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레토릭(rhetoric)은 ‘말과 글을 도구로 사람을 설득하는 기술’이다. 수사학자 롤랑 바르트에 따르면, 인류 최초의 레토릭은 B.C. 467년 시칠리아 시라큐스의 법정 변론에서 시작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레토릭은 양날의 칼이었다. 타당한 설득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쓰이는 건강한 레토릭이 있다. 반면에 일그러진 언어로 진실을 왜곡하는 타락한 레토릭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느 나라 정보기관은 작전 수행 시 의도치 않게 민간인이 사망하는 것을 “부수적 피해”라고 부른다. 가치판단을 말끔히 소거함으로써 현실의 참혹을 감추는 타락한 레토릭의 전형이다. 윤석열정부가 앞선 정부들과 크게 다른 특징을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검사 출신들이 요직에 압도적으로 많이 배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압수수색 횟수 또한 역대 최고다. 과거에는 정치권 내부 공방에 불과했던 사안에 대하여 대통령실이 직접 형사고발을 한다. 법무부 장관이 (언론의 취재권리 억압으로 해석될 수 있는) 기자 접근 금지를 법원에 신청하기도 한다. 2.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차별점은 역시 기괴한 레토릭의 대잔치다. 세계적 웃음거리가 된 “바이든이 날리면” 소동은 접어두자. 윤석열 대통령은 2023년 신년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핵심 개혁 대상으로 연금문제, 교육 문제, 노동문제를 제시했다. 이후 발언 빈도를 살펴보면 세 가지 가운데 노동문제, 특히 노동조합 문제가 타깃임이 분명해 보인다. 과연 한국의 노동조합 상황이 개혁의 대상인가?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4.2%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영국이 23.5%, 이탈리아 32.5%, 덴마크가 67.0%다. 유명무실화의 길을 걷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징하듯, 대한민국은 경제 수준에 대비해서 거꾸로 노동자 권리가 가장 억압된 국가 중 하나인 것이다. 이 지점에서 대통령이 말하는 ‘노동 레토릭’은 중요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건폭(건설현장의 노조 폭력)이란 작명이 예시하듯, 팩트의 일면을 침소봉대함으로써 교묘하게 현실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은 기업규모와 유형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쌍둥이 2중구조의 특성을 지닌다. 여기서 대통령이 지칭하는 귀족화된 노동기득권은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의 7.4%에 불과한 일부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국한되는 것이다. 3. 이러할 때 개혁을 빙자한 대통령의‘전면적’ 노동조합 공격은 사회 저변의 반 노동조합 정서를 이용하여 대기업 정규직 노조와 중소기업/비정규직 노조를 갈라 치는 정치경제적 선동의 의미를 지니게 된다. 노동에 대한 무차별적 공격을 통해 보수 유권자 정서를 자극하고 지지율을 확대하려는 목적인 것이다. 지난 2월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연세대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자신이 추진하는 혁신에는 “기득권의 저항이 필연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혁신은 낡은 생각이나 구조를 바꾸어 새롭게 한다는 의미에서 중립적 개념이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낯 두껍지 않은가. 나부끼는 검찰 통치의 깃발 아래 재벌자본, 고급관료, 보수언론 등 우리 사회 과두 기득권의 이익을 앞장서서 실현하는 사람이 그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가 추진하는 경제, 사회, 복지 전 분야의 심대한 양극화. 주 69시간 근무제로 대표되는 노동환경의 극단적 퇴행. 남북관계의 긴장과 전쟁위험 고조를 어찌 감히 혁신이라 부를 수 있겠는가. 4. 매국노 이완용은 1919년의 삼일운동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에 이렇게 썼다. “대저 조선과 일본은 상고 이래 동종동족이며 동종동근임은 역사에 있는 바이라, 그런즉 일한합병(日韓合倂)으로 말하자면... 조선민족의 유일한 활로이기로 단행”되었다, 고.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삼일절 기념사에서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받았던” 과거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변했다. 국권 상실의 원인을 일본의 침략이 아닌 우리 책임으로 몰아가는 기괴한 레토릭이다. 곧이어 튀어나온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안’의 예고편이었던 셈이다. 수단방법 안 가리고 본질을 숨기는 이들 레토릭이 일시적으로 대중을 현혹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영원히 속지 않는다. 마그마의 압력이 증폭되듯 언젠가는 진실이 지표를 뚫고 터져 나오기 때문이다. 코미디를 닮은 것은, 언어의 왜곡이 극단에 이르면 ‘리플리증후군’이 온다는 거다. 가짜를 웅얼거리다가 스스로의 정체성까지 착각하는 것이다. 2023년 3월 8일 고양 킨텍스 전시장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통령이 입장하는 순간 영화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민중의 노래’가 왕왕 울려 퍼졌다. 그가 민중의 대변인이라는 뜻이겠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윤석열은 대한민국 기득권 세력의 확고부동한 대리인이다. 정치경제사회적 차원에서 극단적 수구 정치인이다. 군내 나는 신자유주의 레코드판을 틀어대며 온갖 극우적 정책을 밀어붙이는 권력집단의 수장을 향해 민중의 노래라니. 언어가 타락하면 그렇게 나라가 타락한다.
