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유행이 잦아들면서 병상 가동률도 안정적으로 유지됨에 따라 정부가 코로나19 지정 병상을 순차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8일 중대본 회의 모두발언에서 "유행이 잦아드는 만큼 지정 병상도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7월 초 코로나19 6차 유행이 시작된 후 7월 20일부터 지정병상 재가동을 추진해, 당시 5천583개였던 지정병상을 7천400여 개까지 늘렸다. 당국에 따르면 현재 7천437개 코로나19 지정 병상 중 사용 중인 병상은 1천486개로, 가동률은 20%다. 이 차관은 "이번 6차 유행이 정점에 있었던 8월에도 병상 가동률은 50%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며 "유행이 진정 단계에 있는 현재 이전보다 병상 여력이 더 충분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정 병상 중 1천477개에 대해 내달 7일까지 순차적으로 지정을 해제해 5천960개 수준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다. 5천960병상은 일평균 확진자 17만7천 명 수준까지 대응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앞으로는 감염병 상시대응병상과 거점전담병원을 중심으로 지정병상을 유지하면서, 투석·분만·소아 등 특수병상과 요양병원 입원 수요, 지역별 균형 등을 고려해 지정병상을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일반의료체계 내에서도 아프면 언제든 입원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겨울철 재유행 등의 유사시엔 7일 이내 지정병상 재가동이 가능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정부는 밝혔다. 당국은 아울러 재유행에 대비해 코로나19 대면·재택 진료, 의료대응 체계 운영을 위한 건강보험 수가를 연장 지원한다고 밝혔다. 전국 코로나19 원스톱 진료기관에서 검사 당일 확진돼 진료와 약제처방까지 받는 경우에 적용되던 '통합진료료' 수가 등이 그 대상이다. 한시 적용됐던 통합진료료 수가는 당초 이달 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11월 말까지 두 달 더 연장된다.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의 '야간·휴일 전화상담관리료', 자율입원에 따른 '통합격리관리료', '감염예방관리 정책가산료' 역시 11월 말까지 추가 적용되며, 감염취약시설 방문진료를 실시하는 의료기동전담반에 대한 수가는 연말까지 연장한다. 연장 기간 만료 전 유행 상황 등에 따라 필요한 경우 추가 지원도 검토한다고 당국은 밝혔다. 한편 이날 질병관리청은 내·외국인 많이 방문하는 제주도에서 신규 변이 바이러스 출현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호남권질병대응센터 제주출장소에 변이 바이러스 확인과 분석이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대책으로 추진된 ‘제물포역 도심 공공주택복합 사업’이 일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사업 예정지의 원주민들은 주민 동의 과정의 하자를 비롯해 해당 사업이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인천시에 행정소송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27일 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26일 도심 공공주택복합 사업의 4차 후보지로 제물포역 북측·동암역 남측·굴포천역 일원 등 3곳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제물포역 북측은 기준치(66.6%)를 넘는 주민 동의율(69%)을 얻어 올해 2월 사업 본지구로 확정됐다. 인천도시공사(iH)가 사업을 맡아 2024년 착공, 2027년까지 3410세대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기존 민간사업으로는 개발이 어려워 노후화되고 있는 지역을 공공이 나서 땅 선정부터 공급까지 총괄하는 방식이다. 공공이 주민 동의를 얻어 땅을 먼저 넘겨받고 사업을 추진해 입주까지 6년이 걸린다. 보통 10년 이상이 걸리는 일반 재개발 대비 속도가 빨라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주민들이 토지 소유권을 공공에 넘긴 다음에는 아파트 입주 등기를 마치기 전까지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하다. 재개발처럼 분양권에 피(P, 프리미엄)를 붙여 거래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땅을 넘긴 뒤 나중에 보상이 이뤄져 감정평가액이 불합리해도 대응할 방법이 없다는 게 사업 반대 주민들의 설명이다. 제물포공공개발주민대책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 전 모집된 동의서가 본지구 지정을 위한 동의율에 반영돼 절차에 하자가 있다”며 “과도하게 주민 재산권을 침해·제한하고 주민대책도 미비해 특별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시 관계자는 “iH가 주민 동의서를 모집했고 등기부등본 등 확인을 거쳐 본지구에 필요한 수치를 확보했다”며 “중앙토지수용위원회까지 거쳤다.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조경욱 기자 ]
경기도가 여야정협의체 구성을 위한 밑작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도의회 국민의힘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직접 참여를 요구하고 있어 협의체에 구성을 놓고 실무협의에 난관이 예상된다. 27일 도와 도의회 등에 따르면 김달수 도 정무수석은 도의회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협의체 구성을 위한 소통 중이다. 앞서 지난 20일 제363회 임시회에서 염종현 도의장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협의체 구성을 비롯해 도의회와의 꾸준한 소통을 촉구하면서 집행부도 협의체 구성에 서두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구성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높다. 국민의힘은 김 지사의 직접 참여 요구하고 있는데 도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미숙(고양6) 대표의원은 “김 지사가 협의체에 참석 안 하는 그림은 갖고 오지 말라고 전했다”며 “그랬더니..
