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중앙사회서비스원 등이 주도하는 사회서비스 정책과 필요할 때 누구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통합돌봄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 행복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재가·시설 돌봄체계 구축과 함께 사회서비스 고도화 및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 시민들이 만족하고 체감할 수 있는 돌봄서비스와 개인 맞춤형 사회서비스 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뿐만 아니라 산업계의 많은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 ‘22년 3월에 개원한 ’중앙사회서비스원’은 사회서비스 정책지원, 사회서비스 혁신기반 조성, 시도 사회서비스원 지원, 이용자 권익 보호 및 종사자 처우 개선 및 사회서비스 품질관리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서비스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서비스,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른 보건의료서비스를 말한다.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사회서비스별로 지자체에 등록하여야 하며, 의료인,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이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유형별로는 ‘기관보호서비스’, ‘재가방문서비스’와 ‘활동보조서비스’가 있다. ‘기관보호서비스’는 24시간 이상 제공자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이용자를 보호하는 장기보호서비스와 하루 중 일정 시간 동안 서비스제공자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이용자를 보호하는 단기보호서비스, 그리고 사회서비스 제공 시설을 방문한 이용자에게 건강관리·인지발달·사회적응 등에 대한 지도·지원·상담 등을 제공하는 지원상담서비스가 있다. ‘재가방문서비스’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인력이 거주지 등을 직접 방문하여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23년 3월 현재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1~5등급)을 받은 환자 수는 전국적으로 118만 명에 이르며 이 가운데 80%에 가까운 환자가 재가 요양서비스 지원을 받고 있다. 요양서비스 혁신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 요양병원, 요양원 등 시설 요양은 꼭 필요한 경우로 한정하여 치료 중심으로 재편하고 재가 요양 중심으로 장기요양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로봇(AI), 스마트기저귀, 방문 의료서비스 등 스마트 돌봄시스템을 접목하여 최소한의 요양사만으로도 돌봄이 가능한 통합돌봄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눈앞에 다가온 초고령사회에 적극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가족돌봄청년(13~34세)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년들의 우울감이 61.5%로 일반 청년보다 7배 이상 높게 나왔다. 이른 나이에 가족돌봄을 시작한 청소년의 경우 정신적·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재가요양은 세대 구분 없이 돌봄 가족 모두와 요양환자의 삶의 질을 황폐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돌봄은 효(孝)의 문제만이 아니다. 돌봄 책임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더 이상 가두어 놓아서는 안된다. 1인 가구 증가와 저출산, 고령화 등의 문제로 가족 기능을 상실해 가면서 사회적 통합돌봄 시스템 구축이 절실해지고 있다. 국민 모두를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키워주고 돌보는 것이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기몰이를 해온 캠핑·트래킹·차박 등 야영 활동이 여가 생활로 굳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내 야영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캠핑문화 활성화는 경기도가 전략적으로 관련 산업에 집중할 계기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와 더불어 환경오염과 안전사고에 대한 대책을 더욱 심화할 필요성 또한 높여주고 있다. 캠핑 시즌이 도래하면서 종합적인 대책과 촘촘한 관리시스템 구축이 시급해졌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추세 속에 캠핑 인구가 급증하면서 경기지역 야영장은 2022년 말 기준 799곳으로 크게 늘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약 25%의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5년 전인 2017년 말 471곳에서 무려 328곳(69.6%)이나 늘어난 결과다. 이 중 738곳(92.4%)은 민간이 운영하고 있고, 76곳(9.5%)은..
