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한달간의 일정으로 전시를 오픈한 7월1일에는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수원화성행궁 광장을 따라 빗속을 뚫고 삼삼오오 우산을 쓰거나 우비를 입고 수십명이 걸어서 행궁재로 올라오는 길 위에는 예술에 대한 열정이 폭우보다 더 강하게 피어 올랐다. 수원에는 작가가 직접 조성하고 운영하는 미술공간이 4곳으로 벽화마을을 조성한 대안공간 눈, 수원의 국내외 미술교류을 지향하는 복합문화공간 행궁재,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건너편에 조성된 실험공간 우주(UZ), 행궁공방길 동선을 따라서 맨아래 교동에 위치한 해움미술관이 있다. 수원시와 수원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대_Solidarity’라는 큰주제로 각 공간별 특성을 살린 소주제를 정해 8명씩 작가가 참가하여 총 32명이 전시를 하였다. 평면을 기반으로 하는 회화작업, 오브제를 활용한 설치작업, 사진과 영상미디어 작업 등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게 선정되었다. 이는 수원지역과 국내외에서 참여하는 작가들간의 첨예한 교류와 동시대 미술에 관한 토론 그리고 향후 공유하고 동행할 수 있는 길과 방법을 모색 탐구하며 아울러 각공간의 지리적 위치를 고려하여 관람객이 편하고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동선을 개발하
르네상스 인의 총애를 받는 예술가가 있었다. 단언컨대 그는 교황 율리우스 2세의 가장 사랑받는 화가였으며, 적어도 수십 호의 명망 있는 가문들의 저택에는 그가 그린 성모가 하나씩은 걸려 있었다. 그 누구도 성모를 그만큼 아름답고 우아하게 표현한 적이 없었다. 이를 의미심장하게 여겼던 교회 내부에서는 심지어 그를 추기경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였으며, 37세의 젊은 나이에 그가 숨졌을 때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당시에는 카톨릭 교회로 쓰이던 판테온 내부에 그의 시신을 안치시켰다. 온화하고 사교적인 성정 덕분에 교황과 성직자들뿐만 아니라 든든한 여러 후원자와도 잘 지냈으며, 덕분에 한창 시절 두둑한 후원을 받으며 작품에만 열중할 수 있었고, 그의 공방에는 그 어느 화가의 공방보다 더 많은 견습생들이 드나들며 일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이다. 생전에 그토록 큰 명성과 존경을 받았던 라파엘로건만, 사후 불과 100년 정도가 지났을 무렵 후대인들에게 전혀 다른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벨라스케스를 위시한 바로크 시대 화가들은 더 이상 라파엘로부터 배움을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때로 라파엘로는 르네
조선 후기의 문신 윤기의 시문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임금이 성균관 유생들에게 초복에는 개고기 한 접시, 중복에는 참외 두 개, 말복에는 수박 한 개를 준다.” 이처럼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초복에는 육고기로 몸을 보하고, 중복·말복에는 과일로 건강을 챙겼다. 한여름 복(伏)달임 과채 중 으뜸인 수박은 이미 기원전 2000년도 훨씬 더 전에 이집트인들이 재배해 먹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고려 때로 추정된다. 허균의 도문대작에 “고려를 배신하고 몽골에 귀화하여 고려 사람을 괴롭힌 홍다구(洪茶丘)가 처음으로 개성에다 수박을 심었다”고 적고 있어서다. 조선시대엔 수박을 ‘서과(西瓜)’라고 불렀다. 서쪽에서 온 오이 혹은 참외라는 뜻이다. 그때도 귀하고 맛있긴 마찬가지였다. 목은 이색은 ‘수박을 먹다’라는 시에서 ‘마지막 여름이 곧 다해 가니/이제 서과를 먹을 때가 되었다/하얀 속살은 마치 얼음 같고/푸른 껍질은 빛나는 옥 같다’고 읊을 정도였다. 그 시대 경기 양평 석산과 호남의 무등산수박을 명품으로 쳤다. 과거 빨간 속살이 전부였으나 요즘은 진화를 거듭, 모양과 색이 매우 다양해졌다. 대부분의 품종은 무게가 5~11㎏ 나가지만 슈거 베이비나 밤비
우물 /박형권 귀뚜라미는 나에게 가을밤을 읽어주는데 나는 귀뚜라미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언제 한번 귀뚜라미 초대하여 발 뻗고 눕게 하고 귀뚜라미를 찬미한 시인들의 시를 읽어주고 싶다 오늘 밤에는 귀뚜라미로 변신하여 가을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동네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봐야겠다 - 박형권 시집 ‘우두커니’ / 실천문학사·2009년 달빛 아래 우두커니 서서 ‘달이 지구를 어루만지듯 우주가 허공을 어루만지듯(「우두커니」) 뭘 어루만지고 있’는 한 사람. 달빛만이 눈 맞추는 잠 못 드는 밤, 귀뚜라미는 또르륵 또르륵 깊어가는 가을을 읽어주고…. 벌레 울음소리는 또 다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다른 시 「저녁」에서도 시인은 귀뚜라미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몸 비비며 덤벼드는 너를 피할 길 없’어 ‘깨알만 한 내 그리움이 깨알을 만나러 간다’는 가을이 우물처럼 깊어간다. 나도 한번 지그시 눈 감고 촉수를 세워 가을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본다. /김은옥 시인
