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잔혹한 인터넷 성 착취 범죄인 ‘n번방 사건’을 방지하려는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n번방 방지법)’이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n번방 방지법’의 실질적인 효과를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견해들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는 격렬한 비판도 나온다. 부작용 또는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효율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인터넷 대화방을 이용해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들의 얼굴이 공개될 때마다 피해자 가족들이 악을 쓰며 저주를 퍼붓는 모습은 가슴을 아프게 한다. ‘n번방 사건’으로 검거된 조주빈(박사), 강훈(부따), 이원호(이기야), 문형욱(갓갓) 등 주범 네 사람의 모습은 어이없게도 평범한 청년들이었다. 더는 이 세상에서 이런 범죄가 없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n번방 방지법’이다. 그러나 이 법으로는 ‘n번방 사건’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없는 데다가 부작용이 치명적일 수 있는 지적이 거듭되고 있다. 제기되고 있는 문제는 대략 세 가지다. 첫째는 범죄의 수단으로 사용되는 텔레그램과 같은 폐쇄형 외산 플랫폼에 대한 통제수단이 될 수 없다는 점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대표회장: 염태영 수원시장)가 20대 국회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의 20대 국회 통과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20일 마지막 본회를 끝으로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남긴 채 사실상 종료된 20대 국회 4년 동안 법안 처리율은 37%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마지막에 가서야 과거사법 등 133개 법안을 한꺼번에 통과시켰지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비롯한 1만 5천여 건의 법안은 폐기될 신세에 처해졌다. 전국 지방정부들의 염원이었던 전부개정안은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이에 전국 시장·군수·구청장들의 반발이 크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법안을 상정조차 않고 산회함으로써 법안심의조차 무산시킨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이채익의원, 울산남구)는 우리 지방자치를 후퇴시키고 20대 국회를 무능하고 무책임하게 만든 것으로 전국의 지역민은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강력히 성토했다. 전부개정안은 지난 2019년 3월 29일 정부법안으로 국회에 발의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현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논의를 거친 지방자치 의제를 담았다. 국회에 발의된 지 1년 2개월 동안 논의 한번 되지 못
5월 21일은 부부의 날로 지정된 기념일이다. 2007년도에 법정 기념일로 정해졌는데 ‘둘이 하나 되는 것’이 부부라 하여 21일로 정했다 하니 부부의 의미를 숫자로 잘 정의했다는 생각이다. 오늘날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화된 사회구조에서 부부의 관계와 의미를 숫자 하나로 단순히 정의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부부란 인륜의 원천이며 사회구성의 시작이기 때문에 ‘둘이 하나 되는 것’으로 정의한 21일은 지당한 발상이다. 그렇다면 과연 부부란 무엇인가? 필자는 430여 년 전에 망자(亡者)의 아내가 쓴 한 통의 편지에서 부부란 무엇인가를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자내샹해날려닐오 (자네는 항상 내게 말하기를)’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수신자가 ‘워니 아바님께’로 하여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룻날에 쓰인 것으로 되어있다. 죽은 남편을 매장할 때 관속에 함께 넣은 아내의 한글 편지인데 1998년, 택지개발이 한창이던 경북 안동시에 소재한 정상동의 언덕 기슭에서 이름 모를 무덤을 이장하던 중에 관속에서 발견된 수습유물 가운데 하나다. 유물 분석결과, 무덤의 주인은 고성이씨(固城李氏) 응태(應台)이며 서른한 살의 나이로 요절했고 둘 사이에 ‘원이’라는 아이가 있었던 것으로…
아무것도 아닌 ’그 하찮은 것‘에 흔들리는 인류/ 그리고 무너지는 사회/ 코로나 바이러스라 불리 우는 작은 미생물이/ 지구를 뒤집고 있다./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인가가 나타나서는/ 자신의 법칙을 고집한다./ 이미 안착된 규칙들을 다시 재배치한다./ (중략)/ 최고급 차들이 잠자고 있으며/ 그런 식으로/ 단 며칠만으로/ 세상에는 사회적 평등(이전에는 실현 불가능해 보였던)이 이루어졌다./ (중략)/ 이 세계가 하나같이 직면한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에서/ 우리의 휴머니티가/ 무엇인지 질문해보자 아프리카 문인 ’무스타파 달렙‘이 쓴 문구를 발췌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력을 얘기하고 있다. ’무스타파 달렙‘의 지적처럼 바이러스는 세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 비행기 날개를 동여매 계류장에 주저앉혔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아가던 공장문을 닫아걸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니, 비대면(untact)이니 하는 낱말을 들이대며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씌우고 함부로 접촉하지 못하게 하고 모이지도 못하게 한다. 예전처럼 반가운 마음으로 인사를 나눌 수도 없고 사람을 만날 때면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게 하고 있다. 세상의 통념과 법칙을 무너뜨리고 있다. 새로운 질서와 방식을 강요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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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이철경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출근 거리보다 서너 배 길다 가도 가도 끝없는 황톳길 발가락이 썩어 들어가듯 발목 아래로 흘러내리는 삶의 무게가 자꾸만 자꾸만 땅속으로 끌어당긴다 전철이 덜컹거릴 때마다 울대에 고여 있는 울음이 울컥거린다 모두가 하나씩 꿈을 슬며시 놓고 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 속에 우울한 허밍을 듣는다 어찌하여 산다는 건 이리 힘들고 어쩌다가 자꾸만 오그라드는 가. 때로는 음악에 리듬을 타려 하지만 한없이 늘어지는 노래가 심연의 나락으로 끌어당긴다. 갑자기 억누른 꿈들이 팡팡 터진다 아! 내 것이 아닌 열망이여 고독한 삶이여 방랑자여 ■ 이철경 1966년 순창 출생. 2011년 『발견』 시, 2012 『포엠포엠』 평론으로 등단했다. 시집 『단 한 명뿐인 세상의 모든 그녀』, 『죽은 사회의 시인들』, e북 『더없이 투명한 블랙』이 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으며 『목포문학상』 평론 본상을 수상했다.