“비정상의 정상화 1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1주년을 맞는 5월 10일자 조선일보 1면 머릿기사 제목이다. 대통령의 주관적인 평가를 제목으로 썼다. 넓게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긍정적인 33% 내외의 일부 국민 생각이다. 세 명 중 한 명 정도만 수긍한다는 말이다. 다음날인 11일자 5면에는 ‘2년차 국정은 속도 더 내서 변화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에서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국정 기조에 맞지 않는 관료가 있다면 억지로 설득해서 데리고 갈 필요 없다고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대통령의 발언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알려졌다’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긴다. 그래서 언론 보도에서 금기시하는 표현이다. 소문을 확인해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대통령실 취재원에게 사실을 확인해 ‘말했다’고 해야한다. 없어져야 할 관행이지만 우리 언론계에서는 이 같은 표현을 사실인 것으로 간주한다.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일 경우 더욱 그렇다.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돌아본 해설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윤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기사 일색이었다. 미흡한 부분은 거대 야당 때문이었다는 대통령의 생각만을 그대로 전달했다. 사설도 외교는 성공적이었으나 내치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는 거대 야당만 탓해서는 안 된다며 타이르듯 온정적이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사설을 민주당의 내년 총선 공천룰을 이재명 1인용이라고 혹평해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희석했다. 대통령에 우호적인 기사는 일방적이고 비판적인 기사는 양비론이었다. 동아일보도 10일자에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사를 3면 전체를 할애해 보도했다. 국정 기조 전환이 뚜렷하지만 거대 야당을 설득하지 못해 개혁성과를 못내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중 비속어 논란 때나 이태원 참사 등을 사례로 들며,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원인도 짚었다. 9일자 사설은 직설적이었다. 검찰공화국을 자초했고, 거대 야당과 협치하고 설득하기보다 이념의 선명성만을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대통령실과 내각의 인적 쇄신을 주문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보수신문이라고 통칭한다. 하지만 뭉뚱그려 보수신문이라고 하면 범주의 오류를 범한다. 조선일보가 윤석열 정부에 대해 전폭적 지지를 보낸다면, 동아일보는 지지의 정도는 덜하고 날선 비판도 있다. 조선일보를 통해 세상을 온전히 볼 요량이면 과욕이다. 다른 신문도 같이 봐야 또 다른 세계를 볼 수 있다. 적어도 정치 보도는 그렇다. 두 보수신문의 보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평가하면 상당수 독자는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그러나 같은 보수신문 동아일보조차 대통령의 국정운영 1년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다수 언론은 부정 평가의 강도가 동아일보보다 더했다. 2년차를 맞는 대통령에게 소박한 바램이 있다. 신문 몇 개 정도는 훑어보길 권한다. 그 가운데 진보언론도 있으면 더 좋겠다.
도시화, 산업화 시기에 도시는 과식했고 촌은 결식했다. 그래서 도시는 너무 먹어서 생기는 병에 걸렸고, 촌은 너무 못 먹어서 생기는 병에 걸렸다. 최근 큰 사회적 문제가 된 전세 사기가 도시가 걸린 중병이라면 지방소멸의 문제는 촌이 걸린 중병이다. 이번 전세 사기의 피해자는 대부분 도시에 몰려있는 청년들이다. 이 청년들은 어디서 온 청년들일까? 돈을 좇아 도시로 간 촌의 청년들이 어떻게든 살 집을 구하려다 피해를 본 것은 아닐까? 경기도 31개 시군의 소득순위와 청년 인구 비율을 비교해봤다. 놀라운 상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경기도 사회조사의 월평균 가구 총소득 400만원 이상 소득 비율 하위 4개 시군은 28위 가평군, 29위 여주시, 30위 양평군, 31위 연천군이다. 경기도청 주요통계(2022.4분기)의 경기도 청년(19세 이상 34세 이하) 인구 비..
