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지긋지긋하다. 또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했다. 충남 서산의 간월호와 천수만에서 지난 10일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그리고 서울과 경기지역 철새 도래지에서도 이 H5형 AI 바이러스가 잇따라 검출됐다. 화성시 관내의 황구지천과 안성시 소재 안성천, 서울 강서구(강서지구)·성동구(중랑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 6건에 대한 정밀검사 결과, H5형 AI 항원 검출이 확인됐다. 이 지역은 모두 철새 도래지다. 이들 지역 가운데 걱정되는 곳은 안성지역이다. 안성 발생지 주변은 양계 농가가 밀집돼있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가금류 사육 농가와 철새 도래지에 대한 이동 통제 등 AI 차단방역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광역 방제기 등 방역 차량을 총동원해 긴급 소독을 실시하는 등 방역조치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런 방역조치에도 여전히 AI는 창궐하고 있다. 지난 겨울 전국을 휩쓴 사상 최악의 고병원성 AI로 국내 전체 산란계의 36%에 해당하는 2천518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됐다. 도내에서도 지난해 11월 20일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데 이어 지난 3월 7일까지 4개월간 도내 14개 시·군에
지난 여행에 이어 오늘도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추억여행을 떠나보자. 봄전시관에 이어 여름전시관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여름은 뜨거운 햇살을 피해 강과 바다로 피서를 떠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여름전시관은 강과 바다와 관련된 유물들로 시작된다. 강과 바다의 여름은 물고기와 어패류가 풍부해지는 계절이다. 강에서 물고기를 잡는 일을 ‘천렵’이라고 하는데, 이 때 필요한 도구들이 통발과 가리, 투망 등이다. 통발은 얇고 가늘게 쪼갠 대오리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입구는 넓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좁게 만들어져 물고기들이 한 번 들어가면 쉽게 빠져 나올 수 없는 구조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물고기를 유인하는 미끼이다. 미끼는 물고기들의 먹이를 주로 이용했다. 가리는 통발과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얕은 저수지 등에서 떠오르는 붕어 등을 덮어 씌워서 물고기를 잡는 도구이다. 천렵에 필요한 도구들을 지나면 염전에서 볼 수 있는 무자위를 만난다. 무자위는 물을 높은 곳으로 퍼 올리는 기구로 염전에서 바닷물을 퍼 올릴 때 사용한다. 사람이 날개 판 위에 올라서서 계단을 밟듯 하나씩 밟으면 바퀴가 돌아가면서 물을 퍼 올리는 방식이다. 무자위를 통해 퍼 올려진 바닷물로 우리 일상생활에…
요즘은 하늘 보는 재미로 산다.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은 온갖 모양을 만들어주며 나를 부른다. 새벽안개 속에 잠든 산이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하면 하늘엔 호주의 목장보다 더 많은 양떼가 지나간다. 잠시 지나면 어느새 새털구름이 흩날리고 조금 있으면 천사들이 단체로 이불빨래라도 하는지 솜뭉치 같은 구름덩이가 탐스럽게 피어오른다. 어떤 구름은 돌고래 모습이고 또 어느 구름은 아늑한 해안선을 그리기도 한다. 파란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지우고 하는 사이 자박자박 가을은 우리 곁으로 오고 나무는 제각각의 빛깔을 드러내기 위해 분주하다. 이제 구름보다 더 고운 빛깔로 치장을 하고 올해의 마지막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싸리나무는 다른 활엽보다 단풍이 일찍 든다. 우리 동네에서는 붉나무가 가장 빨리 단풍이 들고 은행잎은 테두리부터 금빛물이 들기 시작하고 싸리나무의 동그란 잎에 노르스름하게 물이 들면 곁에서 억새꽃이 흔들린다. 싸리나무 잎이 갈색으로 짙어지고 꼬투리가 단단하게 변하면 가을걷이를 서두른다. 곧 서리가 내리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공동주택보다 단독 주택이 많아 당연히 마당이나 골목길을 쓸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때마다 필요한 것이
