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 값, 6주째 상승 중이다. 추석이 한 달 넘게 남았지만, 농축산물 밥상물가도 예사롭지 않다. 장마와 폭염이 한몫했다. 버스와 택시요금, 목욕비와 세탁비도 올랐다. 외식비는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전기·가스·수도요금 인상이 주된 원인일 것이다. 물가의 위험 신호가 총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제일 먼저 서민들이 피해를 입는다. 지난 21일, 일부 언론은 “짜장면 8000원, 즉석라면 7000원...이게 서민음식 맞나요” “서민 즐겨 찾는 짜장면·칼국수·김밥, 2022년 한 해에만 가격 10% 이상 올랐다”를 톱으로 뽑았다. 이미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전년 대비 21.1% 오른바 있다. 당연한 결과이거늘, 시민단체도 함께 아우성을 쳤다. 정부의 갑작스러웠던 공공요금 인상에 대해선 간과했다. 심히 유감이다. 물가인상에 대한 언론과 시민단체의 시선은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하다. 대기업의 공산품 가격 인상에 대해선 호의적인 편이다. ‘억강부약’은 못할지라도 균형은 잃지 말아야 한다. 다른 매체들의 기사 제목을 보자. - “철강업계 가격 인상… 볕 뜰까” “포스코 가격인상 카드… 하반기 수익성 제고 나서” “롯데웰푸
국가는 국민, 주권, 영토라는 세 요소로 구성된다. 구성된다(formed)는 매우 중요한 표현이다. 국가는 구성되는 것이지 선택되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라는 영토(헌법 제3조), 법률(국적법)에 따라 인정된 국민(헌법 제2조) 그리고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주권(헌법 제1조 제2항)으로 구성된다. 반면 정부는 구성되는 것이 아닌 선택된다(selected). 지난해 국민은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를 선택했다. 국가와 정부의 본질적 차이점이다. 정부는 국가의 권력을 위임받아 통치권을 행사하는 정치조직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을 건국운동이라 규정했다. 곧이어 연단에 오른 이종찬 광복회장은 “광복의 과정에서 흥망은 있어도 민족의 역사는 끊기지 않았다”, “정부는 일시 없어도 나라는 있었다”라며 사실상 윤 대통령의 건국절을 비판했다. 일본제국주의는 1910년 8월 22일, 합병조약을 통해 대한제국을 복속시켰다. 이로써 대한제국은 조약이 발효된 같은 해 8월 29일 국권을 상실했다. 한일합병은 대한제국의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과 제3대 한국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의 형식적인 회의를 거쳐 체결된 것으로 불
“책에도 나와 있습니다. 언론, 스핀 닥터는 무엇인가? 스핀 닥터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국회에서 열린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언론 장악 논란 관련 질문 공세가 이어지자 이 후보자는 문제없다는 식으로 답을 했다. 이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대변인 혹은 홍보수석 시절 정부에 우호적 보도가 나도록 노력한 것이 당시 홍보를 맡은 조직의 기본 직무였다는 취지로 답했다. 대변인 시절 작성한 ‘VIP 전화 격려 필요 대상 언론인’ 보고서를 작성한 경위에 대한 추궁에서도 마찬가지로 답변했다. 스핀 닥터의 일을 한 것일 뿐 딱히 특별할 것 없다는 식의 대답이었다. ‘스핀 닥터’란 무엇인가? 한국말로 공보비서관, 정치홍보 전문가, 정치활동 고문으로 부르는 역할을 지칭한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언론기술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 입장이나 국민에게 알려야 할 정책을 설명하고 전달하는 대변인의 차원으로 이 후보자는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 야당의 추궁은 그뿐이 아니었다. 정부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일종의 전문적인 역량을 발휘함을 포함했다. 여기서 일종의 전문성이란 의도한 대로 분위기를 조작하거나 조성하는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언론
