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부도 /고은영 오솔길 한적한 곳에 들꽃처럼 혼자 피고 혼자 지다 처연히 장식한 이름 하나 어느 시절이 골짝 지키며 수행자로 살았을 가난한 삶의 흔적이여 바람에 스쳐오는 온화한 체취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다 간 이승의 고요처럼 저승의 한 고요히 흐르네 시인의 작품을 접하면서 자유란 어떤것인가? 하는 혜안을 보게 된다. 여기서 다시 행복이란 무엇인가? 사람은 누구나 잘살기 위해서 돈도 벌고 그렇게 살아야 할 인생이다. 저 마다 행복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기다리는 일들도 하나의 운명이다. 自由는 법이 보장해야 하지만 自遊는 마음과 자연이 일치되고 가질 때 누리는 것이다. 행복이란 자유의 조건에 들어가 있지만 누구나 행복할 수는 없지만 그 행복을 위해 오솔길을 걸을 수 있는 시인의 시선과 같다. 어쩌면 시인은 주름진 자화상을 찾고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치유와 위로를 한순간이나마 깊은 절정의 대화를 자신에 묻고 있다. /박병두 문학평론가
최저임금위원회가 결국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에 실패했다. 따라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은 고용노동부가 국회와 협의해 결론을 낼 수밖에 없게 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란의 핵심은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할지 여부다. 현재 매달 지급되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은 최저임금에 들어가지만, 상여금과 연장·야간·휴일수당은 제외된다.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면서 영세 사업자 등의 부담이 가중되자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추진해왔다. 국회에서도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 같다. 그동안 노동계는 산입범위 확대가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를 반감시킨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정기상여금 외에 식대, 교통비 등 각종 고정수당도 최저임금에 넣어야 한다고 맞선다. 이날 최저임금위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도 노사 양측의 이런 입장 차이가 전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소한 상여금은 최저임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엔 일리가 있다.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끌어올리면서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들의 인건비 부담도 크게 늘었다. 아파트 경비원, 청소원, 편의점·주유소 종사자 등 고용 취약계층에선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드는…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이 그야말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현직 여검사의 용기있는 성추행 피해 폭로를 계기로 시작된 이 운동은 문화예술계와 경제계, 학계 그리고 종교계까지 확산됐다. 그리고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낙마시키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폭로가 얼마나 더 계속될지는 모른다.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 중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나, 2012년 김형태 전 의원(당시 새누리당)의 제수 성폭행 구설, 2014년 박희태 전 의원(당시 한나라당)의 여성 캐디 성추행 사건 등 고위공무원이나 의원들에 의한 성추문은 많다. 따라서 정치인들이나 고위 공직자들 중 떨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 국가를 맑고 평등하게 만드는 운동이다. 따라서 각계로 더욱 확산돼야 한다. 물론 음해성, 장난성 고발은 엄단해야 한다. 이처럼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성희롱이나 성추행·폭행을 당하면서도 대처를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 여성들인 요양보호사가 그들이다. 가해자들은 노령에 중증질환을 앓는…
머리가 텅비고 온몸에 힘이 빠져서 더는 움직일 에너지가 떨어졌을 때 삶은 무엇으로 위로받을까. 작가에게 주어지는 해외 전시는 가끔씩 뜻하지 않은 선물처럼 거리를 산책하는 즐거움을 선물한다. 특히 느긋한 속도로 걷다가 발견하는 거리가 주는 순간의 풍경은 새로운 창작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 센강을 중심으로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역으로 소문난 마레지구는 과거에 귀족들이 살던 집을 원형을 간직한 채로 실내를 개조하여 상점과 카페로 사용하고 있다. 겉모습은 로코코시대의 아름다운 건물이고 간판은 작지만 들어가 보면 세계적인 브랜드들이 자리한다. 특히 거리에 아담하고 특색있어 디자이너가 이름을 걸고 운영하고 있는 부티끄에 들어가 보면 시대와 유행을 초월해서 다양하고 개성있는 소품들이 세련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의 20세기 초 벨에포크에 유행되었던 모자도 지금까지 디자이너 손에 의해 핸드메이드로 만들어지고 있다. 거울 앞에서 그 시절 모자를 쓰고 이리저리 돌다 보면 어느덧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그동안 상점의 점원은 아무 말없이 웃으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을 자기 일을 하면서 지켜보기만 한다. 퐁피두 현대 미술관의…
볕이 참 곱다. 칙칙함을 벗어던진 나무에 푸릇한 기운이 돌고 꽃망울을 꺼내든 나무도 간간히 보인다. 거리엔 웃자란 가로수의 가지를 쳐내는 엔진톱날 돌아가는 소리 요란하다. 이미 농경이 시작된 들녘에도 활기가 넘친다. 과수에 두엄이 뿌려지고 논을 갈아엎으며 풍작을 기대한다. 따사로운 햇살에 적당히 스미는 한기가 야외활동하기에 좋은 날씨다. 바구니와 호미를 들고 들녘으로 나섰다. 아직은 잔설이 남아 미끄러운 곳도 있지만 들로 산으로 나서면 기분도 상쾌하고 마음도 가볍다. 냉이를 캤다. 잎은 작아도 뿌리가 제법 깊다. 저것들 봄을 밀어올리기 위해 겨우내 뿌리로 양분을 저장하며 몸을 키웠나보다. 뿌리에서 풍기는 향이 좋다. 깨끗이 손질해서 멸치 육수에 된장과 고추장 풀어 냉잇국 끓이면 저녁 밥상은 푸짐하겠다. 늙어가면서 끼니 때마다 반찬 투정하는 남편이 얄밉다고 투덜대는 일행의 투박한 입담으로 너른 밭이 수다와 웃음으로 왁자하다. 냉이보다 더 오소소 쏟아지는 푸념이 맛깔스럽다. 남편 흉보고 자식들 걱정도 한다. 갱년기 불면증으로 잠이 안 온다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 봇물처럼 터지는 하소연이 바구니에 넘쳐난다. 삐끗했는데 발목에 금이 가서 두 달 깁스하는 동안 남편 부
