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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소] 문양이 없는 ‘석제 맨홀’…도시화의 흔적?

1930년대 말부터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금속 부족으로 이어져
인천지역 개항으로 빠른 도시화

우리 동네 문화재를 소개합니다 ‘우문소’

 

2017년 5월, ‘인천 강제동원 평화역사기행’에 참여한 고교생들은 미쓰비시(三菱) 줄사택에 대한 역사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고 눈을 반짝였다. 그들에게는 일상적인 길이었고, 줄사택은 그냥 낡고 허물어져 가는 건물이었다. 그랬던 곳이 일제 식민지 당시 아픔의 역사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대상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내가 발 딛고 사는 인천에도 역사가 있고, 그 역사는 예나 지금이나 살아 숨 쉰다는 사실에 눈을 뜬 것이다. 그들이 역사를 인식한 인천시민으로 각성하는 순간이었다. 문화재는 그런 힘이 있다.

 

경기신문은 2023년 인천시민들의 일상에 녹아 있는 지역 문화재를 소개한다. 관리되는 지정문화재보다 아직 문화재로 인정받지 못한 비지정문화재에 무게를 둔다.

 

2. 문양이 없는 ‘석제 맨홀’… 도시화의 흔적?

 

오늘도 사람들은 각자의 이유로 길을 걷는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맨홀을 지나치지만, 생김새는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다.

 

맨홀은 수도관이나 하수관, 배선 등을 점검하기 위해 사람이 드나들 수 있게 만든 구멍이다. 맨홀에 새겨진 문양으로 설치한 시기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인천 미추홀구 숭의로터리 부근에는 특이한 재질의 맨홀 뚜껑이 하나 남아있다. 이 근방에는 수많은 맨홀 뚜껑이 있었는데, 돌을 재료로 만들어진 건 이것뿐이었다.

 

6개 조각의 돌로 구성된 테두리에 둘러싸였고 아무런 문양 없이 가운데 직사각형 모양의 구멍이 뚫려있다. 구멍을 통해 맨홀 아래로 무언가 흐른다는 걸 짐작할 뿐이다.

 

석제 맨홀로부터 스무 걸음 거리에 비슷한 테두리를 지닌 맨홀이 있다. 갈아 끼운 건지 맨홀 뚜껑이 돌이 아닌 금속으로 만들어졌다.

 

인천은 개항으로 빠른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이다. 숭의동 일대는 인천시가지계획에 따라 1940년대에 로터리를 포함한 도로, 택지가 조성됐다.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은 “1930년대 말부터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이 시작돼 금속류가 부족해졌을 것”이라며 “그 결과 돌로 맨홀 뚜껑을 만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구청 일대가 개항하면서 도시 계획이 이뤄졌다”며 “숭의동 일대까지 도시계획이 확장됐다는 도시정비 과정을 나타내는 자료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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