고졸 출신들의 공무원 특혜 채용절차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역 출신 고졸 인재의 공직 진출 확대와 과열된 대학 진학률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최근 고용절벽과 공무원 선호 현상으로 대졸자들도 9급이나 7급 공무원시험에 대거 응시하는 현실에서 역차별 논란까지 일고 있다. 고졸 특채는 지난 2012년 도입돼 상위 30% 이내 성적을 보유한 졸업자나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학교장 추천을 받아 필기시험(국어·영어·한국사)과 면접시험을 거쳐 합격자를 가린다. 지난 2014년부터는 자격 조건의 폭을 넓혀 전문대 졸업자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28일간 인사혁신처가 지역인재 선발 시험에 원서를 접수한 결과 170명 선발에 1천65명이 지원, 올해는 6.3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일반공무원 응시자의 40~60대 1에 이르는 경쟁률보다는 훨씬 낮다. 그래서 공시생들은 특정 고등학교 졸업자라는 이유로 보다 쉽게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공무원 채용 제도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공직 진출 확대를 위한 특별 채용 제도와는 달리 고졸 특별채용은 역차별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문재인 정
일본이 독도망언을 계속하고 있다. 2005년 2월22일 일본 시마네 현이 갑자기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발표한 데 이어 일본 정부가 13년 연속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토욕심 없는 국가가 어디 있겠는가만 고래로 한국땅이라고 각종 기록에 명백하게 나타나 있는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의 행태가 가증스럽다. 가뜩이나 일본군 강제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를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고 망언을 툭툭 던지는 일본 정치인이나 관료들 때문에 피해 당사자나 국민들의 가슴이 멍들어 있는 터이다. 독도는 1900년 고종이 대한제국 칙령 제41호로 ‘울릉도와 죽도, 석도(독도)를 관할하는 울릉군을 설치한다’고 공포(公布)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고유 영토로서의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 뿐만 아니다. 일본도 1877년 독도는 자기 나라와 관련이 없다는 문서를 만들어 내무성에 보냈다. 내각문서인 태정관(太政官) 지령에 “일본해에 다케시마(울릉도를 지칭)외 일도(一島·독도를 지칭)를 판도(版圖·어떤 세력이 미치는 영역) 외로 정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이 내각 훈령은 일본 법령에 존속돼 왔다. 또 1951년 공포, 1968
정부는 700만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에 발맞춰 베이비부머 세대인 50~60대를 ‘신중년’으로 새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보다 강화된 일자리 지원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신중년은 부모님을 봉양하고 자식들을 부양하면서 정작 자신의 노후는 준비 못한 세대이다. 노동시장에 재진입 하려는 신중년은 증가하고 있지만 신중년에게 적합한 양질의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신중년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높지만 일자리 질은 나쁜 편이다. 정부의 신중년에 대한 일자리 지원 정책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하루 빨리 정책을 구체화시켜 일자리문제로 고통 받는 신중년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정부는 신중년의 생애경로를 ▲재취업 ▲창업 ▲귀농·귀어·귀촌 ▲사회공헌 등으로 나누어 실태를 점검하고, 관련 지원 기반을 구축하기로 했다. 귀농·귀어·귀촌을 신중년 생애경로의 한 축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신선하다. 