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보훈(護國報勳)은 나라를 위해 헌신, 희생한 이들을 추모함으로써 공로에 보답한다는 의미이다. 일제 강점기 빼앗긴 나라의 독립을 위해 극한의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싸운 독립군과 6.25 전쟁 때 포연 속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귀한 생명을 바친 참전 용사,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이 땅의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고통을 마다하지 않은 민주화 유공자들이 있어 오늘날 우리가 평안한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나라는 이런 영웅들을 잊거나 공훈의 보상에 인색했다. 물론 이분들의 희생은 보상을 바란 일이 아니지만, 우리가 모른 척한다면 앞으로 누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고 나설 수 있을 것인가? 지난 16일자 본란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광복 후에도 애국지사와 후손들이 고통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반민족행위를 한 친일부역자들과 그 후손들은 득세하고 있는데 말이다. 따라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 ‘독립운동가의 3대까지 예우, 생활을 지원하고 국가를 위해 순직한 군인과 경찰 소방공무원 유가족의 지원을 확대하고 공훈에 보답하겠다’는 약속에 국민이 뜨거운 박수를 보낸 것이다. 문 대통령의 약속대로 독립·참전·민주 유공자들에게 지급
“애처로이 바라볼 뿐 만나기 어렵나니/ 하늘이 오늘 저녁 한 차례 만남을 허락 하였다네/ 오작교는 머나먼 은하수 원망스럽고/ 원앙 베개 위 어느덧 새벽이 안타까이 다가온다네/ 인간사 모였다 헤어짐이 없으련마는/ 신선도 역시 슬픔과 기쁨이 있는 것을”(중략) 고려 공민왕 때 학자이며 명재상이었던 익재(益齋) 이제현의 ‘칠석시(七夕詩)’다. 과거 남북 교류가 활발하던 시절 이맘때면 곧잘 인용되던 시다. 그리고 이 시와 함께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오작교(烏鵲橋)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이곳에서 만나는 것을 비유해 이산가족 상봉을 염원해서다. 어제(28일)는 이런 절절함을 탄생시킨 칠월칠석 이었다. 예부터 칠석은 양수인 홀수 7이 겹치는 날이어서 길일로 여겼다. 이 날은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에 대한 전설이 전해온다. “하늘나라 목동인 견우와 옥황상제의 손녀인 직녀가 결혼하였다. 그들은 결혼하고도 놀고 먹으며 게으름을 피우자 옥황상제는 크게 노하여 견우는 은하수 동쪽에, 직녀는 은하수 서쪽에 떨어져 살게 하였다. 그래서 이 두 부부는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건널 수 없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애태우면서 지내야 했다. 이러한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
나무길 /문정영 나무와 나무 사이에도 길이 있다 바람이 건너다니는 길이다 새가 날개를 접었다 펴면서 건너면 길은 수많은 의문의 잎을 달고 생각에 잠긴다 그 옆으로 열열이 달려가는 전봇대가 보인다 그 길은 묶여서 자유롭지 못하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서로를 붙잡을수록 지독한 가슴앓이를 한다 서로를 묶는 일 나무들은 하지 않는다 놓아둘수록 길은 수많은 갈래를 만든다 어디든지 나무만 있으면 갈 수 있다 늦은 봄까지 초록이 전염되는 것을 보면 안다 가을이 깊을수록 의문을 떨구어 길을 환하게 한다 어렵게 어렵게 살려하지 않는다 가고 오지 못한 길 사람만이 만든다 - 문정영 시집 ‘잉크’中 길에 대한 정의를 사람이 다니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길은 다양하다. 동물이 다니는 길, 바람이 다니는 길, 햇빛이 다니는 길, 달빛이 다니는 길… 등등. 이 시에서 나무는 자연을 비유하고 전봇대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다. 나무의 길은 자유롭지만 선으로 이어진 전봇대는 자유를 억압하는 굴레라고 할 수 있다. 전선줄로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길, 자연이 늘 살아 숨쉬는 자유로운 길초록물이 가득한 그 나무 길을 가고 싶은 충동이 드는 7월이
