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코로나 때문에 줌으로 쌍방향 수업을 하게 되었을 때는 그것만으로도 미래 교실에 온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각자 집에 앉아 있고, 나는 교실에서 모니터를 보는 상황이 어렸을 때 보던 과학 잡지에 나올법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변화의 물결이 가장 늦게 찾아오는 보수적인 공간도 코로나 앞에선 변하지 않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일반적인 쌍방향 수업에서 변형된 모습으로는 교실에 교사와 소수의 학생이 있고 다수는 집에서 수업을 듣는 상황이 있다. 긴급돌봄 학생이 생기면 이렇게 수업이 이루어졌는데 학생이 몇 명 교실에 앉아있지만 온라인 수업 중심이라 평소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모니터 너머에서 수업을 설명하고, 발표하며, 조별 활동을 하는 방식은 그대로였다. 물리적 공간이 어디인지는 큰 변수가 아니었다. 최근에 새로운 방식의 수업을 할 일이 생겼다. 우리반 친구들 몇 명의 동거인이 자가격리하게 되어서 그 학생들도 등교하지 못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학생 본인이 확진이거나, 유증상으로 인한 결석이라 수업을 못들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학생과 자주 전화하면서 몸 상태가 어떤지를 확인하는 선에서 교육활동이 끝이 났다. 이번엔 본인은 몹시 건강한데
진정한 현자는 무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의심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수고와 탐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오직 하나, 자기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다. 모르는 것을 남에게 묻는 것을 절대로 부끄러워하지 말라.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무리 괴롭더라도 언제나 진실을 말하라. 학문을 배우고도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지 않는 사람은 모처럼 밭을 갈아 놓고 씨앗을 뿌리지 않는 사람과 같다. (아라비아의 아르비테스) 철학이나 자연과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보통 사람들이 확실하다고 믿는 것을 단순히 그럴 수도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리히텐베르크) 모든 것을 시험해 보고 좋은 것을 꼭 붙드십시오. 그리고 악한 일은 어떤 종류이든지 멀리하십시오. (바울) 우리의 영혼에는 양식이 부족한 일이 없다. 그것을 자기 몸에 섭취하는 능력이 부족할 뿐이다. 과거에 존재했고 또 앞으로 존재할 모든 요소는 육적, 지적, 정신적인 모습으로 지금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다. 그러한 요소들을 지배하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들이 할 일이다. (류시 말로리) 참된 지혜는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철학은 모든 학문의 시원이다. 서양에서는 지혜의 사랑(Philosophy)이었고, 동양에서는 넓게 배우고(博學) 깊이 묻는(審問) 것이었다. 그 대상은 인간과 우주를 포함한 세상만사 모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철학은 형이상학, 즉 관념론 부분만 남았다. 학자들은 철학의 역사를 관념론과 유물론의 대립의 역사로 정리한다. 물론 과학의 견지에서는 유물론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리고 레닌은 자연과학의 성과와 발견을 바탕으로 해서 변증법적 유물론을 발전시켰다. 엥겔스는 ‘자연은 변증법의 증거’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서 관념론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관념론은 이성의 사유와 통찰과 상상이다.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라고 했다. 물론 이성적 사유의 결과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상대성이론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그러니 철학자는 관념적 사유의 결과를 제시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검증의 노력까지 해야 한다. 사실에 부합하는 진리를 탐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주장을 반복한다면, 그것은 철학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가 될 것이다. 19세기 산업사회 이후 수많은 분과학문들이 철학
문재인 정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항상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이른바 “국감 무용론”이다. 이번에도 이런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국감은 “대장동 국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임위를 초월하며 대장동 의혹이 핵심 주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중요한 사안들이 묻히고 있다며 다시금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동의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국정감사란 입법부가 행정부를 “정기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와 같이 여당이 180석이라는 거대 의석을 무기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밀어붙이는 상황에서는, 국정감사와 같은 최소한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 여당의 입장에서도 본인들의 정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서 이런 견제는 필요하다. 견제받지 않은 권력은 언젠가는 큰 문제가 터져 몰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정 감사는 지난 총선에서 야당을 찍은 적지 않은 수의 유권자들이 느끼는 소외감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일각에서는 “180석을 만들어준 유권자의 뜻“이라며 여당의 독주를 합리화시키고 있지만, 이런 표현은…
