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갑진년 새해가 밝으면서 ‘그어소’라는 제목을 달고 칼럼을 쓰게 되었다. ‘소통’을 주제로 이야기를 써보려 하는데, 제목이 왜 ‘그어소’인지 설명하자면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해 줘서 선정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최신작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대들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로 지은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의 영화를 본 그대들은 과연 어떻게 살 것인지 묻는 거장의 물음을 차용하기는 좀 거창하지만, Z세대의 신선한 아이디어에 X세대로서 그간의 갇혀있던 껍질을 조금 탈피해보면서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여러분은 일하고 있는 기업, 학교, 기관 같은 조직 내에서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매 순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는 피터드러커는 “경영상의 문제는 60%의 커뮤니케이션 오류에서 발생한다”고 하였다. 논점이 다른 대화, 실수가 적힌 서류 한 장에 조직의 운명이 바뀌기도 한다. 재미있는 이야기이지만, 절대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베를린 장벽도 이탈리아 기자의 오보에 무너졌으니 말이다. 그런 만큼 모든 조직은 국내외
윤석렬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다. 당선자 시절인 2022년 4월 윤 대통령은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민심을 가장 정확히 읽는 언론가까이에서 제언도 쓴소리도 잘 경청하겠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국민과의 소통이라며 헌정사 최초로 대통령이 출근길에 기자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하는 도어스테핑을 도입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2022년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당시 질의응답에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용산이전의 가장 중요한 이유가 도어스테핑”이라며 “기자들이 그만 두라고 하지 않는 이상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식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고, 그로부터 3개월 여 뒤 도어스테핑 마저 중단됐다. 물론 그 사이에 도어스테핑을 중단하라는 언론은 한 곳도 없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통령이 국민이 요구할 때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것은 기본 책무이다. 특히 신년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새 해 국정방향을 제시하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국민들의…
TV의 미디어 점유율이 추락했다. 2017년 대비 2023년 TV총시청율이 68%로 1/3이 줄었고 특히 지상파는 51%로 반토막났다. 가족이 같이 TV보는 집 이제 드물다. 미디어의 개인화 추세다. 모바일에 넷플릭스 등 OTT들이 같이 얹히다보니 익히 예견된 일이다. 그나마 CJE&M 등은 1/3 정도만 줄었다. 젊은 세대일수록 미디어 접촉행태가 탈TV, 탈지상파다. TV는 베이비부머 세대 이상의 노년층에 의해 지탱되고있다. 아마 내년도에 비교해보면 이 추세는 한걸음 더 진행돼 있을거다. 뉴스와 교양장르 프로그램은 베이비부머 시청량이 X세대 2배,M세대의 4배, Z세대의 11배 정도이며 그나마 드라마가 Z세대 대비 베이비부머 비율이 7배 정도다. 세대별 장르별 편식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MZ 세대가 좋아하는 드라마는 OTT에 많고 OTT는 모바일로 많이 보다보니 드라마에서도 TV시청률이 덜 나오는게 당연하다. Z세대는 TV도 덜보고 뉴스, 교양류의 콘텐츠는 본다하더라도 유튜브에서 본인 관심사항만 찾아서 본다. 여행 프로그램으로 KBS의 “걸어서세계속으로”는 거의 20년 장수 프로그램이고 4K 화질에 구성도 좋은 프로그램으로 유튜브로도 볼수있다. 구