아이폰14 등 ‘해외 직구(직접 구매)’ 후 1년이 되지 않은 전자제품 온라인 거래가 불법인데도 성행하고 있다. 이를 판매 시 판매자는 ‘전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7일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 중고 거래 플랫폼(거래터)을 확인하면, 이달 해외서 출시된 아이폰14를 비롯해 카메라, 선풍기, 미용 도구 등 올해 해외에서 직접 구매했다는 전자제품이 다수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전파법에 따라 개인이 해외 직구·구매 대행 등 전자제품을 국내 반입한 후 ‘1년 이상’ 경과해야 판매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개인 사용 목적으로 적합성 평가(전파 인증)를 면제받고 1인당 1대에 한해 반입한 전자제품을 타인에게 판매하는 것을 제한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제품을 반입한 날로부터 1년이 지나면 적합성 평가를 면제받은 것으로 간주돼 (재)판매가 가능하다. 즉, 반입 후 ‘1년이 되지 않은’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건 여전히 불법이라는 것이다. 전파법에 따르면,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은 기자재를 ‘판매’하거나, 판매할 목적으로 ‘제조’ 및 ‘수입’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물건을 ‘구매’한 이용자나 ‘중개’한 플랫폼에 대한 처벌 근거는 아직 없다. 아울러 판매자의 경우 반입 1년 이후 재판매를 하더라도 적합성 평가가 면제됐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아직 국내 출시되지 않은 아이폰14는 대부분 해외 직구 등으로 구매되기에 판매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중고 거래 플랫폼들도 이 같은 내용을 운영 정책에 담고 판매 금지 물품으로 규정하곤 있다. 하지만 플랫폼들의 공지에도 불구하고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들은 판매 금지 물품에 키워드(핵심어)를 설정해 안내창을 띄우거나 삭제·경고하는 등 방식으로 판매자에 주의를 주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이날 경기신문 통화에서 “이용자가 게시글을 올리기 전 판매 금지 물품이라는 안내창을 띄워 인지시키고, 글을 작성하지 않는 쪽으로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도 “(판매 금지) 상품이 확인되면 게시글을 삭제·경고하는 ‘3아웃 정책’으로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박순장 사무처장은 판매자뿐 아니라 판매 금지 물품을 이용한 ‘구매자’에게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처장은 “일반 소비자들이 관련 법률을 일일이 알기 쉽지 않기 때문에 업체에서도 주의를 줘야겠지만, 구매하는 사람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규정을 통해 상품 선택에 있어 불법인지 신중을 기하고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
음식에 이물질을 넣고 환불을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들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27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1일 인천 서구의 한 분식집에서 손님이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며 항의하자 당황한 주방 직원은 음식값 1만2000원을 환불해줬다. 