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변주 /김창희 무슨 전령인 듯 모사꾼의 목소리 같은 바람이 휘청거리네 낙엽들은 제 몸을 굴리며 다가오는 계절에 서문을 쓰고 허공에만 떠 있는 구름은 슬픔이네 그 슬픔은 알고 싶지 않았으므로 모르는 것으로 할 것이네 늙은 사내의 오줌발 같은 가을비가 붉은 길을 끌며 달아난 옛 애인의 이름 석 자를 불러 세우네 신기가 오는 듯 낮은 호명으로 입 속을 맴돌던 그 남자 백혈병이란 소문 못 들은 것으로 할 것이네 그리고 행여 봄이란 게 쳐들어와 온천지 들판에 난리가 난다고 한들 그 또한 내사 모르는 일이네 내사 모르네 - 김창희 ‘스토리문학 엔솔로지 (구름의 집중력)’ 살다 보면 뜻하지 않게 소식을 들을 때가 있다. 떠도는 구름처럼 먼 거리에만 있던 형체를 화들짝 눈앞에 마주친 것처럼 들려오는 한 가닥 소문, 그것이 내 기억의 저편에 자리하고 있는 이름이라면, 신기가 오는 듯 낮은 호명으로 입속을 맴돌았던 한때의 사랑했던 사람의 일이라면, 봄이란 게 쳐들어와 온천지 들판에 난리가 나듯 심사가 어지러워질 일이다. 하물며 들어서는 안 될 슬픈 소식이라면 그 난감함을 어찌할 것인가. 정녕 들었어도 듣고 싶지 않았던 소식, 그 해결책 없는 일에…
존경하고 사랑하는 10만 동두천시민 여러분! 지난 2017년 한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하루하루 땀 흘리며 일상과 생업에 최선을 다하신 시민 한 분, 한 분 모두가 바로 동두천을 밝은 내일로 이끄는 자랑스러운 주인공이십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을 때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는 없었습니다. 사상 첫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대지진과 첫 수능연기 등등 우리가 처음 겪어야 했던 사건들로 인해 혼란과 어려움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지난 한 해 저희 동두천시의회는 시민 여러분의 작은 목소리도 소중히 듣고 발로 뛰는 현장중심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정치·경제 상황들이 계속 이어졌지만 그 속에서도 새로운 희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방자치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로서 든든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버팀목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시민 여러분의 성원과 격려 덕분입니다. 그리고 이제 기나긴 어둠의 터널 그 끝자락에서 드디어 동두천은 밝게 빛나는 태양 아래 우뚝 서려 하고 있습니다. 70년 가까이 국가안보를 위한 희생을 묵묵히 감내하며 이 나라와…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 영국의 극작가 죠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묘비명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인생을 살면서 자주 생각나는 말이다. 어르신들을 보면 아직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사치라 느끼지만 정말 우물쭈물하다가 60년의 세월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말았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회갑을 맞으셨을 때만 해도 지긋하신 60의 나이는 꽤나 많은 것으로 생각했다. ‘나도 회갑이 올까?’ 이런 생각도 했을 터다. 그러나 60이란 숫자는 나에게도 도적처럼 다가오고야 말았다. 그것이 인생이려니 하면서도 막상 2018년 달력을 쳐다보니 불현듯 착잡한 생각이 스며온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카피가 위로가 된다지만 60이라는 나이가 그리 적은 것은 아니다. 버나드 쇼가 아니라도 누구에게나 살다보면 후회도 있고, 또 죽음이 정해진 것이라는 말을 묘비에라도 남기고 싶게 마련이다. 그토록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던 ‘58년 개띠’들이 이제 회갑을 맞아 사회의 뒷전으로 다 물러났다. 공무원들도 법적으로 지난 해 공로연수란 이름으로 퇴직했다. 관공
