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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성기 가평군수를 둘러싼 은밀한 거래"…불리한 증언? '입막음 시도' 정황

피고인 2명 재판비용 3억원 보전해 줘야…항소심 과정서 '수상한 거래'
이권 사업 편의 제공 조건, 5억 요구 추정…"적어도 7월에는 들어와야"
의혹 당사자 "시설 아까워 거론했을 뿐…대가 요구할 위치 아냐"
"한배 탔다"…뇌물 전달 의혹 사업가, 수차례 연락에도 연락 안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김성기 가평군수. 그런데 재판 과정에서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이 김 군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지 못하도록 돈을 전달하려는 시도가 포착됐다. 필요금액은 5억원. 자금 마련 조건은 관내 사업과 관련된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경기신문은 지난해 초 여름 가평군에서 벌어진 은밀한 거래를 추적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마지막 재판으로 불안한 거야…적어도 2억원은 들어와야 해"
<계속>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성기 가평군수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유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함께 기소된 피고인을 입막음해야 한다는 내용의 음성파일을 경기신문이 단독 입수했다.

 

이 녹취록에는 구체적인 액수와 전달 시기를 비롯해 돈을 건네받는 조건으로 가평군에서 진행하는 사업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2020년 6월17일 녹음된 음성파일에는 두 남성이 김 군수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을 앞두고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이 쓴 재판 비용 등을 보전해 줘야 한다는 대화를 나눈다.

 

이들은 가평 상천지구 농촌테마파크 위탁사업자로 선정된 업체 대표 A씨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자 B씨로 확인됐다.

 

녹취록에는 돈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전달해야 하며 추후 문제가 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A씨는 "저희를 도와주시는 분들과 (돈 마련을 위해) 제대로 얘기했더니 한 번에 털 수는 없고, 용역을 통해 쪼개서 털어 건네야 된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쪽도 어떻게 받아서 차후에 문제가 안 될 수 있는 방법으로 물어봐야 한다. 전달 방식도 마찬가지다"라고 하자 B씨는 "신경 안 써도 된다"라며 안심 시켰다.

 

B씨는 "(돈이 마련되면) 그냥 나한테 주면 된다. 내가 알아서 하면 되는 것"이라며 "우리한테 무슨 영수증이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이후 A씨는 구체적인 자금 전달 방식을 제시한다. 넉 달에 거쳐 총 5억원을 건네겠다는 계획이다. 

 

A씨는 "저희 재무 쪽에서 자금 플랜을 잡았을 때 8월에 2억원, 그다음 달부터 1억원씩 해서 석 달을 거치는 것이 가장 안전할 거라고 얘기했다"면서 "저희는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B씨는 돈을 건네주는 시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군수의 비리 의혹을 제보한 피의자 C씨가 김 군수와 친분이 있는 피의자 2명에게 발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B씨는 "7월10일이 재판 심리종결이고 그날 구형을 받는다"면서 "(김 군수와 함께 기소된) 2명이 지금(까지) 들어간 돈이 약 3억원"이라고 운을 띠었다.

 

그러면서 "그거를 줘야 된다. 얘들이 자꾸 흔들린다"라며 "적어도 7월에 2억원 정도는 들어와 줘야 된다"라고 재차 강조했고, A씨는 "노력하겠다"라고 답했다.

 

검찰 구형에 앞서 피의자 2명의 최후 진술이 이루지는 것을 감안, 입막음하려는 의도로 추정된다. 실제 김 군수의 항소심 결심공판은 지난해 7월8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진행됐고, 같은 해 8월21일 김 군수 등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권 개입에 지역 유지도 관여?…"한배 탔는데 왜 선을 긋는지"

 

A씨는 가평군에 위치한 관광지와 연계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B씨와 결탁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에서 오랜 기간 기자로 활동한 B씨의 영향력과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일처리가 보다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상천테마파크 위탁사업자로 선정된 A씨는 B씨 외에도 가평에 연고를 가진 다른 인물과 접촉한다. 지역 유지로 알려진 C씨는 B씨와 함께 역할을 나눠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A씨에게 5억원을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5장 말씀하셨을 때도 제가 그게 누구한테 얼마 가고 하는지 물어보지 않은 것은 하나라고 본 거다"라고 하자 B씨는 "그건 하나지"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저는 기자님과 말하는 거고, 이런 일이 한 번 있으면 더 좋은 일이 여러 번 있다고 생각해서 저는 아무 일탈도 하지 않았다"라며 C씨에 대한 서운함을 내비쳤다.

 

A씨는 "회장이 '그래서 깎아달라는 거예요'라고 대뜸 얘기했다"면서 "전에 회장님을 만나 저는 이 일을 하는데 5장이든, 3장이든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라며 거래조건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드릴 거는 드리는 거고 대신 일이 잘되고 좋은 관계가 맺어지는 게 더 중요하다"라며 "조금 잡음이 난다고 깎고, 이런 생각은 하나도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B씨는 "내가 이제 주관을 해서 하는 거지만 나한테도 (C씨가) 어떻게 돼요"라고 물어봤다며 "그게 가평 스타일이다. C씨는 나하고 철저하게 역할분담을 했다"라며 A씨를 안심시켰다.

 

A씨는 "기자님이든, 저는 이거 하면서 이제 계속 한배 타는 거다 보고 더 좋은 일도 많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며 "왜 선을 그으시나. 이런 생각이 들어 솔직히 서운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와 관련해 B씨는 경기신문과 통화에서 "A씨는 주변 소개로 만났고, 가평 자라섬에서 웨딩사업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자라섬은 관련 사업을 할 수 없는 곳이어서 상천테마파크를 거론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상천테마파크에 대한 보도를 수차례 하며,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시설이 아까워 좋은 취지로 말해 준 것 뿐"이라며 "저는 어떠한 대가를 요구할 위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주지도 않은 돈을 왜 줬다고 하는지 깜짝 놀랐다. 그런 돈은 받을 수 있느냐"라면서 "한두 푼도 아닌 몇 억원을 받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며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경기신문은 A씨의 입장도 듣기위해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락은 닿지 않았다.

 

[ 경기신문 = 고태현‧김기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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