당시 직원은 위생모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지만 손님의 강력한 항의에 환불해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해당 식당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당시 항의한 손님은 주문한 음식을 먹다 말고 일행의 머리카락을 뽑아 그릇에 집어넣는 것을 발견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한 유명 유튜버가 춘천의 한 식당에서 머리카락을 고의로 음식에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CCTV 영상 확인 결과 해당 유튜버 일행은 두 달 전에도 이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파악됐고, 경찰은 상습적인 사기를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음식에 이물질이 나오면 업소 측에서 사실관계를 바로 확인하기 어려워 환불을 해주는 점을 노리고 이같은 범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 관계자는 “업소는 음식값이 소액인데다 무고 입증이 당장 불가하고 CCTV 영상이나 제보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면서 “블랙 컨슈머인 것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당하는 없소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도적으로 돈을 내지 않기 위해 이물질을 넣으면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비슷한 방식으로 더 많은 돈을 받아내면 공갈죄나 강요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불제 실시하거나 CCTV 영상이 녹화되고 있다는 내용을 알려 블랙 컨슈머들의 사기 행각을 예방해야 한다”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이들에게 강한 벌금을 부과하는 등 제도적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해림 수습기자 ]
안산시가 직장운동부에 대한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안산지역 체육계가 불똥이 튀지 않을까 불안해 하고 있다. 안산시는 27일 ‘직장운동경기부 설치 및 운영 조례시행규칙’ 개정을 입법 예고하고 몸값이 비싼 국가대표 선수가 많은 직장운동부를 비인기 종목 엘리트 선수를 육성하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현재 안산시 직장운동부는 육상, 탁구, 유도, 씨름, 펜싱, 태권도, 역도 등 7개 종목에 감독 6명, 코치 7명, 선수 60명을 운영 중이며 이 중 유도, 펜싱, 태권도, 역도 등 4개 종목에 10명의 국가대표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 입법 예고된 개정 시행규칙은 특정 종목 선수들에게 집중된 포상금 액수를 줄여 다른 종목의 선수들에게 지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행규칙이 개정되면 세계선수권대회 1위에 입상하는 선수의 포상금..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가 제2회 경기도 추가경정예산안(추경)‧기금운용계획 변경안 심의 과정에서 여야간 의견이 대립하며 공방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소속 기재위 위원들은 재정안정화기금 전출금의 적법성과 편성 근거가 미약하다는 반면 민주당 위원들은 절차에 따라 규정된 것이라고 반박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를 비난했다. 김철현(국힘‧안양2) 부위원장과 자당 기재위 위원들은 27일 오전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금운용계획 변경안 심의 중 발생한 파행의 책임은 도와 민주당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며 엄중하게 비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사전에 도의회에 논의하지 않고 추경안에 동시 제출한 점, 기금 전출 근거가 모호하고 용도와 무관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며 도의 기금운용계획 변경안을 지적했다. 김 부..