날이 갈수록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11일 대통령이 코로나19 팬데믹의 사실상 종식을 선언하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고, 6월부터 본격 적용하기로 했지만 마스크는 여전히 필수품이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산업 단지, 화력발전소 등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곳에서 주로 발생한다. 중금속 탄화수소, 질산염, 황산염, 암모늄 등 발암·유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에서 30분의 1 크기 이하로써 입자가 작아 점막을 통해 걸러지지 않고 몸속으로 침투한다. 이로 인해 천식이나 폐 질환, 부정맥을 일으킨다. 만성적으로 노출된다면 사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각 지방정부들은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고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왼팔을 턱에 괴고 무언가 골똘히 사색에 잠긴 남자. 고뇌하는 인간의 형상이 이처럼 고귀할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 오귀스트 로댕(August Rodin)의 조각상이다. 예순두 살에 완성한 작품답게 원숙미가 물씬 풍긴다. 이 유명한 작품의 제작자 로댕. 그는 신성불가침 시대 인간의 본능과 관능, 그리고 고통을 매우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한 시대의 예술을 이끈 거장이었지만 그의 어린 시절은 매우 초라했다. 근시로 인해 학습장애를 겪고 국어도 제대로 못하는 학습 부진아였다. 이런 그가 유일하게 흥미를 갖고 즐거워 한 것은 스케치. 그의 부모님은 열네 살 된 아들을 데생과 수학을 공부할 수 있게 파리의 특수학교에 입학시켰다. ‘작은 학교(Petite École)’라 불리는 이 학교에서 로댕은 훌륭한 스승들의 가르침을 받으며 조각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파리의 명문인 에꼴데보자르(미술대학) 콩쿠르에 세 번이나 낙방했다. 데생 점수는 넘쳤지만 조각 점수는 언제나 모자랐기 때문이다. 이런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당대 최고의 조각가 카리에-벨뢰즈를 만난 것이다. 로댕은 이 대가와 일하면서 그의 아틀리에에서 5년간 머물렀다. 이 협업이 끝나자 바로 벨기에 조각가 앙뚜안 판 라스부르와 함께 브뤼셀 왕궁에 문양을 넣어 장식하게 됐다. 서른일곱 살 때 제작한 ‘청동시대’는 그를 스타로 만들었다. 브뤼셀과 파리 살롱에 전시된 이 조각상은 대 히트를 쳤다. 프랑스 정부는 구리와 주석으로 된 이 거대한 조각상을 거금을 주고 사 들였고, 로댕에게 아틀리에까지 선물로 줬다. 사교계의 상류층은 로댕을 그들의 초상화가로 지정했다. 프랑스 정부는 높이 7미터, 무게 8톤의 거대한 ‘지옥의 문’을 주문했다. 바야흐로 로댕의 황금기가 시작됐고 주문은 쇄도했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로댕은 오드센 지방의 뫼동(Meudon)을 좋아했다. 이곳의 고요와 적막은 그에게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센 강가의 언덕들과 비탈길이 많고 강과 계곡 간 고도 차가 150미터나 돼 그림처럼 아름답다. 남쪽의 가장 높은 곳에는 뫼동 숲이 있고, 중턱에 파리가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들어오는 벨뷔가 자리 잡고 있다. 로댕은 여기서 애인 로즈 뵈레와 살았다. 일요일이면 그는 로즈를 ‘나의 농장주’라 불렀고, 그녀는 로댕을 ‘내 영감’이라고 짓궂게 대꾸했다. 천재 조각가가 작업을 하는 동안 그녀는 손수 요리를 했다. 뫼동은 프랑스 역사의 중심지로 시대를 막론하고 왕족과 귀족들의 로망의 땅이었다. 중세에 건축된 뫼동성에는 에땅프 공작부인, 로렌 추기경, 아벨 세르비앙과 루브아 후작 등 수 많은 귀족이 살았다. 17세기 말부터 18세기 초 황태자 몽셰뇌르가 이곳에 오면서 뫼동은 영광의 시간을 맞이했다. 지금 그 자취들이 우아하게 남아있다. 파리의 지근거리에 있는 뫼동. 몽파르나스 역에서 기차를 타고 달리면 10분에 도착한다. 로댕을 사모한다면 파리여행 때 이곳을 잊지 말고 꼭 들러보길 권한다.