국정감사는 매년 통과의례 식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현재의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원 내각제를 실시하는 국가들에서는 이런 국정감사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의원내각제라는 것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융합’이 그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융합이라고 하는 이유는 총선에 의해 결정된 의회의 다수당이 연정을 통해서든지, 아니면 단독으로 행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논리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다. 물론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도 현안이 발생하면 의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이는 현안이 발생했을 때 하는 것이지, 우리처럼 정례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렇듯 대통령제 하에서 정례적인 국정감사가 존재하는 것은 의원내각제와는 다르게 3권 분립에 근거한 제도가 바로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3권 분립이 근간이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이 대통령제에서는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 견제를 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국정감사인 것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는 대통령제를 실시하
‘모든 것의 근원은 생각이며 생각의 원천이 바로 책’이라는 말이 있다. 독서는 미래 창의력 사회의 키워드란 뜻이다. 독서 열기는 한 나라의 지적 수준을 알려주는 척도라 한 것이나 독서량이 떨어질수록 그 사회 인적 자원의 혁신, 창의력이 동시에 감소한다고 경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출판 산업이 가장 활기찬 곳은 대만이다. 인구는 2300만이지만 한 해 생산해 내는 책은 우리나라와 맞먹는다. 출판건수는 1인당 17.8건에 이른다. 1.3건의 중국, 8.7건의 한국을 압도한다. 대만이 출판 강국이 된 것은 물론 독서인구가 많은 탓이다. 일본도 독서 강국이다. 일본 성인 평균 독서량은 연간 19권이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비하면 매우 낮다. 연간 독서량이 9.9권(2015년)으로 일본의 절반 수준이다. OECD조사를 보면 낯이 더 뜨겁다. 세계 192개국 중 한국인의 독서량이 166위로 나타나서다. 독서율도 마찬가지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펴낸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65.3%다. 직전 조사 기간보다 6.1% 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는 1994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연간 독서율이란 지난 1년 동안
거울 속의 나 /문창길 달빛 낮게 깔리는 밤 검은 고양이의 수염 끝으로 풋별 하나 깨어나고 있다 내려앉은 하늘방으로 서리꽃 피는 하루를 거둘 때면 의식을 곤두세우는 작은 벽거울 속에 쓰러지는 내가 있다 뼈아픈 겨울바람으로 흩어진 새벽 신문의 온기와 일기의 쓰다만 여백이 영혼의 먼지를 가라앉힌다 이윽고 어둠을 밀치고 일어나는 검은 고양이에게 잔별들은 소나기처럼 빛을 쏟아 내린다 한 발자욱씩 야웅거리는 사랑이 가까워지고 어둡고 거칠은 유배의 세상이 두렵다 먹다 만 라면 몇 가닥만이 몇 구절 거짓시처럼 불어터져 한가하게 널브러진 구석방에서 얼룩처럼 적힌 거울 속의 내 이름을 지운다 - 문창길 시집 ‘철길이 희망하는 것은’/ 들꽃 등단 18년 만에 내놓은 시집. 2001년도에 펴낸 시집인데도 ‘거울 속의 나’는 지금의 시와 견줄 때 조금도 뒤처지지 않는다. 서리꽃 피는 하루, 하늘방, 새벽 신문의 온기 등의 표현으로써 시인의 삶은 지극히 고단한 삶이며 지금 뼈아픈 겨울바람과 함께 돌아오는 지친 시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몸은 지쳤지만 정신은 살아있어서 일기의 쓰다만 여백이 영혼의 먼지를 가라앉힌다. 이윽고 시인은 고양이
중국 유명 경승지와 유적지를 여행한 사람들이 놀란 것이 있다. 그것은 자연이나 유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초대형 공연이다. 결코 적지 않은 입장료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은 감동한 표정으로 공연장을 나선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형 공연으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기획 연출한 장예모 감독이 만든 명승지의 대형 공연작품들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계림 인근 양삭에서 호수와 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상 유삼저’다. 놀라운 것은 700여명의 출연자 중 장예모 리강예술학교 학생을 제외하고 모두 인근 5개 마을의 어민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이 공연으로 인해 온 마을이 먹고 산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이밖에도 무릉 지역 선녀산을 배경으로 하는 ‘인상 무릉’과 항주 서호의 ‘인상 서호’, 그리고 서안에서 공연되는 ‘장한가’가 잘 알려져 있다. ‘장한가’는 중국의 시인 백거이의 시 ‘장한가’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전설적인 미녀 양귀비와 당나라 현종의 생사를 뛰어넘는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서안에는 많은 유적지가 있지만 ‘장한가’를 보지 못했다면 안 간 것과 다름없다는 말에 수긍하게 된다. 이런 대형공연을 볼 때마다 한국에는 왜 이런 작품을 만들지 못할까하는…