‘큰 부자는 하늘이 낸다’는 화천대유(火天大有), ‘패거리를 경계해야 한다’는 천화동인(天火同人). 때 아니게 《주역》 64괘 중 두 괘(14괘, 13괘)가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주식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는 2015년에 설립된 성남시 대장동 개발 관련 기업이고 천화동인은 그 자회사로 ‘대장동복마전’의 주역들이다. ‘대유평 솔바람에 기세 좋게 날리는...’ 수성고등학교 교가 시작 부분이다. 고교시절 뜻도 잘 모르면서 열심히 불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대유평은 수원시 정자동 지역으로서 지금의 화서역 건너편 수성고와 상공회의소, 연초제조창 일대의 넓은 뜰을 가리킨다. 본래 황무지였으나 정조가 수원 화성을 축조하면서 개발한 국영농장(屯田)이다. 정조에게 화성이 노론이라는 수구기득권 세력을 타파하기 위한 혁명 기지였다면 만석거(萬石渠)와 축만제(서호), 대유평 둔전과 서둔(西屯)은 그 보급기지였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부동산 투기전문 ‘도적떼’가 화천대유 운운하지만 ‘정조의 꿈’은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화천대유의 돈줄과 투기를 위해 줄을 섰던 자들의 정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권시절 잘 나가던 법관과 검찰, 언론인과 정치인이 대부분이다. 궁지에 몰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이 최근 잇따라 ‘퍼펙트스톰(초대형 복합위기)’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달 30일 금융당국 수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위험요인 제거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강력히 주문했다. 코로나를 계기로 국내외에 걸쳐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자산시장에 거품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미국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개시를 시사하는 한편 기준금리 인상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건설회사이자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위기는 세계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뿐 아니다. 석탄, 천연가스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다. 코로나 발생 원인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호주에 대해 중국이 석탄 등의 수입 제재에 나서면서 석탄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겨울을 맞게 되는 중국에서는 발전을 위한 석탄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며 역대급 전력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전력 위기는 철강 등 각종 산업생산의 원가를 끌어올리며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불러올 수 있다.…
여러 가지 나쁜 일, 즉 우리에게 불행을 가져다주는 여러 가지 나쁜 일을 하기는 매우 쉽다. 우리에게 선이자 행복인 일을 하려면 크게 수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다) 지혜에 이르는 길은 결코 백합꽃이 피어 있는 잔디밭을 지나가서는 안 된다. 그것은 항상 초목이 자라지 않는 낭떠러지를 기어 올라가야 한다. (존 러스킨) 진리의 탐구에는 항상 동요와 불안이 뒤따른다. 그렇더라도 진리는 탐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진리를 발견하고 그것을 사랑하지 않으면 너는 멸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진리 쪽에서 먼저 나타나면 된다고 너는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다. 진리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네가 그것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진리를 찾아라, 진리가 그것을 원하고 있다. (파스칼)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에 이르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서 그리로 가는 사람이 많지만, 생명에 이르는 문은 좁고 또 그 길이 험해서 그리로 찾아드는 사람이 적다. (예수) 끊임없이 선량한 삶에 마음을 쏟는 사람만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다. 통증은 일을 할 때는 잘 느끼지 못하지만, 일을 하지 않을 때는 비명이 나올 정도로 심하게 느껴진다 이처럼 자신의 내면적 세계를
1980년 가을로 기억한다. 목포 유달산 자락에 자리 잡은 ‘반야사’라는 절에 해 질 무렵부터 꽤나 많은 중고등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절 정문에는 제법 그럴싸하게 “반야의 밤”이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한 학생이 불량기 있게 보이는 옆 친구에게 나직이 물었다. “야, 오늘 목포에서 한 가닥 한다는 것들 이리 다 모이는갑다.” 친구는 짝다리를 건들거리며 침을 찍 내뱉었다. 한눈에 봐도 불교학생회 다닐 것 같지 않은 불량한 학생들이 절에 꾸역꾸역 모여들었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부회장 여학생은 못내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사실 부회장은 “반야의 밤” 행사에 밴드 부르는 것을 반대했다. ‘아니 절에서 하는 학생들 행사에 웬 밴드란 말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키만 멀쩡하게 큰 회장은 고등학생 밴드 ‘윙스’를 행사에 초청했다. 드디어 ‘반야의 밤’ 행사가 시작됐다. 반야사 대웅전이 활짝 열렸고 무대는 대웅전 마루였다. 대웅전과 대웅전 앞마당에 학생들이 그득했다. 찬불가도 부르고 반야심경도 외우고 승무도 추고 타령도 했다. 아주 평범한 고등학생들의 종교행사였다. 그러다 저녁이 깊어지고 드디어 밴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보컬기타, 베이스기타, 건반, 드럼이…
이제 2021년이 채 100일도 남지 않았다. 하지만 2021년을 보내는 지금 머릿속이 편안한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대장동 신도시 사건이 던져준 충격과 상실감은 우리가 아는 어떠한 형용사로도 표현한다 해도 부족할 정도였다. 50억 원의 퇴직금을 두고 “주식과 코인을 하지 않고 성실히 번 돈”이라는 당당함은 많은 소시민의 성실함을 한순간 무능력으로 만들어 버렸다. 차라리 “엄마 빽도 능력”이라던 정유라의 당당함은 솔직하기라도 했다. 연말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기대라는 시기다. 우울함이 지배하는 연말만은 피하고자 2021년 희망의 순간을 찾아보았다. 지난 7월 5일 국회 본청에 있는 국회부의장실에 아기 울음소리가 울렸다. 기본소득당 용해인 의원이 59일 전 출산한 아이 박단과 함께 김상희 국회부의장을 찾은 것이었다. 용의원의 출산은 현역의원으로 임기 중 출산한 세 번째 사례지만 임기 중 출산한 여성 의원이 아이와 함께 여성 국회부의장을 예방한 것은 최초였다. 국회부의장이 여성이었기에 가능한 모습이었다. 지난 2020년 김상희 의원은 대한민국 최초 여성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되었다. 행정부에서는 여성 대통령과 여성 총리가 배출된 바 있고, 사법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