인류 사회의 진보와 향상을 위한 진지한 첫걸음마다, 거기에는 반드시 그 주된 원인으로서 신앙의 역할이 있었다. 그러므로 신앙에 기초하지 않은 모든 가르침은 사회의 개선에 언제나 무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가르침이 훌륭한 방식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러한 방식에는 프로메테우스가 하늘에서 훔친 불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니)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고 건강한 사회 기구를 위한 첫걸음은 언제나, 땅에 대한 당연하고 평등하며 빼앗을 수 없는 모든 사람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다. 물론 그것이 전부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럼으로써 그 밖의 모든 것이 한결 수월해진다. 그 보장이 없는 한 다른 모든 것은 아무런 이익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다. (헨리 조지) 사회는 공통의 신앙과 공통의 목적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사회적인 활동은 종교에 의해서 성립된 원칙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것이다. (마치니) 사람들이 그리스도교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이다. 어쩌면 “옛 성인들에게서 배우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을 바로 눈앞에서 보고 싶어 한다. 실천을 통한 살아 있는 신앙을 보여 달라고 한다. 그런데 실상은 그리스도인들이 신의 이름으로 짐승보다 더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목격한다. (이오안 즐라토우스트) 그리스도교는 만약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다이너마이트처럼 모든 낡은 것들을 부수고 새롭고 무한한 진보의 지평선을 펼쳐 갈 것이다. 만일 네가 현재의 잘못된 사회 체제를 개혁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위한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즉 모든 사람들이 더욱 선량해지는 것이 그것인데, 이를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는 네 자신부터 더욱 선량해지는 일이다. 사람의 얼이라는 것은 온갖 힘의 물둥지다. 모든 냇물이 흘러서는 물둥지에 고이고 또 고였다가는 흘러나서 여러 갈래의 냇물이 되듯이,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마지막에 한 번은 반드시 정신으로 바뀌어져 생명의 물둥지를 이루게 되고, 거기서야 또 모든 것이 나올 수 있다. (함석헌) /주요 출처 : 톨스토이 『인생이란 무엇인가』
전기자동차 시장 생태계가 급변하며 우리의 대응 능력이 걱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점유율 등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각국과 기업들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전기차 선두주자인 미국 테슬라가 올초 모델Y 가격을 한꺼번에 1만3000달러 내리는 등 가격전쟁을 선언했다. 또 독일의 폭스바겐은 15일 2만5000유로(약 3500만원)의 소형 SUV 전기차를 공개했다. 전기차가 내연 엔진 차량보다 저렴해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여기에다 미국이 자국내 기업을 중심으로 광폭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발효한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핵심원자재법(CRMA)과 탄소중립산업법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광물 공급망 강화 등에 나서며 한국 기업들이 이중삼중의 협공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너무 취약하..