르네상스 이후 그리고 우리 조상이 한반도에 정착한 이후 가장 큰 인본주의의 위기가 왔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 사이에 낀 한국은 더욱 그렇다. 인간을 힘으로 이기고 파괴하는 도구들이 상상 이상으로 무섭더라도, 그 기계를 조종하는 생각은 인간의 것이기에 우리는 지금 김정은과 트럼프의 상상을 두려워한다. 필자는 트럼프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의 아버지는 더 심한 인종적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인은 정말로 위험하다. 아메리카를 점령해가던 유럽의 이주민들은 성경과 십자가와 총을 들고 옆에 사냥개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때로는 영화 ‘더 킹’보다 잔인하게 살아있는 원주민을 사냥개의 먹이로 주었다는데, 당시 그들은 인디언을 동물로 생각했다. 정직과 평화와 인간애로 충만한 영혼에 대한 가사가 붙은 오보에 곡 ‘넬라판타지아’로 아름답고 처절하게 기억에 남은 영화 ‘미션’의 핵심 스토리라인은 원주민이 인간인가 동물인가에 대한 논의다. 백인들은 원주민 아이가 찬송가를 부르자 “혹시 인간인가?”하며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중 다수는 이내 새(鳥)도 노래한다고 생각했
10년 전 유야무야됐던 후분양제가 또 추진돼 건축시장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아파트가 80%의 공정률을 보였을 때 분양하는 주택 후분양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주택 후분양제도는 우선 실수요자의 선택권 확대 및 시장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인 동시에 주택투기를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집을 어느 정도 확인한 다음 분양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같은 정부의 의지는 또한 분양권 전매 등을 통해서 투기가 활개 칠 수 있는 맹점이 상존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선분양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우려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건설사들은 완공 때까지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을 받을 수 없어 건설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비용 등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조합 등 시행사로서는 공사비를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하므로 금융비용이 많이 늘어나 사업성이 악화된다고 판단해 사업을 미룰 수 있다. 이런 경우가 늘면 주택 신규
온통 가을이다. 갈대숲이 있어 좋다. 활짝 핀 은색 빛으로 바람을 빗질하고 여름내 웃자란 초목을 쓰다듬는 것이 영락없는 가을의 파수꾼이다. 익을 대로 익은 풀씨와 출렁이는 갈 볕 그리고 조용조용 스미는 그리움이 있어 행복하다. 가을이 오면 더러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나는 천변을 서성이는 것을 좋아한다. 잔잔해진 물살과 가끔씩 허공으로 튕겨지는 물고기 그리고 천변에 핀 갈대가 무엇보다 좋다. 여름엔 끝없는 푸르름이 좋고 하늘이 높아지면 멀대같은 큰 키와 은빛 출렁임으로 습지를 평정하는 갈대가 좋다. 헐렁한 바지를 입고 허적허적 걷으며 언뜻 보기에는 막걸리처럼 텁텁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이 꽉 찬 야무진 사내 같은 풀이 갈대다. 쉬이 꺾이지도 않고 발치에 이런 저런 생물들은 품고 있어서 더 정이 간다. 가을은 상상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차 한 잔 들고 잔잔한 음악에 취해있다 보면 가슴 한쪽이 시려온다. 옷깃을 여며도 마음을 단속해도 속절없이 파고드는 허전함은 어쩔 수 없다. 풀물 빠져 파삭해진 잎들이 씨앗을 멀리 좀 더 멀리 보내는 것처럼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고독하면 고독하도록 방치하면 된다. 이 순간이 아니면 언제 이토록 나에게 충실할 수 있겠는가.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