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신호탄은 뭐니뭐니해도 개학이다. 새 교복을 입고 새 책가방을 든 신입생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학교 교실. 이보다 더 정겨운 봄 내음이 있을까. 하지만 이 풍경은 추억의 앨범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다. 어느 날, 65번 버스를 타고 귀가 중이었다. 버스는 잠시 신호등에 멈춰 섰다. 눈길을 사로잡는 간판들이 보였다. “행복사진관, 행복스튜디오, 옥스퍼드학생복, 이태리학생복, 요리제빵 학원.” 여기가 어디지? 너무도 정 겨워 그만 버스에서 내렸다. 수원 팔달문 근처, 그 거리를 따라 걸었다. 교복을 입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떠올랐기 때문일까? 팔남매의 다섯째인 내게 교복은 전천후 옷이었다. 친구를 만날 때도 친척 결혼식에 갈 때도 심지어 소풍을 갈 때도 교복을 입었다. 이런 교복은 가난을 철저히 포장해 줬다. 내 인생에서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 만큼 찬란한 적은 없다. 그래서일까. 교복이 사라지는 게 싫다. 하지만 교복을 반대하는 사람도 많다. 교복은 일제의 잔재라는 둥 학생들을 정형화 시킨다는 둥 의견이 분분하다.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는 세상이니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필자는 찬성론자 입장에서 교복의 필요성
얼마 전 지인과 통화를 했는데, 그는 꽤 길게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친구들도 만나기 어렵다는 그는 오랜만에 대화상대를 만난 듯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아, 그렇군요.’, ‘맞아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등의 맞장구를 치며, 그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그에게 위로와 힘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아마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카톨릭주교이면서 종교상담센터의 전문 카운슬러로 활동하고 있는 제임스 셜리반은 자신의 책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 경청’에서 ‘경청은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며, 자존감을 되찾아주는 것이다. 경청자는 인간 영혼을 치유하는 위대한 치료자가 된다’라고 하였다. 경청은 상대방과의 대화를 잘 이해할 수 있고, 서로에게 위안과 격려가 되는 가장 좋은 소통방법이다. 우리는 경청(傾聽)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청은 마치 산수의 구구단처럼 소통방법의 기본처럼 생각되지만 곱씹어보면 가장 어려운 소통방법이기도 하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대의 말을 자르고 불쑥 나의 말을 시작하기도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못 이해해서 소통의 오류가 나기도 한다. 공자
평택시가 공설 종합장사시설 건립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건립계획을 수립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2030년 완공 예정인 공설 종합장사시설에 화장, 봉안, 장례서비스를 포함한 장사인프라를 확충, 망자·유족과 조문객 모두에게 친화적인 복합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언론브리핑을 통해 종합장사시설은 주민이 참여하는 지역공모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근 지자체와 함께 광역 종합장사시설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특히 장사시설 건립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이 될 부지선정 문제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시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통해 적합한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평택시 인구는 60만 명 정도이지만 종합장사시설이 없어 시민들이 인근 화성, 용인, 성남, 수원, 천안의 화장시설에서 ‘원정장례’를 하고 있다. 이로 인한 불편이 클 뿐 아니라 장례비용 부담까지 증가해 시민들의 종합장사시설 건립 요구가 컸다. 여기에 더해 장사수요 증가에도 대비해야 했다. 지난 해 12월 완료된 ‘장사시설 수급계획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평택시 사망자 3092명 가운데 화장자 수는 2826기였다. 이는 전체 사