인공지능(AI)이 기사를 쓴다는 건 알았다. 스포츠, 날씨, 증시 같은 분야로 한정해 있긴 해도 어느 쪽이 사람이 쓴 건지 구분 못 할 정도로 인정해 줄 만하다고 들었다. ‘로봇 기자’라고 불렀다. 로봇 기자가 단순 반복형 기사를 맡아 써준다면 인간 기자는 복잡하고 심층적인 뉴스에 전념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그렇게 나왔다. ‘상대적 기대’지만 AI 기자가 인간 기자를 대체할 정도까진 다다르지 못했다고 평가했을 때 얘기다. 이번엔 좀 다르다. 오픈AI가 출시한 챗GPT는 출시 2개월 만에 1억 사용자를 돌파했다. 인공지능 챗봇이어서 이용자가 질문을 해야 답변한다는 한계가 있는데 인증 후기가 넘친다. 정치 연설문을 작성했다거나, 보도자료를 작성했다는 것들이다. 청년문제를 주제로 하는 기사 작성을 주문했더니 놀라움을 안겼다는 반응이 있고, “챗GPT에게 기후위기를 물었다”, “챗GPT가 작성한 여론조사 분석기사”라는 뉴스도 등장했다. 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와 네이처 등은 챗GPT로 작성한 논문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덕분에 전문성과 숙련성이 필요한 문서 작업도 인공지능이 인간만큼 혹은 그 이상의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근거가 생긴 상황이다. 챗GPT의 한계를 밝혀내려 하는 시도가 느는 것은 재밌는 현상이다. 수학 계산을 틀린 경우가 많다거나, 영어 아닌 한국어에는 기대에 못 미친다 등이 그런 예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살짝씩 틀렸다는 분석도 있다. 이쯤이야 챗봇의 학습 속도로 보면 곧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항상 따라붙는다. 놀라운 것은 답변한 내용 중에 단순 사실 몇 군데 틀린 것이 대수냐 하는 반응이다. 그럴듯하게 문장을 완성하고 설득력 있게 답변하는 챗GPT에 너도나도 놀랍다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의 보편화는 막을 수 없다. 로봇이 만든 것이라고 구분하기 쉽지 않은 결과물의 종류가 넘쳐날 가능성이 는다는 의미다. 인간 기자가 쓴 기사일수록 논리가 빈약하거나 비문으로 쓰였다는 식의 비꼬는 평가가 나오는 일이 머지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AI에 의존하지 않게 교육방식과 과제출제를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AI를 거치면 손쉽게 전문가 수준의 지식에 도달할 수는 있겠지만 그런 지식의 접근으로는 사람이 한 분야의 전문가나 달인이 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널리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에 관심을 만들어내고, 각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내게 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조정해 가는 과정을 제대로 하게 만들지 못하면 진정한 민주주의를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의 선택과 주의, 집중이 이루어지게 만드는 것은 인공지능이 해낼 수 없는 부분이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이 미디어에 미치는 영향과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때다.
일제 강점기에 민족의 독립운동은, 조국을 떠나 반제 해방 투쟁의 길로 나선 사람들과, 남아서 광복을 준비한 애국자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수많은 동포들과 남은 가족들은 독립운동의 큰 뜻을 같이 하면서 극한의 고통을 참고 견디며 광복의 새날을 기다렸다. 따라서 광복 이후 세워져야 하는 민족 국가는 이들 독립운동가와, 그 뜻을 함께 하면서 독립투사들을 지원한 민중이 중심이 돼 건설돼야 마땅했다. 민족을 배반하여 일제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부와 권력을 챙긴 친일세력은 원천적으로 배제되는 것이 민족사적 正義였다. 그러나 이 땅에서는 어처구니없게도 반민족 행위자들이 외세의 힘을 빌어 해방 정국에서 패권을 이어가는 뒤틀린 역사가 펼쳐졌다. 외세의 한반도 분할 지배로 냉전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득세에 유리한 정치 지형이 만들어진 결과다. 이 틈..
