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이해관계자들 간의 모함과 분쟁이 벌어지고 사건의 본말이 전도됨으로써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을 자주 접한다. 지난 ‘응급실의 의료진 폭행사건’, ‘음주 후 출동한 경찰관 폭행사건’, ‘입법, 사법, 행정 고위층 비리사건’ 등을 통해서 학습을 반복한다. “본말이 전도됐다”는 의미는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이 구별되지 않거나 일의 순서가 잘못 바뀐 상태가 되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번 ‘대림동 여경사건’의 본말은 민간인이 경찰관을 폭행한 사안이며 그다음은 경찰의 대응문제인 것이다. 이 사건을 접하는 이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듯하다. 경찰관의 뺨을 서슴없이 폭행하는 영상장면을 보면서 지구상 어느 나라에서 경찰을 함부로 하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하는 점이다. “대림동의 식당에서 취객 2명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남성 경찰 1명, 여성 경찰 1명이 출동 했다. 이후 술에 취해 욕설을 퍼붓는 중년 남성 한명이 남자 경찰의 뺨을 때리자 제압하는 과정을 담은 이른바 ‘대림동 여경’ 영상 한편의 반향이 뜨거웠다. 이에 경찰 측은 “영상에서 남자 시민에게 도움을 청하는 음성이후 출동한 인근 교
희토류(稀土類)는 화학적 성질이 비슷한 이들 17개 원소를 묶어 부르는 말이다. ‘땅 속에 거의 없는 물질(rare earth elements)’이라는 영어를 ‘희귀한 흙(稀土)’이라는 일본어로 번역한 명칭을 한국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 발견된 곳은 1787년 스웨덴 스톡홀름 부근의 한 마을 야산이라 알려지고 있다. 그리고 2년 후 핀란드 과학자가 이 광석에서 새로운 산화물인 이트륨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거듭한 과학자들은 1910년까지 모두 17개 원소를 발견했다. 희토류는 초창기에 렌즈 연마용으로 쓰였다. 1980년대 일본이 이를 이용해 영구자석을 개발한 뒤 국제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후 반도체·스마트폰 등의 IT(정보기술)산업을 비롯해 카메라·컴퓨터 등 전자제품, LED(발광다이오드) 등 형광체산업에 쓰이면서 몸값이 뛰었다. 전기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희토류 원소는 1㎏에 이른다. 덕분에 희토류는 석유·천연가스에 이어 ‘자원 패권’의 주역이 됐다. 희토류는 전자제품, 하이브리드 자동차, 에너지 저장장치 등에 사용되는 광물로 첨단기술 산업에 필수적인 원자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 이상을 점유하
우리는 공항에서 헤어졌다. 아무도 다음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50번, 53번 게이트로 각자의 추억이 걸어 나갔다. 낯선 뱃사공의 가락에 맞춰 어머니는 쭈글쭈글한 손뼉을 쳤었다. 사공의 긴 장대가 줄장미를 스치고 하늘을 가를 때마다 구름이 한아름씩 날아올랐었지. 버들가지는 주렁주렁 흘러내리고 물이 그림자처럼 흔들릴 때마다 연거푸 어머니의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주 특별한 2019년 우리들의 오월 여행은 그렇게 정점을 찍으며 스쳐갔다. 새해 가족들이 함께 한 식사자리에서 무심코 막내가 꺼낸 말이 그 여행의 시작이었다. “우리, 엄마 모시고 특별한 해외여행 한 번 가요. 옛날에 한 이불 밑에서 옹동그리고 잠들었던 남매들끼리만 오롯이 엄마 모시고 말이에요. 엄마가 많이 행복해하시면 성공적이겠죠?” 언뜻 보아 육남매 애지중지 키워내어 짝 찾아 떠나보내고 홀로 그 집 묵묵히 지켜내시는 어머니를 위한 생각인 것 같지만 어쩌면, 직장에 치이고 가족들에 대한 책임감과 사회에서의 부담스러운 자리에서 잠시라도 자유롭고 싶은 어린 시절을 향한 육남매의 그리움이 그 여행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른다.“야야, 내가 그 때까지 살 수 있겠나?&rdquo…
브라자를 노래함 /김미옥 중력에 반反하여 위로만 뻗쳐가던 시절 맨가슴을 외친 적도 있었지만 곧 브라자로 회귀했다 흔들리는 것은 꼭 감싸줘야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지그시 눌러주는 잔 다르크의 갑옷 같은 그것 갓 구운 모카빵처럼 부드러울 때도 있지만 대체로 굳은 심지가 있다 부드러운 레이스를 살갗에 비벼보거나 옥죄임과 해방의 묘미를 아는 한 가슴은 더욱 여미어지고 브라자는 해체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순응하듯 수세미 속 앙상한 골조같이 내 몸 성말라 바닥을 향해 낙하할 때 치열함과 바꿔버린 그 묵직함에 가위눌릴 때, 우린 정말 슬퍼질지 몰라 달을 선망하듯 가슴을 좇는 눈동자와 은근히 높아가는 콧대처럼 차오르듯 받쳐주는 브라자여 - 김미옥 시인의 시집 ‘북쪽 강에서의 이별’ 중에서 끊임없는 해방이나 그 반대로 끊임없는 옥죄임 속에서만 살아간다면 우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끊임없는 해방은 허망에 빠져 적당한 옥죄임의 유혹을 받을 것이고, 끊임없는 옥죄임은 질식에 빠져 해방을 찾아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시에서 ‘브라자’는 이 흔들리는 것을 감싸주면서 해방과 옥죄임의 묘미를 알게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것의