‘난 나를 지켜나갈 거야/ 난 자유를 원해/ 새장 속 새처럼 살아갈 수는 없어/ 난 이제 내 삶을 원하는 대로 살래/ 나의 주인은 나야/ 난 자유를 원해/ 자유’ (곡 ‘나는 나만의 것’ 중에서) 아름다운 미모로 만인의 사랑을 받았지만, 답답한 궁정 생활을 벗어나길 갈망하고 언제나 ‘죽음(토드)’의 유혹 속에 살았던 황후 ‘엘리자벳’. 그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 죽음은, 자신만이 진정한 자유를 줄 수 있다며 평생 그의 곁을 맴돈다. 뮤지컬 ‘엘리자벳’이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돌아왔다. 황후 엘리자벳의 생애에 죽음 그 자체를 의인화한 인물 죽음을 등장시키며, 역사적 사실에 동화적 요소를 더한 이야기로 세계적 흥행을 일으켰다. 1992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초연 후 독일, 이탈리아, 헝가리, 스웨덴, 일본, 한국 등 세계 12개 국가에서 공연을 올리며 11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사로잡았다. 작품은 실존 인물인 19세기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황실의 황후 ‘엘리자벳 폰 비텔스바흐(Elisabeth von Wittelsbach, 1837~1898)’의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극작가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가 70년간 스위스 정부의 기밀문서로 보관됐던 엘리자벳의 일기장과 ‘엘리자벳이 합스부르크 왕궁에 죽음을 데려왔다’는 오스트리아 민담에서 영감을 받아 이야기를 완성했다. 막이 오르면 어두컴컴한 무대 위 한 남자가 있고, 그는 누군가에게 엄중한 목소리로 심문을 받고 있다. “루케니, 도대체 왜? 황후 엘리자벳을 죽였습니까?” 황후 엘리자벳을 암살한 혐의로 100년 동안 목이 매달려 재판을 받고 있는 ‘루케니’. 그는 판사에게 엘리자벳 스스로가 죽음을 원했으며, 일생 동안 ‘죽음’을 사랑했다고 항변한다. 시간은 1853년, 엘리자벳이 자유분방했던 16살로 되돌아간다. 따분한 가족 모임에서 엘리자벳은 외줄타기를 하고 놀다가 떨어지고, 이때 신비롭고 초월적인 존재인 죽음과 처음 마주한다. 엘리자벳의 아름다움에 반한 죽음은 그를 살려두고, 마치 그림자처럼 주위를 맴돈다. 하지만 엘리자벳에게 반한 건 죽음뿐만이 아니었다. 엘리자벳의 친언니 ‘헬레나’와 결혼 예정이었던 오스트리아의 황제 ‘요제프’ 역시 그를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 요제프는 어머니인 소피 대공비의 반대를 무릅쓰고 엘리자벳과 결혼한다. 그렇게 “작은 새는 새장으로 날아들었고, 새장 문은 닫혔어”라는 루케니의 의미심장한 대사가 이어진다. ◇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엘리자벳’ 이지혜 개막 전 배역 논란으로 곤혹을 치뤘던 ‘엘리자벳’. 그 중심에 있던 이지혜는 말괄량이 10대 소녀부터 자식을 잃고 슬픔에 빠진 어머니까지 다채로운 연기 층을 뽐내며 작품의 흡인력을 높인다. 가족 모임에 가기 싫어하며 “꿈꾸고, 시를 쓰면서, 말을 타고, 아빠처럼 자유롭게”를 외치는 소녀 엘리자벳을 연기할 때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순수한 느낌을 준다. 새장 같은 황실 생활에 지쳐 남편에게 자신을 저버리지 말라며 서글프게 얘기해 보고, 자유를 찾겠다며 강인하게 노래를 이어가기도 한다. 아들을 잃은 뒤에는 흰머리가 듬성듬성 나있는 노쇠한 모습으로 “죽음이여 나를 데려가. 이 고통 속에서 제발, 제발 날 구해줘”라고 애원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자신의 아이와의 동행을 조건으로 요제프와 외교활동에 나섰을 때이다. 엘리자벳은 네모난 틀 속에 갇혀 마리오네트처럼 영혼이 없는 채로 나타난다.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움직임에 말과 표정에는 감정이 있을 리가. 황실 생활 속 단 한 순간도 자유롭지 못했던 엘리자벳을 고스란히 보여 준다. 또한, 요제프 역에 새롭게 합류한 길병민도 기존 배우들보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라는 주변의 우려를 싹 씻어낸다. 중후한 목소리와 탄탄한 발성으로 황제라는 역할에 이질감이 없다. ◇ 믿고 보는 배우, 김준수·이지훈 이미 ‘엘리자벳’으로 여러 차례 무대에 오른 김준수와 이지훈의 활약은 믿고 볼만하다. 죽음은 극의 진행 중간중간 등장해 곡을 부르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김준수는 이때마다 무대를 순식간에 장악한다. 물론 가창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모두가 파티를 즐기는 성대한 결혼식 장면에서조차 모든 시선을 빼앗는다. 