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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범의 미디어 비평] 물리적 균형보도의 함정


윤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을 넘어섰다. 국정수행지지율은 30% 안팎이다. 방문자 수 올리기에 혈안이 된 언론이 일주일 사이 1%만 오르고 내려도 큰 변화가 있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지만, 오차의 한계를 감안하면 국민 70%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불만이다. 인기 없는 대통령이 된 데는 매끄럽지 못한 외교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6월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는 대통령 전용기에 대통령 측근 부인을 태워 ‘지인 대동’ 논란으로 성과가 잠식됐다. 9월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은 ‘욕설 논란’으로 모든 성과가 매몰됐다. 


이번 동남아국가연합(ASEAN 아세안)관련 정상회담 및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회의는 출발 전부터 성과를 걱정케 했다. 대통령실이 순방 출발을 이틀 앞둔 9일 문화방송(MBC)에 대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10일 자 조·중·동 세 신문은 《대통령 전용기 MBC 배제에···야 “비판언론에 보복” 여 “盧땐 기자실 대못질”》, 《MBC 전용기 못타게 해···대통령 “국익 걸려” 편협 “언론탄압”》,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놓고···野 “언론탄압” 尹 “국익 차원”》 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외형상 철저한 균형을 유지했다. 중앙이 야당의 입장이 아닌 신문·방송사의 편집보도 간부 단체인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편협)의 입장을 전했고, 동아는 다음날 ‘MBC의 잘못도 있지만 대통령기 탑승배제가 경솔했다’는 비판 사설을 실은 점은 달랐다. 


반면 한국일보는 기사의 비중은 크게 두지 않았지만 《대통령실 “전용기 MBC 탑승불허”, 출입기자단 언론계 “취재제한” 반발》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사설도 ‘언론 길들이기인가’라며 대통령실을 직격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권력비판 보도에 ‘노골적 언론통제'》, 《MBC 탑승 배제가 ‘국익’이라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두 신문은 사설로도 ‘반헌법적 언론통제’, ‘군사정권에서도 없었던 언론탄압’이라고 날 선 비판을 했다.  


균형보도, 사실보도, 객관보도가 오히려 정치발전을 종종 저해한다. 이번 문화방송(MBC) 대통령기 탑승 배제의 본질은 취재제한이다. 무리한 물리적 균형보도는 왜곡을 낳는다. 모든 언론단체가 ‘대통령실의 이번 조치가 잘못됐다’는 취지의 성명을 냈다.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반박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사안을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언론통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현진 의원은 “취재자체를 불허한 것이 아니고 전용기 탑승만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순방 취재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을 역임했다. 배 의원은 대학서 정보방송학을 전공한 문화방송(MBC) 출신이다. 언론의 정도를 잘 아는 정치인들이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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