15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석열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수도권에 300조 규모 세계 최대 신규 첨단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첨단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국가첨단산업 조성 계획’이 확정 발표됐다. 이 계획에는 지방에 14개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1일 반도체 소재 제조업체를 찾아 “경제 버팀목이자 국가 안보 자산으로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는데 이번에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계획이 공개된 것이다. 현재 세계는 첨단산업을 둘러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미래차, 로봇 등 우리가 강점을 보유한 첨단 분야 6대 핵심 산업에 대해서는 2026년까지..
“아름다운 밤, 오~ 사랑의 밤. 오~ 사랑의 아름다운 밤이여!” 미녀 쥘리에타와 그녀를 마중 나온 니클라우스의 2중창. 애틋하고 달콤한 이 노래는 자크 오펜바흐(Jacques Offenbach)의 그 유명한 호프만의 뱃노래다. 주인공 호프만은 세 명의 여성과 비극적 사랑을 나눈다. 무대는 베네치아. 대운하의 물결 위로 곤돌라가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사랑의 밤은 시작된다. 오펜바흐는 베네치아를 항해하는 곤돌라의 정겨운 풍경을 보고 이 곡을 작곡했다. 틀을 깬 천재 작곡가 오펜바흐. 1819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프랑스인으로 살다 파리 몽마르트르에 묻혔다. 오펜바흐가 프랑스인이 된 것은 그의 아버지 이삭 쥐다 오펜바흐의 영향이 지배적이었다. 유대인 음악가였던 쥐다는 바이올린에 천부적 재능을 가진 아들을 파리 음악학원에 입학시켰다. 하지만 자크는 1년도 못돼 학교를 팽개치고 나와 파리 오페라 코미크 단원이 됐다. 이때 짤막한 메들리를 작곡해 인정을 받았고, 코메디 프랑세즈의 단장으로 발탁됐다. 그러나 5년 만에 여기도 청산하고 손수 극장을 만들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는 프랑스 희가극과 오페레타를 처음으로 고안해 냈다. 그가 명성을 얻은 것은 1858년 작곡한 ‘지옥의 오르페’가 히트를 치면서였다. 그 후 발표된 ‘아름다운 엘렌느’ 역시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의 사후 발표된 호프만의 자장가와 뱃노래는 그를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 대가의 안식처는 에트르타(Étretat)였다. 파리 북서쪽 200킬로 지점, 알바트르 해안가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은 오펜바흐에게 무궁무진한 영감과 청춘의 샘물을 제공했다. 이방인인 오펜바흐가 프랑스 국적을 얻은 건 그의 나이 불혹. 그러나 그가 에트르타에 흠뻑 빠진 건 이 보다 앞서 일어났다. 자기만의 안락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오펜바흐. ‘지옥의 오르페’로 성공해 큰돈이 들어오자 에트르타에 별장을 짓고 ‘오르페(Orphée)’라고 명명했다. ‘오르페’는 살을 간질이는 아침 햇살과, 조개들과 싸우며 익살을 떠는 갈매기들, 은은하게 풍기는 기분 좋은 소금향, 그리고 하루의 에너지를 꽉 채우는 신선한 바람을 그에게 제공했다. 이곳에서 오펜바흐는 매년 여름 가족과 함께 쉬면서 작업을 했다.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 생활은 계속됐다. 페캉(Fécamp)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에트르타. 하얀 석회석 절벽이 일품이다. 그 절벽 위로 미끄러지듯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광선은 정말 신비롭다. 코끼리 형상의 절벽 끝에 조그맣게 나 있는 구멍은 천국으로 가는 성문이다. 여기에 풍요로운 전원, 울퉁불퉁한 절벽과 출렁이는 바다, 해안에 좌초된 배까지. 한 폭의 그림이 따로 없다.
