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하면 떠오르는 것이 단풍, 국화, 갈대다. 단풍은 단풍대로, 국화는 국화대로 멋과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만 갈대 또한 이에 뒤질 존재가 아니다. 신라 나밀왕 때 왜나라에 볼모로 끌려간 셋째 왕자 미해(美海)는 그의 형 눌지왕(訥祗王)이 즉위할 때까지 돌아 오지 못했다. 즉위한지 10년이 돼도 동생 때문에 슬퍼하는 것을 본 충신 김제상은 왜국에 거짓 귀순하여 미해를 탈출시켰다. 이같은 사실을 안 왜왕은 대노하여 제상의 발다닥 가죽을 벗기고, 갈대를 벤 그루터기 위를 걷게 하였다. 하지만 김제상을 굴복시키지 못한 왜왕은 목도에서 그를 불태워 죽이고 말았다. 지금도 갈대의 밑둥이가 붉으스레한 것은 김제상이 흘린 혈흔 탓이라고 전해진다. 비록 육신의 생명은 끊어졌지만 나라와 국왕을 위해 충절을 지킨 제상이야말로 충신의 본보기라 할 것이다. 삼국사기에 이런 기사가 있다. 고구려 봉상왕(烽上王)이 후산 북쪽으로 사냥하러 갈 때 국상(國相) 창조리(倉助利)는 여러 신하들에게 자기와 뜻이 같은 사람은 자기가 하는 대로 따라 하라면서 갈대 잎을 뜯어 관에 꽂았다. 이것을 본 신하들이 갈대잎을 뜯어 모자에 꽂는 것은 본 창조리는 자기와 뜻이 같음을 확인하고, 왕을 폐한…
가을로 접어 들면서 무더위로 인한 불쾌지수는 줄었으나 경제적 침체로 인한 짜증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천시는 요즘 각종 공사로 파헤쳐진 도로가 많아 운전을 하다보면 불쾌지수가 높아지기 일쑤다. 3번 경충국도 자전거도로 신설, 42번 도로 확장공사, 시내영창로 인도 노면 정비공사, 70번 도로는 한강수계공사 중으로 어느 길을 가더라도 교통혼잡이 극심한 상황이며, 특히 주말이나 연휴 기간 중에는 가히 교통지옥을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공사장의 경우 근로자의 해맑은 미소와 친절한 몸짓으로 운전자들의 짜증을 해소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원영토건이 시공중인 70번 도로공사 현장을 지날 때면 ‘한강수계 2~3공구간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란 현수막이 보인다. 많은 운전자들은 ‘도로가 막히니 의례 내걸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늘어선 차량 운전자들은 목을 길게 빼고 언제나 지날까 짜증을 내기 일쑤다. 그러나 공사현장 인근에서 교통 수신호를 하는 근로자가 눈에 띈 순간 언제 짜증을 냈느냐는 듯 운전자들의 입가엔 훈훈한 미소가 번진다. 구리빛 얼굴의 근로자가 퇴약볕 아래서 하얀 치아가 드러나는
지난 10월 10일 군포시민체육광장에서 열린 ‘제1회 수리수리마법축제 선포식’이 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다. 지역축제는 지방화시대 개막 이후 10년간 그 숫자만 해도 전국 1200여개에 이르는 등 다양한 변화를 겪었으며 비교적 최근에는 문화관광형 축제라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하게 되었다. 즉 기존의 주민화합을 기반으로 하는 내부지향형 축제모델을 탈피하여 축제를 통한 관광객 유치나 특산물 판촉, 지역 이미지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문화관광형 또는 외부지향형 축제모델이 출현하면서 전국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게 되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군포시는 그동안 개최해 왔던 군포태을제가 단순한 관람위주의 행사로 지역경제 활성화나 주민 참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라 도시 이미지 홍보와 지역경제 활성화 모두에 기여할 수 있는 새로운 축제모델 개발을 추진해 왔다. 따라서 모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즐겁게 참여하고, 새로운 도시의 미래를 열어가는 창의적이고 교육적이며, 또한 오락적인 축제를 찾기 위해 상당기간 많은 전문가의 고견과 연구를 토대로 ‘수리수리 마법’이라는 흥미로운 테마를 창출하게…
가장 훌륭한 정책과 행정은 수혜효과가 국민생활에서 바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기도의 수도권 통합요금제 좌석버스 확대제도가 시행 1개월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통계는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소위 밀착형 실용행정의 모범 사례라 평가할 수 있다. 도가 발표한 제도 시행 효과를 보면 우선 가장 주목되는 점이 대중교통 중심으로 출퇴근 통행 패턴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 현상이다. 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 제도 시행 이전과 이후의 경기버스 전체 이용객의 절반을 차지하는 좌석버스 이용자가 3주 만에 하루 평균 5% 늘어나고 경기~서울 유출입 차량은 1.3% 감소했다. 차량대수로 환산하면 하루 평균 3만8천대의 승용차 운행이 감소한 것이다. 도민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1%가 이 제도 시행으로 대중교통 이용횟수를 늘리거나 자가용 이용을 줄인다고 답했다. 호응을 얻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요금절감과 이동시간 단축이다. 조사 기간 중 좌석버스 이용객의 절반가량인 약 25만명이 환승 할인 혜택 이용자로 나타났으며 월 25일 좌석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할 경우 연간 약 51만원의 요금 혜택을 받는다. 15개 간선 급행버스 운행도 기존
주민 소환제는 글자 그대로 하지 못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주민들이 심판하겠다는 제도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가장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시민들의 행동 양식이다. 당선만 되면 그만인 단체장들에 대한 사후 통제기구이며 감시기구로써의 기능이 존중받아야 할 제도가 주민 소환제이다. 이러한 제도가 시행된 지는 불과 1년여, 그 첫 대상자가 될뻔했던 하남시장의 헌법소원에 이어 이번에는 지자체장 협의회가 주민소환법의 개정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나섰다. 참으로 뻔뻔스러운 요구다. 당선만 되면 선거 때의 약속은 공약(空約)으로 젖혀두고 앉은 자리를 이용한 각종 비리를 저지르는 단체장과 지역의원들을 우리는 수 없이 보아왔다. 민선 1기부터 민선 3기까지 단체장이 모조리 구속된 기초단체도 하나 둘이 아니다. 돈 봉투 돌리던 서울시 의장을 비롯한 지방의원들의 비리는 또 얼마나 많은가. 이 같은 판국에 이 제도마저 바꿔보겠다는 정치권의 얄팍한 정치술수가 서운하다 못해 노엽기까지 하다. 주민소환제는 광역단체장일 경우 주민의 10%, 기초단체장 15%, 지방의원 20% 이상 서명으로 발의되고 유권자 3분의1 이상 투표에 과반수 찬성을 해야 가결이 된다. 그러나 지자체 재·보선 투표