오는 7월 24일 2년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을 이을 차기 총장 후보로 현직 고검장급 고위 간부들을 중심으로 10여 명이 단체와 개인들로부터 천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검찰총장 교체는 문무일 현 총장이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형사사법체계의 민주적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며 공개 반발한 이후 검찰의 조직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각별한 관심을 끈다. 검경수사권 조정 논란 등 권력기관 개혁이 큰 현안인 만큼 차기 검찰총장이 갖춰야 할 우선 자격 요건은 검찰의 지난 과오를 직시하고 개혁을 원만하게 이끌 능력이 돼야 한다. 현직 고검장급들이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검찰 외부 인사가 차기 총장에 낙점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이른바 ‘셀프 개혁’에 실패한 업보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수를 뛰어넘어 발탁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차기 총장이 누가 되든 지난 시절 타성과 시대에 뒤떨어진 관행에서 벗어나 개혁을 과감하게 이끌어가라는 시대적 요구에 마땅히 부응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시대에 수많은 국민이 고문을 자행한 폭압적인 수사와 권력의 요구에 굴복한…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는 20일 ‘장자연 사건’의 의혹과 관련해 핵심 의혹 등에 대한 수사권고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사 미진’ ‘조선일보 외압 의혹’ 등은 사실로 인정했다. 고인 친필로 자신의 피해 사례를 언급한 문건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다면서도 가해 남성들을 이름을 목록화했다는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낸 것이다. 과거사위는 지난 13일 대검찰청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13개월간의 조사 내용을 담은 ‘장자연 보고서’를 제출받아 이에 대한 검토 및 논의를 해왔고 이날 이 사건의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그 새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2009년 3월 7일 여배우 장자연 씨가 강요에 의해 기업인, 언론인,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이 사건은 처음 우울증에 따른 자살로 처리됐지만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문건이 공개되자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분노의 목소리가 세상을 뒤흔들었다. 이에 경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을 모두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
우리나라의 관광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중국의 한한령이 올 7월∼8월이면 완전히 해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관광정책에 대한 많은 생각과 고민을 만들었던 사건이었던 것 같다. 정치·경제·사회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이 관광이며, 국제관광 특성상 인바운드 주력시장에 대한 철저한 동향분석과 상황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던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응과 함께 해법도 제시됐다. 대표적인 것이 특정국가에 대한 의존이 아닌 관광시장의 다변화였다. 무슬림관광객(muslim tourist) 유치도 관광시장 다변화를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무슬림 인구는 17억5천만 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약 24%를 차지하며, 다산을 미덕으로 여기는 특성상 2016년에는 약 30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슬람 국가의 경제성장으로 관광비용 지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무슬림의 해외 여행시 관광지출액은 2015년 1천510억 달러에서 2016년 1천690억 달러로 11.9% 증가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외국인방문객 통계에 따르면 2017년의 무슬림 관광객수는 84만6천 명으로 2016년 98만6천 명보다 11.7%가 줄었지…