아이들이 독립했다. 세 아이 모두 오롯이 홀로 섰다. 아이들이 떠난 둥지는 겨울들녘이다. 씨앗과 줄기와 열매는 떠나고 냄새만 남았다. 겨울들녘의 냄새는 춥고 쓸쓸하다. 보듬는 냄새마다 어김없이 명치끝에 박힌다. 나는 차마 냄새를 떨어내지 못하고 도리질한다. 그때마다 길게 누운 그림자가 내게 묻는다. 겨우살이 준비는 했어? 나는 우물쭈물 대답을 찾지 못한다. 발끝만 보며 아득바득 살아온 내게 겨울을 날 준비라니. 식량은커녕 땔감조차 옹색하다. 어쩌자고 이렇게 살았을까. 어디를 둘러 봐도 겨울들녘엔 내 그림자뿐이다. 생계형 글쟁이로 살았다고? 시답잖은 소리. 뿌리내린 나무 하나 없는 글쟁이에게 겨울바람을 견뎌낼 기둥은 없다. 그래서겠지. 겨울들녘을 가르는 바람소리가 귓속을 울린다. 삐이이이. 종일 울려대는 소리는 이제 그만 들녘을 떠나라는 경고음 같아 숨이 가쁘다. 뒷목이 뻣뻣해지면서 어지럽다. 뜨거운 열기가 경동맥을 타고 머리로 치솟는다. 눈앞이 흐릿해서 걷다가도 주저앉기 일쑤다. 두 달째 이 모양이다. 동네병원에서는 경추디스크라고 하였지만 대학병원의 판단은 달랐다. MRI 판독 결과 경추불안정증이 의심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오랜 검사 끝에 얻은 결론은 ‘해당
내년 4월이면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실시된다. 각 정당의 국회의원들은 이미 총선 준비 일환으로 지역구 다지기에 바쁘고, 여의도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은 비례 의원들도 적당한 지역구 찾아 뿌리 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정당은 정당대로 내년 총선을 위한 공천 준비 등 향후 두세 달 정도 외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다. 지금의 국민의힘당이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이란 위성 정당을 등장시켜 생겨난 혼란과 진행을 기억한다. 미래한국당이 모든 비례 국회의원을 쓸어갈 비상 상황에서 일반 시민들이 나서서 ‘더불어시민당’을 출범시켜 그에 대응했던 과정도 있었다. 지난 총선 이후 그런 혼란과 난맥을 없앨 선거법 개정이 가장 필요했건만, 내년 22대 총선도 기존 선거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 국정 운영, 미숙한 국제 외교, 한반도 전쟁 위기 조성 등을 지켜보며 사회 퇴행을 실감한다. 악명 높았던 이명박 정부 인사들이 여당 인물로 다시 등장하고, 반국가 세력이나 공산주의 등의 발언이 암시하는 새 공안정국의 현실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한편, 약속했던 선거법 개정을 포함해 사회개혁은커녕 정권마저 무력하게 넘겨준 민주당이, 국민과 당원들
십 년을 만난 연인이 신혼여행 갔다가, 대판 싸우고 돌아와서 파혼했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없이 들려오는 이야기는 의문을 안긴다. 오랜 시간 함께하며 서로를 속속들이 다 안다 여겼던 그들은 왜 결혼까지 하고도 헤어졌을까?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면, 여행이 문제인 걸까? 여행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이 긴 시간 함께하는 일이다. 붙어 있는 시간이 긴 만큼 일상에서 인지하지 못했던 다름을 깨닫게 된다.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액티비티와 체험으로 꽉 찬 짜릿한 경험이고,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보송보송한 호텔 침구에 몸을 파묻고 룸서비스를 주문해 하루 종일 방에서 나가지 않는 휴식이다. 여행에서 추구하는 목적이 다른 만큼 서로 사소한 일에서 부딪힐 일도 많아진다. 또 여행은 익숙함을 벗어난 새로움의 세계다. 아무리 치밀한 계획을 짰어도 예상을 벗어난 일이 숱하게 발생한다. 서로에 대한 예의와 거리를 유지하던 세계를 벗어난 곳에서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드러난다. 사람은 본래 전부 다르다. 하지만 만남의 회수가 잦아지고 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서로에게 일정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그러니 서로를 잘 안다고 여겼던 관계일수록 여행 중 상대의 다른 모습
‘코소보는 세르비아의 심장! 폭력을 멈춰주세요’ 테니스 세계 랭킹 2위의 수퍼스타, 노박 조코비치의 지난 5월의 발언에 발칸반도가 들썩였다. 코소보는 즉각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조코비치의 징계를 요구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조코비치의 고향은 코소보다. 그런데 왜 코소보의 적국(?), 세르비아 편을 든 걸까? 이 의문은 코소보 문제의 핵심을 품고 있다. 코소보 분쟁의 해결이 난망한 이유는 세르비아와 코소보, 양국의 입장과 주장이 좀처럼 만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나라의 속내를 가상 토크로 꾸며보았다. 코소보 : 한 마디로 우리 코소보의 주장은 ‘우리를 독립국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오!1980년 대 말, 발칸반도를 장악하던 유고슬라비아에서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몬테네그로,마 케도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이 모두 독립했는데 왜 우리만 독립국으로 인정 하지 않는 거요? 세르비아 – 코소보 땅은 우리 세르비아인들에게 유대인의 예루살렘같은 곳이요. 우린 6세기부터 이 땅에 세르비아 왕국을 건설했고 중세 세르비아 정교회의 첫 번째 교구도 이곳 에 만들었소. 그뿐 아니지. 오스만 터키와 싸울 때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역사의 현장도 이곳이오. 한마디로 우