오래 전 일이다. 강남 8학군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학부모 상담을 하고 나서 초등학교가 머지않은 시일 내에 보육기관으로 바뀔 것 같다고 했다. 그곳의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질 좋은 교육을 기대하지 않고 보육과 사회성 기르기만을 원한다고 했다. 필요한 교육적 부분들은 사교육에서 채우고 있으니, 그저 아이가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원만하게 지내면 족하다고 했다고. 상담의 내용들이 학교에서 교육은 필요 없고 보육이나 잘 해주면 장땡이라는 식이어서 친구가 상담 내내 자괴감이 들었다고 했다. 친구가 말했던 게 다 들어맞는 건 아니지만 초등학교가 보육기관이 될 것 같다는 예언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 되었다. 내년부터 초등학교는 아침부터 저녁 8시까지 12시간 아이를 데리고 있는 보육기관이 되었다. 공공기관 사업 특성상 한번 들어오기는 쉬워도 빼기는 어렵다. 특히 아이들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그렇다. 일단 시작되면 돌이키기 쉽지 않을 거다. 돌봄 교실 시간이 늘어난다고 해서 교사가 크게 반대할 이유는 없다. 새로운 사업도 아니고 이미 돌봄이 이루어지는 상태에서 마감이 몇 시간 연장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건 없다. 돌봄은 자리 잡은 사업이고 시간이 늘어나며 발생하는 돌봄 전담사 채용 문제는 교사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 그러니 힘겨운 맞벌이 부부를 위해 학교가 공간을 내주는 걸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사들은 돌봄 교실 시간 연장을 반대한다. 이유가 뭘까. 돌봄에 주로 참여하는 1, 2학년 친구들은 하루에 4차시에서 5차시 정규 수업을 받는다. 초등학교는 1차시에 40분이니 시간으로 따지면 160분에서 200분 정도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까지 포함한 일과 시간이 끝나면 1시 10분에서 1시 50분 정도가 되는데 이때부터 저녁 8시까지는 6~7시간 정도가 남는다. 방과 후 학교에 가서 이런 저런 것들을 배워도 시간이 남아서 그때부터는 돌봄 교실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읽고, 영상을 봐야 한다. 매일 반복된다. 글로 쓰니 썩 나빠 보이지 않는데 한 공간에서 12시간씩 머무르는 게 아동 정서에 좋을 리 없다. 교사이자 어른인 내가 8시간 이상 학교에 앉아있는 것도 힘든데 아이가 12시간씩 같은 공간에 있는 게 과연 발달에 건강한 영향을 끼칠지 미지수다. 저녁 8시 즈음에 하교하는 아이는 집에 가서 씻고 잠들었다 다음 날 학교에 바로 와야 한다. 직장인도 8시까지 출근했다가 8시에 퇴근하는 생활을 오래하면 병이 난다. 교사들이 반대해도 12시간 돌봄은 추진될 거다. 실제로 저녁 8시까지 일하는 분들은 아이가 학교에 오래 있는 게 안타깝지만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결국 부모 퇴근 시간을 앞당기지 않으면 8시 하교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부모의 직장 생활을 위해서 아이들을 학교에 잡아두는 것보다 부모와 아이를 빨리 집에 보내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근로 시간이 늘어나야 우리 모두가 잘 산다는 사회에서는 가족이 집에서 뭉치는 게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어 간다.
제42회 스승의 날이 다가온다. 우리는 조선왕조의 유교 유산인 성리학적 주류문화와 함께 역사적으로 교육열 DNA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강한 민족이며, 금융 분야 등에서 지배적 위치에 있는 유태인들과 비견될 정도이다. 교사생활을 했던 박정희대통령은 재임시절 조국근대화의 핵심기제로 교육을 선택했다. 1968년 국회 만장일치로 통과된 국민교육헌장은“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해 어떻게, 어떤 가치로 교육할 것인가를 담아 교육 지표로 삼았다. 그 시절 초등학교를 다녔던 세대는 전문을 암송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추억을 하나둘씩 가지고 있다. 문민정부 수립 후 1994년 폐기되어 역사의 유물로 남았지만, 근대화의 주요 수단이 교육이었다는 방증으로 자리했다. 20세기 초 식민통치를 겪고, 연..