경기도교육청 주도의 혁신학교가 시작된 지 11년차가 됐다. 교육의 방향에 대해 공감을 얻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은 반길 일이다. 그러나 혁신학교의 수가 부족해 초, 중, 고로 연계되지 않는다는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는다. 이에 지자체와 협력한 지역형 혁신학교의 확대를 제안해 본다. 어떤 약이든 만병통치약은 없다. 과거 1997년 IMF시기, 많은 회사의 도산으로 실직자가 늘고, 가정이 해체되는 심각한 문제가 사회도처에서 일어났다. 처음 겪는 IMF 위기에 무방비상태였고, 교육적, 사회적으로 더 세심한 교육적 지원이 필요했으나 우리는 시기를 놓쳤다. 현재, 당시 상처받은 학생들은 어른이 됐다. 그러나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고 곪아 다시 우리의 교육 문제로 회귀하고 있다. 다시 논의하자면 혁신교육이 만병통치약은 될 수 없으나, 교육공동체의 다양한 유형의 상처 치유에 대안이 될 수는 있다.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과 사회안전망의 부족, 교사의 소진과 상처에 대한 교육적 지원이 필요한 현재, 우리 교육은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넘어 다양한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조망할 필요성이 있다. 이에 혁신교육이 학교 문화개선과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
광복 직후 치안공백이 컸던 우리나라는 늘어나는 풍속사범이나 소년 부녀자 범죄를 전담시키기 위해 경무부 공안국 내에 여자경찰과를 신설됐다. 그리고 1947년 7월 1일 인천을 비롯 대구 부산 등 3곳에 여자경찰서를 신설했다. 그중 인천여자경찰서는 인천은 물론이고 지금의 수도권 일대를 담당했다. 당시 경기도내엔 76명의 여자경찰이 있었다. 업무는 주로 성매매 단속과 선도였다. 1948년 공창(公娼)이 폐지된 후 사창(私娼)이 우후죽순처럼 늘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거리의 교통정리도 그들의 주요 업무였다. 그로부터 약 7년 뒤인 1957년 7월 26일, 1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일반 경찰서와 관할 구역이 중복돼 업무상 지장이 많다는 게 이유였다. 여자경찰의 원조는 조선시대 ‘다모(茶母)’다. 원래 관청에서 밥을 짓고 잡일을 하던 여자 노비를 일컫는 말이었지만 조선 중기 이후 여자 경찰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다. 의금부, 형조, 포도청 등에 소속되어 주로 여성들과 관련된 사건을 수사하거나 여성 피의자를 수색하는 일을 담당했다. 다모는 아무나 될 수 없었다. 몇 가지 자격을 갖추어야 했고 엄격한 시험에 통과해야 했다. 우선 키는 5척(150센티미터)이 넘
여행은 설렘이다. 아니 여운(餘韻)이다.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눈을 가지는데 있다. 29년간 결연을 맺어온 한·중 간의 적십자교류에 나섰다. 경기적십자 회장을 맡고 4년만의 나들이다. 6명으로 방문단을 꾸려 선양(沈陽)홍십자회를 지난 4월13일 찾았다. 공항에서 비서장의 영접을 받고 숙소로 가면서 4년간의 선양 도심의 발전상을 다시 볼 수 있었다. 마치 ‘내가 이렇게 변했다’는 듯 다양한 모습의 건물들이 앞 다퉈 내 시야에 다가왔다. 랴오닝성의 성도(省都)인 ‘예전의 선양이 아니다’ 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선양 홍십자회 수석부회장이 주최한 만찬은 떠나기 전의 설렘과 5일간 펼쳐질 일정의 기대감 속에 정감이 넘쳐흘렀다. 어느 새 동화되는 순간들이었다. 이튿날 선양시홍십자회를 방문, 양측 대표단이 마주 앉아 공식행사가 진행됐다. 지난 1991년부터 양국의 직원, 청소년적십자단원, 봉사원의 정기교류가 이뤄졌다. 인도주의 정신을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시대변화에 발맞추어 새로운 사업경험을 교류해왔다. 서로 간의 장점을 배우고, 재난구호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선양시 혈액센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