이맘때면 중국 서북쪽 사막에서 재미난 경기가 벌어진다. 12팀의 말 탄 남자들이 사막의 하얀 모래먼지를 뒤집어쓰고 무언가를 빼앗기 위해 격렬히 싸운다. 마지막 승리의 손이 쟁취한 것을 농구골대처럼 생긴 골망에 던지면 경기 끝. 쟁취물의 정체를 알게 되면 웃음이 슬몃 올라온다. 양가죽 한 장. 위구르족이 사막에서 늑대 쫓던 일에서 만들어진 경기란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느니, 하는 금속성 뉴스가 천지인 요즘, 멀지 않은 곳에 ‘사막에서 말 달리며 양가죽 뺏기 경기’를 하는 땅이 아직 남아있다니, 거짓말 같다. 위구르족만의 전래 음악 ‘무카무’도 사막 냄새, 사람 냄새 가득하다. 이 땅이 중국이 아니었던, 먼 옛날 16세기 초, 야르칸트 왕국의 왕 ‘압둘 루시타’는 백성들의 삶을 알아보기 위해 잠행에 나섰다가, 거리에서 아름다운 소녀 아마니사한을 보고 한 눈에 반한다. 왕궁에 데려와 왕비를 삼고,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든 하게 해준다. 음악을 좋아했던 아마니사한은 거리를 떠돌던 서민들의 노래와 춤, ‘무카무’를 왕궁에 들여 ‘12 무카무’로 집대성한다. (세종대왕이 종묘제례악을 정비한 것을 떠올리면 되겠다) 고되고 외로운 사막살이의 한이 절절이 밴 목소리와
사람이 살면서 발걸음 놓기를 꺼려하는 몇 군데가 있다. 예를 들면 경찰서, 검찰청, 법원 등인데 병원도 그런 장소 중 하나일 것이다. 무병장수를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건강은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리라. 필자도 얼마 전 수술을 받게 되었다. 건강검진에서 발견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술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내키지 않지만 반드시 가야 하는 병원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검사를 위한 대기 시간과 돈을 내기 위한 대기 시간도 만만치 않다. 특히나 종합병원에서 의사를 만나 소견을 듣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2-3분을 만나기 위해 두 시간을 기다리는 일도 허다하다. 이토록 지난한 사전 절차를 거쳐야만 비로소 입원을 허락받고 필요한 치료를 받는다. 겪어보니, 수술과 회복과정이 힘들고 힘들다. 그런데 수술 결과와 회복 과정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많지 않다. 회진을 도는 담당 의사는 “잘 되었습니다. 아프면 진통제 달라고 하시구요” 이러고는 가버린다. 물론 의사마다 성향이 다르겠지만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입원실에 누워 있으면서 내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생각한다는 일이 사치처럼 느껴졌다.
벌써 20년 전이다. 내과수련의로 근무하던 때 지도교수님의 진료실은 화병환자가 많이 내원했다. 진료실과 입원실이 붐볐다. 그런데 화병을 치료해야지 하고 오지는 않았다. 대부분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고 아프거나 혹은 잠을 못자서였다. 손발이 저리고 얼굴로 열이 오르고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기도 했다. 이런 증상들과 함께 많은 경우 고혈압. 심장질환, 당뇨를 진단받아 양약 복용 중에 중풍증상을 나타내어 입원하는 경우도 많았다. 교수님은 그들에게서 화병을 진단해 내셨다. 화병환자들은 거의 대부분 기혼 50-70대 여성이었다. 화병의 제일 큰 원인인 남편, 시댁과의 관계에서의 상처. 경제적 곤란을 콕 찝어 질문하면 대부분 맞았다. 다음에 올 때 반드시 남편을 같이 오라고 하셨다. 부부상담을 하며 호통과 넉살을 섞은 상담에 환자들이 한바탕 울음을 쏟고 나서 미소를 띈 얼굴이 환해져서 진찰실을 나가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게 교수님의 진료실에서 많은 환자들을 경험하였다. 자연스레 화병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되었고 논문을 여러편 썼다. 시간이 흘러 필자는 중견의 한의사가 되었다. 여전히 꼭 화병을 치료하려고 오지는 않는 20년전보다 더 다채로운 양상의 화병환자를 만나고 진
경기도가 ‘2024년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 및 인식개선 지원사업’ 수행기관을 2월 6일까지 모집하고 있다. 도는 이 사업이 경비노동자 등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고용안정과 ‘착한아파트 문화’ 조성·확산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가 정의하는 ‘착한 아파트’는 “아파트 관리종사자의 고용안정(근로계약 1년 이상)과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입주민과 상호 존중하는 상생협력단지”다. 그동안 아파트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비인권적인 행위와 갑질이 사회문제가 됐다. 입주민이나 관리사무소, 용역업체 등으로부터 받는 부당한 처우에 나이 들고 힘없는 아파트 노동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이에 경기도는 2021년부터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와 고용안정 기반 지원체계를 구축하기위해 아파트 노동자 근로계약 실태조사와 함께 노동권익 상담, 노동자 교육을 실시해왔다. 이 결과 상습적으로 경비노동자에게 갑질을 하고 사직을 종용한 도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사례가 민원으로 제기됐고 상담에 이은 감사결과 관리소장이 교체되는 성과도 거뒀다. 지원사업은 아파트 현장 모니터링단 운영, 착한아파트 문화 확산을 위한 인식개선…