오래된 미래 /이동백 4차선 도로를 유유히 횡단하고 있다 손수레 파지 누런 중앙선을 넘는다 몸이 확 접힌 채 수레 손잡이에 매달려 가는 노인 애벌레 같다 등과 배를 비틀며 감옥 쇠창살 같은 손잡이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친다 주름투성이 저 몸뚱아리 허공으로 들릴 듯 높다랗게 쌓아 올린 우뚝한 파지의 탑 아슬아슬한 저 고치집 오래된 미래는 나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아니다,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주변에서 파지나 고철, 빈병을 줍는 어르신들을 흔히 만난다. 낡은 손수레위에 당신의 키 높이보다 훨씬 높게 파지를 싣고 가는 어르신을 볼 때마다 그 모양이 안쓰러워 밀어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는 짧은 시간의 일정부분이고 한계이다. 애벌레처럼 시간에서 해방되어 느리게 손수레를 끌고 가는 어르신, 지난날의 가난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창살 같은 손잡이에 매달려 어디론가 이끌려가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만큼은 마음이 슬프고 처연해진다. 그것은 복제된 삶 앞에서 어쩌면 나의 미래를 미리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정겸 시인
연초부터 독감(인플루엔자)의 확산이 심상치 않은 기세다. 경기 인천지역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과 등 병·의원마다 독감증세를 앓고 있는 환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지난해 12월1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내려진 후 전국의 의사환자 수가 4주 만에 6.2배 늘었다고 밝혔듯이 확산이 빠르다. 가장 최근 집계인 12월24~30일 독감 의사환자 수는 외래환자 1천명당 무려 71.8명에 달해 유행기준을 훨씬 넘어섰다. 이미 확산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 없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예방대책이 시급하다. 특히 올 겨울은 예년과 다르게 A형과 B형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지난해 12월24~30일 독감 바이러스 검출 현황을 보면 검출된 187건 중 A형은 81건(43.3%), B형은 106건(56.7%)으로 동시에 유행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때문에 A형에 걸려 완치됐다 하더라도 B형에 다시 걸릴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지만 2~3일의 잠복기를 거쳐 38℃ 이상의 고열 인후통 콧물 마른기침 등 호흡기 증상과 두통 피로 근육통 식욕부진 등 전신증상을 나타내 일상생활을 어
해마다 김장철이 되면 소래포구에는 새우젓 등 젓갈을 사려는 주부들의 발길로 붐볐다. 특히 1995년 수인선이 폐선되기 전까지 수원 등 수도권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협궤열차가 북새통을 이뤘다. 열차 안은 항상 생선 비린내와 잘 삭은 젓갈 냄새가 가득했다. 소래포구는 새우잡이, 꽃게잡이 어선 등이 들어오는 포구로서 젓갈과 생선을 파는 상인들이 모여들게 됨에 따라 1930년대부터 자생적인 어시장이 만들어졌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신선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 수인선이 폐선된 후에도 수도권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몇 년 전에는 방문 연인원이 1천500만 명에 달한 적도 있다. 그러나 한때 바가지요금, 원산지 허위 표시 등 불법 상행위들이 적발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얽혀있는 낡은 전기시설의 누전으로 대형화재가 발생해 좌판 244곳과 상점 15곳, 기타 시설 9곳이 전소되는 일도 발생했다. 이에 상인들은 생계를 위해 인근 해오름공원에 불법으로 텐트와 좌판을 설치, 영업을 해 주민·해당 관청과 반목하며 지역갈등을 일으키기도 했다. 인천시 남동구는 소래포구에 어시장을 신축하는 현대화사업을 추진키로 했으나 진척이 더뎌 상인들이 반
‘권력’은 부자지간도 나눌 수 없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은 지금 권력을 나누고자 개헌을 논의 중이다. 1987년 이후 30년 만에 국회에서 개헌특별위원회가 열리며 논의가 시작된 지도 1년이 지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존 지방자치제를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공화국’으로의 의지를 표명하며 올해 6월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추진한다고 했지만 청와대와 국회의 의중, 또 각 정당들 간 생각들이 제각각인 듯하다. 사실상 많은 이들은 지방분권개헌 논의들을 이번에 접하고서야 20년 이상 유지된 한국의 지방자치제도의 불완전성과 모순을 깨달았을 지 모른다. 지금껏 지방자치제도는 예산계획과 집행의 자율권 없이 중앙정부에 예속되어 해마다 예산편성 시기면 엄마에게 때 쓰는 아이 같은 꼴이었다. 일부 지자체의 선심성, 낭비성 등 방만한 지방재정 운영사례가 권한 및 책임이 없는 비자율적 살림살이 제도에 일정부분 기인했을 것이다. 지방정부는 세계법질서에서 이미 중요한 행위 매개체로 변모했으며 국제연합, 세계은행, 유럽연합과 기타 국제적 기관들은 지방정부를 세계적 차원에서 정책적 발전의 동력으로 인식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때문에 오랜 시간을