다시 선거철이다. 전세계를 흠뻑 홀린 평창올림픽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국회의원 총선거와 장미 대선을 거쳐 대한민국 정치권력 결정의 완결판이자 새로운 출발점이 될 2018년 6·13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여야 각 정당들이 검찰발로 시작돼 문화·연예계를 거치며 조심스레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던 ‘미투(Mee too·나도 당했다)’ 속에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후보 또는 캠프 각자의 ‘출마의 변’을 명분으로 본격적인 지방권력 쟁탈전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전국민적인 아픔과 충격이 담긴 세월호를 숙명처럼 받아안고, ‘누리과정’과 ‘국정화’란 양대 화두로 전국민적인 공감 속에 당시 여당의 총선 참패와 이후 정권 교체의 한축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교육감 선거는 이미 진보와 보수의 진영 간 격돌로 다시 맞붙었고, 지난 2014년 100만도시의 압승으로 시작해 ‘메르스 해결’과 ‘지방재정개편저지투쟁’, ‘주민참여 자치분권’ 등의 빛나는 성과로 &lsquo
생일 /크리스티나 로제티 내 마음은 물가의 가지에 둥지를 튼 한 마리 노래하는 새입니다. 내 마음은 탐스런 열매로 가지가 휘어진 한 그루 사과나무입니다. 내 마음은 무지갯빛 조가비, 고요한 바다에서 춤추는 조가비입니다. 내 마음은 이 모든 것들보다 행복합니다. 이제야 내 삶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내게 사랑이 찾아왔으니까요. - 장영희의 영미시산책 ‘생일’ / 비채 영국의 시인 ‘로제티’가 스물일곱 살 때 쓴 시이다. 독신 여성으로 연시를 주로 쓰며 평생을 어머니와 함께 살다 갔다. 이제야 삶이 시작되었다니 무슨 말인가. 바로 사랑이 찾아왔다는 이야기이다. 사랑이 오고부터 마음은 무지갯빛 조가비처럼 춤추며 출렁이는 사과나무의 휘어진 가지보다 부풀었으며 먹이가 풍부한 물가의 가지에 둥지를 튼 새보다 행복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일날만큼은 무조건 행복해지길 기대한다. 사랑은 온 세상을 꿀벌이 붕붕 대는 꽃밭으로 변하게도 한다. 몸이 태어났던 날이 아닌 사랑이 찾아온 날이 이제야 생일이며 그때 비로소 진정한 삶이 시작되었다고 시인은 노래하고 있다. /김은옥 시인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우리측 특사단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다음 달 말 판문점 우리측 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남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의 핫라인을 설치해 정상회담 이전에 첫 통화를 하기로 했다. 일단은 이번 방북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북한은 우리측 대표단에게 비핵화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주제로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과 또한 남측을 향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성과다. 특히 이번 방북기간 중 김 위원장이 대북 특사단을 노동당 청사로 초대하고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을 배석시키는 등 최대의 예우를 갖췄다는 해석이다. 노동당 본청사는 노동당 부장·부부장 등 고위간부들이 거주하는 고층 아파트와 인민대학습당 등으로 둘러싸여 요새화된 곳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북 특사단에게 평양 대동강변의 외국 귀빈용 고급 휴양시설인 고방산 초대소를 숙소로 내주는 한편,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연기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재개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례적이다. 그
우리 국민들을 괴롭히는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중국에서 넘어오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은 강력한 미세먼지 정책을 펼쳐 성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중국은 지난 5년간 미세먼지와의 전쟁을 펼쳤다.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이런 노력의 결과로 중국 74개 도시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년 평균 33%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대기 오염이 가장 심한 곳은 베이징이었는데 올해 1월 베이징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당 34㎍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70.7%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처음으로 국제 기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베이징 공기 지수가 ‘좋음’이었던 날은 226일이었는데 이는 2013년보다 50일 더 많은 것이다. 이로 인해 미세먼지로 인한 조기사망자 숫자도 크게 감소했단다. 중국은 5년 전 ‘대기 오염 방지 행동 계획’을 발표하고 석탄 소비와 석탄 사용 공장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제한하고 있다. 가정에서 환풍기 사용 의무화, 도심 식당 고효율 공기청정기 설치 의무화, 자동차 보유 대수 통제, 자전거 보급 확대 등 강력한 정책을 펼쳤다. 우리도 이제 중국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한솥밥 고락 /안희두 모처럼 산에 가니 때늦은 폭우다 돌아갈까 피해 갈까 그대로 돌진이다 내 가족 어찌 버리나 한솥밥 고락이다 열심히 살아온 당신 참 고마워요…. 이런 말이 회자된다. 마라톤 경주처럼 시간을 살고 고뇌하던 시인의 자화상이 그려진다. 새 시대는 이념을 넘고 자유와 사랑을 위해 산다고 한들 사각에 갇힌 일들이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시인은 지고지순한 언덕의 길을 남들보다 더 많이 넘어왔을 것이다. 그 언덕의 성찰은 정신적인 부담뿐 아니라 가족이란 이념을 늘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家長의 일이다. 서정시의 개척처럼 가벼우면서도 쉬운 정서가 담긴 이 시는 상징적인 묘사로 풀어 한솥밥 안에 가족의 든든함에 대한 뿌듯한 여정을 그려내고 있어 오히려 건강한 가족들이 그려진다.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