탁이다. 유난히 깊은 정이 드러나는 아침이었다. ‘이게 가족이구나’하는 생각에 며느리들의 마음이 더욱 살갑게 다가왔다. 30대 젊은 며느리들로서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그랬다. 요즘 세태로 보아서
핵테러 방지를 통해 세계 60억 인류의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한 역사적 평화서밋(Summit)인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돼 27일까지 이틀 일정으로 열린다. 이번 정상회의는 이명박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등 53개국 국가 정상 또는 정상급 수석대표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4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한다. 전세계 190여개국 정상 또는 정상급 인사가 참석하는 유엔 총회가 매년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지만, 단일 국가가 개최하는 외교 이벤트에 이처럼 많은 국가의 정상들이 참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들 53개국은 전세계 인구의 80%, 전세계 GDP의 약 90%를 대표하고 있어 이번 핵안보 정상회의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위 안보 포럼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은 무기급 핵물질을 제거하거나 최소화 하는 내용의 ‘서울 코뮈니케’(정상선언문)를 채택할 예정이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1천500t의 고농축우라늄(HEU)과 500t의 플루토늄(Pu)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핵무기 12만개 이상
세월이 참 빠르다. 벌써 2년이 흘렀다. 온 국민을 안타까움으로 몰아넣고 비통함에 빠지게 한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게 어제 같은데 지 오늘(26일)로 만 2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이 사건을 너무 빨리 잊어버린 것 같다. 이는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천안함 사건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천안함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안보의식과 연결시키는 측이 있는가 하면 사건자체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는 측도 있다. 물론 의혹의 원인은 정부가 제공한 측면도 있다. 당시 날마다 정부의 발표가 바뀌었다. 천안함 사건 발생 후 2년이 지났지만 적지 않은 시민은 아직도 침몰 원인에 대한 의혹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때 젊은 해군병사 46명이 희생됐다는 것이다. 그 유족들은 물론 온 나라가 비통함에 빠졌었다. 그런데 만2년이 지난 지금, 추모사업에 대한 관심·후원이 급감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가슴이 아프다. 또 있다. 천안함 희생자들을 수색하다 사망한 98금양호 선원들이다.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천안함 사건이 손쉽게 잊혀지는 와중에 이들은 더욱 쉽게 잊혀졌다. 금양호 선원들
2005년 7월 7일 오전 8시51분(현지시간) 영국 런던 도심에서 출근하는 시민들로 가득 찬 지하철 3곳과 1대의 2층 버스에서 연쇄적으로 폭탄 테러가 있어났다. G8 정상회의 장소인 글렌이글스 호텔 건물 둘레로 8㎞에 걸쳐 이중 장벽이 세워졌다. 호텔 주변에만 4천여명의 경찰력이 배치됐고 반경 100㎞ 이내 도시들에도 경비인력이 증파됐다. 말 그대로 철옹성을 쌓았다. 하지만 테러리스트들은 빈틈을 노렸다. 경찰관 차출로 치안이 약화된 런던을 강타했고,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2012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가 오는 26~27일 이틀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 58개국(53개 국가, 4개 국제기구) 정상급이 참석한다. 이들의 경호를 위해 코엑스 주변에만 4천500여 명의 경력이 배치된다. 서울 도심에 총 2만2천여명 이상의 경찰관들이 치안을 담당한다. 7년 전 영국처럼 회의장 주변에 철옹성을 쌓았다. 하지만 빈틈이 있다. 바로 서울과 인접한 경기도다. 경기경찰청은 행사 경호 및 치안유지를 위해 4천여명의 경찰관을 서울에 지원한다. 치안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을호 비상을 발령했고, 테러취약시설을 늘려 경찰관을 고정배치하며 순찰을 강화함으
