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결혼식 주례를 보았다. 대부분은 거절을 하는 편인데 지인의 자제라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내용을 할까 주례사를 고민하던 중에 가장 평범한 것이 낫겠다 싶어 평소 생각해오던 빛과 소금의 역할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 내용은 대개 다음과 같다. 빛!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그러나 이 빛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 시각장애인들을 위하여 성북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시창작 강의를 19년째 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경우가 있었다. 평소에 거의 지각 한 번 안하시던 분이 강의 시간이 다 끝나서 도착하셨다. 왜 이렇게 늦으셨냐고 물었더니 길을 잘못 들었는데 아무리 소리쳐 불러도 답이 없길래 내내 기다리다 보니 늦었다는 거였다. 또 다른 분은 친구 집에 갔다가 큰 봉변을 당했는데 사정을 들어보니 기가 막혔다. 새벽이 되어 소변이 마려워 문을 열고 나갔는데 그것이 화장실이 아니고 난간도 없는 밖이어서 그대로 추락했다는 거였다. 이분들에 비하면 여기 있는 우리 모두는 빛이다. 출세를 하고 영광을 가져야만 빛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우리는 모두가 빛이고 영광이다. 중요한 것은 그 빛을 자신만을 위해서 비출 것인가. 어두운 남
수원광교박물관에 ‘사운실(史芸室)’이 있다. 사운 이종학 선생은 독도와 이순신장군, 일본침략사, 항일 운동사 자료수집에 평생을 바쳤다. 사운실에 현재 전시중인 자료와 유물 중에는 울릉도와 독도가 한국의 것이라고 표기된 ‘삼국접양지도’ 등 독도 관련 자료와 함께 이순신장군의 ‘이충무공전서’와 수원화성, 간도, 금강산 등 귀중한 자료가 눈에 띤다. 국내외에서 수집한 독도 관련 사료 중 일부는 1997년 독도박물관(울릉군)에 기증했으며 일부는 수원시에 기증했다. 2002년 11월,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후 유가족들은 수원시에 고서, 고문서, 관습조사보고서, 사진엽서, 서화 등 2만여 점의 방대한 사료를 기증했다. 지금 사운실에서는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사운 선생의 자료를 볼 수 있다. 과거사를 감추고 왜곡하는가 하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과의 사이가 썩 좋지는 않았다. 특히 요즘은 더욱 사이가 좋지 않다. 일본정부는 강제징용을 인정하지 않고 치졸한 경제 보복을 하고, 우리 국민들은 자발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본 여행 거부운동으로 맞서고 있다. 이 시점에서 더욱 눈여겨봐야 할 사료가 수원광교박물관 사운실에 있다. 바로 1905년의 ‘시마네현
갑작스레 재난을 당하면 누구나 당황한다. 장애인은 말그대로 무방비다. 게다가 장애인을 위한 대응방법이 담긴 설명서조차 전무한 실정이니, 세상 참 잔인했다. 그런 위험을 견디는 장애인들에게 하루하루는 살얼음판이고 벼랑끝이다. 그나마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지체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재난대응 설명서를 발간해 다행이다. ‘시각·지체 장애인 및 조력자를 위한 재난대응 표준매뉴얼’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온 이 책자는 민선 7기 경기도의 핵심가치인 ‘공정’을 재난분야에 접목시켰다고 도는 설명한다. 도가 설명서 발간을 서두른 것은 경기도에서 화재로 인한 장애인 사망율이 비장애인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는 결과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4~2018년까지 도내에서 화재로 사망한 장애인은 36명이었다. 전체 화재 사망자 376명의 9.6%다. 2018년 4월 기준으로 도내 장애인 비율이 4.1%였으니 2.3배 정도 높다. 장애인을 위한 재난 대응방안 설명서가 절실했던 이유다.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은 ‘더더더’ 편하다. 재난 대응방식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장애인이 안전하면 비장애인들에게는 더 안전하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래서 모든 기준은 장애인이 돼야 한다. 이번에
개정 선거법을 비롯하여 현안 법안들이이 통과되면서 제21대 총선 시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각 당은 빠르게 총선 체계로 당 활동을 정비하며, 인재 영입을 앞다투어 발표하고 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총선 때마다 정당에서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바로 인재영입 활동이다. 어느 당이든 인재영입 책임자는 그 당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아예 당 대표가 직접 나서는 일도 종종 볼 수 있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여 정당의 정책역량도 높이고, 관련 분야 유권자뿐만이 아니라 성공스토리를 바탕으로 당의 지지도를 높일 수 있으니, 선거를 앞 둔 정당으로선 신경을 써서 좋은 인재를 찾아 영입할 수밖에 없다. 선거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이러한 인재영입 활동은 꼭 필요하고 자연스런 모습일 것이다. 15년 전 매니페스토운동을 시작하면서 여러 정당의 대학생위원회와 청년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났었다. 당시 각 정당이 당 체계를 혁신한다고 하면서 청년과 대학생 활동에 많은 관심과 투자를 했었다. 그 이후 매니페스토 활동을 정리하고 수원에 돌아오면서 정당 활동이나 그 위원회에서 활동하던 청년들과의 소통도 중단되었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당연히 그때 활동하던 많은 청년과 대학생들이