지난 2월 14일, 한국과 쿠바는 미국 뉴욕에서 양국 주유엔대표부 간 외교 공한(公翰)의 교환을 통해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하였다. 일각에서는 쿠바와의 수교를 ‘중남미지역 외교의 완성’으로 평가해왔다. 이로써 한국의 미수교국은 코소보, 시리아만 남게 되었다.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이틀 후 김정일 생일(2.16) 기념행사 보도에서 26개국 재외공관을 언급하며 이례적으로 ‘형제국’ 쿠바를 누락시켰다. 지난달 11일만 해도 평양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열린 쿠바 혁명승리 65주년 경축 집회를 비중있게 알리던 북한이었다. 국내에서는 이번 수교를 기점으로 공공외교 차원에서 기존의 對쿠바 문화외교를 강화하고 내년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한국형 ‘보훈외교’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13,078km 떨어진 한 사회주의 국가와의 수교 뉴스를 접하며 문득 궁금해졌다. 뉴스 1면을 장식해온 한국형 공공외교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은 제대로 조명받고 있는가? 이번 수교 이전, 2017년과 2023년 당시 부산시 경제사절단과 쿠바상공회의소 회장이 양국을 오가며 경제협력 업무협약을 맺었던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글로벌중추국가를 바라는 현 정부의 국정기조 하에서…
대학원에 가도 될지 묻는 후배들에게는 “대학원 오지 말라”고 하는 게 낫다. 당장의 수입도 미래의 기약도 없는 생활이 초래할 고통의 무시무시함을 충분히 알려주는 게 낫다. 겁을 주어도 어차피 입학할 사람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입학할 것이므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종국에 연구자로서 만나게 되므로. 연구자는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해답을 찾는 자다. 짧게는 수 십 년, 길게는 수 천 년의 앞선 대화를 복기하고 향후 이어질 수 천 년의 대화를 기대하는 사람이다. 작게는 스스로를, 크게는 공동체를 더 낫게 만들기를 소망하며 자신이 깨달은 바를 밝히는 것이 그의 소명이다. 본인만 어여뻐할 어떤 진실을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을 견디지 못해 수 년을 쏟는다. 막스 베버는 이 마음을 “문외한인 모든 사람들로부터는 조롱당하는 기이한 도취”라고 했다. 과학 강국을 표방하면서 R&D 예산은 대폭 삭감하는 정부의 모순 앞에서 청년 연구자의 삶은 더욱 불안정하다. 장비 구매는 고사하고, 있던 장비를 유지하기도 어려워졌다. 젊은 연구자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문은 여느 때보다 좁다.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는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다시 확대하겠다
우리재단에서는 지난해부터 학생들의 해외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에는 대학생만 싱가포르에 다녀왔는데 올해에는 고등학생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2024년에만 모두 세 차례의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로 두 번 연수를 떠나는 대상은 모두 고등학생이고 8월에는 대학생과 고등학생이 함께 유럽으로 연수를 떠나게 된다. 연수대상자를 선발하기 위한 조건은 화성시 거주 기간, 경제적 상황, 정책 제안 평가 등이다. 2월 18일 출국해 같은 달 22일에 귀국한 1차 연수단이 아무 일 없이 귀국해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선발하고 교육해서 해외로 연수를 보내는 일은 그 과정이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도 제일 걱정거리는 학생들의 안전이다. 물론 재단에서 인솔자 여러 명이 동행하지만 그래도 걱정은 쉽사리 놓아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출국한 시간부터 무사히 동탄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하루도 편안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사진과 현장소식은 모든 걱정거리를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서울대가 최고라고 생각했던 학생들에게 다른 훌륭한 대학도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했으며, 일반인은 접근도 어려운 ASM(반도