자신의 손을 잡지 않고 결혼을 택한 엘리자벳을 보내며, 쓸쓸함과 질투가 섞인 마음을 표현해낸다. “인정해. 넌 황제보다 나를 더 원하고 있어.” 엘리자벳을 향한 끊임없는 구애가 집착이 아닌 사랑으로 보이는 건, 김준수의 매혹적인 목소리와 표정 덕분이다. 어린 루돌프에게 접근할 때에는 따뜻하고 다정한 손길로 죽음이 아닌 천사가 온 듯하다. 루돌프가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고 함께 있어달라고 생각할 만하다. 루케니 역의 이지훈은 ‘엘리자벳’ 내에서 가장 바쁜 배역 중 하나다. 해설자가 돼 극 전체를 이끌어간다. 집사, 카페 종업원, 민중을 이끄는 선봉장, 기념품 판매원 등 다양한 모습으로 무대와 객석을 누빈다. 특히, 2막 시작 부분 객석에 등장해 중간 휴식으로 끊어진 관객들의 집중력을 확 끌어 올린다. 그가 뿌리는 엽서를 받으며 관객들은 자연스레 웃음을 머금고 박수를 치게 된다. ◇ 초연 제작(프로덕션)으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뮤지컬 ‘엘리자벳’은 2012년 국내 초연 당시 15만 관객을 동원하고, 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 역대 최다 8개 부문 수상,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남녀주연상 동시 수상을 거머쥐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특히, 이번 공연은 ‘엘리자벳’ 초연 제작을 만나볼 수 있는 마지막 무대로 팬들의 아쉬움을 더한다. 제작사 EMK뮤지컬 측은 이번 공연을 기점으로 연출, 무대, 안무, 의상, 조명, 영상 등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엘리자벳’의 상징으로 불렸던 이중 회전 무대와 3개의 승강기(리프트), 죽음이 등장하는 약 11m의 다리 등 화려한 무대 세트와 유럽 왕실의 고풍스러운 의상들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셈이다. ‘엘리자벳’은 오는 11월 13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공연된다. 엘리자벳 역 옥주현과 이지혜, 죽음 역 신성록, 김준수, 노민우, 이해준, 루이지 루케니 역 이지훈, 강태을, 박은태 등이 출연한다. [ 경기신문 = 정경아 기자 ]
지역 환경단체가 분당 율동공원 인근 골프연습장 철탑과 흉물로 변한 공원내 번지점프장 철거 등을 주장하며 자연생태공원으로서의 보존을 요구하고 나섰다. 환경공해추방연합회(회장 이형수)는 27일 성남시의회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자연생태공원에 맞지 않는 시설물을 철거하고 공원순환로 개선 방안 등을 성남시는 강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율동공원의 자연환경과는 정반대로 골프연습장이 공원 한 복판에 자리잡고 있어 환경파괴는 물론 골프연습장 철탑은 위험시설물로 타구 사고로 인해 이용객들에게 상해를 입힐 우려가 있다"며 "또한 율동 수변공원 내 번지점프장은 설치된지 30년이 지나 이용률이 저저하고 시설도 낙후돼 자연생태환경과 어울러지지 않는 흉물로 철거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율동공원 저수지 주변 공원산책..
남양주시 호평동에 위치한 호평중학교는 2003년에 설립된 개교 19년 차 학교다. 868명의 학생들은 저마다 재능과 끼를 발산하며 학교 생활에 열중하고 있다. 호평중에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생각 공간’이란 뜻을 가진 ‘혜윰터 도서관’이 있다. 연면적 약 200㎡에 장서 2만480권과 독서를 위한 열람석 60석을 보유 중이다. 혜윰터 도서관은 지난 2017년 시 학교 환경개선 협력사업 대상에 선정돼 3500만 원을 지원받아 부분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리모델링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것은 학생들의 동선이다. 이에 학생들이 책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서관을 재설계하고 책장과 열람석을 ‘책을 읽기 위함’이 아닌 ‘책과 어울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도서관에 들어가면 계단식으로 꾸며진 물결무늬 좌식 열람공간이 있다.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