1. 사냥꾼이 수풀을 헤치고 있다. 사슴을 찾는 중이다. 드디어 바위 모퉁이에서 사냥감이 나타났다. 어미 사슴이다. 방아쇠를 당기려는데 옆에 무언가가 보인다. 새끼 사슴이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총구를 거둔다. 어미와 새끼를 함께 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입시비리 혐의로 기소한지 4년 만에 조민 씨를 기소했다. 하반신을 못 쓰는 상태로 3년 3개월째 실형 살고 있는 어머니와 재판 중인 아버지에 이어 딸까지 기소의 형틀에 묶은 것이다. 주범을 처벌하는 경우 가족은 함께 기소하지 않는 법적 관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태다. 유례가 없는 전 가족 처벌 시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나라를 말아먹은 압도적 범죄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 대한 기소를 포기했다. 조민 씨의 경우는 왜 다른가. 검찰이 제기한 입시서류 제출 관련 ‘업무방해’가 최순실이 저지른 국정농단과 천문학적 뇌물수수보다 더 크고 심각한 죄목이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검찰의 사적 감정이 개입된 것이다. 부모자식 관계를 천륜이라 부르는 것은 그것이 모든 인간관계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조국…
중년의 사업가 김모 씨는 얼마전 자녀들과 부인에게 세무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그 내용은 2년쯤 전에 자녀들과 부인 명의로 분양상가를 각각 1채씩 취득하여 임대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세무서에서는 부인과 자녀들의 취득 상가에 대하여 재산취득에 관한 자금 출처를 제시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으며, 아울러 취득자금의 출처가 불명 시 이들에게 증여세가 부과 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경우를 자금출처조사라고 하는데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재산취득자금 등의 증여추정'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자금출처조사 대상자로 선정되는 기준은 신고된 소득금액, 양도 증여세 신고가액의 합계액과 자산 취득 당시 부담했던 채무 인정금액의 합계액이 취득금액 또는 상환금액에 미달하는 경우이다. 즉 직업·연령·소득 및 재산상태 등(이하 직업 등)으로 보아 당해 부동산을 자신의 능력으로 취득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취득자금의 출처를 조사받게 되며, 조사결과 취득자금의 출처를 제시하지 못한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또한 직업 등의 현황으로 보아 채무를 본인의 자금으로 상환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에도 그 상환자금을
황제 나폴레옹. 우리는 그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165센티의 작은 키? 마지막 전투인 워털루에서 패배하고 세인트헬레나 섬에 유배 된 사실? 야망에 찬 이 남자가 유럽 역사에 남긴 건 전투나 군대보다 예술과 패션 쪽이 더 거창하다. 그가 폭군인지, 천재인지 다양한 논의들이 아직도 펼쳐지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는 엄청난 아이디어맨이었다. 흔히 프랑스를 패션의 나라라고 한다. 샤넬, 에르메스, 크리스찬디오르, 루이뷔통, 셀린느, 지방시, 게를랑, 쇼메, 크리스찬라크루아... 수많은 명품의 원산지는 프랑스다. 이 나라가 패션으로 벌어들이는 외화는 어마어마하다. 작년 한 해 루이뷔통 그룹인 LVMH(Louis Vuitton-Moët Hennessy)가 벌어들인 돈은 11조 4334억 원이 넘는다. 이렇게 프랑스가 패션 왕국으로 우뚝 서는 데는 나폴레옹의 역할도 컸다. 군인과 패션? 도대체 어떤 연관이 있을까. 나폴레옹의 유명한 프록코트와 전설의 검은 이각뿔 모자는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최고의 권위를 드러내기 위해 이 남자가 저울질해서 만든 것이다. 패션은 그에게 힘과 정당성을 입증하는 엄청난 상징매체였다. 그가 프랑스 정치와 제도에서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