축제로 인한 유·무형의 효과는 검증된 바 있다. 축제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을 증대시키고 공동체를 더욱 강하게 결속시킨다.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도 크다. 축제가 돈 낭비라며 비난하는 시각도 있다. 물론 이런 축제도 있다. 미흡한 기획으로 인해 지역의 장점이 부각되지 않고 가수 초청공연이 위주가 되는 축제, 야시장이나 다를 바 없는 진부한 콘텐츠, 매년 관행처럼 치르는 축제들이 주민들의 무관심속에서 지금도 열리고 있다. 게다가 바가지요금으로 관광객들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관광객들은 이런 질 낮은 축제를 다시 찾지 않는다. 이로 인해 지역 이미지도 추락한다. 그저 그런 관례적인 행사들과는 달리 최근 주목을 받는 축제가 있다. ‘안양춤축제’다. 이 축제는 ‘춤으로 시민의 일상을 뜨겁게 달구며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획 단계부터 시민이 참여하고, 관람하는 대표적인 시민 공동체 축제라는 것이 안양시의 설명이다. 안양시민과 안양을 찾는 관광객들이 한 공간에서 춤과 문화예술을 매개로 화합하는 국내 유일의 지역기반 K-댄스축제라는 것이다. 안양시가 춤축제를 기획하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때다. 대면
제임스본드가 여왕을 모시고 헬기로 스타디움에 도착한다. 해리포터의 저자 J.K.롤링이 피터팬의 서문을 읽고 운동장엔 치티치티뱅뱅의 악당과 해리포터의 볼드모트가 아이들을 쫒는다. 메리포핀스가 등장하여 아이들을 지켜준다. 롤링스톤즈와 비틀즈의 노래가 이어진다. 폴 메카트니가 관객들과 Hey Jude를 열창하며 행사는 마무리된다. 런던올림픽의 개막식이다. 역대급이라 평가받는 이 개막식엔 영국의 문화가 녹아있다. 모두다 영국이 자랑하는 IP다. 007은 아마존이 인수한 MGM에서 만들었지만 원작은 영국인 이안 플레밍의 소설이다. IP(Intellectual Property : 지적재산권)는 인간이 만든 창조적 활동의 결과물로서 재산적 가치가 실현될수 있는 것을 말하며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다. 문화적 콘텐츠의 원천이며 스타워즈, 마블시리즈 등 디즈니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권호영에 의하면 슈퍼IP는 누구나 아는 IP로 성장하여 어떤 형태로 변형되어도 큰 성과를 가져오는 IP다. 슈퍼 IP중 1위는 포켓몬, 2위는 헬로키티, 3위는 곰돌이 푸와 미키마우스, 5위 스타워즈, 8위 마블시리즈, 9위 마리오, 10위 해리포터 시리즈 등이다. 배트맨 드래곤볼 등이 더
기립성 저혈압과 함께 발생하는 목 뒤의 두통을 치료하러 내원한 그는 사업을 한다. 혼자서 해외거래처를 담당하다보니까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거래처와 소통을 한다. 밤낮이 없다.직원을 고용해서 자신의 일을 나누면 해결될 일인데. 자신만큼 혹은 자신과 비슷하게 할수 있는 사람을 뽑기가 어렵다. 국제적인 의사소통, 물건의 발주 등은 자신이 다 해야하기에 수년간 쫓기는 마음으로 일을 해야 했고 쉴틈이 거의 없었다. 그런생활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피로감이나 건강의 이상신호를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그러다가 1년여전 혈압이 200/120까지 올라가면서 두근거림, 목뒤의 두통 , 어지럼증의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 혈압약을 먹어서 극도로 높아지는 혈압은 조금 조정이 되었다. 1년이 지나도록 자율신경실조증으로 진단받고 병원과 한의원을 다녔는데 일상생활이 어려운 증상이 계속 재발했다. 다른 방법을 찾고자 내원했다. 처음 마주한 그와 대화해보니 바쁜생활때문인지 자신의 몸에 왜 이런 증상이 있는지 몰랐다. 치료와 함께 자율신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자율신경계는 내분비계와 더불어 심혈관, 호흡, 소화, 비뇨기 및 생식기관, 체온조절계, 동공조절 등의 기능
최근 3년여간 산재 사망 근로자 10명 중 3명이 경기도에서 발생해 전국 최다지역으로 나타났다. 면적이 넓고 인구가 많으니 당연하다는 변명은 절대조건이 될 수가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달 27일부터 50인 미만 중소기업까지 전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산재 절감 전략은 철저히 지역맞춤식으로 개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역 실정에 맞는 경기도만의 정책이 필요하다. 경기도에 살고 일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 고용부 자료의 2021년부터 2023년 9월까지 3년여 간 평균 산업재해 현황에서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지자체는 단연 경기(212명)였다. 서울(70명), 경남(64.3명)이 그 뒤를 이었다. 연도별로 지난 2018년 233명에서 2019년 217명으로 소폭 줄었던 도내 사고 사망자 수는 이듬해(2020년) 16명 더 늘어 235명을 기록했다. 이어 2021년에는 잠시 15명 감소했지만 지난 2022년에는 257명(전국 29.4%)으로 무려 37명이나 증가했다. 2위를 기록한 서울(85명)과도 3배 차이가 난다. 지난 2020년 통계를 기준으로 사망사고자를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458명)·제조업(201명)·서비스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