오늘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당국간 회담이자 남북 당국이 회담장에서 마주 앉는 것은 2년여 만이다. 가뜩이나 북핵문제가 국제사회의 이슈가 되고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북한의 참가 등이 예상되고 있어 기대되는 바가 크다. 일단은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주된 의제가 되겠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등 국제사회는 남북관계 개선 방안이 논의될지 기대가 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북한의 태도는 잇따른 국제사회의 압박에 따른 것인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이번 회담이 한반도 정세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 간 대화의지를 천명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환영 메시지를 발표한데 이어 회담 제안과 수용, 대표단 명단 교환까지, 회담 준비를 착착 진행함으로써 아직까지는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회담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오늘 회담장으로까지 이어져 가시적인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시선도 이를 주목하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남북회담을 100% 지지한다면서 양 측이 올림픽을 넘어서 협력하기
지난해 12월21일 제천에서 화재 참사가 벌어져 엄청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안전의식과 시민의식은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제천 참사가 발생해 소방차 출동을 막는 불법 주·정차와 비상구 폐쇄행위 등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고조돼 있었던 때에도 비양심적인 불법 주차행위는 전국 곳곳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단적인 예가 지난 1일 강원 강릉시 경포 119안전센터 소방차고 앞이 불법 주차된 해맞이객들의 차량으로 가로막혀 있었던 일이다. 해맞이에 나선 사람들이 차량 10여 대를 소방서 차고 앞까지 무단 주차해 출동했던 구급차 등이 한동안 복귀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만약 인근에서 화재사고가 발생했더라면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소방대원들이 일일이 전화로 연락해 차를 옮긴 시간이 40여분이나 걸렸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한 누리꾼은 “우리의 국민성을 보여주는 멋진 사례였다. 무슨 선진국 타령? 00이나 다름없는데”라고 한탄했다. 그리고 복합건축물의 안전불감증 역시 여전하다. 경기도 재난안전본부가 지난해 연말 이틀간 수원과 성남 등 6개시 15개 복합건축물을 무작위로 선정해 비
새해를 맞아 가까운 덕수궁 산책에 나섰다. 여전히 덕수궁 앞은 차들로 붐비고 차가운 날씨에 사람들의 발걸음은 종종거리며 뛰어가듯 재빠르다. 덕수궁의 역사는 임진왜란으로 서울의 모든 궁궐이 불에 타면서 시작될 수 있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의주로 피난을 갔던 선조임금이 서울로 돌아왔을 때는 머물만한 궁궐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월산대군의 후손의 집을 임시 행궁으로 삼게 된 것이 덕수궁의 탄생이었다. 당시에는 ‘정릉동 행궁’이었지만 선조임금의 뒤를 이은 광해군이 창덕궁을 재건하여 옮기면서 덕수궁은 ‘경운궁’이라는 공식적인 이름을 갖게 된다. 그러나 270여 년 동안 빈 궁궐로 남아 궁궐로서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덕수궁이 역사의 무대에 다시 등장한 것은 아관파천 이후다. 을미사변 이후 경복궁에 있던 고종임금은 신변의 위협을 느껴 러시아공사관으로 아관파천을 단행하였다. 이후 궁궐로 돌아오는데 경복궁이 아닌 덕수궁으로 돌아오게 된다. 덕수궁으로 돌아온 고종임금은 어느 나라의 눈치도 보지 않는 자주 독립 국가를 만들기 위해 나라이름을 ‘대한제국’이라 바꾸고 황제로 등극하였다. 그런데 ‘경운궁’이라는 이름은 ‘덕수궁’이라는 이름으로 왜 바뀌었을까? ‘덕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