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의 최대 걸림돌은 언론입니다. 언론이 바뀌면 한국 민주주의가 50년 앞서 나갈 것입니다.” 유학에서 돌아와 강단에 선 필자가 자주 하던 말이다. 그 언젠가부터 기성언론이 앞장서 ‘운동권 기득권’을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기득권은 어떠한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난공불락 아니던가.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대변해 줄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기도 하고, 그 대통령이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 은근 슬쩍 여론 편에 다가와 탄핵에 앞장서기도 한다. 그야말로 양면의 얼굴 야누스다. 4.10 총선도 그들이 좌지우지 할듯하다. 그들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의 말을 대서특필하기에 급급하다. 한 위원장은 운동권 대 전문가 프레임으로 총선의 포문을 열었다. 임종석 대 윤희숙, 정청래 대 김경률... 하지만 그의 말은 틀렸다. 이들 중 누가 더 정치 전문가인가? 임종석, 정청래 등은 필시 운동권 출신이다. 하지만 그들은 일찍 정치권에 들어가 정치를 경험한 정치 전문가다. 반면에 윤희숙, 김경률은 정치권에 발을 디딘지 얼마 안 되는 정치 초년생이다. 그런데 진위를 따져보지 않고 한 위원장의 말을 표제어로 덜컥 뽑는 저의는 무엇인가. 총선 정국을 정책선거가 아닌 빈탕
국회의원 총선거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아침에는 예비후보자들의 출근 길 인사를 어디서나 볼 수 있고, 도시의 유동인구가 많은 건물에는 후보자의 사진과 슬로건이 담긴 대형 현수막이 촘촘히 붙어 있다. 유권자들은 총선 경쟁이 정점으로 진입한 것을 쉽게 체감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경기장이라 할 수 있는 선거구 획정이 미뤄지고 있다. 여야 후보자들의 경기는 이미 시작됐는데 정작 경기장은 없는 형국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됐던 국민 참정권 훼손 사태가 이번 총선에서도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직전 선거였던 21대 총선 때도 선거일 39일 전에야 선거구가 획정되서 국민적 비난을 받았지만, 이번 총선은 그보다 더 늦게 선거구 획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의 배경에는 두 가지 원인이 지목되고 있다. 하나는 선거구 획정에 대한 여야 정당의 유불리가 다르다는 일반론적 원인이 있고, 공천일정을 최대한 늦추려는 여야 정당의 유불 리가 일치하는 22대 총선 만의 특수한 사정이 두 번째 원인이라는 것이다. 22대 총선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조정을 권고한 지역구는 80여곳이다. 인구 상한선을 넘어 분구되는 지역을 제외
북한은 예방의학, 남한은 치료중심 의학이다. 북한은 1966년 보건의료를 ‘예방의학’이라고 규정했다. 예방의학은 병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 하는 것이고, 치료중심 의학은 이미 발생한 병의 회복에 중점을 둔다. 예방의학은 환자가 발생하기전 의사가 담당구역을 찾아가 예방하고, 치료중심 의학은 환자가 의사를 찾아간다. 찾아가고 찾아오는 시스템이 잘 되어 있으면 의사나 환자도 좋겠다. 북한에는 의사담당구역제가 있다. 이 제도는 1948년부터 시행되었다. 의사에게 담당구역을 맡겨 구역내 주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의사는 담당구역으로 나가 방역과 위생에 대한 상식을 전달한다. 의사와 간호사는 약품과 주사기를 챙겨가지고 담당구역 학교에 찾아가 예방접종을 했다. 아버지가 자주 왕진가방을 메고 다녔던 기억이 있다. 다녀오면 가방안에 환자들이 넣어준 사탕이며 과일이 들어있었다. 사람들은 먹고 사는 일이 급했기 때문에 크게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 의사도 환자가 병원에 오기를 바라지 않는다. 의사나 환자나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예방의학을 말할 수 있는 것도 오래전 일이다. 1990년 이후 홍역, 말라리아, 파라티브스 같은 전염병이 돌면서…
