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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칼럼]최재성"팔방미인 ‘보리’의 꿈은 현재 진행형"

 

벼, 밀, 콩, 옥수수와 더불어 5대 곡류의 하나인 보리는 벼나 밀에 비해 1천년 이상 빠른 기원전 1만7천~1만8천년 경부터 인류의 주요 식량 작물이었다. 현재에도 세계 곡류 중 네 번째로 많이 생산되는 작물로 식용과 맥주용, 사료용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모로코와 몰도바, 라트비아에서는 여전히 보리를 주곡(主穀)으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보리는 춘궁기(보릿고개)에 최일선의 현장에서 주역이었으며 쌀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1960년도에는 1인당 연간 소비량이 무려 40㎏에 달했다. 그러나 요즘 보리는 1인당 쌀 소비량의 거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이다. 하지만 쌀과 밀 보다 먼저 인류 주식으로 이용되던 보리는 20세기 이후 생산량이 증가한 쌀, 밀에게 그 위치를 내주며 잡곡의 하나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나라 역시 생산량과 소비량이 급격히 하락했으며 맥주보리 등의 수입 증가로 보리산업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최근에는 보리 수매제 전면 폐지와 한미 FTA 등 시장 개방으로 보리 산업은 백척간두(百尺竿頭)에 선 상황에 놓여 있다.

보다 정확한 보리의 ‘이름’ 필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6천여 년 동안 지대한 사랑을 받아왔던 보리가 최근 건강열풍과 더불어 환호와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더구나 조사료용으로 화려한 변신을 시도해 줄어드는 식용보리의 대체작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렇듯 예쁜 보리가 불러주는 이름이 애매해 혼선을 빚는 경우가 빈번함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청보리’는 원래 가축의 거친 사료로 이용하기 위해 보리의 잎, 줄기, 곡립 등 전체를 활용한다는 뜻으로 ‘총체보리’로 명명해 재배됐다. 몇 년 후 농업분야 관료가 부르는 이름이 너무 어렵다 해 ‘청보리’로 바뀌게 된다. 물론 가축사료의 영양가 증진 차원에서는 보리가 완전히 익기전인 황숙기 초기에 이용되므로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청보리 축제시의 명칭과 혼선이 시작되는 단초를 제공됐다. 이에 ‘청보리’를 ‘사료용보리’로 명명함이 어떨지 제안해 본다. 한편 일반적인 식용보리의 종류도 겉보리(피맥), 쌀보리(나맥 또는 과맥), 맥주보리(맥주맥) 등으로 대별된다. 이 때 맥주보리의 경우도 ‘맥주용보리’가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그저 편리대로 불러지는 보리의 이름들이 난무한다. 늘보리쌀, 황금보리, 녹색보리, 검정보리, 발아보리, 꽁당보리 등 많은 보리 종류가 존재한다. 이제는 그저 현상만 보고 불러주는 명명의 시대가 지났다고 본다. 그들에게는 엄연한 품종 이름이 존재한다. 이들이 작명될 때는 그들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하고 심지어는 국민 공모까지 거치는 경우도 있다. 우편물이 정확한 주소를 통해 배달되듯이 제각기 특성을 갖춘 보리도 보다 적절히, 그리고 정확한 품종이름으로 표현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한다.

탄산가스를 잡아주는 녹색작물

최근 보리는 귀중한 식량자원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겨울철 보리밟기 체험, 4월 봄나들이 축제 등 관광 산업과 연관돼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도 한 몫을 담당하고 있다. 그 예로 2008년 전국 최우수 축제로 선정된 ‘고창 청보리밭 축제’를 들 수 있는데 매년 55만명의 관광객이 방문, 200억원 상당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아울러 보리는 겨울철 푸른 들을 조성해 국민 정서함양에 도움을 주고 탄산가스를 잡는 녹색 작물로서도 높은 공익적 가치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에 따른 보리의 겨울철 대기정화 효과는 63천㏊ 재배 시 2천289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오 에탄올 등 기존의 에너지를 대체하는 자원으로서 이용하기 위한 품종 개발 시도되고 있다. 이렇듯 식량으로부터 공익적 가치까지의 팔방미인인 보리의 고공행진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현재 진행형으로 끝없이 나아갈 것이다. 그동안 우리 민족의 애환과 함께 해 온 보리, 드디어 여러분이 사랑의 눈길로 힘찬 갈채를 보내주어야 할 때가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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