정부가 발표한 ‘2016년 귀농,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귀농, 귀촌인구는 총 33만 5천383가구, 49만6천48명이라고 한다. 최근 5년간 연평균 2.9% 증가한…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노향림 해에게서는 언제부턴가 종소리가 난다. 은은히 울려 퍼지는 소리 앞에 무릎 꿇고 한데 모으는 헌 손들 배고픈 영혼들을 위한 한끼의 양식이오니 고개 숙이고 낮은 데로 임하소서 하늘이 지상의 빈 터에다 간판을 내걸었다. 무료 급식소, 무성한 생명력의 소리 받아먹으려고 고적함을 견디며 서 있는 길고 긴 행렬 깃털처럼 야윈 몸들을 데리고 될 수 있는 한 웅크린다. 아무것도 움직여본 적 없고 스스로를 쳐서 소리 낸 적 없는 몸짓이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파동치는 해에게서는 수세기의 깨진 종소리가 난다. - 노향림 시집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온 우주는 하나의 그물망 속에 있다. 우리 눈에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떼어도 뗄 수 없는 유기적 관계 속에 있다. 너와 나 그리고 태양과 바람과 풀과 나무와 그중에서 태양은 이 지구 상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것이다. 태양이 종소리를 낸다. 내 몸을 깬 조각조각의 빛줄기로 온갖 만물을 비춘다. 그 빛줄기를 먹고 자라는 생명들, 그것은 하늘이 지상의 빈 터에다 간판을 내건 무료급식소이다. 배고픈 영혼들이 받아먹는 거룩한 양식이다. 고적함을 견디며 서 있는 모든
여름은 떠남의 계절. 인천공항 이용객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에서 보듯 여름은 휴가를 이용해 어디론가 떠나는 계절이다. 일상의 나를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 조용히 나를 되돌아보는 일. 또 다른 나를 찾아 미래를 설계하는 일. 모래알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잡한 곳을 찾아도 좋고 인적이 없는 한적한 곳에 멍 때리며 시간을 멈추게 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어떤 경우에는 업무의 연장인 듯한 일정도 있지만 그런들 어쩌랴. 많이 보고 많이 돌아다니고 의욕이 지나쳐 욕심에 이르는 여정도 있지만 어느 한 곳에 머물며 그 지역 사람들과 손짓 발짓으로 교류하는 단순 무식한 여정도 해 봄직하다.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대부분 긴장되고 굳어 있지만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 표정은 한결같이 밝아 보인다. 평소 내가 취급하는 업무 내용이 분쟁과 다툼 인지라 이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여행 가이드를 상상한 적도 있었다. 돌이켜 보니 지난 5년간 여름휴가 여행은 다소 업무의 연속이었기에 이번에는 나만의 힐링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매년 젊은 변호사들과 함께 해외 법률 문화 탐방으로 미국 법정의 재판 방청과 판사실 방문, 로펌 변호사들이나 사무실 직원 면담을 통
조선시대 가장 많은 질병에 시달린 임금은 성종이다. 왕조실록엔 13세에 즉위한 그가 온갖 질병으로 고생했다는 언급이 무려 73차례나 있을 정도다. 병을 달고 산 성종은 그러다 결국 38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성종을 괴롭힌 많은 병들 중엔 서병(暑病)도 있었다. 요즘으로 치면 ‘여름 감기’다. 실록엔 11세에 한명회의 집에서 얻은 서병이 매년 여름철만 되면 재발했으며, 심한 경우는 인사불성까지 갔었고 두통과 감기, 설사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았었다고 기록돼 있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 속담도 있지만, 사실은 예부터 의외로 주변에서 많이 앓는 질병이다. 특히 요즘은 성능이 좋은 에어컨 덕분에 속담이 무색할 정도로 병원마다 환자가 줄을 잇고 있다. 겨울 감기만큼이나 독하고 잘 낫지 않으며 중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 도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한여름 무더위만큼이나 우리를 괴롭히는 여름감기를 일명 냉방병이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냉방병은 정확한 의학적 명칭은 아니다. 피검사나 방사선검사 등으로 진단되는 것이 아니어서다. 다만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기에 노출돼 재채기, 콧물, 두통, 근육통 등을 보이는 현상이어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에어컨이 보편화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