임진년 새해 벽두부터 동구지역에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하게 됐다. 2007년, 2008년 당시 주민설명회와 공청회에서 동구주민들의 극심한 반대로 무산됐던 제2외곽순환고속도로의 착공 실시계획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것도 우리 동구주민들의 삶의 터전인 동구 지하를 관통하도록 말이다. 다수를 위한 공익을 위해 직접적 당사자인 지역과 주민들 간의 합의도 없이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추진돼야 하는지 되묻고 싶다. 끊임없이 제기해 온 동구주민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동구를 관통하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터널구간은 동구지역에선 진입로가 확보돼 있지 않고 주거지역 지하 40∼50m를 지나는 구조로 돼 있다. 주민입장에서는 내집 지하로 터널이 지나가지만 전혀 이용은 할 수 없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아울러 대부분 사유지인 주거지역의 지하를 관통하지만 현재 토지의 소유권이 지하에 미치는 범위가 명확치 않아 공사구간에 속하는 지상의 주민들은 재산상의 어떠한 보상도 받을 수 없다. 또 지하터널이 주거 밀집 지역으로 통과함에 따른 주민의 안전 문제다. 동구의 대부분이 갯벌매립지로 현재도 집이 기울어지고 있는 곳이 있을 정도로 지반이 약한 지형적 특성을 고
‘깨진 유리창’론으로 유명했던 제임스 윌슨 교수가 몇일 전 타계했다. 1994년에 뉴욕시장으로 선출된 루돌프 줄리아니가 멘해튼을 보다 가족적인 도시로 만들기 위해 지하철의 낙서와 타임스 스퀘어의 성 매매를 근절시키겠다고 선언했을 때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뉴욕 검찰청 출신의 경험 많은 법과 질서의 수호자 줄리아니 시장이 강력범죄와 싸울 자신이 없어 경범죄를 선택했다고 비웃었다. 그러나 신임 경찰국장으로 부임한 윌리엄 브레턴은 범죄자들과 뉴욕시민에게 어떤 범죄도 절대 불허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할 수 있다면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를 만들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몇 년 후 통계수치를 통해 살인, 폭행, 강도 같은 강력범죄가 현격히 줄어든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 발표해 형사행정학뿐 아니라 경영학 분야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제임스 윌슨교수의 ‘깨진 유리창’ 이론을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둔 한 사례이다. 비즈니스 세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경영전략이나 원대한 비전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만 정작 기업을 갉아먹는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것들(깨진유리창)에 눈을 돌리지 못하는 치명적인
지난달 사법연수원 홈페이지 진로정보센터 게시판에 색다른 정보가 올라와 논란을 빚었다. 수원시에서 개업중인 법무사가 ‘소송사건이 다소 많은 관계로 주사무실을 경영할 변호사를 영입합니다’라는 채용공고를 게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나가는 법무사들이나 사무장들이 ‘월급 변호사’를 고용한다는 것은 암암리에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공개적으로 채용공고를 낸 것은 처음으로 여겨진다. 자존심 상한 변호사들이 관련 법규위반이라는 항의로 글은 삭제됐지만 20여명의 변호사가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기관이 나서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는 법조인을 과거와 달리 6급으로 공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역시 법조인들의 집중 표적이 되기도 했다. 잘나가던 시절 변호사 자격증은 경찰의 경정급, 혹은 대기업의 이사급 이상의 자리를 보장하는 지위를 누렸다. 과거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된다는 것은 신분상승을 의미했다. ‘개천에서 용(龍)이 날수’ 있는 가장 최적의 조건이었다. 소위 열쇠 3개가 따라온다는 1등 신랑감 소리를 들었다. 따라서 공대생, 의대생까지 고시공부에 매달리고 사시 준비를 위해 황금같은 청년기를 고시촌에서 보내는 젊은이들이 허다했다. 변호사로 TV에 나와 얼굴을 알리
지금처럼 시각 자료를 쉽게 찾고 연구하기 좋은 시대가 있었을까? 아마 없었을 것이다. 10여년 전만해도 책이나 도록이 아주 중요한 자료였다. 그래서 집이 더러워지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애지중지 책과 도록(圖錄)을 서가에 고이 보관했다. 자료가 많아질수록 활동공간은 좁아지고 집은 더러워졌다. 그런데 디지털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환경이 변했다. 굳이 책이나 무거운 도록은 보관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가 된 것이다. 그래서 되도록 책이나 도록은 보관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집 더러워지고 이사갈 때 아주 힘들다. 자료를 덜 보관하니 집이 한결 깨끗해졌다. 주변도 깨끗해지니 몸과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10년 전 ‘거장의 숨결’이라는 전시를 큐레이팅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었다. ‘거장의 숨결’은 디지털 복제기술을 이용해 세계적 명화를 실물 사이즈로 복제해 전시하는 세계 명화전이었다. 15세기 르네상스 이후 20세기 초의 미술까지 약 100여 점의 세계 명화를 선정해 서양미술사를 보여줬다. 한 달만에 작품선정과 작품설명, 그리고 그 자료를 바탕으로 책도 쓸 수 있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 책은 한 권도 참고하지 않았다. 전시될 작품이 소장된 미술관의 사이트 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