지난달 이천시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로 48명의 사상자와 약 80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는 가슴아픈 일이 있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장 용접·불티로 인한 화재로 인한 화재는 2천312건이 발생했고 191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공사장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화재가 일어나기 쉬운 조건이라는 점이다. 공사현장에는 스티로폼·우레탄폼 단열재 등 화재 시 다량의 유독가스를 유발하는 가연성 내장재가 많이 사용되고 있고, 용접 작업 등으로 인한 작은 불씨가 날아들어 쉽게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용접작업 때 발생하는 불티는 1600~3000℃ 정도로 작업 장소의 높이에 따라 수평방향으로 최대 11m까지 흩어질뿐 아니라, 불티가 단열재 등에 들어가게 되면 상당시간 경과 후에도 불티가 남아있다가 발화하는 경우도 있다. 공사장 용접화재의 주요 원인을 살펴보면 화기취급 현장 감독 소홀, 무자격자 용접 작업 등 현장부주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와 같은 참사를 예방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화재예방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첫째. 작업 전 화기작업 건축물 내 관계인, 건축물 안전관리자에게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업주는 화재예방을 위해 화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은 거친 폭우와 함께 맞이하게 되었다. 가정의 달 5월을 절반 이상 보낸 지금, 역사가 남긴 상처로 아직 아파하는 이가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 또한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자 친척인 것이다. 김재홍의 2004년 작 <아버지: 장막 1>은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는 존재 그 자체를 그린 그림이다. 앙상하게 마른 아버지가 고통스러워하며 누워있다.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계신지 갈비뼈는 한껏 하늘을 향해 있고 겨드랑이와 배는 쭈글쭈글하다. 아버지의 몸을 기다란 곡선으로 횡단하고 있는 상처가 안타깝다. 아직 아물지 않았는지 상처는 벌어져 있고 혈흔은 번져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은 단순히 상처가 아니다. 기다란 철조망 장벽인 것이다. 아버지의 몸은 바위산이고, 기다란 철조망은 바위산 위를 구불거리며 길게 드리어져 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서 2020년 기획 전시 <광장>을 통해 몇 년 만에 관객에게 선보였다. 아버지의 몸 위를 횡단하는 철조망은 단연 분단된 이 나라의 아픔을 뜻하는 바이겠지만,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가장으로서 남모를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들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게도
지인의 부친 49재에 참석하기 위해 해남을 거쳐 청산도를 다녀왔다. 해남은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로 유배 문학의 산실이다. 이곳에 문학촌이 필요한 이유이다. 달마산 미황사에서 지낸 49재는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불교의식이다. 남겨진 이들의 정성을 모으는 것은 결국 가족 간의 우애를 위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달마산 미황사는 1300년 된 고찰로 외진 곳에 위치해 잘 보존된 보기 드문 완벽한 형태의 고찰이다. 이곳에 와보면 누구나 잘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찰 뒤편에 병풍처럼 둘러처져 이어진 달마산 역시 금강산의 기상을 닮아 봉우리가 멋지다. 49재를 마치고 489m인 달마산을 올라갔다. 군부대용 찻길이 나있어 300m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올라가 바다를 보며 자연스레이 청산도 이야기 나왔고 만장일치로 여수항으로 출발했다. 여수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청산도로 들어갔다. 소요시간은 50분이다. 민박은 행복마을의 한옥을 선택했다. 늦저녁 회 센터에서 광어와 문어, 소라 등을 사서 밤늦도록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침 기상 후 상쾌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둘레길을 걸었다. 청산도는 1993년에 제작된 임권택 감독의 명편 ‘서편제’의 촬영장소이다. 남도의 여
파주교육 이끄는 파주교육지원청 파주시는 판문점을 끼고 있는 대한민국 최북단 접적지역으로, 인구 45만명의 도농복합도시다. 그리고 이러한 파주시의 교육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이 바로 파주교육지원청이다. 특히 파주교육지원청은 혁신교육과 평화통일교육 등을 통해 학생중심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파주교육지원청의 교육 목표는 무엇이고, 성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파주교육의 미래 방향을 탐색해봤다. 파주교육지원청의 2020 교육목표 파주교육지원청은 창의·꿈·평화·혁신교육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배움을 지향한다는 파주교육의 비전을 설정하고 7가지 약속(▲다양성을 인정하고 소통 공감하는 교육주체 되기 ▲모두의 존엄을 인정하는 평화로운 학교문화 만들기 ▲미래역량을 만들어가는 배움 실현하기 ▲건강하고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하기 ▲지역·학교간 교육격차 해소하기 ▲현장과 소통하고 맞춤형 지원행정 하기 ▲지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혁신교육지구 만들기 등)을 정하여 실천해 나가고 있다. ‘창의교육’은 지역자원과 연계한 학교별 빛깔 있는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생들의 창의력을 신장한다. ‘꿈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