푸른 것들의 천국이다. 푸르다 못해 짙푸른 것들로 산천이 빼곡하다. 뜨겁게 달궈진 태양아래 품은 씨앗을 익히느라 분주하다. 오랜 가뭄에 시달렸던 초목들 서둘러 씨앗을 품었다. 곳곳의 강아지풀만 보아도 가느다란 줄기에 씨앗을 주렁주렁 매달고 바람을 흔드는 모습이 보기 좋다. 올해는 식물들에겐 힘겨운 해다. 오랜 가뭄에 거목들조차 견디지 못하고 말라죽는가 하면 풀도 제초제를 먹은 것처럼 끝부터 말라들었다. 가뭄 막바지에는 가로수에 물을 주는 것을 보았는 데 끝내 피해를 본 것을 보면 혹독한 가뭄이었다. 가뭄 끝에 시작한 장마와 지속되는 비 피해 또한 만만찮다. 가뭄 끝에 내린 비가 그 어느 때보다 반가웠는 데 하늘이 수문을 열었는지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내리고 집중호우다. 환경파괴로 오는 재앙인지 구름이 부리는 재주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예측불허의 하늘일 때가 많다. 맑은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치고 이내 무서울 정도로 소나기를 쏟아내고는 또 말간 표정의 하늘이 된다.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해 푸른 것들이 힘을 내었고 벌레들 또한 기승이다. 거리에 나서보면 잎이 다 갉아 먹힌 채 벌레집만 허옇게 있는 나무를 자주 보게 된다. 뽕나무 등 잎이 부드러운 활엽수의 피해가 큰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됐던 한명숙 전 총리가 지난 2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로부터 현금과 수표, 달러 등 모두 9억여 원을 받은 혐의로 2010년 7월 기소되었다. 1심에서는 무죄, 2심에서는 유죄로 판단되었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어 지난 2015년 8월 수감되었다. 판결 이후 한 전 총리는 “억울하지만 대법원 판결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온당치 않은 판결’이라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번 출소 이후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명박 정권의 정치보복’으로 ‘억울한 옥살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정치검찰의 무리한 기소는 검찰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증”이라면서 “한명숙 총리에 대한 2번째 재판은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더불어 잘못된 재판이라는 점을 만천하에 보여준 사건”이라고 했다. 또 “정치탄압을 기획하고 검찰권을…
나라를 잃은 지 107년이 되는 날이다. 1910년 8월 29일 우리는 일제로부터 국권을 강탈당했다. 그러나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특히 각급학교 학생들은 더 그렇다. 우리는 광복절과 한글날 등 공휴일만을 기억할 게 아니라 국치일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중학교 시절 3월 1일에는 등교했다. 공휴일이었지만 학교에 나와 기념식을 꼭 해야 한다는 교장 선생님의 지론 때문이었다. 그땐 교장 선생님이 미웠지만 지금은 그 분의 깊은 뜻과 생각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국치일이 치욕스런 날이라고 해서 결코 수치스럽다는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왜 그로부터 36년간 수모의 생활을 견디어 왔는지, 당시 2천만 선조들의 서러움과 고통이 어떠했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술국치 9년 뒤 태극기를 휘두르며 목숨을 바친 기미독립운동을 통해 광복의 기반을 조성했던 3.1절을 기억하듯이 이 날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비록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국치일을 기억하고 다시는 그런 수치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도록 이 날을 기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안동 임청각(臨淸閣)의 원형 복원을 약속했다. 휴가차 안동을 찾은…
최근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수락산 주부 살인사건, 부산 폭행사건, 올해 인천 10대 소녀 초등학생 흉기 살해사건, 10대 아들 어머니 흉기살해사건 등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정신질환자들이 저지른 이른바 ‘묻지마’ 살인사건을 비롯한 범죄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가 발표한 ‘2016년 범죄백서’에 의하면 정신질환 범죄는 2006년 4천889건에서 2015년 7천16건으로 10년 간 43% 늘었다. 특히 2014년 6천301건에서 2015년 7천16건으로 전년 대비 11.3%나 증가했다. 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 흉악범죄 비율도 2006년 4%에서 2015년 11%로 늘었다. 술 취한 사람과는 달리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피해자의 입장에서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현행 헌법상 심신미약으로 인한 정신질환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가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형이 감경 또는 면제되고 있다. 정신질환자가 사회적 약자인 것은 틀림없지만 처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고