법과 질서는 현 정부에서 매우 중요시하는 국정 운영기조의 하나다. 한 국가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는 법이 제대로 서고 삶의 질서가 바로 잡혀야 한다. 그래서 ‘법이 제대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나라법 위에 떼 법이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던 때가 있었다. 마구 떼를 쓰고 다중의 힘으로 밀어붙이면 나라법도 필요 없다는 논리다. 지금까지 이 논리가 통했을지는 모르나 이를 옳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법이 무엇인지, 질서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는 것일까? 법이란 개인들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욕망과 이익을 추구하면서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고 하는 이기주의를 없애기 위해 존재한다. 또한 국가가 국민을 상대로 마구잡이로 권력을 휘두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도 존재한다. 우리 모두 안전한 공동체에서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만든 객관적인 규범이다. 이러한 법은 누구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우리가 합의한 내용을 담아 놓았기에 공동체 구성원들이 형성하는 일정한 삶의 방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질서는 모든 사람이 각자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서로 공존하며 살수있게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은 없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허물을 갖고 있게 마련이고 또 그것들은 자신의 치부처럼 보이지 않게 꼭꼭 숨겨두는 게 사람 심리다. 그러한 허물을 숨기고 사는 것은 절대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우리가 바쁜 탓에 끼니를 거르는 것과 같이 쉽게 있을 수 있는 일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그러한 허물들을 감추는 데에 있어 방법론을 말하고 싶다. 예를 들어 A와 B라는 사람이 있다. A라는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저지르지 않도록 마음속에서부터 허물을 밀어내 다시 저지르는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는 사람이다. B라는 사람은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를 거짓과 부정의 말로 틀어막고 결국은 자신이 벌여놓은 잘못 속에서 헤매는 사람이다. 이미 뻔한 답이겠지만 우리는 이 A라는 사람의 방법론을 따라야 한다. 살면서 누구나 한번 이상 저지르는 잘못 속에서 우리의 마음가짐이 어떻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허물을 겸허히 수용하고 반성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그 잘못 속에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 또한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의 또 다른 친숙한 이름 아래 많은 잘못을 저질러 왔을
우리 사회에서 공통의 관심사를 꼽는다면 당연히 자녀교육이 1순위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다. 자식 사랑이야 인지상정이지만 유독 우리 부모님들의 자식에 대한 애정과 애착은 유별난 데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과열 입시지옥을 불러오는 지나친 교육열이 한국사회의 특징이 되었고, 이제는 어떻게 이 난관을 뚫고 나가야 할지 막막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강남 8학군, 기러기 아빠, 유명 강사를 쫓아가는 수험생 주말 비행기 공수 등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인 듯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우리 사회의 이상 교육열은 정말 부모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효과가 있는 것일까? 정부조직 개편 전까지 청소년정책 전담부서였던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100점 만점에 53점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현재 본인의 성적에 대해서 88.8%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해 청소년들의 학업 만족도가 매우 저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우울감을 느낀 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45.5%가 ‘있다’고 밝혔다. 남자 청소년(38.3%)보다는 여자청소년(53.2%)이, 중학생(38%)보다는 고등학
민정(民亭) 오칠선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잉태’를 펴냈다. 시인은 용인 수지면에서 태어났지만 성장한 곳은 수원이다. 신풍국민학교(38회)를 거쳐 중앙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뒤 목원대학교에서 신학 공부를 했다. 아마도 목사가 되고자 했던 것 같은데 학문을 마친 뒤의 그의 행적은 매우 다양하고 남달랐다. 1950년 6.25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학도병으로 자원입대했다가 총상으로 명예 제대했고, 1960년에는 학사경찰 제1기로 졸업해 경찰관이 됐지만, 1963년 대통령 후보 부정선거 거부 및 폭로사건과 1974년 필화사건에 연루돼 경찰관 옷을 벗었다. 그는 학사경찰이 될 무렵 ‘말씀’지에 장시 ‘쿼바디스’를 발표하면서 시인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1974년 ‘현대시학’에서 ‘상황 이후’로 등단하였다. 그가 경찰관으로 일하던 충청도의 충청일보와 월간 ‘충청’에 발표한 참여시 ‘잃어버린 母音’과 ‘타인들’이 문제가 되면서 필화사건에 휘말렸던 것이다. 시인은 시에 만족하지 않았다. 1986년 &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