경기도는 연천군과 함께 2022년 3월부터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연천군 청산면 주민들에게 2026년 12월까지 58개월 동안 매월 15만 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한다. 지역화폐는 병원, 약국, 보습학원을 제외하고 청산면에서 3개월 내 사용해야 한다. 사업이 추진된 지난 23개월간 무슨 변화가 생겼을까? 가장 큰 변화는 인구의 증가다. 시범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2021년 12월 청산면 인구는 3,895명이었다. 2023년 12월의 인구는 4,176명으로 281명이 늘었다. 이 기간 연천군의 인구는 42,721명에서 41,584명으로 1,137이 줄었다. 연천군의 2개 읍, 8개 면 중 인구가 늘어난 읍·면은 청산면이 유일하다. 연천군은 가평군과 함께 경기도에서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인구소멸 위기 지자체다. 이런 곳에서 인구감소 곡선의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지역화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업체 수의 증가도 눈에 띈다. 2023년 6월 기준 농촌기본소득 가맹점 수는 281곳이다. 시범사업 시행 초기인 2022년 4월에는 190여 곳이었다고 하니 90여 곳이 늘어났다. 지역경제활성화에도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지역 청소년들에게서도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통해 지역별로 병상 수를 관리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지방정부들이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병상 수급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는 2027년이면 병상 과잉 공급이 예측되므로 300병상 이상 대형병원은 사전에 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별 적절한 병상 수 안에서 병원 개설 허가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300병상 이상 영종 국립 대학병원 유치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와 관련 경기신문(14일자, 인천판 1면 ‘‘희망고문’ 그만하고 새로운 대안 제시 필요’)은 ‘영종국제도시 엄마들의 모임:영맘’ 온라인카페에 올라온 게시글을 소개했다. “2026년부터 영종구로 바뀐다는데, 한 구에 대학병원도 하나도 없고(중략) 2026년도 송도연세대세브란스, 2029년도 청라현대아산병원 들어와도 어차피 다리건너야 하구요.” 정부의 병상수급 제한 정책에 더해 다리 건너 바로 옆 동네 청라국제도시와 송도국제도시에 대학종합병원이 들어서니 영종국제도시에 상급종합병원을 허가해 줄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영종국제도시에 긴급의료를 위한 국가필수 의료기관이 설립돼야
책을 읽지 않는 한국인 작년 프랑스 여행에서 제일 부러웠던 것은 프랑스인들의 독서 사랑이었다. 2017년 OECD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 통계에 따르면,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비해 한국은 0.8권으로 최하위이다. 한국인들이 책을 안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일 때문에 바쁘고, 각종 디지털 영상 매체로 보는 콘텐츠 때문이라고 한다. 디지털도서나 오디오북을 듣기도 하지만 나는 아직 종이 책을 선호한다. 한 장씩 넘기는 종이의 감촉과 남은 부분보다 읽은 부분이 점점 더 두꺼워지는 부피감을 뿌듯하게 느낄 수 있고,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책에서 찾아내는 보물들 책읽기에 속도가 붙은 요즘 나는 거의 매주 책을 산다. 책값이 만만치 않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최근서적이 아닌 경우에는 중고책을 사서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새 책 같은 중고책을 선호했는데 재고가 없어서 허름한 중고책을 사서 보니 밑줄 친 것에 눈길이 갔다. 이 사람은 왜 이 문장에 밑줄을 쳤을까? 그 책의 맥락을 짚어가며 읽는 데에 그 밑줄이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어떤 책에는 속표지나 페이지의 여백에 독자의 생각을 적어놓은 메모도 발견되었다. 그런 책을 만나면 그
가수 나얼이 영화를 보고 관람인증을 SNS에 남겼다가 "팬으로서 실망이다"는 거센 비판이 쏟아지자 댓글창을 닫아버린 일이 있었다. 강원래도 같은 영화를 보러가서 휠체어가 못들어간 문제를 토로했다가 "봐도 왜 그걸 봐서 난리냐"는 댓글 테러를 불러왔다. 이 사달은 그 영화가 이승만전대통령의 생애를 그린 다큐영화 ‘건국전쟁’이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영화에 어디 비난만 따르겠는가? “엔딩자막이 올라가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는 사람, “세상에 한 나라의 초대 대통령이 동상하나 없이 이토록 홀대받는 나라가 또 있을까?”라며 개탄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취향에 달린 문제는 빼고 팩트는 짚고 넘어가자. 이승만 동상은 많았고 지금도 있다. 한국전쟁이 끝나자 ‘국부로 모셔야 한다’며 살아있는 이승만의 동상을 전국에 세웠었다. 419혁명이 발발하자 탑골공원에 있었던 높이 6m의 동상은 시민들이 쇠줄에 묶어 종로거리에 끌고 다녔다. 남산의 동상은 기단부를 합쳐 25m의 초대형이어서 기중기가 동원되어야 했다. 지금 남산에는 2011년 자유총연맹이 다시 세운 동상이 서 있다. 관람후기들을 보면 관객의 90%가 50대 이상으로 국민의힘과 개신교를 중