방화로 인해 불에 탔던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은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 싶다. 국보 2호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으로 탑골공원 내에 있다. 그렇다면 국보3호는 무엇일까? 국보 3호는 생각보다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국보 3호는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이다. 오늘은 국보 3호를 만나러 여행을 떠나보자. ‘북한산’이라는 지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국보 3호를 만나기 위해서는 북한산으로 가야할 것 같다. 하지만 북한산에 가면 국보3호를 만날 수 없다. 국보 3호는 북한산이 아닌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야한다.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는 국립중앙박물관 선사 고대관에서 신라실 마지막 즈음에 위치해 있다. 선사 고대관 구석기실부터 관람하다보면 국보 3호는 놓치기 십상이다. 그래서 곧장 신라실로 향한다.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느낌의 순수비는 전시용 유리케이스가 없어 360도 밀착 감상이 가능하다. ‘순수(巡狩)’란 ‘황제가 자신의 땅을 직접 돌아다니며 천지산천에 제사를 드리고, 지방의 정치와 민심을 시찰하던 고대 중국의 풍습’을 뜻한다. 따라서 순수비는 왕이 직접 자신의 영토를 시찰한 후 세운 비석이다. 553년 신라는 백제가 차지하고 있던 한강유역의 하류를 빼
미국 복권 추첨 사상 1인 당첨금으로 역대 최고액인 7억5870만 달러(8천548억 원)를 거머쥔 50대 여성이 “직장 동료들에게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판매된 복권은 800억 달러(90조 5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영화, 음악 공연, 스포츠 경기 티켓 발권액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파워볼 추첨은 로또와 방식이 비슷하다. 1부터 69까지 숫자가 적힌 흰색 볼 가운데 5개를 뽑고 마지막 여섯 번째는 빨간색 파워볼 26개 중 하나를 뽑는 방식이다. 1등 당첨 확률은 2억9천200만 분의 1로 8번 연속 벼락에 맞을 확률과 맞먹는다. 갑자기 많은 돈이 들어오는 것을 꿈꾸며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도전하지만 그리 쉽게 나한테 떨어지는 로또는 없다. 그래도 오늘도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로또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지난해 복권에 대한 국민인식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1.1%가 복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2015년 68.1%보다 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국민 10명 중 4명은 복권이 복권기금을 통해 소외계층을 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당한 연합군의 가장 큰 고통은 의약품의 부족이었다. 그 중에는 야전병원의 ‘실탄’이라는 붕대도 포함돼 있었다. 피를 지혈하는 붕대는 그 어느 의약품보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공급이 제대로 안됐다. 전쟁으로 인해 면화 생산이 줄어드는 바람에 붕대를 못 만드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때 미국의 ‘킴벌리 클라크’ 라는 회사가 면을 대신할 신소재를 들고 나타났다. 면 대용품으로 내놓은 것은 제지원료로 만든 셀루코튼(Cellucotton)이라는 것이었다. 천연 면보다 다섯 배나 높은 흡수력을 보이면서도 가격도 면보다 쌌다. 그리고 생산이 용이할 뿐 만 아니라 1회용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붕대를 대체했고 부상병 치료에도 크게 기여했다. 셀루코튼의 명성은 곧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또 놀라운 흡수력이 증명되면서 수많은 파생 상품을 양산시켰다. 1회용 생리대와 귀저기도 그중 하나다. 특히 생리대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셀루코튼의 진가를 확인한 간호사들에 의해 만들어 진 것으로 유명하다. 1회용 생리대가 없었던 당시 면으로 생리대를 대용했다. 간호사들은 이를 셀루코튼 몇 장으로 대체한 야전용 간이 생리대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전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