사회적경제의 지역 생태계 조성의 일환으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공동으로 사업을 개발하고 수행하는 사업연합 비즈니스모델이 전략사업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사업을 협력하여 발굴하고 공동으로 수주하기도 하며 상호거래 활성화와 사업성과를 위해 온라인 몰 사업을 공동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지금까지 사회적경제에서의 협력과 연대는 상품이나 제품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으나 향후, 헬스케어와 같은 서비스 분야에서도 활발한 사업연대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협력사업의 성공을 위해서 서비스 제공자와 수혜자가 함께 만들어 가는 지속 가능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개발이 필요하며 조직 및 사업 활동이 활발한 사업연합 방식으로 비즈니스 활성화를 모색함으로써 사업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헬스케어 사업 부문에서의 사업연합은 헬스케어 기기와 정보통신시스템의 연계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 간병인, 간병 보험 등의 이슈 속에서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돌봄사업과의 연대가 필요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체계 구축과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당국, 의료계와 서비스 이용자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 과정 또한 필요하다. 건강정보의 수집과 인공지능(AI) 분석 확대 등으로 가까운 미래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노후 고령층의 필수 도구로 정착해 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미래 성장산업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노인복지의 한 축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헬스케어 서비스 제공 전략 및 혁신과 융합을 위한 다양한 협력 모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의료서비스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그동안 의료기관에서 축적해 오던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가 시민들의 일상생활 영역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빅데이터(Big-data)를 신속하게 분석·활용함으로써 질병 진단의 정확성을 높이고 개인 맞춤형 건강 솔루션 서비스도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또한, 자가진단과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를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가 증가하면서 몸이 불편한 노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삶을 즐기는 고령층 노인들을 위한 기기로써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 속에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에 스스로 대비하고 행복한 노후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상품 및 서비스 사업을 하는 사회적경제기업 간 연대가 필요하다. 유사·동종 기업 간 상호거래와 비즈니스 가치사슬(value chain) 연계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사회적경제 중간지원기관과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갈 수 있다. 정부는 ‘데이터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의료 건강 돌봄서비스 혁신을 지원할 것’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다가올 우리 일상 속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에서는 개인 건강관리에 대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지고 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 간의 문제해결과 수요자 중심으로 사업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다. 사회적경제 헬스케어 분야에서 기업 간 활발한 사업연합을 위해서는 이해관계가 다양한 협력 모델 발굴과 사업실행 역량 강화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규제 개혁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어떤 사람이 죽어서 그 영혼이 하늘나라에 이르자, 그 앞에 온몸이 고름투성이에 추악하고 더럽고 소름이 끼치는 여자가 나타났다. “너는 도대체 누군데 내 앞에 나타나 내 길을 막느냐?” “나는 너의 행실이다.” (페르시아 속담) 중요한 것은 선한 행실에 대한 탁상공론이 아니라 실천이다. (탈무드) 착한 일을 하고, 자비롭고, 온화하고 겸손하며, 좋은 말을 하고, 선한 일을 생각하고, 깨끗한 마음을 지니고, 항상 배우며, 항상 진실을 말하고, 분노를 억제하고, 만족을 알고 인내심이 강하며, 친절하고, 웃어른을 공경하고, 부모와 스승을 존경하는 사람, 이들은 모두 선인의 벗이요 악인들의 적이다. 거짓을 말하고, 훔치고, 음란하고, 속이고 욕하고, 악한 일을 생각하고, 오만하고 게으르며, 이웃을 중상하고, 인색하고 무례하며, 파렴치하고, 화를 잘 내고, 남의 것을 가..
한·일 간 최대 외교 쟁점인 일제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놓고 윤석열 정부가 결단을 내렸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민간 기부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변제 방식의 판결금 지급 방침을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여론은 즉각적으로 극렬하게 갈리고 있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돌파 의지를 피력한 윤 대통령과 집권당 국민의힘은 국익을 위해 지금 해결해야만 한다는 당위성을 설파 중이다. 그러나 제1야당 민주당은 ‘계묘늑약’이라는 딱지까지 붙여가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법 발표 다음 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김대중-오부치 정신 계승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언급한 대선 공약을 거론한 뒤 “강제동원 문제를 조속히 풀어내고, 한일 간 경제·안보·문화 분야 교류를 활성화..