경기도 28개 산하기관의 2023년도 청렴도가 4년 만에 전년도보다 소폭 하락했다는 씁쓸한 뉴스다. 경기도는 지난 2015년부터 전국 최초로 산하 공직유관단체를 대상으로 기관별 청렴 수준을 파악하고 부패 취약 분야를 발굴·개선하기 위한 청렴도 평가를 실시해왔다. 이번 청렴도 평가에서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1등급, 한국도자재단·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은 최하위 5등급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도민들의 실생활과 가장 근접해있는 기관 공직자들의 청렴 의식 제고를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2023년 경기도 공직유관단체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 종합청렴도 점수가 전년보다 0.22점 하락한 8.55점(10점 만점)을 기록했다. 이번 평가는 기관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현원 60인 이상 기관(Ⅰ그룹)과 현원 60인 미만 기관(Ⅱ그룹)은 종합청렴도, 현원 10인 미만이거나 최근 1년 이내 설립한 기관(Ⅳ그룹)은 반부패역량 진단을 각각 실시했다. 종합청렴도는 행정서비스를 경험한 도민이 평가하는 ‘외부체감도’, 내부직원이 평가하는 ‘내부체감도’, 각 기관의 부패 방지 노력을 평가하는 ‘청렴노력도’ 등 3가지 분야로 평가한 뒤 1~5등급으로 분류했다. 평가 결과, 외부체감도는
요즘 국민의힘은 중진들의 공천 문제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천 경선 과정에서 동일 지역 3선 이상의 중진들에게 15%의 패널티를 주기로 했을 뿐 아니라, 일부 중진 의원들에게는 지역구를 옮길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진들의 반발은 그다지 심한 편은 아니다. 부산 진구 갑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5선의 서병수 의원에게는 부산 지역의 북·강서 갑으로 지역구를 옮길 것을 요구했고, 재선의 김태호 의원에게는 자신의 지역구인 경남 산청군·함양군·거창군·합천군 대신 경남 양산 을에 출마할 것을 요청했는데, 두 사람 모두 당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경남 밀양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3선의 조해진 의원에게는 김해 출마를 요청한 상태다. 이렇듯 보수정당이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를 '재배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에도 미래통합당은 중진 의원들의 지역구를 재배치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의 이런 시도는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됐다. 중진 의원들의 정치력이 아무리 대단하더라도, 새로운 지역에 가서 터를 닦으려면 최소한 1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다른 지역구에 출마하라고 하니, 실패는 예정됐었다고 볼…
최근 빈번하게 회자되고 있는 커뮤니티케어는 노인, 장애인 등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이 살던 집에 거주하면서 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며 지역 사회에서 어울려 살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할 등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을 말한다. 요양시설에 가지 않고 ‘내 집에서 노후 보내기’, ‘살던 곳에서 노후까지’ 등 지역 통합돌봄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가고 있지만, 노화,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정책수립과 입법 과정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안’에는 정책수립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통합지원 대상자 욕구에 맞는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족과 보호자에 대한 지원 및 보호, 주민 참여 활성화 등에 대한 책무와 국가가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커뮤니티케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통합지원을 위한 전담조직을 두어 지자체가 통합돌봄 지원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어야 하며, 건강보험 및 장기요양보험 재정 건전성 확보와 함께 관련 기금 조성 또한 필요하다. 고령 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