아침 산책을 한다. 호숫가를 걷다보니 가장자리에 작은 집이 보인다. 누런 박스로 된 허름한 집 한 채. 마침 주인장이 고개를 파묻고 아침잠을 자고 있다. 하얀 바탕에 노란 얼룩. 부드럽고 따뜻하게 보이는 등을 쓰다듬고 싶어진다. 그 작은 박스가 고양이의 보금자리인 모양이다. 홍콩의 센트럴역이 생각난다. 내 눈을 붙잡은 것은 동남아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보도블록에 박스를 깔고 앉아 있었다. 가로 세로 120센티미터 정도 되는 공간을 각각 차지하고 박스를 낮게 세워 경계를 구분한 그곳에서 밥도 해먹고 이야기도 하며 지내고 있었다. 가사도우미로 온 필리핀 여자들이었다. 임금도 훨씬 싸고 영어를 쓰기 때문에 홍콩 사람들이 고용한다. 그런데 홍콩의 집값이 워낙 비싸고 면적도 좁다보니 그들에게 방 하나를 내줄 수가 없다. 주어진 공간은 선반이나 다락같은 곳이라고 한다. 평일에는 거기에서 잠을 자지만 주말에는 일을 쉬니 그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사람들이 오가는 복잡한 역 주변에 박스를 깔고 앉아 휴일을 보낸다. 역사상 인간이 저지른 비인간적인 행위 중 하나가 노예무역이다. 노예선박의 해상 이동 과정은 알다시피 끔찍하다. 선박 갑판 아래 사람이 겨우 누울 자리, 그것도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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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 한탄강 국가지질공원 교육·관광·경제 활성화 주목 DMZ를 마주하고 있는 연천군은 임진강과 한탄강 그리고 DMZ로 인해 청정한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한탄강을 따라 50만년 전부터 여러 차례 분출한 용암으로 인해 국내 내륙에서는 보기 드문 지형과 그로 인한 독특한 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생물다양성과 지역 주민들의 보존 노력을 인정받아 ‘연천임진강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오는 4월에는 한탄강과 임진강을 둘러싼 지질명소를 중심으로 역사·문화·고고학·생태적 보존가치 및 활용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이 유력시되고 있다. 한탄강·임진강 50만년전부터 용암분출 모습 간직 연천군만의 특별한 역사·문화·생태환경 형성 고려·조선 때부터 아름다운 광경에 풍류 단골소재 현무암 주상절리는 최고의 지질공원 체험학습장 郡·지역주민 환경보존·관광상품 체험 운영 합심 올해 4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유력 ■ 연천군의 특이한 지형과 역사…
‘아카데미 시상식’ 세계 최대·최고의 영화제 중 하나다. 거기서 분야별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트로피가 있다. ‘오스카’라는 애칭의 인간입상(人間立像)이다. 금 도금된 오스카상은 높이 34.5㎝, 무게 3.4㎏로, 5개의 필름 릴 위에 검을 짚고 선 기사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밑부분 5개의 필름통 형상은 아카데미의 초기 시상 부문인 배우, 감독, 제작, 기술, 각본의 5개 분야를 상징한다. 아카데미상에는 상금이 따로 없다. 오직 트로피만 수여된다. 그렇다면 24K로 도금한 트로피 가격은 얼마나 될까. 아카데미측은 원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개당 제작비는 350달러로 추정된다. 하지만 수상에 따른 영예는 여느 영화제와 비교 불가다. 부가가치 창출효과 또한 천문학적 이다. 권위와 역사가 수상작의 작품성과 흥행성을 담보해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최고의 영화제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주저 없이 아카데미를 꼽는다. 1929년 5월 16일, 할리우드에서 270여 명의 영화 관계자들이 모여 제1회 아카데미 상 수상식이 시작된 이래 세계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덕분이다. 물론 영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혹자들은 아카데미의 지나친 상업성과 할리우드 자본력의 영화
‘윤창호’법은 2018년 9월 부산에서 전역을 앞둔 한 청년이 횡단보도에서 만취운전자의 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특별법이다. 2018년 12월 18일 ‘윤창호’법이 시행되면서 음주운전 단속기준 혈중알코올농도를 0.03%와 0.08%로 낮추었고, 형량과 벌금도 5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시 형량과 벌금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관대하고 벌금액이 적다는 것이 법 학계와 시민단체의 공통된 지적이다. 2015년 청주 크림빵 뺑소니 사망사건으로 피의자(37)는 음주운전은 증명할 방법이 없어 무죄를 선고했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 도주차량 혐의만 인정되어 징역 3년만 확정했다. 전주에서 음주운전 뺑소니로 사망사고를 내고 해외로 15년간 도망간 피의자(49)도 도피 혐의만 기소하여 징역 5년만 확정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서는 음주운전 사망사고 시에 어떻게 처벌하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1급 살인죄 적용과 보석조차 허용하지 않는 종신형을 판결했다. 칠레에서는 만취운전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면 최고 10년 징역과 운전면허…
적막 /이원규 개가 짖는다고 따라 짖으랴 그 뉘시오? 외딴집 앞마당에 홍매화 피는지 강물 속으로 황어 떼 오르는지 바람결에 킁킁거릴 뿐 혀를 말아 넣은 지 오래 자라목 내밀며 섬진강을 바라본다 - 이원규시집 ‘달빛을 깨물다’ / 천년의시작 지리산 깊은 골에 자리 잡은 지 꽤 오래된 시인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주유천하 하는 모습이 텔레비전에 가끔 방영되기도 했다. 젊은 시절 뜨겁게 살았다. 지금은? 혀를 말아 넣은 지 오래란다. 개가 짖는데 따라 짖으랴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시인이 10년 동안 걸으며 세상 공부를 하고 10년 동안은 생의 한 수 한 수를 복기하며 전국 오지의 야생화와 별들을 찾아다녔으니 도합 21년이다. 혀를 말아 넣었으나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시인의 시를 부분 인용한다. “내 인생의 마지막 문장, 허공에 비문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 그라제, 그라제, 겁나게 좋았지라잉!“ 그라제, 그라제, 새봄엔 막걸리나 한 병 차고 시인을 찾아 지리산으로 가야겠다. /조길성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