우리 주변을 조그만 돌아보면 우리는 혼돈과 무질서의 어딘가에서 허우적대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알 수 있다. 우리는 거대한 질서 속에서 웅장한 생명의 협주곡을 함께 연주하는 중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분자는 이전에 누구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였고, 또 앞으로도 누군가의 몸 혹은 자연의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의 몸을 결코 소멸하지 않고, 지구 상의 생명이 계속되는 한 끊임없이 다시 어딘가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 몸의 분자 단위만이 아니라, 내 몸을 꾸려가는 기본 원리도 살아 있는 세상의 모든 나머지와 함께 같은 원리로 돌아가며 함께 호흡한다. 우리는 진정 우주에 속한 존재이며, 이 귀속감을 깨닫는 일은 우리 삶에 진정한 의미를 일깨우고 그 깊이를 더해준다. (프리초프 카프라) 예수가 당면했던 사회 분위기와 부처가 출현하신 시대, 혹은 당면했던 사회 분위기는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형식에 치우친 종교적 관행이라든가, 지식층인 성직자 계급이 일반 백성들의 종교적 욕구를 악용하고 왜곡시키는 작태는 엇비슷했지요. 부처님과 마찬가지로 예수님도 그 모든 걸 ‘파괴하려는 것이 아니라 완성시키러’ 오셨고, 광명과 해방의 길이 모든 인간에게…
경기도교육청이 교육부 정책의 일환으로 오는 3월 새 학기부터 도내에 학교폭력전담조사관(전담조사관)을 배치해 교육계의 해묵은 숙제인 학폭 문제에 적극 대응한다는 소식이다. 교육 일선에 배치되는 전담조사관이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면 난제 해소를 위한 새로운 변곡점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전문성’ 확보와 제도의 ‘지속가능성’ 여부다. 극적 효과를 도출하기 위한 심층적인 준비와 효율적인 운영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처음 투입되는 전담조사관은 학교폭력 업무·생활지도 및 학생 선도 경력이 있고 사안 파악․정리 역량 등을 갖춘 퇴직 교원 또는 퇴직 경찰, 청소년 선도·보호·상담 활동 등의 유경력자들로 위촉한다. 도교육청은 올해 전담조사관 730여 명을 교육지원청 학교폭력제로센터에 지역별 학폭 접수 건수를 고려하여 5~70명을 배치하고, 충분한 사전 연수 운영 후 학교를 지원할 방침이다. 전담조사관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사안 처리 개선 및 학교폭력전담경찰관 역할 역량 강화’ 방안에 따라 운영된다. 전담조사관의 역할은 학교폭력 사안 조사, 학교폭력 사례 회의 참석 및 결과 보고, 학교전담경찰관(SPO)과 정보공유·사안…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인구위기를 가리켜, 누구나 다 알지만 미처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회색 코뿔소’에 빗댄 바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회색 코뿔소를 막기 위한 방법은 없는 것인지 지난호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경기도의 저출생 극복을 위한 노력을 예산의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예산이란 한 해 동안 지방정부에서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의미하는 것으로 예산을 살펴보면 그 지역의 중점사업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수월하다. 경기도 예산서를 기준으로 저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산항목은 복지분야(예산코드 080)의 보육·가족 및 여성(084)부문이 해당된다. 그런데 보육, 가족, 여성이 하나의 코드로 묶여 있기 때문에 이 예산이 어디에, 누구를 위해, 얼마만큼 사용한 것인지는 분석을 하지 않으면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다행히 경기복지재단에서는 지난 3년간 경기도 본청 및 31개 시군별로 복지재정을 대상자, 지원수단, 재원별 등으로 구분해 분석한 ‘경기도 시군별 복지재정 현황 및 특성분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니 이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2020년 코로나19 이후 보육·가족 및 여성(084)부문의 예산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경기도 본청과 31개 시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