며칠 전 밤에 귀가를 위해 내리막 도로를 운전하는데 갑자기 ‘펑’하는 굉음에 차를 세웠다. 이미 차는 정상적인 주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덜컹거리고 있었다. 겨우 갓길에 주차하고 살펴보니 오른쪽 바퀴가 완전히 내려앉아 있었다. 도로 이물질에 타이어가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일단 차를 옆으로 옮기고 보험사 긴급출동을 불렀다.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린 끝에 긴급출동 기사가 도착해 차를 살피고 있는데 경찰 패트롤카가 왔다. 정신없는 와중에 대뜸 음주측정기를 들이밀었다. 차가 어떤 상태인지 살핀 후에 하자고 하니 막무가내였다. 결국 요구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공무집행 중이니깐.. 비상타이어로 교체하고 현장을 벗어난 후, 다음날 앞바퀴 두 쪽을 모두 교체한 뒤에야 상황이 종료되었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상황이 종료된 후 곰곰이 생각해보니 경찰의 대응이 못내 아쉬웠다.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선후가 어긋났다는 느낌이었다. 수습을 돕고 난 이후 음주측정을 해도 될 문제였다. 화투패를 거꾸로 치는 경우가 어디 경찰 뿐이랴? 5월 10일로 취임 1년을 지난 윤석열정권. 대한민국의 지난 1년은 말 그대로 나락을 향한 폭주였다. 내리막길에서 질주하다 펑크가 났다. 일단 안전조치를 한 후 사고수습을 해야 할 상황에 음주측정기부터 들이대고 윽박지르는 꼴이다. 지난 1년 대한민국의 무역적자 600억 달러, 부자감세와 경기침체로 재정적자는 깊어지고 금융위기까지 우려되는 상황, 그런데 입만 떼면 전 정권 탓이요 야당 때문이란다. 취임 1년이 지나도록 불어대는 나팔이 똑같은 타령뿐이라면 이건 나팔수를 잘못 뽑은 것이 아닐까? 미국에서 노래 한 곡 부르고 돌아오니 길거리마다 역대급 방미외교라며 자화자찬 현수막이 나붙었다. 나가기만 하면 조마조마하며 지켜보던 어떤 분 왈, “영부인이 옆에서 탬버린까지 치지 않은게 다행스러웠다” 느닷없이 찾아온 기시다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만 남기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말 안해도 알아서 사죄로 이해해주고 난제가 생기면 먼저 해법까지 마련해주니 일본 입장에선 ‘우리 윤석열대통령’이다. 그러니 일본언론들은 “총리가 더 확실하게 사죄표명을 했어야 한다. 국내반발을 무릅쓰고 관계회복을 밀어부친 윤대통령을 배려했어야 한다”고 되려 걱정해주었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이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양, 속초, 고성을 맡았던 3지대장 양희동 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온몸에 불을 질렀다.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오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습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긴채. 현해탄과 태평양을 넘나들며 배려가 넘치던 대통령은 건설노동자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건폭이 근절될 때까지 엄정 단속하라”는 대통령의 하명이 불러온 무리한 수사가 빚은 참사였다. 대통령은 알고 있었다. 수렁에서 헤어날줄 모르는 지지율에 특효약은 북한때리기와 노조때리기 두가지 뿐이라는 것을.. 외교가 파탄지경이 되고 나라경제가 거덜이 나면 죽어나는 것은 가장 힘없는 노동자, 서민계층일 뿐이다. 정권의 폭주가 이어지는 한 벼랑끝에 몰린 노동자의 존엄사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아. 이제 겨우 1년이 지났다니, 아니 4년이나 남았다니. 이 찬란한 봄날에 나는 절망하고 있다.
책을 쓰고 책을 만들고 책을 알리는 책문화 현장의 최전선에 있다 보니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난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출판저널’ 편집부 책상에는 출판사에서 만든 새로 출판된 도서들이 쌓이는데 손님처럼 도착한 책들을 검토하다 보면 책은 시대를 기록하고 보여주는 거울이라는 점을 실감한다. 최근 출간된 책 중에서 ‘세계를 이끈 경제사상 강의’에서 유독 눈길을 끌었던 대목은 ‘한국은 진정한 선진국인가?’라는 질문이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다. 이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하기 어려우면 구체적으로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우리나라는 강대국인가? 우리나라는 경제강국인가? 우리나라는 선진국인가? 어려운 질문일 수 있겠다. 첫 번째 질문, 우리나라는 강대국인가? 이 책을 쓴 경제사상가 김민주 저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